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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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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07,372

작성
18.08.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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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글자
22쪽

확장(6)

DUMMY

사스와 소미의 대결은 순식간에 소문이 퍼졌다. 팀별 대항전보다 더 훨훨 불타올랐다. 마치 천사가 악마를 쓰러트렸다는 것처럼 각색이 되어 쉘터를 강타한 것이다. 그덕분에 소미의 인기는 한층 더 올랐지만 그녀는 예전부터 그런것에 신경쓰지 않았다.

그리고 정작 당사자들은 전과 다름없이 지내고 있었다. 다친 사람들을 치료하고 보살피는 역할을 하는 소미와 여기저기 사고를 치며 공포를 뿌리고 다니는 사스. 두 사람은 그 대결에 대해 단 한마디도 내놓지 않았다.

무엇보다 사스는 쉘터 내부에 있는 시간보다 외부로 나가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모두 그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지만 쉘터의 평화를 위해 쉬쉬하고 있었다.

현재 쉘터는 오전 수련시간이 끝나고 휴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 드넓은 육사쉘터의 곳곳에 위치한 건물들도 모두 각자의 목적대로 사용되고 있었다. 아직 여유가 있었지만 그것도 머지 않아 포화상태가 될 것이라고 모두가 예측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나눌 공간의 수는 많았다. 단순히 꼭 필요한 것만 지정한다고 하지만 그 숫자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예를 들어 남, 여로 공간을 나누는 건 어쩔 수 없었고 그중 임산부,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도 쪼개야 했다. 일부러 나눈 계급을 위한 공간도 그렇고 각 용도에 맞게 의료원, 교육원, 창고 겸 비품실, 각 부서별 건물은 물론 수련장도 여러 개 필요했다.

거기에 더해 쉘터 내부인들을 위해 상점까지 운영했는데 이것이 의외로 인기가 많았다. 주로 물물교환이었지만 배식권을 화폐처럼 사용해 상거래를 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그리고 모임의 허락을 받아 외부로 나가 채집하는 상인패거리들도 등장을 했는데, 이들이 이런 상거래를 주도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영토에 비하면 한줌 밖에 안되는 이 쉘터안에서 하나의 사회가 형성되고 있었다.

그리고 으뜸을 주축으로 한 농축업팀이 발족이 되었다. 팀장인 으뜸이 강력히 주장한 것으로 모두의 동의를 얻은 것이었다. 가장 먼저 농축업팀이 한일은 육사의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골프장을 청소하고 울타리를 치는 것이었다.

그리고 놀고 있는 장정들을 동원해 막사, 육사, 계장을 지었다. 다행히 건축을 했던 인원들이 몇몇 있었기에 그들의 감독하에 착착 일이 진행되었다. 많은 남자들을 데려온 농축협팀은 클럽하우스를 거점으로 거대한 농장을 만들어 갔다.

어디서 데려왔는지 소, 염소들을 풀어 발목까지 잡초가 자라나 있는 골프장에 방목하고 닭장에 살아있는 닭을 채워넣기 시작했다. 이 모든것들은 좀비가 살아있는 인간외에는 가축들을 공격하지 않아서 가능한 일이었다.

인근 사료창고를 털어 사료를 한가득 쌓아넣은 으뜸은 그런것들을 둘러보며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 이제 시작이야. 다행히 축산업을 해본 사람을 구할 수 있어서··· 이젠 부산물 시설을 만들어 거름을 만들어 쌓아놓기만 하면 돼. 그동안 인분을 버리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

수천명이 하루에 싸는 똥은 화장실마다 가득했다. 정화조 청소를 해야 했지만 아무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와중에 으뜸이 묘안을 낸것이다. 인분으로 거름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농사에 쓸 수 있는 거름은 마냥 밖에 두고 삭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축산업자가 퇴비를 만드는법을 알고 있었다. 먼저 유기물, 톱밥, 대패밥, 볏짚, 낙엽등과 인분이나 닭똥, 소똥을 썩어 비닐로 덮어두는 것이다. 보통 시설이 없다면 늦가을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하니 지금이 적기였다.

그렇게 발효시켜 틈틈이 뒤집어 주어야 한다고 하니 의외로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다. 이 거름은 이후 정부와 협상의 재료가 될 예정이었다. 시중에 얼마나 많은 거름이 남아있는지 모르지만 최대한 준비를 해둬야 했다. 그런 계획은 축산업자의 설명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다.

" 퇴비공장이 지금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내년에 만약 농사를 짓기로 정부가 결정한다면 퇴비대란이 올겁니다. 보통 퇴비공장은 매년 내년에 쓸 예정인 퇴비만 생산을 하기 때문에 여유분이 거의 남지 않았을 겁니다. 올해는 아예 공장을 돌리지 못했을테니··· 퇴비없이 농사를 짓는것은 가능하지만 수확량이 확연히 차이가 나기에.. "

아마 수많은 조직과 세력들이 있지만 그런 예상은 아무도 하지 못할것이다. 위에 있는 사람이 낮은 위치에 있는 1차산업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냥 공장을 돌리면 전투식량이 나오고 공산품이 나온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거기에 축산을 통해 육류와 달걀 조달까지 가능하니 일석이조였다. 그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은 공장지대의 식품가공시설로 돌려 통조림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큰 수확이었다.

이런 보고서에 사장은 팔십점을 주었다. 다시 말해 합격선이었기에 대담히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그 이외의 부분은 사장이 책임지고 백점을 채워주기로 했기에 으뜸은 이 분야만 신경을 쓰면 되도록 했다.

꽝! 꽝! 쾅! 한창 골프장 한쪽에서 커다란 계장의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한쪽에 자재를 잔뜩 쌓아두고 중장비를 이용해 빠르게 진행되는 공사를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으뜸이었다.

그때 한쪽에서 꽹과리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챙챙챙! 그 소리에 모든 작업이 멈추고 인부들이 그곳을 빠져나온다. 주변에 있던 카트에 타고 황급히 클럽하우스 방향, 으뜸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좀비무리가 이 근처를 지나간다는 신호였다. 그럴때면 저렇게 꽹과리로 알리고 빠르게 작업을 멈추고 건물로 들어서는 것이었다. 골프장 테두리에 철장이 쳐져 있었지만 수백, 수천의 좀비무리 앞에서는 잠시 저지할 뿐 별다른 역할을 못하기에 저런 메뉴얼을 만든 것이다.

" 이상하게 요즘 좀비무리가 늘어났어.. 이건 한번 건의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어. "

요즘들어 저런 대피가 하루에 한번꼴로 벌어지고 있었다. 그 덕에 공사가 지연되는 것도 있었지만 예전과 달리 근래 빈번하게 발생하는 좀비떼의 이동은 으뜸에게 의문을 느끼게 했다.

이전 회의때 밝힌 서울 시내를 휘감아 돌고 있는 좀비무리의 숫자는 수백여개. 뭉쳤다 흩어졌다 하기에 정확하지 않지만 대략 그쯤 추산한다고 했다. 최소 세자리부터 네자리, 다섯, 여섯자리에 이르는 좀비떼들은 말그대로 자연재해였다.

정면으로 부딪혀 잡을 수 없었기에 이 근처로 지나갈때 유인을 통해 경로를 바꾸는 방식으로 그동안 피해왔는데 요즘들어 매일같이 지나가는 좀비무리 때문에 유인조원들이 죽어나가고 있었다. 그나마 무소음 바이크 덕분에 안전해졌다고 하지만 위험하기 그지 없는 작전이었다.

그러다 문득 쉘터내부의 사이퍼들이 좀비개체를 줄이기 위해 나갔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으뜸이었다. 어찌보면 가장 대우를 받아야 할 그들이 요즘은 제일 불쌍하다는 생각을 한 으뜸은 좀비무리가 지나갔다는 신호를 들으며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을 쳐다보며 다시 미래를 위해 자신이 할 일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크롸악! 카아악!

" 야, 적색. 거기 막아! 뚫리잖아! "

" 적월이라고! 뱀대가리야, 너나 잘해. "

수백의 좀비 앞에서 미친듯이 날뛰고 있는 두팀. 다희팀과 사스팀은 경쟁하듯이 좀비 대가리를 부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뜯어먹고 말겠다는 일념 하나로 사방에서 달려드는 좀비들의 대가리를 두더지 게임하듯이 숫자를 일일이 세면서 터트리고 있었다.

" 야, 조각칼. 너 이새끼 벌써 에너지 바닥이야? 조루 새꺄? "

예전 화랑대조 조장이었던 사내는 사스가 페스트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런 페스트가 각성한지 얼마되지 않는 새내기 사이퍼인 나이프를 타박하고 있었다. 안그래도 숫자가 저쪽보다 하나 모자란데 벌써 에너지가 바닥인듯, 손발을 칼로 변형시키지 못하고 손도끼를 들고 설치는 것을 보고 외친 것이다.

다희와 사스는 한걸음 물러난 곳에서 팀원들이 미친듯이 좀비들과 싸우는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이들이 죽기살기로 하는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 팀장들이 내기를 건것이다.

적게 잡은 쪽이 뺨 한대를 맞기로 말이다. 그런 내기를 들은 팀원들은 진짜 미친듯한 모습으로 싸우고 있었다. 만약 자신의 팀이 진다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꺼라는 것은 아무리 머리가 나빠도 예견되는 일이었기에.

초반에는 에너지가 넘쳐 각자의 능력으로 도살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상요하기 시작했고 더 시간이 지나자 오직 육체로만 사용하고 있었다. 한번에 좀비 대가리를 못깨기 시작하자 자신의 머리를 사용하면서까지 대가리를 부수는 그들은 이미 예전에 한계에 들어갔지만 멈출 수 없었다.

이미 입고 있는 옷은 좀비들의 손톱과 이빨에 갈갈이 찢겨져 형체를 찾기 힘들었고 여기저기 물린 자국과 뜯겨져 나간 살들 사이로 흐르는 붉은 피를 느낄새도 없는 모양이었다. 이미 그들은 좀비에게 물려도 감염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그런 상처는 신경쓰지 않았다.

퍼걱! 콰직! 사방에서 울리던 특유의 두개골깨지는 소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끝이 나지 않을 것만 같던 좀비러쉬가 이젠 그 끝이 보이는 것이다.

" 칠십.. 두 마리. 칠십 셋.. 헉헉. "

강철로 만든 권갑을 양손에 차고 막 주먹을 휘둘러 앞에 있던 두마리의 좀비의 두개골을 박살낸 페스트가 입으로 좀비 체액이 들어가는 것을 신경쓰지도 못한채 입을 벌려 숨을 헐떡이며 주변을 둘러본다.

자신이 쳐 죽인 좀비가 마지막인듯 자신의 팀원들은 사방에 널부러져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고 상대팀도 그에 못지 않게 힘겨운 얼굴로 여기저기 더러운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 제발··· 단 한마리라도 우리가 많기를.. '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우듯이 기도를 한 페스트는 흠뻑 무언가로 젖어 있는 머리카락을 넘기며 팀원드에게 묻는다.

" 니들··· 몇마리야. "

묻는 페스트의 음성에 간절함이 묻어나왔다. 그것을 팀원들도 느꼈는지 눈빛이 바뀌며 서로에게 집중했다.

" 난, 육십이. "

" 저,저는··· 사십오.. 미,미안합니다. "

자신이 팀원에 비해 현저히 적은 숫자의 좀비를 잡은 사실이 부끄럽기보다는 이후에 벌어질 일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 돌아올까 두려워하는 목소리였다. 그런 신입 나이프의 숙인 뒷통수를 노려보며 주먹을 슬쩍 들어올렸다 내린 페스트가 한숨을 쉬며 말한다.

" 휴우··· 아..직.. 각성한지 얼마 안됐다는 건 말야.. 핑계야. 알지? 팀장에게 그런 말은 뭘 뜻하는지... "

" 나도.. 압니다. 까득. "

그나마 멀쩡한 인물을 가진 나이프가 악귀같이 얼굴을 구기며 이를 간다. 인간은 상식이라는 선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 선을 넘지 않으려 인간은 노력을 하거나 혹은 넘었더라도 그 사실을 숨긴다.

하지만 사스는 그 선을 넘지 않는다. 왜냐면 선이 없으니까. 나이프는 팀장과 같이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몸이 마치 합체로봇인 줄 알았다. 수시로 팔다리를 잘렸다가 다시 붙였다하니까.

이번에 상대팀에게 진다면 팔다리 하나로 끝나지 않을꺼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아마 죽이지는 않으리라. 그나마 그녀도 개미눈물 만큼이지만 이성이라는게 있으니까.

그런 두려움도 컸지만 팀장에게 물들었는지 죽기보다 싫은게 상대팀에게 지는거였다. 분한듯 주먹을 움켜쥐는 나이프에게 시선을 돌리며 페스트가 중얼거렸다.

" 백팔십.. 나쁘지 않아. "

대략 삼백여마리로 보였던 좀비무리였기에 긴장한 표정으로 상대팀의 숫자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저쪽에 모여 쑥덕거리는 상대팀원들을 쳐다봤다. 저쪽도 만만치 않게 심각한 표정으로 서로를 비난하듯 손가락질하는 모습이 생각보다 신통치 않은 모양이다.

" 결과 발표준비. 각각 몇마리를 잡았는지 말해. "

사스가 나서자 모두가 흠칫 놀라며 눈치를 본다. 서로 나중에 말하고 싶은 눈치였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다희가 정리하듯 말했다.

" 동시에··· 말해. "

" 네, 저희팀은 백팔십.. 입니다. "

" 백팔십마립니다. "

각 대표로 페스트와 쌍둥이중 하나가 나서며 말한다. 그리고 서로 쳐다봤다. 기적적으로 같은 숫자가 나온 것이다. 무승부.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무언의 눈빛이 서로 오고갔다. 비록 경쟁상대지만 같은 처지라 그런지 동질감을 서로 느낀듯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적대감이 없었다.

사스와 다희는 그런 그들에게 더 이상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고 무승부인 상황을 그냥 넘어가기 싫은 듯 서로를 바라보며 결정을 내렸다.


" 처리했..다고 들었는데. 니들 상태가 왜 그래? "

각각 왼쪽 뺨이 퉁퉁부어오른 상태로 들러붙는 그녀들을 쳐다보며 묻는 바위였다. 하지만 그녀들에게 별다른 대답을 듣지 못한 바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모임의 정찰조와 순찰조는 끊임없이 쉘터 주변을 확인했다. 그런 그들의 주 임무중 하나가 좀비무리의 이동경로 파악과 경로를 변경시켜 쉘터의 안전을 책임지는 역할이었다.

문제는 요즘들어 갑자기 늘어난 좀비무리의 숫자였다. 서울 북동부에 위치한 이곳은 서울에서 외곽지역이기도 했고 지정학상 좀비무리의 이동경로를 벗어난 지역이었다. 물론 일주일에 한번꼴로 여섯자리 숫자가 이 근처를 지나가고 세자리 숫자는 수시로 지나갔지만 요즘처럼 매일 몇번씩이나 경보가 울린 정도로 나타난 적은 처음이었다.

모임의 수뇌부는 그런 현상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가졌고 자연스런 것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바위에게 도움을 요청해 좀비무리의 숫자를 줄여달라고 한 것이다.

그렇게 사이퍼 두팀이 모두 움직여 처리하기로 결정한지 몇일이 지났다. 그들의 전력으로는 세자리 숫자의 좀비떼들은 정리할 수 있었지만 그 이상은 무리였다. 바위까지 합류하면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쉘터 방위에 공백이 너무 커지기 때문에 팀장급인 사스와 다희도 되도록이면 힘을 아끼는 방향으로 처리했다.

벌써 열개에 가까운 좀비무리를 청소했지만 체감상 매일 지나다니는 좀비떼의 숫자가 줄어든것 같지 않아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었다. 유인조에 더 많은 인원을 배치해 사전에 다른 곳으로 유인한 무리들이 많아 그나마 쉘터와 직접적인 부딪힘이 없을뿐 그것도 시간문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 서울인구가 천만명이 넘는다고 봤을때.. 단순히 팔십프로가 감염됐다고 계산하면 팔백만명이상.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

최근 제비와 나눈 이야기들 중 한마디였다. 통계적으로 몇프로가 살아남고 몇프로가 감염됐는지 모르지만 그들이 느끼기에는 팔십프로 이상이 희생된 것이 분명했기에 저런 계산이 나온 것이다. 엄청난 숫자였다. 세계적으로 따지면 그리 큰 숫자가 아닐지 몰라도 메가시티라 불리는 서울이란 도시만 보자면 일구 밀집이 손꼽히는 도시였기에 다른 나라에 비해 좀비의 밀집도도 엄청나리라. 물론 중국에 비하면 그 상황이 양호하지만.

이런 상황을 어떻게 통제해야 할지 모임의 수뇌부들은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바위는 밖으로 빠져나와 몸을 피해 두 팀장의 보고를 듣고 있는 중이었다. 자신의 역할은 그들과 같이 머리를 싸매고 앉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 오빠. 차라리 일우에게 좀비무리를 통제해서 다른쪽으로 돌리는게 어때? "

사스가 바위를 올려다보며 자신의 의견을 내비친다. 고양이 눈매로 귀엽게 올라다보는 그녀를 다른 이들이 봤다면 두눈을 파버리고 싶을 충동을 느꼈으리라. 하지만 당연한듯 그런 그녀를 보면서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꾸하는 바위였다.

" 이미 유인조에 들어갔어. 일우의 경우에도 수백의 좀비를 통제하려면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것같아. 생각보다 효율적이지 못해. "

" 분명··· 원인이 있어.. 그걸.. 찾아야.. 해. "

바위도 다희와 같은 의견이었다. 그리고 모임의 수뇌부도 그런 생각에 동조하고 있지만 원인을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 맞는 말이지만, 확실한 방법이 없는 상태야. "

시무룩한 다희의 긴 생머리를 만지던 바위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 역시, 단순한게 최고일 수도 있어. 지금부터 사이퍼팀들은 쉘터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쉘터와 동선이 겹치는 좀비떼들만 상대해. 최대한 충돌을 미뤄서 힘을 아껴. "

" 어쩔··· 생각이야? "

" 내가 나선다. "

그말이 두 여자가 동시에 자신도 따라간다는 말을 꺼냈지만 바위가 단숨에 거절했다.

" 너희는 쉘터를 지켜야 해.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야 해. "

강하게 말하는 바위를 쳐다보던 그녀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안심할 수 없는 바위가 다시 한번 주의를 주었다.

" 다시 말하지만 여기를 지켜. 내가 믿을 사람은 너희들 뿐이야. 무슨 말인지 알지? "

그말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뻔히 보이는 두여자의 얼굴에 갈등이 서렸다. 하지만 바위의 쐐기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 약속을 지키면 돌아와서 선물을 주지. "

" 알..았어. 맡겨줘. "

" 오케이! 나만 믿어. 근데 혼자 움직일꺼야? "

그런 그녀들의 대답에 잠시 미소를 지은 바위가 어딘가를 보며 중얼거렸다.

" 고맙워. 일단 일우를 데려갈까 해. 분명 원인이 있다면 그 신세계나 적색 사이퍼들이 관여되어 있을것 같은 예감이니까 말야. "

그들을 가장 잘 이해하려면 같은 적색 바코드를 가진 일우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외에도 일우의 능력은 실생활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기에 같이 있는 동안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바위는 현상파악을 위해서 혹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되도록이면 많은 좀비를 청소할 생각이었다. 주인을 불러내려면 그 집안 개를 때려라는 말이 있듯이 그는 가장 단순 무식한 방법으로 결과를 만들어 낼 생각인 것이다.

물론 본인이 들었다면 질색팔색할 내용이었지만 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별 수 없이 합류할 수 밖에 없는 신세였다. 지금쯤 오한이 든 일우의 상태를 무시하며 이런 결정을 모임의 수뇌부들에게 알렸다.

한창 이 부분에 대해 논의를 하던 수뇌부들은 그런 바위의 결정을 말렸지만 지지부진 결론이 나지 않는 회의보다는 직접 움직이는 것이 나을것이라는 바위의 말에 수긍을 했다. 그리고 가장 적임자는 자신이라는 말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실제로도 모임 내 모든 사이퍼들이 다 덤벼도 이기지 못하는 상대라는 것은 저번 대결에서 충분히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단지 그가 외부로 나가면 가장 큰 전력인 바위뿐 아니라 팀장들도 따라나서는 것을 걱정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바위의 단 한마디로 해소되었다.

" 저와 일우만 나갑니다. 그외 전력은 쉘터를 지키는 걸로 협의를 했어요. "

동시에 그녀들도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걱정 반 안도 반의 표정을 지은 간부들은 바위가 없음으로 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떠올렸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중심을 잡아줄 사람의 부재였다. 생각보다 사람의 정신은 나약하다. 그런 정신적 지주인 바위의 존재는 모든 이들, 특히 전투대원들에게 큰 힘을 주었다. 만약 바위의 부재가 길어진다면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문제가 터져나올 수 있을꺼라는 것이 사장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간부들의 작은 걱정은 두 팀장의 행동을 브레이크 역할을 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안그래도 수시로 사고를 치는 사스와 간간이 일어나는 실종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다희는 오직 바위만 통제할 수 있었기에 그 걱정에 절로 얼굴이 찌푸려지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마음을 알았는지 바위가 해법을 제시한다.

" 그리고 제가 없는 동안 무력부의 부장은 소미가 맡는 걸로 하겠어요. "

" 소미? 그 아이는 치료능력자 아닌가? "

사장이 의문어린 질문을 던졌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이제껏 단 한번도 전투에 참전하지 않고 있는 치료사를 무력부장으로 앉혀 놓다니 말이다.

" 걱정하지 마세요. 그녀는 이 쉘터에서 저 다음으로 가장 강력한 사이퍼니까요. "

바위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특히 연인인 제비는 지금 무슨 말을 들었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는 얼굴로 제차 묻는다.

" 무,무슨..? 그녀는 그냥 연약한 여자일뿐.. 이야. "

" 개소리. 넌 그년의 실체를 몰라. 하긴 여자라면 감추고 싶은 비밀이 하나쯤은 있지. "

사스가 중간에 헛소리를 했지만 제비는 신경도 쓰지 않고 바위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서 답변을 해달라는 얼굴이었다.

" 말 그대로야. 소미는 나 다음으로 강한 사이퍼야. 충분히 무력부를 통제할 수 있어. "

바위의 확신에 찬 말은 수뇌부들을 패닉으로 몰고 갔지만 이후에 진행되는 일처리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준비를 시작했다. 바위의 외유에 대한 준비는 그리 길지 않았다.

바위 전용 무기를 챙기고 배낭에 몇가지 음식들과 옷가지등을 넣고 그것을 등에 맨 일우가 멍한 표정으로 따라나서고 있었다. 아직까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그렇게 바위의 두번째 외유가 시작되었다.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는 날이 어두워지는 시간이었다. 저 남쪽하늘 끝에는 먹구름이 서서히 채워지는 것도 보였다. 아직 태풍의 계절이 끝나지 않은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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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태풍 속 서울(3) 18.08.14 831 17 22쪽
65 태풍 속 서울(2) 18.08.13 809 16 23쪽
64 태풍 속 서울(1) 18.08.10 852 17 21쪽
» 확장(6) +1 18.08.09 849 18 22쪽
62 확장(5) 18.08.08 812 19 22쪽
61 확장(4) +1 18.08.07 834 23 25쪽
60 확장(3) 18.08.06 824 17 21쪽
59 확장(2) 18.08.04 806 15 19쪽
58 확장(1) 18.08.03 883 17 23쪽
57 서브웨이(5) +1 18.08.02 884 18 20쪽
56 서브웨이(4) 18.08.01 855 16 19쪽
55 서브웨이(3) 18.07.31 873 18 22쪽
54 서브웨이(2) 18.07.30 933 19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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