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조회수 :
130,929
추천수 :
2,769
글자수 :
1,307,372

작성
18.08.02 06:00
조회
883
추천
18
글자
20쪽

서브웨이(5)

DUMMY

쌔앵! 파창! 어둠을 찢으며 날아든 것은 투명한 얼음을 통으로 갈아만든 듯한 창이었다. 육안으로 확인할 정도의 속도인듯 가볍게 망치를 휘둘러 쳐내자 사방으로 얼음결정이 튀었다. 그 사이로 바위의 옷자락을 베어내고 살을 가르려는 것이 있었다.

카가각! 바위가 입고 있던 상위가 찢어져 나가며 날카로운 무언가로 쇠를 긁는 소음이 울린다. 결국 바위의 피부를 가르지 못하고 소멸한 그것을 몸으로 느낀 바위가 중얼거렸다.

" 얼음에 이어 바람인가.. 연계가 좋네. "

앞으로 날아온 것은 페이크. 실질적인 공격은 그에 따라온 바람의 칼날이었다. 한두번 합격을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잠시후 새로운 인물들이 어둠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오남일녀로 대부분 비슷한 나이대로 보였고 껄렁한 걸음거리, 표정은 양아치처럼 보였다. 그런 그들 중에는 이런상황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고개를 돌린채 외면하는 사이퍼도 있다.

정확히 푸른색 2명 붉은색 4명에 다른 색깔의 바코드가 이마에 박혀 있다. 이로써 상대편 사이퍼의 인원수는 총 8명. 자신들은 5명이지만 소미는 비전투 인원이라 빠져야 한다.

숫자의 열세지만 개의치 않은 표정의 사스와 다희가 한걸음 나선다.

" 죽이면 안되지? "

뚜두둑. 관절을 꺽고 목을 돌리며 사스가 바위를 쳐다본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저쪽에서 비웃음이 터져나온다.

" 뭐라고? 공포에 미친거냐? "

" 오늘 여기를 빠져나갈 수 있을꺼라고 믿는거야? 포기해. 크크큭. "

" 저 곰같은 놈은 조심해. 우리 연수합격을 쉽게 막아냈어. "

" 뭐 신체강화 계열인가 보지. 몸을 쇠떵이로 만드는, 뭐 그런.. "

각양각색으로 주절대는 양아치는 적색 바코드를 가진 사이퍼들이었고 한발짝 물러선채 사태를 관망하는 듯한 두명은 푸른색 바코드의 사내들이었다.

그중 붉은색 머리카락으로 염색을 한 남자가 약간 뒤로 쳐진 사내들, 푸른색 바코드를 가진 남자들을 힐끗보며 지시하듯 말한다.

" 야, 니들이 먼저 나가봐. 탐색전이라도 해봐야지. 뭐해? "

" 우,우리가? "

" 그래, 새꺄! 혹시라도 저들을 제압하면 이번 공납에서 제외시켜주지. 흐흐흐.. "

공납에서 제외시켜준다는 말에 눈빛이 돌변한 두 사내는 자세히 보니 쌍둥이였다. 머리카락 길이와 입고 있는 옷이 달라 순간적으로 구별하지 못해 이제야 알아본 것이다.

그 쌍둥이 남자들이 재차 다짐하듯이 묻는다.

" 진짜 이번에는 우리측 사람들을 안보내도 되는거지? "

" 씨발. 속고만 살았나! 그렇다고! 빨리 저 새끼들 무릎을 꿇려! "

결심한 얼굴로 한발 나서는 쌍둥이의 얼굴에는 비장함이 서려있었다. 바위가 평소에 많이 봐오던 표정,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결심한 얼굴이었다.

가만히 그들을 지켜보던 바위는 제비가 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 잘들어. 만월회가 일우를 본 것인지 재미있는 정보를 건내왔어. 붉은색 바코드를 가진 사이퍼는 기본적으로 악성향이야. 그리고 그들은 좀비와 다를께 없어. 이성을 가진 좀비. 근데 일우와 같은 케이스를 보고 새로운 가능성을 본 것같아. 그들은 그 변절자라 불리는 적색바코더를 두 부류로 구분하려고 해. 일우와 같이 인간을 먹지 않은 상태로 남아 갱생의 여지가 있는 사이퍼와 인간을 먹고 완전히 괴물이 된 변절자로 말이지. 한번 인간을 먹은 변절자는 마약과 같아 절대 끊지 못한다고 해. 그러니··· 그 구분은··· "

눈이다. 불그스름하게 변한 두 눈동자를 가진 변절자들의 얼굴을 잠시 노려보던 바위가 입을 뗐다.

" 저 둘은 내가 상대하지. 나머지는··· 죽여. "

그 동안 상황을 지켜만 보던 바위가 손을 풀며 나가자 순간적으로 장내가 꽉 차는 기분이 들었다.

철그렁. 쇠사슬이 부딪히는 소리가 미약하게 흐르고 한손에 쥔 거대한 망치, 해머라고 불러도 될 만한 그것을 가볍게 들어올리며 나서는 바위의 전신으로 위압감이 흘렀다.

꿀꺽. 비장한 표정으로 각오를 다진 쌍둥이의 목울대가 넘어간다. 마치 일반인이 거대한 불곰 앞에 선 기분일까. 하지만 뭔가를 생각한 듯 이를 악문 쌍둥이는 각자의 무기인 야구방망이와 각양각색의 칼들을 꺼내든 채로 대치한다.

그러는 사이에 다희와 사스 역시 준비를 마쳤다.

" 저 붉은 대가리는 내꺼야. 그 옆에 여자랑.. 큭큭큭. "

금방이라도 자신의 마체테에 흠뻑 적실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입꼬리를 올린 사스가 막 몸을 날리려는 순간 네명의 변절자를 덮치는 가시줄기들이 보였다.

" 이런 씨.. 하앗! "

이미 다희는 뽑아든 레이피어를 상대에게 꽂아 넣고 있었기에 사스는 별다른 말도 못하고 다급하게 전장으로 뛰어든다. 그렇게 장내는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여전히 바위와 대치중인 쌍둥이들은 탐색 중인지 섣불리 달려들지 못하고 있다.

" 너희들과 할 이야기가 많다. 어서 덤벼라. 죽이지는 않을테니.. "

자신들의 몸통만한 망치를 들어올리며 낮은 음성으로 말하는 바위의 위압감에 쌍둥이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기합을 질렀다.

하아압! 차앗!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며 하체를 쓸어가는 한명과 어디서 꺼내든건지 대여섯개의 칼날을 날리는 다른 한명의 공세는 톱니바퀴처럼 딱딱 맞아들어갔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바위가 망치를 휘두르며 중얼거린다.

" 꽤 연습을 많이 했군. 하지만 사이퍼들의 싸움은 그런 단순한 움직임으로 승패를 가를 수 없어. "

휘두른 망치에 걸린 칼날들이 사방으로 튕겨져 나가고 한걸음 내딘 걸음으로 다른 발을 내지른 바위의 발길질에 가슴을 쳐맞은 쌍둥이가 뒤에서 다시 급히 칼을 뽑아들고 있는 자신의 쌍둥이 형제에게 날아가 뒤엉켰다.

" 1번 강화계와 3번 정신계열인가? 어설퍼. 다시 들어와라. "

만월회의 정보를 들은 바위는 사이퍼를 상대할때 상대 능력을 추측하며 상대하는 버릇을 들였다. 다른 변수를 만들 수 있는 여지를 줄이고자 한 행동이다.

기본적으로 사이퍼는 신체능력이 극대화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언듯 보면 강화계처럼 보인 사이퍼가 갑작스런 능력의 발현으로 판도를 뒤짚을 수 있다는 제비의 조언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건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주변인들의 안전을 위해서 였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펑! 알루미늄 배트가 예고없이 터져나간다. 얇게 쪼개진 배트 조각들은 마치 하나하나가 칼날처럼 변해 바위의 전신을 쓸고 지나갔다. 그 뒷편에 있던 소미와 서훈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날카로웠다.

" 2번 사물계열··· 이건 좋네. "

한손을 들어 얼굴을 가린채 알루미늄 조각들을 맨몸으로 받아낸 바위가 입꼬리를 올렸다. 허를 찌르는 공격이었다. 하지만 파괴력이 모자란다.

후두둑. 바위의 피부에 닿아있던 조각들이 바닥에 떨어져 내리는 모습에 이를 악문 쌍둥이 형제가 다시 자세를 잡는다. 전혀 타격이 없는 바위를 질린 눈빛으로 보고 있지만 포기한 얼굴은 아니었다.

촤르륵. 쿵. 바위의 팔뚝에 감긴 쇠사슬과 그 끝에 달린 망치가 바닥을 울리며 떨어진다. 그렇게 무기를 내려놓은 바위가 뼈마디를 꺽으며 조용히 입을 연다.

" 지금부터 너희를 진심으로 만들어주지. 죽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

힐끔 소미를 바라본 바위는 단단한 표정으로 복싱 자세를 잡았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의아하게 바라봤지만 투지를 끌어올리며 외쳤다.

" 우리를.. 커억! "

퍼억! 쾅! 쇠가죽을 때리는 소리와 함께 쌍둥이 중 하나가 천장을 솟구쳐 오른다. 위쪽 콘크리트에 금이 갈 정도로 쳐박힌 그가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다른 쌍둥이가 옆 벽면에 파고들듯이 박혔다.

중력에 의해 다시 바닥으로 자유낙하하는 그의 몸에 바위의 킥이 박혀들며 벽면에 박힌 쌍둥이와 한 몸이 된채 쳐박힌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다른 쪽에서 전투하고 있는 인원들은 무슨 일이 벌어진지 눈치채지 못하는 모습이다. 아니, 그들도 지금 목숨이 오고가고 있는 상황이라 돌아볼 여유가 전혀 없었다.

" 커컥, 허억.. "

간신히 벽면에 박힌 몸을 뽑아낸 쌍둥이는 함몰된 가슴과 최소한 열대이상은 갈비뼈가 나간듯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다. 다른 한쪽은 몸의 절반이 만신창이가 된듯 제대로 서 있는게 기적처럼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 커억.. 괴물.. 왜? "

짧은 단어속에 수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쌍둥이는 궁금했다. 저런 괴물같은 능력을 가진 사이퍼가 왜 여기를 쳐들어 왔는지, 이유, 목적등 모든것이 다 의문이었다.

" 아직이다. 무기를 들고 능력을 모아. "

뭐가 아직이란 말인가? 여기서 한대만 더 맞으면 즉사일 정도로 몸상태가 죽기일보 직전인데.

" 너희는 아직 자신들의 몸이 얼마나 튼튼한지 모르는군. 봐라. 벌써 뼈가 붙기 시작했다. "

바위가 손짓으로 가르킨 그들의 몸은 어느새 덜렁거리는 팔뼈가 제자리를 찾아 붙었고 가슴을 찌리는 통증도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다시 바위를 상대해야 한다는 사실에 절망적인 표정을 지은 쌍둥이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무기를 들어올린다.

" 간다. "

팟. 퍼퍽. 가볍게 바닥을 찬 바위가 스템을 밟으며 눈깜짝할새에 접근해 잽과 비슷한 펀치를 날린다. 미리 대비한 덕분에 간신히 막으며 물러선 쌍둥이는 에너지를 극한까지 끌어올리며 외쳤다.

" 이렇게! 지지 않아! "

" 우하앗! "

다시 대여섯개의 칼날이 날아들고 그 뒤로 쌍둥이 한명이 따라붙으며 기합을 내지른다. 그 순간 사방에서 누군가가 조정하듯 각기 다른 방향으로 덮쳐가던 칼들이 퍼퍼펑 소리를 내며 터져나간다. 그 쇠조각들이 비처럼 바위를 덮쳐가고 그 뒤로 칼을 든 쌍둥이가 필사적으로 바위에게 뛰어든다.

" 이미 한번 쓴 수법은 두번 다시 통하지 않아. "

손바닥을 활짝 편 바위가 팔을 들어 그대로 내려긋는다.

후웅! 순각적으로 그의 손바닥이 지나간 길을 따라 생성된 기류에 상대적으로 가벼운 쇠조각들이 이리저리 휘돌며 길을 잃는다. 그렇게 자신의 길을 잃은 쇠조각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사방으로 부딪히거나 떨어져 내린다.

그사이에 바위의 전면에 도착한 쌍둥이중 한명이 온힘을 집중한듯 일그러진 얼굴로 칼을 들어 바위의 심장어름에 꽂아넣으려 한다. 하지만 다시 손바닥을 올린 바위가 자신의 가슴 앞까지 온 칼날을 꽉 움켜쥐었다.

" 이..익! "

팡! 오직 바위의 가슴에 칼을 꽂아넣겠다는 일념으로 스패너에 잡힌듯 꼼짝하지 않는 칼에 온힘을 다하며 다른 것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그에게 바위가 다른 손바닥을 휘둘러 따귀를 날렸다.

마치 달려오는 차에 치인듯 자신의 쌍둥이 형제에게로 날아가 함께 뒹군다. 아직 아까 충격이 남아 있었던지 뒹어켜 쓰러진 쌍둥이들은 쉽게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었다.

그 중 바위에게 정통으로 뺨을 맞은 쌍둥이는 한쪽 얼굴이 뭉개져 예전의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거기에 개거품을 문 꼴이 이미 정신이 나간듯 보인다.

그런 자신이 형제를 가까스로 부축해 앉히며 다른 쌍둥이가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 도,도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어! 씨발! 우리 가족들, 친구들이 좀 제대로 살고 싶은것도 죄야! 저 개새끼들에게 그토록 시달린 우리를 왜 그냥 놔두질 않는 거냐고!! 흐흑.. "

절망적인 얼굴로 고개를 숙이며 흐느끼는 그는 자신의 형제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더욱 절망한다. 도저히 살아날 가망성이 없을 정도로 다친 그를 보며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인 것이다.

그런 쌍둥이에게 다가가는 인물이 있다. 바로 소미였다.

" 걱정하지 말아요. 당신들은 죽지 않아요. "

부드럽게 말한 소미의 손에 빛이 맴돈다. 그 빛이 살아있는 듯 그녀의 손을 떠나 쓰러져 있는 쌍둥이들의 몸에 깃들며 그들의 몸을 희미하게 빛낸다. 그러자 서서히 마치 시간이 되돌려지듯이 그들의 상처가 원상태로 복귀되는 것이 눈에 보일정도로 빠르게 아문다. 부서진 뼈조각이 제자리를 찾아 붙고 터진 살과 찢겨진 근육들이 아무는 모습은 그녀를 성녀처럼 보이게 했다.

그동안 소미가 치료한 인원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 과정에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시킨 소미는 전혀 새로운 경지에 들어섰다. 아마 바위를 빼면 쉴테에서 가장 빠른 렙업을 보여준 사이퍼는 그녀일 정도로 한시도 쉬지 않고 치료를 해나갔다.

그녀에게는 이정도의 상처는 매일 찾아오는 사스와 다희의 상처에 비해서 그리 중하지 않을 정도였기에 어렵지 않게 치료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치료를 당하는 입장에서는 정신적인 충격과 비현실적인 광경에 넋을 놓을 수 밖에 없다.

지금의 쌍둥이처럼. 도저히 믿기지 않는 얼굴로 자신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아직 정신못차리고 쓰러져 있는 형제의 상처가 치료되는 과정을 지켜본 쌍둥이중 한명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쪼아린다.

" 가,감사합니다. 다,당신은.. 천사입니까? "

" 네? 호호, 아니에요. 그냥 당신과 같은 사이퍼 중 한명일뿐이에요. 일어나세요. "

"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네 형제와 같이 저쪽에서 대기하고 있어라. "

여전히 소미를 신성시하는 천사를 보는 눈빛과 자세로 대하던 쌍둥이는 바위의 낮은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물러서며 경계한다.

" 놀라지 말아요. 이 싸움은 당신들이 졌어요. 그의 말에 따르세요. "

" 네..?! 알겠습니다. 천사님. "

뭔가 오해를 하는듯 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는 소미와 바위는 그들에게 관심을 끊고 장내에서 아직도 깽판치고 있는 이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쌍둥이가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해도 남아있는 에너지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는 바위였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가장 치열한 곳은 의외로 가장 오랫동안 전투가 이어지고 있는 일우측이었다. 일대이로 싸우던 그들은 그래도 바위와 사스, 다희에게 시달리며 쌓아온 일우의 경험때문인지 잘버텨내고 있었다. 오랜 전투에 에너지가 서로 바닥을 친듯 이제는 거의 육탄전으로 바뀌어 있었다. 주먹질과 발길질이 이어지는 지저분한 싸움은 아직 끝나려면 시간이 필요할 듯 했다.

사스와 다희측은 벌써 끝났어야 할 전투를 근근이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었다. 전투센스, 경험, 능력치까지 그냥 봐도 압도적인 그녀들의 합공을 단 네명이 지금껏 버텨낸것은 기적에 가까웠다.

하지만 금세 그 이유가 드러났다. 그녀들은 자신들의 적을 상대하는 것보다 서로에게 피해를 주려고 움직이는 횟수가 더 많았다. 지금처럼 다희가 레이피어로 저 바람을 일으키는 여자의 턱을 뚫어 버릴 찰나에 사스의 마체테가 그 여자의 목을 치기 위해 날아와 다희의 움직임을 방해한 것이다. 혹은 실수로 위장해 고의적으로 사스의 아래로 가시줄기를 만들어 사스를 갈기갈기 찢으려고 하는 것등.

마치 두명이 네명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한명이 다른 한명과 쪼무래기 네마리를 상대하는 모습이다. 한마디로 개판이다.

전투경험이 별로 없는 소미마저도 그런 기색을 느꼈는지 의아한 시선으로 바위에게 묻는다.

" 쟤들..? 지금 뭐하는 거에요? "

" 놔둬. 서로 친해지기 위해서 저러는 거니까. "

그런 대답에 어이없이 바위를 쳐다보던 소미가 절래절래 고개를 흔든다. 두번 친해지면 토막내서 장식하겠다는 말을 삼키며 일우의 개싸움으로 시선을 돌린다.

이젠 서 있을 힘도 없는지 비틀거리며 주변에 있는 물건들을 던지고 햘퀴고 급소를 치는 저질의 싸움이 보인다. 막 급소치기를 성공시킨 일우가 다른 적의 눈을 파려고 손가락을 찌르는 광경을 보며 소미가 중얼거린다.

" 어, 여자는 남자처럼 저렇게 급소치기가··· 저런! "

메두사처럼 머리카락을 뱀으로 변형시키던 여자가 급소치기를 맞고는 잠시 멈칫하다가 곧바로 반격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녀가 발을 들어 역으로 일우의 급소를 차버리는 모습이다.

본능적으로 허벅지를 오므렸지만 늦었다. 팡! 쩍! 실제로 들리진 않지만 누군가의 귓가를 울리는 소리와 함께 일우가 그대로 주저앉는다. 엎어진 일우는 컥컥 대며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채 벌어진 입가로 침이 뚝뚝 떨어져 내리는 모습은 그가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바위도 살짝 미간을 찡그렸지만 굳이 나서서 도와주지 않았다.

" 이새끼! 뒤져라! "

이때다 싶어 엎어진 일우의 등짝과 옆구리를 걷어차며 밟아대던 그 남녀, 조장과 메두사는 문득 서늘한 공기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런 그들의 눈에 커다란 바위처럼 제자리에 서서 팔짱을 낀채 자신들을 내려다 보는 사내의 모습이 들어온다. 마치 하던 일 계속하라는 듯이 무심하게 쳐다보는 그를 의식한 그 남녀는 서로에게 눈짓을 하며 슬그머니 일우의 몸위에 있던 발을 내려놓았다.

한쪽 구석에 패배의 기운을 풀풀 풍기며 쭈그리고 있는 쌍둥이들을 본 것이다. 거기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 사이퍼까지. 에너지가 바닥이 난 자신들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상태였다.

그런 그 남녀의 이마에 박혀 있는 바코드를 지긋이 쳐다보던 바위가 묻는다.

" 너희들은 관계가 어떻게 되지? "

" 무슨..? 그냥 동료다! "

조장이라는 남자가 외치듯 대꾸한다. 그 소리에 끄덕인 바위가 메두사에게 시선을 준다.

" 넌.. 어떻게 식인을 참았지? "

" 무슨 개소리야! 씨발. 나를 저 새끼들과 같은 취급을 하지마! "

격렬한 반응. 흔들리는 눈동자. 그녀가 보인 모든것을 종합해 바위가 판단했다. 어떤 사정인지 몰라도 이 여자는 적색 바코드를 하고도 식인의 유혹을 참아낸 것이다. 그 증거로 깨끗한 눈동자가 보인다.

" 흠. 일단 그건 알아봐야 겠군. 너희들도 계속 싸울 생각인가? "

바위의 질문에 서로 돌아본 그들은 이내 고개를 젓는다. 이미 상황은 끝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에 더이상의 저항은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 증거로 사스와 다희가 막 한명의 상대 사이퍼를 찢어내고 있는 중이었다. 나머지 세명의 눈동자에도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죽어 있는 건어물상의 동태를 보는 듯한 눈들이었다.

그들도 아는 것이다. 그녀들과 자신들의 수준차이를.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 또한.

두손을 내리며 조장이 힘없이 말을 던졌다.

" 졌다.. 니들 맘대로 해라. 죽이든 살리든.. 젠장할.. "

" 좋아. 너희들도 저 쌍둥이 옆으로 가서 서있어. 금방 정리하고 나갈테니. "

이미 의욕도 희망도 없는 그들은 터벅터벅 걸어 쌍둥이쪽으로 다가섰고 막 다희와 사스의 전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소미는 서훈의 눈을 막고 있고 바위는 뭔가를 생각하는 듯 전투에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는 모습이었다.

" 깔깔깔. 내가 잡았다. 썅년아! "

마지막 남은 여자의 머리채를 잡고 머리를 뽑아든 사스가 외치는 소리가 지하철을 크게 울린다. 사방의 벽들이 온통 피칠갑을 한상태로 마치 추상화처럼 발라져 있고 바닥에는 끈적거리는 피웅덩이가 만들어져 있었다.

예전 사이퍼였던 시체들이 조각조각 나뉘어 고물처럼 여기저기 나뒹굴고 내장인지 뇌수인지 모를 회백색 이물질도 떠다니는 모습은 지옥이 현세에 강림한 모습처럼 보인다.

그 위에서 여자의 머리채를 잡고 깔깔거리며 들어올린 사스는 악마의 현신이었다. 그 여자의 머리통을 그대로 뽑아냈는지 딸려나온 척추가 마치 하얀색 뱀처럼 횃불의 불빛에 흔들거렸다.

그런 모습에 구석에서 벌벌떨며 지켜보던 쌍둥이와 두 남녀는 그냥 여기서 죽는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이대로 끌려가면 온몸을 해부당해 실험체로 쓰이다 화장터나 강물에 버려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것이다. 공포가 온 뇌리를 잠식한 것이다.

하지만 그 생각은 실행에 옮기지 못했고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곧 그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실행에 옮기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3 The Gear(1) +1 18.09.05 774 18 22쪽
82 국내 상황(6) +1 18.09.04 794 18 19쪽
81 국내 상황(5) +1 18.09.03 755 16 19쪽
80 국내 상황(4) +2 18.08.31 798 16 18쪽
79 국내 상황(3) 18.08.30 791 18 19쪽
78 국내 상황(2) 18.08.29 800 20 19쪽
77 국내 상황(1) 18.08.28 791 17 19쪽
76 38선(6) 18.08.27 777 20 22쪽
75 38선(5) +2 18.08.24 778 19 21쪽
74 38선(4) +1 18.08.23 790 20 22쪽
73 38선(3) 18.08.22 791 14 20쪽
72 38선(2) 18.08.21 826 19 21쪽
71 38선(1) +1 18.08.20 817 19 23쪽
70 태풍 속 서울(7) 18.08.18 856 19 22쪽
69 태풍 속 서울(6) +2 18.08.17 799 21 21쪽
68 태풍 속 서울(5) +1 18.08.16 802 16 21쪽
67 태풍 속 서울(4) 18.08.15 803 15 21쪽
66 태풍 속 서울(3) 18.08.14 831 17 22쪽
65 태풍 속 서울(2) 18.08.13 808 16 23쪽
64 태풍 속 서울(1) 18.08.10 852 17 21쪽
63 확장(6) +1 18.08.09 848 18 22쪽
62 확장(5) 18.08.08 812 19 22쪽
61 확장(4) +1 18.08.07 834 23 25쪽
60 확장(3) 18.08.06 824 17 21쪽
59 확장(2) 18.08.04 806 15 19쪽
58 확장(1) 18.08.03 883 17 23쪽
» 서브웨이(5) +1 18.08.02 884 18 20쪽
56 서브웨이(4) 18.08.01 855 16 19쪽
55 서브웨이(3) 18.07.31 873 18 22쪽
54 서브웨이(2) 18.07.30 933 19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