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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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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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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07,372

작성
18.08.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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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태풍 속 서울(5)

DUMMY

" 당신.. 강해. "

차가운 목소리. 마치 냉동창고에서 흘러나오는 냉기처럼 주변 온도를 떨어뜨리는 그녀의 목소리였다.

그런 차가움을 느껴서 인지 아니면 자신의 동료들이 한줌의 핏물로 변해 철길을 적시고 있는 모습을 봐서인지 바위의 안내를 맡은 사이퍼가 연신 몸을 떨어대고 있었다. 흔들리는 전등불빛 아래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듯한 그녀는 신비로우면서 섬뜩한 무언가 있었다.

" 난, 다크. 넌? "

자신을 다크라 소개한 그 여자는 바위에게 잠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 어떻게, 왜 이곳을 온거지? 다크. "

바위는 대답 대신 질문을 했다. 다크는 그런 바위의 화법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고개를 꺄웃거리며 중얼거렸다.

" 같은 남자? 죽여야 해. 근데 강해. 어쩌지? "

바위는 그런 그녀를 조용히 지켜봤다. 어쩌면 이런 상황이 조금 익숙하고 낮이 익었다. 그의 경험상 이 다음 결론은 언제나 뻔했다.

검은색 드레스가 미니 드레스로 변하면서 흘러내린 어둠이 바위와 그 앞에 멍하니 서 있던 사이퍼를 덮어갔다. 빨랐다.

' 위험.. '

바위는 멍하니 어둠이 자신들을 덮쳐오는 광경을 지켜보고만 있는 사내를 위해 움직인 것이 아니라 상대 공격 범위가 워낙 넓어 어쩔수 없이 나서게 되었다.

쾅! 휘두른 망치에 어둠이 출렁였다. 다크는 근접전 특화인 바위와 비교해 상성우위에 있었다.

" 우아악! "

그제야 자신이 어둠이 묻힐뻔 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용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뒷걸음질쳤다. 그런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철길에서 플랫폼으로 올라오는 여자, 다크에게 시선을 고정하는 바위였다.

다크도 본능적으로 바위가 강하다는 사실을 느낀듯 신중한 모습이었다. 열차 플랫폼안은 그다지 밝지 않았지만 다크가 나선뒤로는 한층 더 어두워진 느낌이었다. 그런 다크의 어둠이 발밑으로 깔리며 범위를 넓혀갔다.

그 범위가 뒷걸음질치고 있는 용수의 발아래를 넘어 플랫폼을 가득 메워가고 있었다. 하지만 전등아래로 비춰지는 흔들리는 그림자와 어둠에 휩싸인 다크의 존재는 은밀하게 발밑으로 세력을 넓히는 어둠의 존재를 감춰주고 있었다.

뿌드득! 꽈직! 용수가 벌렁덩 넘어지며 비명을 질렀다. 그렇게 그가 데굴데굴 구르며 잡고 있는 것은 돌아간 발목이었다.

바위는 은밀하게 다가와 자신의 발목을 비트는 힘을 느꼈지만 생고무같은 근육과 강철같은 뼈에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 물론 단단한 바위의 신체스펙이 아니라도 이 정도 공격에 피해를 입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그 사이 바위가 발을 들어올려 내리찍었다.

쾅! 바위주변에 흐르고 있던 어둠이 물결처럼 흔들리며 물러선다. 그리고 그대로 다크를 향해 몸을 날려 거리를 좁혔다.

바위는 무슨 생각인지 거리를 좁히며 망치 대신 주먹을 들어 내질렀다. 그런 바위의 전면에는 이미 어둠이 살아있는 생물처럼 몸을 일으켜 다크의 전면을 막아주고 있었다.

바위의 주먹은 그럼 어둠과 충돌하지 않고 그대로 쑥 빨려들어가듯 지나쳐 다크를 후려쳤지만 걸리는 것은 없었다. 오히려 바위의 몸 절반 이상이 어둠에 파묻혀 버렸다.

그리고 어둠이 이빨을 드러내 바위를 잘근잘근 씹는 소리가 어둠속에서 들려왔다. 꽈득! 까드득! 바위는 그 안에서 비틀리고 프레스로 내리누르는 듯한 압력을 그대로 느끼고 있었다.

' 대단하군. 다희의 가시줄기처럼 날카롭지 않지만 범위, 범용성이 넓고 뛰어나. 하지만.. '

" 힘이 분산되어 있어. 다수의 적에 강력할지 몰라도 대인전에는 약점을 노출시키지. "

바위가 몸을 비틀며 주먹을 휘두르자 어둠이 흩어지며 바위의 몸이 드러났다. 이미 입고 있는 옷은 가루가 되었지만 바위의 몸에는 생채기 하나 나있지 않았다. 그런 바위의 구릿빛 피부위에는 아지랑이처럼 무언가 감싸고 있었다.

이미 사방 몇미터는 완전한 어둠속이었다. 다크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몇번 주먹을 휘둘러 어둠을 흩어냈지만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 그녀는 오리무중이었다. 하지만 바위는 전혀 당황하거나 서두르지 않았다.

" 너는 본능적으로 능력을 사용하고 있구나. 어떤 수련이나 훈련을 통하지 않고.. 자신이 생각과 다른 상황에 맞닥드리면 그 한계가 드러나지. 지금처럼.. "

바위는 지금 목숨을 건 대결이라기보다는 지도대련처럼 장단점을 짚어주며 그녀를 상대하고 있었다. 이미 이 대결을 끝내려고 했으면 초반에 끝이 났겠지만 바위는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그녀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다희와 사스의 모습뿐 아니라 그 슬픔과 아픔까지 보였기 때문이었다.

깊고깊은 어둠. 절망과 고통만 자리하고 있는 그녀의 눈속에는 단하나의 일념만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외치고 있었다.

- 나를 죽여줘. 넌 그럴수 있잖아. 어서 나를!

무표정한 그녀의 뒤로는 일그러진 얼굴과 피눈물을 쏟아내고 있는 그녀의 민낯이 보였다.

조금 더 힘을 주어 몸을 회오리처럼 돌리며 주먹을 휘둘렀다. 순간적으로 사방을 가리고 있던 어둠이 바람에 맞은 연기처럼 사방으로 휩쓸려나갔다. 그 속에서 알몸으로 서 있는 여인, 다크가 바위를 무표정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눈이 마주친 것은 순식간. 이미 짧은 시간에 어둠은 그녀를 보호하듯 모여들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위치가 파악된 이상 타겟을 놓칠 바위가 아니었다.

탁, 쉭! 팡! 캉! 가볍게 발을 굴러 그녀에게 접근한 바위가 가볍게 레프트 훅을 날렸다. 도저히 눈으로 쫒을 수 없는 스피드의 주먹은 어둠을 뚫고 그녀에게 직격했다. 마치 강철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한 인영이 어둠을 뚫고 튕겨져 나갔다. 다크였다.

철퍼덕. 플랫폼의 차가운 바닥을 구르는 그녀를 쫒아간 바위가 그녀의 머리로 로우킥을 날렸다. 숨쉴틈없이 이어지는 연격이었다.

하지만 이미 그녀의 주변 몇미터가 어둠으로 잠식되어 있었고 바위의 공격은 허공을 때렸다. 그 잠깐 사이에 어둠속으로 숨어든 것이었다.

더욱더 짙어진 어둠속에 갇힌 바위 주변의 어둠이 요동쳤다. 그 사이에 다크가 뭔가를 깨달았는지 어둠이 뭉쳐져 회오리를 만들고 있었다. 사방으로 뒤틀리는 어둠은 아까의 단순한 패턴을 벗어나 진화를 하고 있었다.

합! 바위는 자신이 만들어놓은 에너지필드가 조금씩 깍여가는 것을 느끼며 기합과 함께 미소를 지었다.

' 확실히 전투센스가 타고났어. 사스나 다희보다 더.. '

처음 부딪혔을때부터 느꼈다. 분명히 각성 에너지가 크지 않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크가 능력을 다루는 스킬은 바위가 본 사이퍼중 가장 뛰어났다. 능력을 거의 매시간 매분 쉬지 않고 사용해 마치 손발처럼 사용하는 경지를 이룬듯 보였다.

거기에 더해 과감한 손속. 어떤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는 독심. 뛰어난 선천능력이 결합되어 여기서 본 쓰레기 사이퍼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사이퍼였다.

바위의 기합에 순식간에 밀려난 어둠은 바위를 중심에서 밀려났지만 아까처럼 완전히 흩어지지 않고 어둠을 유지하고 있었다. 매 순간 발전하고 있는 다크였다.

밀려난 어둠은 괴물의 아가리처럼 변해 바위를 씹어삼키기 위해 주둥이를 닫았다. 하지만 어둠의 이빨들이 바위에게 닿기전에 이미 바위는 어둠을 뚫고 다크에게 다가섰다. 잠깐이지만 다크의 에너지파동을 느껴 위치를 파악한 것이었다.

콰앙! 바위는 군실전 무예 중 가장 강력하다는 시스테마의 응용동작을 사용해 손바닥으로 다크의 전신을 난타했다. 마치 망치로 강철을 때리는 소리가 울렸다. 무려 다섯번을 휘둘렀지만 타격 후 굉음은 한번만 들릴 정도로 빠른 타격이었다.

" 크윽! " 처음으로 다크의 입에서 신음이 흘렀다. 이미 어둠은 걷혔고 드러난 장내는 바위의 옷가지가 걸레가 된 채로 걸치고 서 있고 그 앞에 무릎을 꿇은 나체의 여자, 다크가 부러진 팔다리와 움푹 들어간 옆구리를 잡은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때마침 발걸음 소리가 위에서 들려왔다. 그 발걸음의 주인공은 일우로 화가 잔뜩 난 얼굴로 바위의 뒷모습을 발견하고 막 뭐라고 소리치려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나체의 여자를 발견하고 입을 막는 모습이었다.

일우가 본 역플래폼은 난장판이었다. 여기저기 깨진 타일과 방금전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먼지가 사방을 날라다니고 있는 와중에 비틀린 발목을 잡고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계단쪽으로 기어가는 남자까지. 항상 그렇지만 바위가 있는 곳은 개판이었다.

어둠에 잠겨있는 철길에는 마차와 비슷한 것이 언뜻보였다. 도저히 궁금함을 참지 못한 일우가 물었다.

" 바위. 그 여자는 또 뭐고? 저건 뭐야? 아, 그전에 도대체 어디서 뭔짓을 한거야? 지금 밖에 난리가··· "

지난 시간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알아챌 정도로 지나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인 바위가 대꾸했다.

" 일단 여기를 정리했어. 그리고··· "

눈길을 내려 기절한 다크를 바라봤다. 고개를 숙인채 정신을 놓은 그녀의 귓가에서 흘러내린 핏물이 턱선을 타고 뚝뚝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첫 타격때 고막을 뚫고 뇌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 것이다.

한쪽 무릎을 굽힌 바위가 시선을 내려 다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타까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너는, 너희는 뭐가 그리 힘드니.. 왜 그리 슬픈 얼굴로... "

그런 바위와 다크를 조용히 쳐다본 일우는 상황파악을 끝냈다. 저기 멍청한 얼굴의 남자 사이퍼를 제외하고는 수뇌부들을 처리했을 것이란 사실과 무슨 이유인지 저 여자를 살려둔 바위는 이곳을 정리할 생각인듯 했다. 그 정리 방법은 정확히 몰랐지만 조만간 이곳을 떠날 것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잠시간이 지나고 바위가 몸을 일으키며 다크를 앉아 들자 일우가 급히 물었다.

"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원하는 정보는 얻은거야? "

" 그래. 우린 오늘 여기를 떠난다. "

" 어떻.. 휴우. 그래 니 맘대로 해라. "

일우는 바위에게서 정확한 설명을 들을 것이라는 희망을 접었다. 아직도 멍청한 얼굴로 엎어진 남자를 챙겨오라는 말을 남긴 바위가 위층으로 올라가자 한숨을 내쉰 일우가 발길질로 남자의 정신을 깨워 데리고 발길을 옮겼다.

일우의 말대로 윗층 상점과 사창가는 어수선했다. 큰 사고가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삼삼오오 모인 이들의 눈빛은 불안, 기대, 호기심등으로 빛나고 있었다. 또 누군가는 이리저리의 눈치를 보며 한탕을 하려는 자들과 어떻게든 질서를 유지하려는 기존의 경비원들, 그런 그들을 보며 몸을 사리는 군상까지. 터지기 일보직전의 폭탄처럼 장내가 들끓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예상한듯 거침없이 움직인 바위는 그런 장내를 둘러보다 은밀하게 움직이는 무리들을 발견했다. 그들은 적색 바코드를 가진 세명의 인물들로 우비를 걸친 상태로 경비원들을 노리고 돌아들어가고 있었다. 아마 사태파악을 가장 빨리한 조직이 기습을 한 것인지 원래부터 오늘을 노리고 기습준비를 한 것인지 모르지만 신속한 움직임이었다.

아까 보았던 늑대머리를 가진 사이퍼가 주축이 되어 막 경비원의 머리를 따려 했지만 그 시도는 성공을 하지 못했다. 한발 빠르게 바위의 쇠사슬이 그의 팔을 날려버렸기 때문이었다.

" 무..뭣! "

그가 놀란 눈으로 바위를 노려보며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이미 그 늑대머리는 바위의 망치에 부숴져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덕에 살아난 경비원은 동그랗게 눈을 뜨고 어버버 거렸다. 그의 눈동자에 비친 다른 두명의 사이퍼가 막 바위의 뒤를 덮쳐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한명은 자신의 몸을 변형시킨 드릴로 다른이는 해머를 높이 들어 내리찍으며 바위의 뒤통수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드러난 바위의 근육이 살아서 움직이는 것처럼 약동했다.

쾅! 빠직! 해머의 강철헤드를 올려차기로 부숴버리고 그대로 내려찍기로 변형드릴을 부러뜨린 바위가 연계동작을 취했다. 그대로 몸을 회전시켜 돌려차기로 두사람의 대가리를 터트려버린 것이다.

후두둑.. 터쳐버린 머리의 내용물들이 사방으로 비산하며 비와 함께 지면을 때렸다. 모든 이들의 이목이 집중된 그곳의 광경에 한동안 빗소리 외에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심지어 경비원들도 멍하니 방금 벌어진 광경을 넋놓고 지켜보고만 있는 중이었다.

그런 적막을 깬 사람은 일우였다.

" 자, 주목. 여긴 우리가 접수했어. 그냥 예전처럼 움직여. 어이, 너도 한마디 해. "

일우는 옆에서 주눅이 든 상태로 절뚝거리며 따라온 용수를 떠밀었다. 이미 그의 얼굴을 알고 있던 인물들은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집중을 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일련의 상황을 보면서 일우는 생각을 했다.

' 이 녀석을 살린것부터.. 과감하게 움직이는 모습까지. 생각없이 움직였다고? 아냐. 바위는 단순히 힘만 쎈 근육 멍청이가 아냐.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머리통을 열어보고 싶은데··· "

" 오늘부터··· 이곳은 저,저분이 운영할 것이다. 오늘 영업은 여기까지.. 모두 정리하도록.. "

두서없이 말했지만 대다수의 인원들에게 충분히 전달된 그 말에 웅성거림은 커졌지만 눈치 빠른 생존자들은 금방 수긍했다. 이런 시대에서 누군가가 윗선을 죽이고 그 자리를 빼앗는것은 하나의 일상일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약육강식의 시대였다.

거기에 방금 보인 바위의 무력은 그들을 딴 생각할 수 없게 만들었기에 빠르게 장내가 정리되었다.

바위는 이미 어떤 결과가 나올지 보지도 않고 자리를 떠나있었다. 지금 바위가 있는 곳은 중년여인의 거처였다.

" 당신은··· 정말. 휴우. 그래, 이제부터 어떻게 할 작정이에요? "

중년여인은 바깥 상황은 보지도 않고 어떻게 상황이 흘러갔는지 안다는 투로 말을 했다. 그것만으로도 그녀가 이곳에서 어떤 영향력과 내부조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오랫동안 준비를 한것이리라.

바위는 대답대신 아까 맡겨놓은 다크를 돌아봤다. 여전히 알몸의 상태로 기절한 그녀는 상처가 많이 아물어 있었다.

" 그녀는 괜찮을꺼에요. 다른 사이퍼들처럼··· 그 회복력만으로도 말이죠. "

일반인인 중년여인은 사이퍼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듯 다크를 보며 중얼거리듯 말을 이었다.

" 실수에요. 지금 당장이야 문제가 불거지지 않겠지만, 여기에 얽힌 이권의 크기는 작지 않아요. 만약 주력 사이퍼들이 몰살당했다는 사실을 바깥 세력들이 알기라도 한다면··· 아니 굳이 거기까지 갈 필요도 없어요. 당장 세네자리 숫자의 좀비들만 이곳을 지나간다면.. "

그동안 괜히 많은 사이퍼들이 이곳에 상주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좀비 제어능력과 무력으로 안전이 보장되는 쉘터를 유지했기에 이정도 규모의 거래소가 만들어 질 수 있었다는 것을 그녀는 너무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의 걱정은 당연했다.

" 당신, 그리고 그 동료, 용수, 나비와 이 여자까지 고작 다섯으로 이곳을 유지하지 못해요. 최소 열이상은.. "

" 아니, 이곳은 네가 관리를 한다. 나머지 무력부분은 걱정하지 마. "

" 그게.. 무슨.. "

" 이제 어쩔꺼야? 바위야. "

때마침 바깥상황을 통제한 일우가 모습을 보였다. 바위가 그런 일우를 보며 말했다.

" 상봉역에서 우리 쉘터까지 갈 수 있는 최단거리가 어떻게 되지? "

일우는 이미 그런 질문을 예상이라도 한듯 줄줄 읊었다.

" 크크, 안그래도 이미 조사를 다 해놨다. 가장 쉽고 안전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은 아까 지하철에서 본 그 레일바이크를 이용하는 거지. 아마 도끼에게 말하면 전동레일바이크도 만들 수 있을꺼야. 여튼, 그걸로 경춘선을 타고 갈매역까지 간다면 우리 쉘터 바로 뒤편까지 갈 수 있어. 왜 그 농장 만든곳 건너편쯤일꺼야. 몇키로 안돼. "

" 그래, 그럼 연락을 해서 무력대 몇개를 이곳으로 보내달라고 해. "

" 오케이. 아까 지하철에 갇혀 있던 여자들은 용수인지 하는 얘가 책임지고 올려보내주고 인원보고하기로 했어. 근데 이곳에 있던 기존 얘들은 어떻게 할 생각이야? 싹? "

손날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한 일우에게서 눈길을 돌린 바위가 중년여인을 보며 입을 열었다.

" 나머지 관리는 네가 책임을 져. 무슨 말인지 알겠지? "

" 어.. 어? 근데 어떻게 연락을.. "

그녀가 의문을 표하기도 전에 배낭에서 핸드폰을 꺼내든 일우가 조작을 해 통화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입을 닫았다.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었기에 통화가 가능한 것이었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중년여인은 놀란 눈으로 그 상황을 보고만 있었다.

" 연락방법은 있어. 그리고 이곳은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으니 관리를 잘해야 해. "

" 그래.. 근데 우리 아이들.. 여자얘들은 어떻게.. "

" 그것도 네가 알아서 해. 우리 쉘터로 보내던지 여기서 계속 일을 시키던지. "

바위는 지금 자산의 쉘터에 인원대비 여자인원이 수가 너무 적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안정적으로 가정을 꾸리길 원하지만 성비가 맞지 않아 그러지 못한 남자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 있는 여인들이 자신의 쉘터로 이동한다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에 기대를 했다.

하지만 그것도 모두 본인들의 선택일뿐.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

" 나머지는 조만간 올 인원들에게 물어봐. 아마도.. "

" 제비랑 사장이 온대. 꽤 많은 인원을 데리고 올려나 본데? "

어느새 통화가 끝난 일우가 바위를 돌아보며 외쳤다. 그 둘이라면 이곳을 어떻게 이용할건지, 어떻게 통제할건지에 대해 걱정이 필요없으리라.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이유가 없었다.

" 그럼 우리는 이동을 하자. "

" 뭐? 여기 온지 몇시간이 지났다고? 시간도 늦었는데 오늘은 좀 쉬자. 그리고 저 여자는 어떡할꺼야? "

바위의 선언에 대경을 한 일우가 급히 변명과 반대 이유를 늘어놓자 바위가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결정을 바꿨다.

" 그래, 오늘은 여기서 묵고 내일 출발하도록 하자. "

아직 이곳이 완벽히 안정되었다고 말할 정도가 아니었고 무엇보다 조금 있으면 깨어날 다크에게서 정보를 얻기 위해 기다리기로 한 것이었다. 내일이면 자기 쉘터의 인원이 도착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이곳을 떠날 수 있을꺼라는 생각도 있었다.

여전히 혼란스러운 중년여인과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다크, 조금 안심을 한 일우까지 각자의 생각에 빠져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용수가 찾아와 이곳의 총 인원과 구성, 조직도에 대해 설명을 하고 중년여인이 거들어 주는 형식으로 보고가 이어졌다.

그리고 이후 중년여인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눈치를 보던 용수도 급히 할일이 있다면서 밖으로 나서자 일우가 바위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

" 내일 어디로 갈 생각이야? 우리 최소한 이 태풍이 지나갈때까지만 좀 기다리자. "

" 서울시립대. "

" 뭐? 거긴 정부 쉘터가 있는 곳이잖아. 거긴 왜? "

강북지역에 위치한 두개의 정부 쉘터 중 하나가 바로 서울시립대에 위치해 있었다. 그곳을 중심으로 초등학교3곳, 중학교 3곳, 고등학교 4곳, 보건대등이 배봉산 근린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요충지였다. 또한 근처에 폴리스 세력도 제법 밀집한 지역이라 그나마 치안상태가 좋다는 소문이 난 곳으로 강북에서 가장 많은 생존자들이 거주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근처에 바위가 찾는 곳이 있었다.

" 한번 찾아가 봐야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지. "

" 뭐가? 뭔소리인지.. 쯧. "

일우는 바위의 생각을 짐작하길 포기하고 근처에 있던 침대 아래 벌러덩 누웠다. 침대는 다크가 차지하고 있기에 어쩔 수 없던 것이었다.

그런 일우에게 시선을 주지 않은채 가부좌를 한 상태로 눈을 감고 있는 바위를 누군가 알 수 없는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 시선의 주인은 침대에 누운채 그대로 눈만 뜬 다크였다. 하지만 이내 다시 눈을 감고 쥐죽은듯 움직이지 않는 그녀였다.

그렇게 하루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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