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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조회수 :
130,885
추천수 :
2,769
글자수 :
1,307,372

작성
18.08.14 06:00
조회
830
추천
17
글자
22쪽

태풍 속 서울(3)

DUMMY

그 시각, 바위는 조용히 자리를 벗어나 비상구로 향하고 있었다. 여기까지 따라오면서 비상구의 위치를 봐둔 바위는 비상구를 통해 이 역의 이면으로 들어가려는 생각이었다. 어짜피 현대식 건물은 비상구를 중심으로 어디든 갈 수 있도록 지어져 있으니 말이다.

일우 걱정은 없었다. 그를 어디에 떨어뜨려 놓아도 살아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상구는 은밀하게 감춰져 있었다. 자세히 보지 않았다면 놓칠 수 있는 위치였다. 그 위치에 한 가게, 사창가가 위치하고 있었다. 특이하게 그곳에는 젊은 여자가 아닌 중년여인 혼자 매장에 있었고 주변 누구도 눈길조차 주지않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당연했다. 어느 누가 젊은 여자를 놔두고 중년여인을 찾겠는가. 그 이유때문인지 그 주변은 한산했다.

중년여인은 자신의 가게로 들어서는 바위를 올려다봤다. 이런곳에 일하는 여인답지 않게 살아있는 눈빛이었다.

" 뭐야? 날 찾는 사내가 있네? 호호호. 어서 와. "

하지만 자신에게 눈길도 주지않고 지나쳐 비상구로 향하는 바위를 보며 소리쳤다.

" 야! 거긴 길이 아냐. 죽고 싶지 않으면 돌아나가! "

그 소리에 바위가 고개를 돌린다.

" 여긴 어디로 가는 길이지? "

" 호호, 죽고 싶어 환장한 놈이었나? 왜, 그게 궁금한거지? 네놈 그 몸뚱이 하나 믿는 건가? "

주변에 다른 이들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중년여인이 비꼬듯이 말했다. 뭔가를 알고 있는듯 보이는 그 여인을 보며 바위가 이채를 눈에 띄었다.

" 네가 포주인건가? 여기 주인은 누구지? 서브웨이? 신세계? "

바위의 말에 얼굴을 굳힌 여인이 벽에 달린 뭔가를 눌렀다. 그러자 굳게 닫혀 있던 비상구가 열리며 그 문을 통해 한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흐리멍텅한 눈빛, 산발한 머리카락, 허름한 옷가지를 걸친 그녀의 이마에 박혀 있는 붉은색 바코드. 마지막으로 목에 차여있는 목줄은 마치 집지키는 개를 연상시켰다.

그녀는 모습을 드러내자 마자 눈에 들어온 사내, 바위를 보며 으르렁거렸다.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몸짓이었다. 그냥 위협이 아닌 실제로 손톱이 길어지면서 몸을 낮춘 자세는 고양이과 동물이 먹이를 낚아채기 위한 것처럼 보였다.

" 괜찮아. 진정해.. 나비야. 착하지. "

금방이라도 터질것 같은 분위기를 진정시킨것은 중년여인이었다. 그 후 여인이 다시 물었다.

" 네가 어떻게 신세계를 알고 있는 거지? 이 주변에는 모습을 그리 드러내지 않았을텐데.. "

그 중년여인의 말속에서 이 곳이 신세계의 거점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바위였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이 중년여인의 신분 역시 심상치 않다는 것도.

" 도대체 넌 누구며 이곳엔 무슨 목적을 가지고 온 것이지? "

잠자코 생각에 잠긴 바위를 노려보며 강압적인 어조로 신문하듯 말한 여인은 맹수같은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치 말을 잘못하면 맹수를 풀어 놓겠다는 의미처럼 보였다.

" 내 목적은 별거 없어. 그냥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거? 용케도 그걸 길들였군. " " 뭐? 깔깔깔.. 넌 이 세상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이 미친 세상이? "

미친년처럼 깔깔거리며 눈가에 눈물까지 맺혀가며 웃어 재낀 중년여인은 이내 정색을 하며 말을 이었다.

" 잘들어. 총각. 여기 이 미친년이나 저기서 가랑이 벌려주는 년들, 전부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어. 넌 실망, 절망, 좌절, 포기를 느껴 본적 있어? 저 년들은 매일 그걸 달고 살아가고 있단 말야. 희망? 미래? 좆까라 그래. 눈에 보이는게 다인거 같아? 네눈에 보이는 것들이 시냇물이라면 저들이 느끼는 것은 심해바다 정도의 차이야. 어설프게 나서지 말라고. "

중년여인은 바위가 그동안 여러 번 있었던 쿠데타를 일으킨 청년들과 비슷한 부류라고 생각한 듯 했다. 당연하게도 실패로 돌아간 그들의 행위 끝에 남은 것은 죽음과 노예같은 삶뿐이었다.

" 혼자인것 같은데.. 끼어들지마. 그냥 무시해. 그냥 방관해. 그게 인간이고 이기적인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인생이야. 어설프게 힘을 얻은것 같은데··· "

모자를 푹 눌러쓴 근육질의 바위를 힐끗 본 중년여인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 너 정도의 힘을 가진 자들은 넘치고 넘쳐. 여기 이 나비 정도는 한손에 찢어줄일 실력자들이 한두명이 아니라는 말이야. 무슨 말인지 알지? 너희들은 서로를 알아볼 수 있다면서? "

" 그래서.. 네가 저 여자들을 보호하고 있는 건가? "

" 보호? 웃기는 소리네. 보호가 아니라 그냥 죽지 못하게 막는 역할이지. 크크큭, 인간의 정신은 나약해. 이 아이처럼.. 그런 아이들이 이 지옥에서 몇일이나 버틸 수 있을까? 난 그런 년들 쉽게 이 세상으로부터 도망가지 못하게 막는 목줄같은 역할이야. 혼자 편하지 않게... "

아직도 바위를 보며 그르렁 거리는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조적인 목소리로 말을 맺었다. 끝까지 조용히 듣고만 있던 바위가 한마디 던졌다.

" 이 곳을 벗어나면 그 희망이라는게 생길까? "

" 여길? 왜? 밖에는 좀비들이 살아있는 인간의 살을 뜯어먹으려고 수백 수천마리가 돌아다니고 있는데? 가장 쉬운 자살방법 중 하나가 여기서 탈출하는 거야. 더 이상 헛소리 듣기 싫으니 꺼져. "

" 어쨌든 난 내 일을 해야하니. 저리 비켜. "

중년여인에게서 얻을 정보를 다 들은 바위가 한걸음 내디디며 손짓했다.

"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구나. 나비! "

중년여인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바위를 보내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입구를 내준 댓가로 많은 아이들이 다치고, 목숨을 잃을 수 있기에 그녀 역시 필사적이었다.

카악! 순간적으로 몸을 띄운 여자가 길게 자라난 손톱을 대각선으로 휘둘렀다. 하지만 채 휘둘러지기도 전에 손목이 바위에게 잡히자 다른 손을 휘두르려 했지만 끌여당겨진 그녀는 이미 몸의 중심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그렇게 중심이 무너진 상태에서도 그녀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자신의 손목을 잡고 있는 바위의 손을 그대로 물어뜯으려는 듯이 고개를 숙여 입을 크게 벌렸다.

콱! 카카칵! 죽이려면 처음 공격할때 끝낼 수 있는 바위였지만 무슨 생각인지 그녀들을 살려두기로 결정한 상태였다. 이빨이 바위의 팔뚝에 박히고 길다란 손톱들이 바위의 몸을 긁어대는 소음이 들렸다.

그것도 잠시 잡은 손목을 휘둘러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자 순간적으로 둥글게 몸을 만 그녀는 등부터 콘크리트 바닥에 쳐박힌다.

쾅! 소음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충격은 가볍지 않은듯 부르르 몸을 떠는 그녀, 나비에게서 고개를 돌려 중년여인을 보며 바위가 입을 열었다.

" 이후 이곳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는 네 손에 달렸어. 그 생각 변치 않도록 해. "

" 무슨···? "

대답을 듣기도 전에 바위는 이미 열린 비상구를 통해 사라진 뒤였다. 한참을 그 비상구를 바라보던 중년여인은 이내 쓰러져 신음을 흘리는 나비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 나비야, 아팠지. 내가 미안해. 어쩌면.. 어쩌면 말야. 이젠 아플일이 없을지도 모르겠어.. "

마지막 말은 나비가 아니라 자신에게 하는 듯 속으로 중얼거리는 그녀였다. 어쩌면 깊은 어둠속에서 가장 희망을 바라는 것은 그녀일 수도 있었다.


비상구는 위, 아래로 이어지는 계단이 존재했다.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인간의 특성상 어두침침한 지하보다는 남들보다 높은 곳에 위치하고자 하는 특징을 보여준다.

바위는 천천히 위쪽으로 계단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비상구는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인지 경고의 의미인지 누르스름하게 변색된 핏자국들이 즐비했다. 불도 꺼진 상태로 비상등의 희미한 불빛만 의지한채 계단을 오른 바위는 금세 그 끝에 다다를 수 있었다.

눈 앞에 놓인 철문을 잠시 바라보던 바위는 결심을 굳힌듯 천천히 힘을 주어 문을 열었다.

가장 먼저 바위를 반긴것은 휘황찬란한 빛이 아닌 평범한 하얀색 전등이었다. 평범한 통로, 하얀색 벽, 양옆으로 이어진 문들. 예전이면 일상적인 모습일뿐이었지만 지금은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지나다는 인원은 없었다. 휑한 모습의 통로를 천천히 걸어가며 양옆으로 나있는 창을 통해 문안쪽을 훑어봤다. 대부분 썬탠을 했는지 안쪽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림자가 비추고 있어 사람이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바위의 목표는 제일 마지막 정면에 나있는 문이었다. 누가봐도 여기가 우두머리 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꾸며진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똑똑. 바위가 그 문을 두드렸다. 바위가 여기까지 온 목적은 다 때려부수기 위해서가 아닌 정보의 획득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잠시후 문 안쪽에서 중후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 누구야? 이시간에 올 사람이 없는데? "

그 소리와 함께 안쪽에서 분주한 소음이 일더니 문이 끼익 열렸다. 그 사이로 얼굴을 내민 사람은 애때보이는 십대중후반정도의 소녀였다.

" 누,누구세요? "

소녀는 한참을 올려다봐야 하는 바위의 모습에 기가 눌린듯 조심스럽게 물음을 던졌다. 아무래도 이곳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거친지 여러 번 겪어본 얼굴이었다. 묻는 그녀의 눈동자가 조금씩 떨리는 것이 보였다.

그렇게 어딘지 낯이 익어 보이는 소녀와 눈을 마주친 바위가 말했다.

" 여기 주인을 만나러 왔다. "

" 네!? 오,오늘은 예약된 손님이··· "

" 뭐야? 누군데 여길 올라온거야? "

거칠게 소녀를 밀어낸 누군가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거의 바위만큼 커다란 키에 비대한 근육을 잔뜩 짊어진 사내였다. 그는 자신과 비슷한 눈높이의 바위를 발견하고 흠칫했지만 이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

" 너 누구야? 처음 보는데? "

워낙 당당히 서 있는 바위를 보며 무조건 윽박지르지 못하고 바위의 신색을 살피며 묻는 남자의 뒤로 방안의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 소녀와 비슷한 나이또래의 여자아이들과 사내 대여섯명이 여기저기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넓어 보이는 거실에만 그 정도였으니 아마 안쪽이나 방안에는 더 많은 인원이 있으리라. 여자아이들의 복장은 대부분 비키니나 토끼등 코스프레 복장으로 남자들의 시중을 들고 있었다. 사내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퍼질러져 여자들의 시중을 받고 있었고 그중 몇몇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부분 적색 사이퍼들이었다. 별다른 대꾸없이 그들을 쓱 둘러본 바위의 눈에 들어온 것은 거실 반대편에 활짝 열린 문과 그 사이로 보이는 집무실 풍경, 원목 책상과 그 의자에 앉아 뒤로 돌아서 있는 사람의 실루엣이었다.

바위 입장에서는 처음 느껴보는 에너지 파동이었다. 그동안 만나본 사이퍼 중에는 만월회의 천둥이 가장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와 비견될 정도의 파동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에너지가 크다고 실력이 강하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바위의 지론이지만.

" 뭐야? 왜 대답이 없어. 너 누구냐고! "

깊숙이 모자를 눌러쓴 바위의 기합에 눌린 덩치의 사내가 악을 쓰듯이 다시 묻는다. 자신이 처음 느끼는 감정을 벗어나려 애쓰는 모양이었다.

그런 모습에 그 사내에게 눈을 돌렸다. 불그스름한 눈가의 기운, 적색 바코드. 반드시 척살해야 할 사이퍼의 형태를 그대로 나타내고 있는 모습. 안에 있는 사이퍼들 대부분이 비슷했다.

" 너희들 두목과 대화를 하고 싶다. "

묵직하게 울리는 바위의 목소리에 움찔 반응한 덩치가 고개를 돌려 멀리 앉아 있는 두목을 바라봤다. 그 모습에 저 안에 있는 남자가 두목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 이.. 이 개새끼가! 누구냐고 묻는 말에··· "

팡! 자신을 무시하는 바위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지 그대로 주먹을 휘두르는 덩치였다. 하지만 그 주먹은 뜻을 이루지 못했다. 바위의 손바닥에 빨려들듯 들어가 막힌 주먹을 붙잡고 다시 말을 이었다.

" 너 말고, 두목하고 할 말이 있어. "

뿌드득.. 덩치의 주먹에서 뼈가 갈리는 소리가 났다. 덩치는 얼굴을 일그러뜨린채 땀을 뻘뻘 흘렸지만 자존심이 있는지 신음소리를 내뱉지 않고 있었다.

" 그만! 손님을 들여보네. "

안쪽 집무실에서 중후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주먹을 놓아주자 한발짝 물러난 덩치가 길을 비켜섰다. 그를 지나쳐 거실안으로 들어서자 더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사방으로 뚫린 유리창은 제법 멀리까지 시야가 확보되어 있었고 여자아이들은 겁에 질린채 한쪽에 서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는 모습이었다. 그 사이 다른 쪽에 방문이 열리며 다른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벌거벗은 차림의 짧은 머리를 가진 사내는 달랑 팬티한장만 걸친 상태로 문을 나섰고 그 사이로 보이는 방안에는 여자아이의 나체가 실루엣으로 보였다.

담배를 물고 나타난 사내는 거실에 막 들어서고 있는 바위를 힐끔 쳐다보고는 연기를 내뿜었다.

" 휴우.. 뭐야? 이 덩치는? 새로운 똘마니야? "

" 아닙니다. 부회장님. 일단은··· 손님입니다. "

그 사내에게 보고하듯이 말한 다른 인원이 힐끔 집무실을 바라봤다. 그제야 대충 상황을 눈치챈 짧은 머리의 사내가 피식 웃음지으며 비꼬듯이 말했다.

" 뭐, 영웅 행세하러 온건가? 좋지, 그 뒤에는 저 년들 다 데리고 가서 같이 살려고? 그게 우리랑 뭐가 달라, 안그래? 크하하하. "

" 하하하, 맞습니다. "

바위는 그들이 하는 짓거리를 그냥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특이하게 짧은 머리의 사내는 바코드가 없었다. 그래서 방안에 있는지 감지가 안되었다. 쉽게 말해 그냥 일반인이었다.

그런 일반인이 사이퍼들 사이에서 존칭을 들으며 머리위에서 놀고 있는 모습은 조금 색달랐다. 자신들의 모임이야 조금 특이하게 구성이 되어 그런것이지 보통의 세력이나 조직은 사이퍼가 가장 윗선에 존재하고 일반인은 피지배인으로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이유는 금방 드러났다.

" 상윤이 형. 아직도 그 수련인지 뭔지 하고 있는 거야? 오늘 새로운 아이들 들어오기로 하지 않았어? "

스포츠 머리의 사내가 집무실 안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하자 빙글 의자가 돌아갔다. 그곳에 자리하고 있는 사람은 이제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정도가 됐을 법한 사내아이였다. 얼굴은 어린 반면에 눈빛은 깊어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그리고 푸른색 바코드를 가지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스포츠 사내와 이목구비가 비슷해 보였다. 아마도 친형제가 아닐까 생각하는 바위였다.

" 넌··· 푸른색이구나. 재미있네. 이미 오래전부터 각성을 한거야? 그래서 그렇구나. "

바위는 납득했다. 소미의 경우처럼 이전에 각성한 사람이 있을꺼라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여기서 그 사람을 만날지 예측하지 못했기에 조금 놀랐다. 그리고 그동안 조금씩이라도 강해졌다면 저 에너지 파동도 이해가 갔다.

170정도의 키를 가진 두목, 상윤은 의자에서 일어나 천천히 걸어 거실로 나왔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편하게 있던 적색 사이퍼들도 몸을 일으켜 부동자세를 취했다. 그가 가진 이 세력의 장악력을 한눈에 보여주는 행동들이었다.

" 처음 느껴보는 힘이야. 친구. 그 모자는 그만 벗지? "

상윤이 중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애땐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였다.

그 제안에 바위는 시원하게 모자를 벗었다. 드러난 그의 바코드를 보고도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충분히 예상가능한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바위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 상윤이 지시를 내렸다.

" 아이들은 내보네. 손님과 이야기가 길어질듯 하니.. "

" 네, 보스. "

그렇게 눈짓을 받은 여자아이들은 서둘러 문을 나섰다. 이층 어딘가 그녀들의 거처가 있는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발걸음이 멈추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면 잠시 몸을 숨기는 것일 수도.

그렇게 남자들만 남은 거실에서 상윤이 찬장을 포도주를 꺼내들며 말했다.

" 그래, 무엇때문에 이곳까지 온것이지? 뭐 영웅짓거리는 아닌거 같고.. 폴리스? 정부? 만월회? "

만월회란 말에 적색 바코드 남자들의 눈에 사나워졌다. 최근 그들의 모체격인 신세계가 만월회의 공격을 받아 많은 타격을 입었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것이다.

하지만 바위의 표정변화가 전혀 없는 것을 본 상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잔에 포도주를 따랐다.

" 아냐? 이상하네.. 거기 말고 당신같은 사이퍼를 이렇게 내놓을 세력이 없는데.. 아, 혹시 최근에 이 근처 지하철을 쑥대밭으로 만든게 당신이야? "

그 말에 사내들 중 몇몇이 눈을 빛내며 바위의 반응을 살폈다. 하지만 바위의 얼굴에서 어떠한 단서도 찾지 못한 그들은 다시 상윤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 크큭,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네. 무엇때문에 이곳까지 온거지? 밑에 있는 여자들때문은 아닌거 같고.. 혹시 좀비 웨이브 때문? "

갑작스럽게 정곡을 찔러오는 질문에 흔들린 눈빛을 눈치챈 상윤이 큭큭 웃으며 와인을 단숨에 입에 털어넣었다. 바위도 더 이상 침묵으로 이들을 파악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입을 열었다.

" 왜 그런지 알고 있나? 그 좀비들. "

" 아아.. 물론 알고 있지. 무슨 문제가 있는건가? 혹시 너희쪽에 그것들이 방해가 되나? "

단 한번의 질문과 답변으로 바위측 상황을 짚어낸 상윤은 빙글거리며 말을 이었다.

" 그걸 알려주면 넌 나에게 뭘 줄거지? "

" ··· 네 목숨. 그것을 살려주지. "

갑작스런 바위의 선포에 놀란 사내들이 각자의 무기를 들어 올렸다. 그런 그들에게 손짓으로 자제를 시킨 상윤이 다시 바위에게 시선을 꽂아넣었다.

상윤은 바위의 말을 허투루 듣지 않았다. 그가 최근에 렙업하면서 느끼는 기감이 주는 정보가 달라졌기에 정확히 파악되지 않지만 바위가 얼마나 위협적인지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대단한 자신감이군. 하긴 이 주변 서브웨이 조직을 궤멸시킨 능력은 대단해. 하지만 우린 그들과 달라. "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복도를 통해 들어온 기척들이 느껴졌다. 하지만 돌아보지 않는 바위였다.

" 네가 상대한 그 쪼무래기들과 질이 달라. 자신감과 너의 힘은 느낄수 있지만 한계가 있어.. 알잖아. 바코드에서 읽히는 네 에너지통 말야. "

16969009945. 이게 현재 바위의 바코드였다. 그중 에너지통은 6900. 단순비교하면 말이 안되는 크기였지만 여기에 모인 인원의 합을 따지면 간신히 두세명의 합에도 못미치는 양이었다.

그렇게 에너지 총량으로 힘의 크기를 따지는지 처음 들은 바위는 아직까지 자신이 모르는 바코드의 비밀이 더 있을꺼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론 자신이 진다는 생각은 1도 하지 않았다.

" 참고로 내 에너지통은 오천이 넘어. 내가 몇년동안 수련을 했다고 생각해? 이 저주받은 얼굴로 말야. 크크크.. 이 새끼들이 왜 내 말을 듣고 있을꺼 같아? 색깔도 다른데 말야. "

그러면서 주먹을 들어 올린다. 그와 동시에 상윤의 주변 공기가 이글거렸다. 에너지의 실체화였다. 레벨 50이 넘어야 깨닫는 기술 중 하나였다. 소미가 일전에 보여준 것과 같은 것이었다.

자신의 힘을 보여준 상윤이 힐끗 바위를 보며 피식거렸다. 자신의 힘을 보고도 아무런 표정변화가 없는 바위가 자신 혼자의 힘만 믿고 허세를 떤다는 생각이었다.

" 역시.. 대화가 힘드네. 일단 쓰레기를 치우고 대화를 하지. "

중얼거리듯 말하는 바위의 말은 가까이에 서 있던 덩치의 귓가로 들렸지만 일순간 무슨 의미인지 파악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어리둥절한 덩치의 얼굴에 바위의 주먹이 뚫고 들어가서야 상황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그 사태를 파악할 머리가 터져나가고 없었기에 생각을 할 수 없었지만. 덩치의 시체가 바닥에 쓰러지는 것이 슬로모션처럼 느껴지는 인원들의 눈에 바위가 휘두르는 쇠사슬이 자신들을 노리고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 이···! "

" 막아! "

퍼퍼퍽. 한번의 휘두름으로 거실에 있던 열댓명의 사내중 여섯의 머리를 날려버린 바위가 자신을 향해 모션을 취하며 에너지를 끌어오린 사내들에게 발을 박차고 뛰어들었다.

빠르게 마무리를 지을 생각인지 기습을 가한 바위의 망치에 두명의 허리가 끊기고 한명의 목이 부러지며 쓰러지자 상윤도 허겁지겁 에너지를 끌어올리며 전투에 끼어들었다.

막 망치를 들어 내려찍는 바위의 정면에 공기가 뭉쳐들며 에어백을 만들자 망치가 내려치는 속도가 줄어들며 막 머리가 박살나기 일보직전의 사내의 바로 앞에 멈춰섰다.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망치를 바라보던 사내는 엉덩방아를 찍으며 급히 물러서자 바위가 고개를 돌려 상윤을 바라봤다.

서늘한 바위의 시선에 식은땀을 흘린 그가 소리쳤다.

" 이게.. 무슨! 모두 공격해. 아직 승기는 우리쪽에 있다. "

갑작스런 상황전개에 당황을 한듯 예전의 여유를 잃은 상윤이 급하게 지시를 내리자 남아 있던 여덟명의 사이퍼들이 동시에 바위를 덮쳐들어갔다. 하지만 아무리 수련을 오랫동안 했더라도 부족할 실력인데, 유흥과 쾌락에 빠져 수련을 게을리한 그들이 바위의 상대가 될리 없었다.

관절이 골절되고 심장이 터져나가고 머리가 박살나는 부하들을 보며 상윤은 현실을 부정했다. 어른과 아이의 싸움도 저렇게 일방적으로 흐르지 않는다. 하물며 에너지통과 가진 능력에 따라 힘의 차이가 갈린다고 생각하는 상윤의 상식에는 저런 싸움은 일어날 수 없는 비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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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38선(2) 18.08.21 826 19 21쪽
71 38선(1) +1 18.08.20 817 19 23쪽
70 태풍 속 서울(7) 18.08.18 856 19 22쪽
69 태풍 속 서울(6) +2 18.08.17 799 21 21쪽
68 태풍 속 서울(5) +1 18.08.16 802 16 21쪽
67 태풍 속 서울(4) 18.08.15 802 15 21쪽
» 태풍 속 서울(3) 18.08.14 831 17 22쪽
65 태풍 속 서울(2) 18.08.13 808 16 23쪽
64 태풍 속 서울(1) 18.08.10 851 17 21쪽
63 확장(6) +1 18.08.09 848 18 22쪽
62 확장(5) 18.08.08 811 19 22쪽
61 확장(4) +1 18.08.07 834 23 25쪽
60 확장(3) 18.08.06 824 17 21쪽
59 확장(2) 18.08.04 805 15 19쪽
58 확장(1) 18.08.03 883 17 23쪽
57 서브웨이(5) +1 18.08.02 883 18 20쪽
56 서브웨이(4) 18.08.01 854 16 19쪽
55 서브웨이(3) 18.07.31 873 18 22쪽
54 서브웨이(2) 18.07.30 933 19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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