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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조회수 :
130,927
추천수 :
2,769
글자수 :
1,307,372

작성
18.08.08 06:00
조회
811
추천
19
글자
22쪽

확장(5)

DUMMY

" 내가 오해했어. "

사장이 머리를 감싸며 자책했다. 사장은 자신의 딸내미가 그동안 그 성질머리때문에 저렇게 미친짓을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대결을 본 이후 그 생각이 달라졌다.

후우.. 답답한 가슴때문인지 담배를 깊이 빨아들였다. 흰색 연기사이로 보이는 아들에게 물었다.

" 넌 알고 있었냐? "

그 물음에 으뜸이 고개를 흔든다. 자신도 처음보는 대결이었다.

" 휴, 그 아이가 그동안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저런 무식한 대련을 하면 정신이 이상해지지 않고는··· "

딸아이를 위해 변명해주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일까. 아니면 그동안 내버려둔 딸아이의 망가진 모습이 떠올라서 일까. 사장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하지만 으뜸은 그런게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오히려 두미, 사스 그 미친년의 성깔을 누르고 있는것이 바위라고 말이다. 하지만 아버지와 딸이라는 관계에서 보는 시야는 자신과 달랐다. 이런 관점에서 부딪히는 것은 감정소비를 촉진시킬 뿐이라는 것을 으뜸은 잘 알고 있었기에 묵묵이 아버지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뭔가 아젠다를 바꿀 필요가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으뜸이 먼저 입을 열었다.

" 아버지. 이제부터 어떻게 움직일 생각이세요? "

그런 아들의 물음에 눈빛을 바꾼 사장이 조용히 어딘가를 바라본다.

" 대계는 시작되었어. 이젠 뼈와 살을 붙어 무너지지않는 성벽을 쌓아야 한다. 그게 우리가 할 일이고 이후 네가 지켜야 할 성이다. "

" 네, 항상 명심하고 있어요. "

" 좋아. 무력은 바위등 사이퍼가 담당하고 있어. 화기는 구시대 유물로 취급받지만 결코 만만히 보면 안된다. 지금 38선을 굳건히 방어하고 있는 역할의 대부분이 그 화기들이니 말이다. "

그런 사장의 말에 확고한 눈빛을 한 으뜸이 대꾸한다.

" 그래서 화기를 수집하고 있는 거죠. 단지.. 이번 겨울은 그동안 널려있는 식료품과 회의 지원을 받아 넘어간다고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아닌가요? "

인간은 기본적으로 의식주가 해결되어야 그 이상을 나아갈 수 있다. 그중 먹는 것은 가장 원초적인 행위였다. 하지만 그동안 쌓아놓은 먹을거리는 빠르게 소비되고 있었다. 물론 한정적으로 어디선가 생산되어 은밀히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쉘터 내 모든인원을 먹여 살릴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 클클, 그래. 공공연한 사실이고 그 누구도 함부로 입에 올리지 않는 불편한 진실이지. "

" ··· 아버지는 생각이 있으신거죠? 그 문제에 대한. "

잠시지간 사장의 눈을 바라본 으뜸이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는 자신의 아버지를 슬쩍 떠보았다. 그런 아들의 질문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려 어딘가를 바라본다.

그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으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대한민국 전도였다. 그리 크지 않은 지도지만 세세한 등고선과 철도, 도로, 항만등 자세하게 표기된 것이었다. 그런 대한민국 전도를 뚫어져라 보는 사장이 문듯 입을 열었다.

" 넌 어떻게 생각하냐? 네 질문에 대한 답을. "

한동안 둘 사이에 침묵이 이어졌다. 하지만 곧 으뜸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 가장 기본적인이고 간단한 방법은 직접재배를 통한 공급이죠. "

" 그건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 "

" 하지만 누구나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는 없죠. "

" 껄껄.. 맞다. 그럼 우린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고 보냐? "

다시 사장이 질문을 던진다. 이런 방식이 그가 아들을 가리치는 한가지 방법이었다. 물론 으뜸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기에 신중하게 생각하고 답을 내놓았다.

" ··· 아직은 불가능하죠. "

" 그래. 아마 올해, 아니 내년에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

마치 미래의 일을 예견하듯 확정적으로 말하는 사장을 보며 으뜸이 발끈한다.

" 하지만! 우리 조직이 이렇게 급속한 성장을 거듭한다면 내년에는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 좋다. 그런 패기는 있어야지. 하하하, 그럼 다시 묻자. 넌 농업, 어업, 산림업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냐? "

" ···. "

으뜸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자신, 아니 일반인들은 그런 1차산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처리되는지 알지 못한다. 그건 현대인들이라면 당연한 일이었다. 단순히 책으로 배운 지식일뿐, 건물을 짓는 원리를 알고 있다고 해서 모두가 건축가 역할을 할 수 있는건 아니라는거다.

" 당연히 모르겠지. 그럼 여기 쉘터에 있는 인물들중 농사를 지어본 사람이 있을꺼 같으냐? "

곰곰이 생각한 으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기로 들어온 대다수는 젊은이들, 도시에서 생활하던 사람이 전부였다. 뭐 배운다면 어떻게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 으뜸이었다.

" 클클클.. 누구에게 배워서 언제 실전을 써먹으려고? 넌 농사가 만만해 보이는 구나. "

어릴때 사장이 서울로 상경하기 전, 그의 집안은 가난한 소작인이었다. 국민학교만 졸업하고 바로 서울로 올라와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여기까지 올라왔지만 그가 경험한 농사는 결코 만만한게 아니었다. 심지어..

" 과연 누가 자원해서 농사를 지으려고 할까? 당장 너라면 하겠냐? "

" ··· 하지만 먹고 살려면,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죠. 답답하네요. 이젠 생각하는 답을 알려주세요. "

" 그래, 그럼 다른 쪽으로 생각해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세력이 뭐라고 생각해? "

" 흠, 만월회나 신세계? 아니면 지역마다 흩어져 있는 조직들. 아, 재벌들이 만든 조직도 있다고하니.. "

" 정부다. "

" 아니, 아버지. 정부는 하나의 세력으로 보기가.. "

" 그들도 따지고 보면 그냥 하나의 세력일뿐이다.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기득권이 모여서 만든 거대한 세력. 답은 그들에게 있다. 지금 당장 비축해둔 비상식량으로 버티고 있다고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바닥을 드러낼 것이야. 그때··· "

" 하지만 제가 들은 이야기로는 몇년동안 전투를 지속할 수 있는 비상식량을 쌓아두고 있다고 하던데요? "

" 끌끌.. 어디서 들은 이야긴지 몰라도 틀리지 않을꺼다. 문제는 그 비상식량을 군인들만 사용하는게 아니라는 거지. 군 장교들 역시 그 비상식량은 곧 힘이 될꺼라는 것을 알고 있다. "

" 설마.. 그것들이 시중에 풀린다는 말씀이세요? 그럼? "

군비상식량을 생각하며 눈을 빛내는 으뜸을 쳐다보며 사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 그 군용식량을 선점하는 것은 급한 일이 아냐. 이후에 벌어질 정부의 선택에 집중을 해야해. "

" 네? 정부의 선택요? "

" 만약 네가 거대한 집단의 수장이라고 생각하자. 마치 대통령처럼.. 그럼 이런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생각이냐? "

" 으음··· 글쎄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네요. 1차산업을 재개시키고 지키려고 할꺼에요. "

" 그게 일반적이고 당연한 결론이다. 외국에서 대량의 식량을 공수해오지 않는 이상 결국 그런식으로 결론이 날거다. 장기적으로도.. "

" 근데 그런 결정이 난다고 해서 우리가 끼어들 여지가 있을까요? "

" 클클클.. 그건 이제 생각해봐야지. 그게 네 숙제다. 힌트를 주자면 1차산업은 하나의 분야가 아니라 복합적인 작용으로 이뤄지는 산업이다. 그리고 우리 쉘터는 인원이 늘어나고 있지. "

애매한 표정으로 힌트를 준 사장은 고민에 빠진 으뜸을 보면서 슬쩍 웃음지었다. 이 숙제를 풀면 아들은 한층 더 성장할 것이고 그 경험들이 모여 기존 재벌가보다 더 큰 성을 쌓을 기초가 될 것이다.

그렇게 오붓한 부자간의 대화는 밤이 깊은지 모르고 계속 이어졌다. 어느새 불쌍한 딸 생각이 사라진 사장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의료원. 화랑회관 전체를 사용해 만든 시설로 소미가 원장을 맡아 전체적인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곳이었다. 인원이 늘어난 만큼 간부회의에서 하나의 부서로 승격하자는 말이 있었지만 소미의 거절로 무산되었고 지금은 꽤 전문적인 병원처럼 만들어져 있었다.

비록 수술실은 없었지만 대부분의 상처는 소미의 능력으로 치료가 가능했고 웬만한 병은 약처방으로 치료했기에 어렵지 않게 운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소미의 능력은 내외상에는 큰 효과가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질병등은 전문인력이 필요했다.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면서 개중 전문의가 포함되어 있어 그들을 데려와 쓰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게 들어온 사람들 중 소아과, 내과, 한의사가 각각 한명씩 있었다. 그리고 간호사가 의외로 많이 포함되어 있어 면접을 볼 정도였다.

그 세명의 의사가 지금 화랑회관내 식당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어디서 구해왔는지 하얀가운을 걸친 세명은 남자 두명과 여자 한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 아니! 우리 대접이 왜 이따위야! "

식기에 숟가락을 탁 놓으며 불만을 외치는 남자는 내과의사 정민철이었다. 약간 뽀족한 턱선과 찢어진 두눈은 그를 신경질적인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이제 서른살 중반이 조금 넘었을까 싶은 나이의 사내였다.

그런 신경질을 자연스럽게 받으며 달래는 다른 남자는 한의사 조진웅이었다.

" 참아. 지금 시기가 어떤 시기인데.. 예전처럼 대우를 받겠어. "

사십은 훌쩍 넘어보이는 조진웅은 후덕한 인상에 살짝 벗겨진 머리를 드러낸 인물이었다.

" 아니, 형님. 제가 그때처럼 무슨 특권을 누리겠다는 것도 아니고 최소한 그 생도회관에 입관할 수 있는 자격정도는 되지 않습니까. 예? 김샘, 그렇게 생각안해요? "

김샘이라 불린 여자는 소아과 전문의 김정연으로 눈꼬리가 조금 쳐져 순한 인상의 이십대 후반정도의 의사였다. 김정연은 숟가락으로 마지막 국물을 후루룩 떠 먹으며 눈치를 봤다.

" 난, 지금도 상관없어요. 예전처럼 그 지옥으로만 돌아가지 않는다면.. "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몸을 부르르 떠는 그녀는 급히 식사를 마무리하며 일어섰다.

" 전 오늘 진료볼 손님들이 많아서.. 이만. "

식판을 들고 세면대로 가져가 자신의 식판을 닦는 그녀의 옆으로 다시 두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 그리고, 그 소미라는 간호사 말인데요. 나이도 어린데 이것저것 지시하는 꼴이.. 최소한 원장이 되려면 형님이 되어야 하는게.. "

" 쉿! 그녀는 사이퍼라는 초능력자야. 이곳에 그 추종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말 조심해. "

황급히 정민철을 말리는 조진웅은 주변을 돌아보며 눈치를 봤다. 그런 꼴이 아니꼬운지 침을 퉷 뱉은 정민철이 다시 입을 열었다.

" 아니, 초능력자건 뭐건 간에 전문적인 교육도 제대로 받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병원을 운영한다는 말입니까. 예? "

주변에 식판을 닦고 있는 간호사 복장의 여성들도 있었지만 그는 거침없었다. 자신같은 전문인력을 구하기 싶지 않다는 것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였다. 또 이곳 식당은 의사, 간호사, 환자 외에는 외부인원이 들어와 식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별문제 없다는 생각이었다.

심지어 원장인 소미는 출타 중이었고 말이다. 쉽게 말해 그가 아무리 떠들어도 그의 권위를 누를 인물이 존재하지 않아 이런 말을 거침없이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중년의 한의사, 조진웅은 불편한 얼굴이었다. 소아과 여의사는 아예 자리를 급히 떠나버렸다.

그런 그들이 원망스러운지 계속해서 궁시렁거리는 민철의 어깨를 툭치는 인물이 있었다. 고개를 돌린 민철의 눈에 들어온 인물은 어제 무슨일을 당했는지 만신창이가 되어 입원한 여자로 지금은 멀쩡한 상태로 환자복을 입고 식판을 든 상태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중이었다.

" 뭘봐? "

자신의 어깨를 치고 돌아보자 저렇게 묻는 여자를 어이없이 쳐다본 민철이 대꾸했다.

" 당신이 내 어깨를 쳤지 않소. "

" 흠, 너 언제 여기 들어왔지? "

자신의 위아래를 훑어보며 반말로 묻는 이 환자를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쏘아본 민철은 일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 나가려했다. 하지만 그는 목적을 이룰 수 없었다.

" 동작 그만. 재미있는 새끼네. 우리 메르스 이후에 너같은 놈은 처음이야. "

자신이 향하고 있는 방향으로 손도끼가 눈앞에 꽉 박히자 그대로 걸음을 멈춘 민철은 떨리는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대꾸했다. 그곳에는 새파랗게 빛나는 한쌍의 눈이 있었다.

" 나,나한테 왜, 왜 이러는 거요? "

" 뭘? 넌 지나가는 개미를 왜 밟아 죽이는거야? 그냥 보내줄 수도 있었잖아. "

민철은 방금 일행과 대화를 하면서 무의식적으로 밟아 죽인 개미를 떠올렸다. 그게 무슨 이유가 필요하단 말인가?

" 그거랑 무슨··· "

" 그거랑 비슷한거야. 네 기분이 더러워서 밟은 개미랑 내 기분이 더러워서 밟을 너랑 같다고. 너 똑똑하다며? 무신 말인지 모르겠어? 행동으로 보여줄까? "

" 도대체..? 혹시 아까 내가 한말때문에··· "

" 뭐? 소미 욕한거? 그게 어때서.. 나도 그년 지 남자친구랑 팔짱끼고 돌아다닐때마다 대가리 쪼개고 싶은데 참는거야. 나도 못해본걸 해 본것 같기도 하고.. 갑자기 짜증나네. "

민철은 도저히 이 미친년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없었다. 정신과 전문의라면 알아들을까? 자신의 정신이 이상해진 걸까? 돌연 그 여자가 문쪽으로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한 사내가 뛰어들어와 그녀의 발치에 쪼그리고 개처럼 앉는다.

" 메르스. 왜 이렇게 늦어. "

퍽, 깨갱! 미친년의 발길질에 벽까지 날라가 부딪히며 개신음소리를 낸다. 정신이 점점 혼미해진다. 여기가 현실인지 꿈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런 정신은 금세 현실로 돌아왔다.

" 일단 저 새끼 다리 한짝 잘라버려. "

개같은 사내. 메르스라고 불리는 청년이 허리춤에서 도끼를 꺼내든다. 뭐지? 저걸로 뭐하려고? 누구 다리를 자른다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청년의 눈빛이 새파랗다. 분명 제정신이 아니다.

" 뭐,뭐야. 경비대원! 관리원! 여기 좀 도와줘요! "

주변을 돌아보며 외쳤다. 평소라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을 제복을 입은 대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주방, 식당에도 아무도 없다. 분명히 아까까지 몇사람이 있었는데··· 그래, 여긴 꿈일꺼야.

그런 자기 위로를 하고 멍하니 서 있는 민철에게 다가간 메르스가 손도끼를 들어 내리찍었다. 이젠 이런 일따위는 식은죽 먹기인지 단번에 무릎관절을 가르며 다리 한짝을 잘라낸다. 그리고 잘린 다리를 들어 그녀에게 가져갔다.

화끈한 통증과 비현실적으로 쉽게 잘린 자신의 다리. 중심을 잃고 쓰러진 민철은 입을 벌렸지만 비명은 지르지 못했다. 피가 폭포수처럼 흘렀다. 자신의 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느낌은 이상하면서 더러웠다.

" 끄아아악! "

그제야 현실로 돌아온 민철은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질렀다. 이렇게 미치도록 비명을 질렀는데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다. 여기는 지옥인가? 이 여자는 악마인건가?

그때 식당문이 열리며 천사, 아니 소미가 급히 들어왔다. 민철의 눈에는 그녀가 천사처럼 보였다.

" 제,제발.. 사,살려··· "

소미는 고아원 아이가 다쳤다는 이야기에 출타를 나갔다 방금 복귀했다. 그녀는 서둘렀다. 병원에 핵폭탄 두개를 들여놓고 안심이 되지 않아서 였다. 오늘이 지나면 퇴원할 폭탄이지만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기 때문에 걱정가득한 얼굴로 서두른 것이다.

소미의 걱정은 틀리지 않았다. 대원들이 안절부절한 얼굴로 의료원 밖에서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서 있는 모습에 직감을 한 것이다. 때마침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렇게 식당문을 연 소미의 눈앞에는 내과 의사, 정민철인 쓰러진채 자신의 잘린 다리를 보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이미 바닥에는 붉은 피가 흥건했다.

자신을 바라보며 몸시 간절한, 울 것같은 표정으로 매달리는 민철을 보며 소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 괜찮아요. 걱정마세요. "

그녀의 음성이 신의 계시처럼 들렸을까, 그제야 몸에 힘이 빠진 민철이 기절을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소미가 싸늘하게 사스에게 말했다.

" 그 다리 가져와요. "

깔끔하게 잘린 다리는 금방 붙이면 정상생활이 가능했기에 다리부터 챙기는 소미였다. 민철의 한쪽 다리를 든 메르스는 양쪽의 눈치를 봤다. 어디로 가든 자신이 손해라는 것을 알고 있는듯 했다.

" 소미, 너. 마음에 안들어. 이 곳 관리도 제대로 못하고··· 니 남친이랑 시시덕거리는 모습도 그렇고.. "

사스가 왜 지랄을 했는지 어렴풋이 깨달았다. 하지만 그건 자연스런 인간의 습성이다. 그 정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배척한다면 인간이 아닌 명령에 움직이는 기계만 있을뿐.

" 여긴 내 구역이에요. 내가 알아서해요. 그리고 남의 연애사에 언제부터 그렇게 관심이 많았죠? "

마지막 말은 조금 쑥스러웠는지 살짝 눈을 피하며 말을 늘어놓았다. 그런 당돌한 소미의 모습에 눈을 빛내며 대꾸하는 사스였다.

" 호오, 당당하네. 우리 소미, 손 좀 봐야겠어? 나갈까? "

" 먼저 다리부터 주세요. "

" 으응, 어쩔까? 네가 이기면 주지. 어때? "

뭔가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이처럼 미소를 머금은 사스를 노려본 소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깔깔 웃으며 밖으로 나서는 사스였다. 소미도 민철의 응급처치를 한 뒤 그녀를 따라 나섰다.

바깥에는 열명에 가까운 대원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은 문을 열고 나서는 사스를 보자 메뚜기처럼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뒤를 따르는 소미까지 모습을 보이자 멀찌감치 자리를 잡고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은 지금 상황을 상부에 보고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사스의 움직임과 사고는 필수보고 대상이었다.

그녀들은 밖으로 나서자 거리를 두고 마주섰다. 그 모습에 멀리서 지켜보던 대원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 뭐지? 마치 대결을 하려는 것 같은데? "

" 설마..? 우리 천사님이 저 마녀랑? "

" 쉿! 말 조심해. 드릴수도 있어. 귀가 얼마나 밝은데.. "

" 야, 근데 말려야 하지 않냐? 만약에 소미님이 다치기라도 한다면··· "

쉘터의 유일한 치료능력자인 그녀의 존재는 대원들뿐 아니라 사이퍼들에게도 두개의 목숨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았기에 누구도 소미를 건들지 않았다. 물론 제비와 연애를 하는 것도 있었지만. 쉘터의 실권을 쥐고 있는 제비의 눈밖에 나면 천당에서 지옥으로 급전직하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예외가 사스였다. 오직 바위만 통제할 수 있는 그녀는 상식밖의 존재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렇게 걱정스럽게 두 사람을 쳐다보며 걱정의 대화를 나누던 순간 사스가 손도끼를 뽑아들고 소미의 대가리를 쪼개들어갔다. 어, 하는 순간 이미 손도끼는 소미의 이마 바로 앞까지 도달한 것이다.

막 손도끼가 이마를 뚫고 들어가려는 순간 소미의 전신에서 빛이 터져나왔다.

챙깡! 날카로운 쇳조각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사스가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빛은 금방 사라졌지만 소미는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은채 사스의 공격을 파훼한 것이었다.

우와아! 멀리서 지켜보던 대원들이 자기도 모르게 함성을 질렀다. 그녀들의 대결에 감정이입을 한 것이다. 마치 천사와 악마의 대결처럼 소미가 사스를 밀어내자 천사가 앞서는 것처럼 보여 환호성을 지른것이다.

" 퉷! 역시 한수가 있었어. 뭐 보호막같은 건가? "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사스가 중얼거렸지만 소미는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 자, 다시 간다. "

손도끼를 고쳐잡으며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여 오른쪽으로 돌아간 사스가 횡으로 손도끼를 휘둘렀다. 다시 빛이 터져나오고 사스가 튕겨나갔지만 아까와 조금 달랐다.

" 같은 능력은 두번 다시 안통해. 역시 소미, 넌 실전감각이 너무 부족해. "

자신의 팔뚝을 가르고 지나간 상처를 본 소미가 묵묵히 그것을 치료하고는 대꾸했다.

" 그렇죠. 그래서 경험이 필요없는 능력이 있어요. "

" 뭐? 윽.. 이건 뭐야? "

순간 휘청인 사스가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소미를 봤다. 그런 사스를 보며 나지막히 설명했다.

" 제 힘을 투입한 거에요. 제 에너지로 치료를 할 수 있지만 에너지끼리 충돌시킬 수도 있죠. 이렇게요. "

소미가 팔을 들어올려 딱 소리를 내자 사스가 다시 휘청거렸다. 내부에서 뭔가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 제 에너지 총량을 뛰어넘지 못한 이상, 저항할 수 없어요. 이 대결은 무의미해요. "

" 크윽, 재미있는 능력이네. 역시 초능력의 세계는 무궁무진해. 재미있어. 깔깔깔.. "

" 그럼 민철씨 다리를 주세요. "

" 그래, 당연하지. 지금은 내가 졌지만 다음은 그렇지 않을꺼야. 너도 열심히 수련해야 할꺼야. "

마지막 말을 던지며 메르스에게 손짓을 하자 메르스가 민철의 잘린 다리를 냉큼 가져다 준다. 왠지 모르게 속이 시원한 표정이었다. 그런 메르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소미는 아직도 기절한 채 쓰러져 있는 민철에게 가버렸다.

그렇게 순식간에 끝난 대결을 멀리서 지켜본 대원들은 어떻게 진행이 됐는지 알 길이 없었다. 단지 무난히 아무 소란없이 끝났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쉰 그들의 눈에는 환자복을 입고 멍하니 서 있는 사스가 보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꽤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석상처럼 서 있다 건물안으로 들어가는 그녀를 지켜보던 대원들은 그제야 긴장이 풀린듯 각자의 위치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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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38선(1) +1 18.08.20 817 19 23쪽
70 태풍 속 서울(7) 18.08.18 856 19 22쪽
69 태풍 속 서울(6) +2 18.08.17 799 21 21쪽
68 태풍 속 서울(5) +1 18.08.16 802 16 21쪽
67 태풍 속 서울(4) 18.08.15 803 15 21쪽
66 태풍 속 서울(3) 18.08.14 831 17 22쪽
65 태풍 속 서울(2) 18.08.13 808 16 23쪽
64 태풍 속 서울(1) 18.08.10 852 17 21쪽
63 확장(6) +1 18.08.09 848 18 22쪽
» 확장(5) 18.08.08 812 19 22쪽
61 확장(4) +1 18.08.07 834 23 25쪽
60 확장(3) 18.08.06 824 17 21쪽
59 확장(2) 18.08.04 806 15 19쪽
58 확장(1) 18.08.03 883 17 23쪽
57 서브웨이(5) +1 18.08.02 883 18 20쪽
56 서브웨이(4) 18.08.01 855 16 19쪽
55 서브웨이(3) 18.07.31 873 18 22쪽
54 서브웨이(2) 18.07.30 933 19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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