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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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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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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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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07,372

작성
18.08.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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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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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
19쪽

국내 상황(1)

DUMMY

" 하아, 젠장 엿같네. 진짜.. "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한 공장. 철조망으로 테두리를 완전히 감싸 외부와 격리시킨 이곳은 모 기업의 소유인 전투식량 생산공장 중 하나였다.

그 곳의 유일한 입출구에 위치한 경비실에서 두 남자가 창밖을 보며 걸터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유난히 흐린 날씨때문인지 그다지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는 모습들이었다.

" 크크, 왜? 재미는 없지만 살아는 있잖아. "

" 뭐? 스네이크, 넌 이 상황이 웃겨? 이딴거나 차고 집지키는 개 노릇이 좋단 말야? "

묘하게 염소랑 닮은 남자가 목에 찬 기기를 들어보이며 맞은편에 있던 눈이 양쪽으로 찢어진 뱀상의 남자를 쏘아봤다. 그런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뱀상의 남자가 태연하게 대꾸했다.

" 그럼? 고트 새꺄, 그때 그 괴물한테 죽었어야 했나? 난 죽어 천국가는 것보다 이승의 똥밭에서 구르는게 좋아. 딱히 불만은 없어. "

뱀상의 남자는 말을 마치고 그때를 회상하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자신의 마비 능력이 먹히지 않던 사내, 어떤 공격에도 꿈쩍하지 않던 그 괴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오한이 든 것이다.

그 말에 염소상의 남자, 고트가 입을 열었다.

" 크윽, 그건 인정하지만··· 이런 목줄을 차고 있는 내가 한심해서 말이지. "

그러면서 책상위에 있던 종이에 뭔가를 적어 내려갔다. 이미 여러 차례 필담을 나눈듯 그 종이에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적혀 있었다.

- 확실해? 이 목줄 폭발력이 일반인 기준이라 우리 에너지만으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인거?

" 난 이런 생활도 만족해. 밥 잘주지, 여자도 맘껏 품을 수 있지. 흐흐흐. 그 미래라는 년 말야... "

- 그래, 비슷한 처지의 녀석의 말을 들었는데 반항하는 사이퍼 한명의 목줄을 터트렸는데 목이 반쯤 날라가는 정도였데. 그 정도 상처는...

- 흠. 그렇긴 한데, 목이 반이 날라갔다면 우리들도 치명상이나 다름없잖아.

- 그건 가증스런 청색 병신들이나 그런거고.. 우린..

" 쩝. 스네이크, 넌 좋겠다. 맘 편해서 큭, 오늘부로 여기 마지막인가? "

고트는 태연하게 답변하며 의자 밑에 붙어있는 도청기를 슬쩍 건들여 보았다.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 화답하듯이 스네이크도 비열한 미소와 함께 눈웃음까지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여전히 처음과 다름없는 평온한 목소리였다.

" 그치, 여기도 이제 마지막이지. 듣기로는 본가 경호팀으로 간다는데? "

" 드디어 여길 벗어나는 건가? 거긴 더 나은 환경이겠지? 어짜피 집지키는 개노릇일 뿐이겠지만.. "

" 그렇지. 크크큭.. "

서로 마주보며 살소를 흘리는 그들은 얼마전 바위에게 잡혀 머천다이저 상인들로부터 이 기업에 팔려온 적색 사이퍼, 고트와 스네이크였다. 그 과정에 병원 측에 붙잡혀 뽑힌 피와 실험대상으로 당한 짓거리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피가 꺼꾸로 쏫구쳤지만 지금은 기회만 볼 뿐이었다.

머천다이저는 철저했다. 괜히 악마와 손을 잡은 상인이라고 부르는게 아니었다. 이런 경험이 많았는지 익숙하게 그들을 인계받은 그들은 목줄을 채워 모기업에게 자신들을 팔았다.

목줄, 예전 손오공의 머리에 씌웠다는 금고아를 모태로 했다는 그것은 쉽게 말해 간이폭탄이었다. 손가락 두개 정도 굵기의 은빛 금속의 그것은 개목에 채우는 위치추적기랑 비슷했다.

그것의 목적은 원격 폭파를 통한 공포로 사이퍼들의 통제에 있는 물건이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이퍼들의 성향상 죽음의 공포는 가장 효율적이고 간편한 도구였다.

그렇게 길들인 사이퍼들의 역할이 뭐겠는가? 뻔했다. 좀비들, 외부세력, 약탈자들로부터 자신들을 기키는 가드 역할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들을 길들이기 위해 이런 벽지에 박아놓고 테스트를 하는 것이다. 이 놈이 배신을 할지 뒤통수를 칠지 알아보는 작업을 한다.

가장 간단한 방법이 이렇게 사생활을 일일이 감시하는 것으로 중간쯤 눈치를 챈 이들은 연기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차근차근 준비를 했다.

비록 자신들을 팔아넘긴 머천다이저나 병원측에 해코지를 하지 못하지만 사들인 재벌들은 그냥 일반인일뿐. 과거의 유산, 재력으로 지금까지 덕을 보고 있는 그들이라면 자신들이 충분히 다룰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가진 것이다.

밖으로 순찰나온 고트는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 병신새끼들. 고작 이것만으로 우리를 길들일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그렇다면 가르쳐주지. 니들이 사들인 개가 개새끼인지 호랑이새끼인지··· "

크롸앗! 멀지 않은 곳에서 좀비의 괴성이 들려왔다. 그 익숙하고 친근한 소리를 들으며 그곳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그는 적색 사이퍼 고트였다.

불그스름하게 물든 눈동자를 돌려 어딘가를 노려보던 그는 자신의 장비를 점검하고 자리를 떴다.


고트와 스네이크의 예상대로 다음날 그들은 어느 한곳으로 불려갔다. 그들을 데리고 온 자들은 특수기동대 복장을 한 사내들로 방탄복과 관절보호대까지 착용하고 기관단총과 권총을 매고 있는 모습들이었다.

아마 예전에 보았던 그 늙은이의 개인 병력일 것이다.

뭐가 그리 늙은 나이에 욕심이 많은지 심술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그 늙은이를 생각하며 그들이 타고온 지프차량에 몸을 맡겼다.

그 경호원들도 자신들이 위험하다는 것을 들었는지 연신 힐끔거리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 모습이었다.

' 크크, 걱정말아라. 당장 너희를 어쩔 생각이 없으니까. '

고트는 그런 그들을 보며 느긋하게 시선을 돌렸다. 팔을 뒤로 해 채운 수갑의 차가운 느낌을 즐기면서 스쳐지나가는 풍경들을 감상했다.

이제 제법 도로들이 정비가 되었는지 경기도 외곽 지역의 도로는 깔끔했다. 그 이유가 도로 양옆으로 쳐박혀 있는 폐차들에게 있었다. 무식하게 무언가로 밀고 가며 길을 낸 듯한 무책임한 모습들.

부우웅! 고트를 태운 차량과 그 뒤를 따라오는 차량에 나뉘어 스네이크를 태운 차들이 먼지와 매연을 내뿜으며 거칠게 도로를 달렸다.

가끔 나오는 민가, 상점, 주유소등을 지나 꽤 큰 도시에 들어섰다. 이름은 몰르지만 경기도 내에 있는 시들 중 하나이리라.

그렇게 시내를 달려 가장 높이 우뚝 서 있는 빌딩에 도착을 했다. 그 주변에는 곳곳에 바리케이트와 초소등이 존재했고 각종 화기들이 놓여 있었다. 좀비떼를 막기 위해 준비를 철저하게 해 놓은 모습이었다.

고트는 이곳까지 오면서 좀비무리를 보지 못한 것과 이렇게 외부에 병력들을 배치한것에 조금 의아했다.

" 어이, 하나만 묻자. 여기 좀비떼가 안 돌아다니나? "

막 차에서 내릴 준비를 하고 있던 경비원들 중 하나가 고개를 돌려 대꾸했다. 아직까지 아군은 아니지만 어쩌면 자신의 상사가 될 수 있는 그에게 잘보이기 위한 행동이었다.

" 이 근처에 있는 좀비들은 대부분 소탕됐다. 어짜피 뭉쳐다녀봤자 대여섯마리정도일뿐이지. "

" 아.. 여긴 신세계 영향력밖이구나. 크크큭. "

나직막히 중얼거린 고트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눈을 반짝였다.

삐에로가 없는 곳. 시드좀비가 없어 무리를 짓지 않는 지역. 거기에 꽤 많은 병력과 물자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가진 이곳.

어쩌면 자신들이 속한 신세계를 이곳에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막 도착한 스네이크를 돌아봤다. 그도 조금 혼란스러운지 사방을 돌아보고 있었다.

이내 그 둘은 눈을 마주치고 앞에 우뚝 서 있는 빌딩을 올려다 봤다. 그리고 그 옆에 커다란 돌에 새겨진 사명을 쳐다봤다.

대현그룹. 과거 그들이 우르러 봐야 했던 대기업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의 그가 아니었다. 솔직히 우스웠다. 고작 잘 태어나서 이런 회사를 힘 하나 안들이고 물려받아서 호의호식하는 그들이 말이다.

고트와 스네이크는 곧 경비대원들에게 끌려 어디론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리문을 넘어 로비로 들어가자 과거 얼마나 화려했는지 보여주듯 크리스탈로 된 샹드리에와 대리석으로 꾸며진 넓은 장소가 눈에 들어왔다.

과거 정장을 입은 샐러리맨들이나 바이어들이 들락거렸던 그곳에 지금은 곳곳에 경비대원들이 화기를 들고 이리저리 움직이고 그 사이로 평범한 사람들이 어디론가 서둘러 가는 모습도 보였다.

또한 이 건물 자체에 발전기가 있는지 전기불이 들어와 있어 어둡지 않은 이곳은 마치 예전 예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여기저기 깨진 대리석과 전투의 흔적들은 이 곳도 좀비들의 습격에서 자유롭게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들은 곧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그곳에는 기다리고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이곳에서 편하게 올라갈 수 있는 엘레베이터를 이용하고자 하는 인원이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 했다. 그 이유는 금방 드러났다.

" 이 엘레베이터는 간부, 직계들만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

하, 새끼들. 여기서까지 계급놀이 하네.

하지만 고트와 스네이크는 별다른 불만없었다. 자신들도 신세계에서 더했으면 했지, 덜하지 않았으니까.

피식 웃는 고트의 얼굴을 보며 버튼을 누른 경비원들은 여전히 긴장을 풀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아마 이들은 사이퍼를 상대한 경험이 있는 듯 했다.

그런 기색을 느꼈는지 스네이크가 나직히 질문을 던졌다.

" 너희들은 우리와 같은 존재를 상대한 경험이 있나? "

이 은근한 질문의 목적은 혹시 자신들과 이들간의 전투가 벌어졌을때 어떻게 행동할 것이지를 염두에 둬야했기에 던진것이었다. 그런 의도를 모르는 경비원들은 조금 자랑스런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 물론이지. 원숭이 같은 놈이랑 온몸으로 물을 뿌리는 놈들과 싸워 본적이 있다. 그놈들을 벌집으로 만들어줬지. 흐흐흐. "

그렇게 말하며 자랑스런 표정을 짓는 그를 보면서 내심 비웃음을 금할 수 없는 고트였다.

어디 병신같은 초짜 사이퍼를 상대해 본 경험을 자신들을 비교하려는 그들의 행태가 웃겼지만 내심 만족했다. 그런 자만심을 가져야 이후에 이들을 상대할 때 기회가 생기리라는 사실때문이었다.

" 근데 우리는 어디를 가는거지? "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던 고트가 진짜 궁금한 것을 물었다.

" 일단 본부장님을 만나러 간다. 직계 중 한분이시지. "

묻지도 않은 정보까지 술술 내뱉는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 고트가 잠시 고민을 했다.

여기서 이들을 제압하고 이 목줄을 뜯어버릴것인지 그 직계인지 뭔지 하는 놈에게 가서 거사를 치룰것인지를 말이다.

그런 고민은 스네이크도 하고 있는지 고트를 돌아봤다. 그리고 결정을 내렸다.

엘레베이터는 점점 속력을 붙여 빠르게 윗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33층에서 멈춰선 그들을 따라 왼쪽으로 돌아 들어갔다. 그곳에 방탄유리로 만들어진 커다란 사무실이 보이고 그 안에서 한 젊은 남자가 집무를 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경비원들 중 한명이 그 유리의 바깥에 마련된 버튼을 누르자 그 신호가 안으로 전달이 되었는지 그 남자가 고개를 들어 밖을 내다본다. 그리곤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책상에 뭔가를 조작하자 틈이 없던 유리가 좌우로 벌어지며 길을 만들었다.

신기했지만 관심을 끊고 자신들을 반겨주는 사내에게 시선을 돌렸다.

" 오! 친구들, 어서와. 이야기는 들었어. 삼촌이 너희를 푸대접했더군. 하하하.. "

갑작스런 환대에 잠시 넋을 놓은 고트와 스네이크는 정신을 차리고 대꾸했다.

" 무슨? 너희들의 목적은··· "

" 오, 노노. 잠시만 소개해줄 사람이 있어. 크리스탈 나와봐. "

그 남자가 고개를 돌려 한쪽에 나있는 문을 향해 소리치자 잠시 후 그 문을 통해 한 젊은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방금전까지 잠을 자고 있었는지 푸스스한 노란색 머리에 실크가운을 입은 여자는 게슴츠레 눈을 뜨며 투덜거렸다.

" 뭐야. 헤리슨. 응? 이놈들은··· 그 말로만 듣던 적색 바코더들이네. "

" 아, 너희들은 서로 뭔가를 볼 수 있다고 했지. 인사해. 크리스탈, 손님들이야. "

" 아, 안녕. 잘부탁해. "

건성으로 인사를 마친 그녀가 다시 방문으로 들어가 부스럭거리자 헤리슨이라 불린 사내가 머쓱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대꾸했다.

" 아, 아직 잠이 덜 깨서 말야. 뭐, 마실꺼라도 줄까? "

그렇게 말하며 일어선 남자는 널찍한 고급소파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 일단 저기에 앉아. 커피? 음료? 물? "

아직 상황파악이 안된 고트와 스네이크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한쪽에 비치된 냉장고에서 맥주 세 캔을 꺼내들고 그들에게 던져주며 말했다.

" 편안히 있어. 이제 한 가족처럼 일할텐데 말야. "

" 크큭, 넌 개새끼들도 한 가족인가? "

헤리슨의 말에 비꼬듯이 대답한 고트가 맥주를 내려놓으며 쏘듯이 말했다. 그 일침에 과장된 리액션을 하며 헤리슨이 목줄을 가리켰다.

" 아, 그거. 휴우, 미안하지만 그 열쇠는 내가 가지고 있지 않아서 말야. 그렇지 않으면 당장 풀어줄텐데.. 진심이야. "

약간 풀죽은 그의 음성에 여전히 고트와 스네이크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본래 목적은 이 목줄을 품과 동시에 대가리를 제압해 자신들의 수족을 만든뒤 이 도시를 장악해 신세계를 만들려고 했었다. 그로 인한 상처치료는 널리고 널린 인간들을 통해 언제든지 회복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방금 저 문을 열고 나온 여자였다. 푸른색 바코드를 이마에 떡하니 달고 있는 그녀는 분명히 사이퍼였고 그녀가 내뿜는 에너지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억지로 풀다 예상보다 더 큰 상처를 입는다면 승패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 하, 시발··· 저런 년이 있다는 정보가 있었다면 아까 기회가 올때 풀것을.. 쯧. "

작전 미스였다. 하지만 이 헤리슨이란 남자의 태도에서 해결책을 발견했다.

" 그래서.. 우리를 어쩌려고 하는거지? "

" 어쩌려고 한다니. 오해야. 난 너희들이 가진 힘을 잘알아. 그리고 그것을 인정하고 있어. "

거기까지 말한 헤리슨이 진한 미소를 지으며 그 둘을 훑어봤다.

" 너희들도 자신들의 힘을 잘알고 있지? 우린.. 아 내 소개부터 해야겠군. 난 오성유니온의 삼성 헤리슨이라고 해. 오성유니온은··· "

이 헤리슨이 속한 그 연합은 국내 재벌 삼세, 사세들이 만든 사조직이었다. 비록 사조직이지만 그 영향력은 정부에 버금갈 만큼 여러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구태세력, 그들의 조부, 아버지들이 운영하는 지금 기업들의 상황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그 모든 것의 원인으로 바뀐 세상을 적응하지 못한 것이라는 공감대가 어린 그들사이에 형성이 되었고 그 이유로 이런 사조직을 결성하게 된 것이었다.

그들은 가장 먼저 무력을 갖추려고 했다. 그것의 정점이 바로 사이퍼들이었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그런 이들을 포섭했고 꽤 많은 사이퍼들을 휘하에 둘 수 있었다. 그제서야 늙은이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이미 선점한 자신들과 달리 그들은 헛물만 들이키고 있는 와중이었다.

" 너희들은 정말 신이 주신 인류의 보물이야. 어쩌면 지금 같은 시기에 세상을 지키려고 보낸 신의 사도가 아닐까? 하하하하.. "

" 개소리. 헤리슨, 쓸데없는 소리말고 본론만 해. "

어느샌가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밖으로 나온 금발의 여자는 냉장고쪽으로 다가서며 헤리슨의 말을 잘랐다. 그럼에도 화는 커녕 미소를 보인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 크리스탈, 베이비. 너도 이리와봐. "

크리스탈은 냉장고에서 맥주한캔을 꺼내들고 따서 벌컥벌컥 들인키며 고개를 돌려 쇼파에 앉아 있는 고트와 스네이크를 봤다. 서늘한 시선이었다.

"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지? "

" 하하, 그래. 그건 말이지. 너희들을 고용하고 싶어. 무불소위의 권력과 뒷받침할 자원을 주지. 어때? 어짜피 너희들도 선택의 기회가 크게 없지 않아? "

느긋한 헤리슨의 말투에 피식 웃은 고트가 목줄을 잡아가며 말했다.

" 고작 이따위 목줄로 우리를 컨트롤 할 수 있을꺼라고 생각해? 크크큭.. "

목줄을 움켜쥔 고트가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순식간에 거대한 염소의 뿔이 돋아나며 위압감을 사방으로 뿌렸다. 그리고 목줄이 뜯겨져 나왔다.

쾅! 제법 큰 폭발이 목걸이에서 터져나왔다. 매캐한 연기 사이로 휘어진 뿔 두개가 드러나고 이어 목에 큰 상처를 입은 고트가 피를 흘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일반인이라면 그 자리에서 절명할 정도의 상처였지만 사이퍼인 고트는 제법 잘 참아내고 있었다.

" 크륵, 서,설마.. 큭, 이 따위 장비로 우릴 잡아둘 수 있을꺼라고 생각하는 건가? "

서서히 아물고 있는 목의 상처를 그대로 드러내며 고트가 헤리슨을 쏘아봤다. 헤리슨의 전면에는 불투명한 뭔가가 드리워져 있었다. 폭발이 일어남과 동시에 발생한 현상이었다.

그 현상의 원인인 크리스탈은 흥미로운 얼굴로 자태를 관망하고 있었다.

고트의 옆에 앉아 있던 스네이크 역시 비슷한 상처를 입으며 목줄을 뜯어내자 뒷편에서 관전하고 있던 경비원들이 기관단총을 들어올려 경계를 했다. 나름 훈련이 잘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헤리슨이 손을 들어 그들을 멈추게 하고 여전히 소파에 기대앉아 그들을 바라보며 태연하게 말했다.

" 당연히 그 정도로 너희들을 좌지우지 할 생각은 없었어. 아까도 말했잖아. 그 조잡한 물건따위를 당장이라도 풀어주고 싶다고 말야. "

어떠한 놀람도 얼굴에 드러나지 않는 헤리슨을 보며 고트와 스네이크는 다시 털썩 자리에 앉았다. 아직 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반증이었다.

그런 그들을 부드럽게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짓는 헤리슨의 눈동자는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마치 앞날을 예고하듯이 그렇게 말이다.

그렇게 한참을 더 이야기를 나눈 그들은 서로 만족할 만한 답을 얻었는지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과 함께 악수를 청했고 그날 한 거대 재벌기업의 주인이 바뀌었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한쪽에서 조그만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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