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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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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조회수 :
130,931
추천수 :
2,769
글자수 :
1,307,372

작성
18.08.13 06:00
조회
808
추천
16
글자
23쪽

태풍 속 서울(2)

DUMMY

" 뭐? 네가 바위의 친구 여동생이라고? 근데 네 오빠, 그 친구가 죽었는데.. 그게 바위 자기 탓이라고 자책한다는 거야? 그게 무슨 참신한 개소리야? "

일우는 어이없다는 듯이 말을 내뱉었다. 중고등학교때 바위의 단짝 친구였던 사람의 동생이라는 이 여자얘, 박지수의 설명을 들은 일우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친구 좋지. 나도 한때 어울려 다니던 친구라고 생각하던 아이들이 몇 명 있었지. 근데 내가 바빠서 혹시 지들이 바빠서 연락이 뜸해지고 그러고 나면 남처럼 되는게 친구라는 이름이었다.

가족도 아니고 고작 친구때문에 군대를 자원입대 한다는 것은 일우의 상식으로는 절대 이해가 되지 않았다.

" 그래서 그 교통사고가 자신 탓이라고 생각한다고? 으음. 바위 이거 생각보다··· "

물렁한거 아닌가? 온갖 쎈 척은 다 하면서 맘은 여린, 그런 외강내유형인가? 이거 의외로 허당에 기분파 일수도. 자기가 군대가면 지 형은 고아원에서 지낼 수 있다고 하지만 죽고 못사는 지금 형태로 봐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됐다.

얼마전에 들은 말이 문득 생각났다. 자신에게 미안하단다. 미안할꺼면 첨부터 쳐 때리지나 말던지.. 물론 내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 정도라는게 있는 법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일우를 방해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 근데.. 오..빠는 바위오빠랑 무슨 관계세요? 혹시 바위오빠가 내일 당장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이끌고 가라고 하는 곳에서 같이 오신건가요? "

이미 갈곳까지 정해준 모양이었다. 바위 이거 아닌척 해도 엄청 신경쓰는데?

" 흠, 맞아. 그곳은 안전할꺼야. 물론 조심해야 할 미.. 아니다. 일단 그곳에 가면 바위와 친분에 대해 말을 전해. 그럼 일사천리니까. "

잠시 생각한 일우가 말을 더했다.

" 그 말은 제비나 도끼라고 있어. 그 자식들에게 말해. 혹시.. 알아? "

제비와 도끼란 말에 움찔하는 지수를 보며 일우가 확인한다. 하긴 바위 친구라면 그 두놈이랑도 친구일 확률이 높으니까. 지수가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며 쓸데없는 소리를 했다는 걸 깨달았다. 어짜피 그 둘을 알고 있다면 자연스레 바위와 관계도 드러날테니 말이다.

" 여튼 고마워. 이제 가서 쉬도록 해. "

자기 목적이 끝났다는 걸 알린 일우가 축객령을 내리자 머뭇거린 지수가 입을 열었다.

" 저기.. 차돌 오빠는 잘 계신가요? "

" 응? 그 형님을.. 아, 뭐 잘 계시지. 누구보다 편하게 말야. "

차돌은 신장 이식을 받은 후 건강을 회복했다. 거기에 소미의 전담 치료는 체력을 곧바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기에 고아원 아이들과 함께 생활을 하고 있었다.

" 네.. 다행이에요. 내일 저희랑 같이 움직이시는건 아니시죠? "

" 뭐, 그럴껄.. 그건 바위 맘이지. 근데 아마 니들 그 덩치 큰 여자가 있어서 크게 위험하진 않을꺼야. 아마 너희들도 알고 있잖아. 초능력자들의 존재를 말야. 예전에 배신하고 나간 그 남자도 초능력자였다면서. "

" 춘자언니요? 그렇긴 한데.. 본래 그 초능력자는 바위오빠처럼 강한가요? "

물론 그렇지 않다. 바위가 워낙 비정상적인 강함이었기에 그런 신위를 보여준거지 일반적인 사이퍼는 한참 모자랐다. 그런 사실을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일우는 그냥 단답으로 대답했다.

" 뭐, 수련하다 보면 언젠가는 강해지겠지. 안그래? "

일우의 마지막말은 지수에게 한 말이 아니었다. 그 대상은 금세 몸을 드러내며 대꾸했다.

" 글쎄.. 단순히 수련한다고 강해지는 경지일까? "

" 아, 언니. 언제 오셨어요? "

지수는 컴컴한 통로의 그림자에서 몸을 드러내며 말하는 거구의 여인을 보며 놀란듯 물었다. 그 여인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을 이었다.

" 뭐 궁금한 것도 있고 이것저것 물어보려고 그 남자에게 갔다가 쫒겨났어. 하하하. "

공격적인 가슴이 웃음에 따라 흔들렸다. 일우는 그녀의 말을 듣고 곧 바위를 찾아갔다가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한채 나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다 통로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따라 여기까지 온 것이고.

" 하여튼 난 궁금한게 다 풀렸으니 둘이 대화를 나누던 가서 취침을 취하던지 해. 그럼.. "

" 헤이. 이봐. 이야기 좀 하자고. "

더 이상 귀찮은 듯 한손을 들어보인 일우가 막 바위가 머물고 있는 거처로 발길을 옮기는 순간 여인이 낙시질을 했다.

" 좀비가 말을 하더라. "

" 뭐? 개소리도 참신하게 해. "

" 진짜야. 안그래. 지수야? 너도 들었지? "

" 아··· 네. 드,들은거 같아요. "

더 이상 그들의 만담을 듣기 힘들었는지 일우가 머리를 짚으며 돌아봤다.

" 그래, 좀비들이 뭐라든? 우아악! 널 잡아먹겠다! 그러든? "

꺄악! 갑자기 터진 일우의 고함에 비명을 지른 지수가 춘자의 팔을 잡으며 뒤로 숨는다. 그런 모습에 피식 웃는 일우를 보며 춘자가 태연하게 말했다.

" 뭐 비슷한 말을 했지. 그건 그렇고 니들은 어떤 수련을 하는 거야? 어떻게 그렇게 강한거지? 이건 단순히 수련만 한다고 강해지는 그런 경지가 아니건 나도 알아. "

하, 아무것도 모르는 이 초짜 사이퍼를 어떻게 설득시켜서 돌려보낼까 하는 생각에 일우가 고개를 숙이며 잠시 고민을 했다. 피곤했다.

" 하아.. 그냥 죽기직전까지 구르고 찢기면서 돌아가신 할머니 얼굴이 선명해 질때까지 그 상태를 몇달만 유지해봐. 아마 나는 이길 수 있을껄? "

" 크음. 농담이 아니라 진지해. 이런 세상에는 힘이 모든걸 말해주잖아. 나도 알아, 그 비법이 얼마나 중요하고 남에게 알려주지 못하는지. 하지만 우린 절박해. "

지금 절박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라는 말을 던지려다 고개를 흔든 일우가 얼굴을 굳히며 진지하게 말했다.

" 병신같은 소리는 그만하고 어린얘처럼 투정부리지마. 남들보다 쉽게 강해지는 법? 앞서가고 싶어? 그럼 당장 팔굽혀펴기나 그 커다란 쇠뭉치라도 한번 더 휘둘러. "

등뒤에 어설프게 묶여 있는 쇠덩어리를 가리키며 대꾸한 일우는 이젠 더 이상 듣기도 싫은지 냉정하게 몸을 돌려 걸어갔다. 그런 일우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춘자가 외쳤다.

" 젠장, 고맙다. 그리고 좀비 이야기는 진짜야. "

하지만 일우는 끝내 뒤돌아보지 않고 어둠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런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던 지수가 춘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언니, 괜찮아요. 지금도 충분히 강하잖아요. "

"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그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야.. "

춘자는 얼마전 좀비떼에 밀려 옥상까지 도망치던 와중에 나타난 그 남자, 바위의 신위를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힘들이지 않고 휘두르는 그 망치에 말그대로 부서져 나가는 좀비들의 모습은 마치 수수깡으로 만든 인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솔직히 부러웠다. 질투가 났다. 나에게 저런 힘이 있다면 이렇게 숨어서 구질구질하게 살 필요가 없을텐데..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래서 자존심을 굽히고 생전처음으로 남자를 찾아갔다.

하지만 어두운 실내에서 가부좌를 튼 채 무언가를 하고 있는 남자에게선 단 한마디의 말도 들을 수 없었다. 무슨 돌땡이랑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자극에도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그 일행에게 타겟을 바꾼 춘자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지만 원론적인 말뿐.

심지어 그 남자는 붉은색 바코드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생필품 마련을 위해 서브웨이나 상인연합과 거래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는데, 그 하나가 바코드에 관한 내용이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내용은 푸른색과 적색 바코드는 물과 기름처럼 종속되기 힘들다는 내용과 필요에 의해 연대하지만 쉽게 믿기 힘들다는 것이 주류를 이루었다.

하지만 저 둘의 행색은 마치 바위가 기사라면 일우라는 남자는 종자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딱 봐도 저 거대한 배낭을 맨 행태는 그런 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 휴우. 모르겠다. 일단 내일을 위해 오늘은 좀 쉬자. "

춘자는 복잡한 얼굴로 정리가 안된다는 듯이 말을 내뱉고 몸을 돌렸다. 내일은 건물내 생존자 모두가 강행군을 해야 했기에 휴식은 필요했다. 하지만 춘자는 잠들 수 있을꺼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만큼 머리속이 복잡했다.


날이 밝았다. 하지만 내리는 비는 도무지 그칠 생각이 없는 듯 했다.

후드득.. 다다닥..

유리창을 부딪혀 오는 빗줄기의 소리가 음악처럼 들려온다. 그와 동시에 깨어진 유리창 사이로 들어온 물줄기에 군데군데 흥건히 젖어있었다.

일우는 입고 있던 옷이 꿉꿉한지 이맛살을 찌푸리며 바위를 돌아봤다. 바위는 애초에 옷을 껴입고 있지 않아서 그런지 평온한 모습으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다.

그에 비해 추위를 많이 타는 일우는 밤새 내린 비로 기온이 떨어지자 배낭에서 자기 옷을 몇 개 꺼내입은 상태였다.

" 킁, 왜 같은 사이펀데.. 왜 너는 안추운거냐? "

바위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어짜피 일우도 그 대답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투덜대는 습관같은 것이었기에 계속 혼잣말을 이어갔다.

" 시벌, 으허.. 춥다. 이제 가을쯤인데 왜 이렇게 춥냐. 겨울되면 진짜 얼어 뒈지는거 아냐? "

날이 제법 밝아 창문밖으로 내리는 빗줄기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일우였다.

" 어디 혼자 놀고 있는 불계열 사이퍼없나? 그런 얘들 데리고 다니면 좋을텐데.. 그나저나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갈꺼야? "

가부좌 상태로 눈을 뜬 바위는 대답 대신에 행동으로 보여줬다. 그렇게 장비를 챙기는 바위를 쳐다본 일우가 한숨을 쉬며 주섬주섬 우비를 꺼내 입고 배낭을 멨다.

" 어디로 갈껀데? "

" 일단 근처에 있는 지하철로 가서 비가 그칠때까지 지하철로 이동한다. "

이미 바위는 머리속에 서울시 지도를 외워둔듯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결론을 내렸다. 그 말에 잠시 생각한 일우가 중얼거렸다.

" 가까운.. 지하철이라.. 아, 상봉역 맞지? "

상봉역. 인근에서 가장 큰 역으로 7호선 뿐 아니라 경춘선, KTX까지 정차하는 역으로 같은 건물에 시외버스터미널까지 있는 곳이었다. 그제야 바위가 왜 이쪽으로 방향을 잡았는지 이해했다.

자신과 같은 적색 바코드를 가진 메두사의 이야기로는 서브웨이조직의 서울 북동부지역의 중심거점은 이 상봉역이라는 사실과 상시로 십여명 이상의 사이퍼들이 거주하는 요충지라는 설명이었다. 하긴 이 상봉역만 장악하고 있으면 강원도지역으로 손쉽게 세력을 뻗어나갈 수 있으니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또 중요한 점으로 그 건물에는 서브웨이가 운영하는 상점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일종의 물류 중심지역할까지 한다는 이야기였다.

" 그래. 일단 이걸 머리에 써. "

바위가 던진 물건은 두건이었다. 의아한 표정으로 바위를 돌아본 일우는 금세 깨달았다. 이마의 바코드를 대놓고 다니는 경우는 그냥 싹 쓸어버릴 경우지만 그것을 감추어야 하는 경우는 그 반대로 조용히 잠입해 정보를 얻고자 한다는 의미였다.

의외로 캐주얼한 두건은 스포츠선수들이 종종하는 그런 고급스러움이 있었다. 바위의 생각이 아닌게 확실했다. 하긴 저 인간이 이런것까지 챙길정도로 세심하다면 그런식으로 훈련을 하지 않겠지.

머리에 두건을 착용한 채로 우비까지 눌러쓴 일우는 어느 영화에 나오는 살인자 역할과 닮아 있었다. 거기에 커다란 배낭까지. 그런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투덜거리는 일우였다.

" 이건 밤중에 마주치면 그냥 칼부터 꺼내야 할 모습이잖아. 아주.. "

하지만 바위의 모습을 본 일우는 입을 닫았다. 선 굵은 이목구비에 깊이 모자를 눌러쓰고 지방이라고는 1%도 없는 순수한 강철같은 근육의 한쪽 팔에 쇠사슬을 칭칭감고 다른 손에 거대한 망치를 든 큰 덩치의 모습은 그냥 인간백정의 모습이었다.

" 너, 설마 그렇게 갈 생각이야? 그냥 다 때려부수겠다는 포스인데? 그것들이 그냥 둘까? "

그런 일우의 걱정은 기우였다.

늑대 대가리, 어떻게 만들었는지 자기몸통만한 도끼날을 가진 무기를 찬 놈, 온몸에 붕대를 감고 있는 놈, 비정상적인 거대한 오른팔을 가진놈까지. 별의별 인간들이 다 돌아다니고 있었다.

오히려 자신과 바위가 일반인처럼 보였다.

" 여긴.. 도대체 무슨 짓을 해놓은거야. "

처음은 상봉역, 그 건물에 쉘터나 상점이 마련되어 있다고만 생각했지 이렇게 역 주변에 거대한 성벽을 쌓아서 만들어 놓았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콘크리트로 올린 뒤 그위로 자동차등 철제구조물을 쌓아서 만든 성벽은 일반인이나 중장비로 작업한게 아니었다. 분명히 사이퍼들이 만든 작품이었다. 그 길이가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서울도심이라는 배경을 비추어보면 충분히 넓은 공간이 만들어져 있었다. 상봉역을 중심으로 건물 대여섯개와 도로등이 포함된 이곳은 꽤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 근데 얘들은 제대로 검문도 안하고 들여보네네.. 하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소리겠지. "

멀리서 이런 성벽같은 구조물을 봤을땐 어떻게 저길 들어갈까라는 걱정을 했지만 막상 출입구를 지키고 있는 경비들은 별다른 검문없이 들여보내줬다. 심지어 배낭검사도 하지 않았다. 그냥 좀비인지 인간인지 구별만 하는 정도였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안쪽으로 들어선 일우의 눈에 비친 광경은 그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온갖 형태의 사이퍼들은 제외하더라도 같은 인간들의 목줄을 채워서 굴비처럼 역어 끌고 어디론가 가고 있는 자부터 시작해서 심지어 좀비까지 묶어서 끌고 다니는 인간도 존재했다. 또 커다란 봇짐을 짊어진 사람들의 모습은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 봇짐을 들고 있는 사람들의 대화가 간간이 들려왔다.

" 크큭, 이번에 운이 좋았어. 삼거리 안쪽에 있는 편의점이 다 안털렸더라고. "

" 그 평화마트인지 뭔지 말이지? 이상하네. 거기 한번 쓸고 지나갔는데.. 운이 좋네. "

" 넌 그거 어디서 구한거야? "

" 흐흐, 그걸 공짜로 가르쳐 줄꺼라고 생각했냐? 아직 이거 몇 개 분량이 남아있는데. 크크크.. "

" 우와, 진짜? 대박인데? 설마 너 그거 살려고 하냐? "

" 크크크··· "

뭔가 음흉한 웃음을 짓는 봇짐남자에게서 시선을 돌린 일우는 저 앞에 보이는 상봉역을 쳐다봤다. 깔끔한 외관에 지상 2층? 3층인지 알 수 없지만 시외버스터미널과 경춘선,KTX역과 같이 있는 역답게 마치 백화점을 보는 것같은 건물이었다.

그 건물 주변뿐 아니라 도로, 타 건물의 주변에 견장을 찬 인물들이 곳곳에 보였다. 통제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함인가? 아니면 세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인지 모르지만 저들이 들고 있는 것은 M16 소총이었다. 총소리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처럼 소음기도 장착되지 않은 소총을 든 그 사람들의 얼굴에 묻어나는 것은 따분함이었다.

그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향하고 있는 방향은 상봉역안이었다. 비가 내림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인원들이 비속을 뚫고 서둘러 역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역안은 꿉꿉한 기분을 느낄사이도 없을 정도로 휘황찬란했다. 도대체 어떻게 전기를 끌어왔는지 사방이 번쩍였다. 단순히 형광등, 조명을 켜둔 것이 아니라 무슨 클럽에 온것처럼 다양한 색색의 빛들이 번쩍거렸다.

그런 빛들의 향연 바로 아래에는 유리인지 아크릴인지 모를 투명한 재질의 파티션으로 나뉜 매대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입구부터 안쪽까지 이어진 통로를 따라 늘어선 매대들은 예전 전통시장을 떠올렸지만 달랐다.

앞쪽 전시된 상품들은 대다수 먹거리등 생필품이었고 가격표가 적혀 있었다.

" 키로당 1명? 십키로당 1명? 이거 사람을 말하는거 맞지? "

상품들의 가격 단위는 명수로 매겨져 있었다. 쉽게 말해 인간을 화폐로 사고 판다는 말이었다. 그제야 인간을 굴비처럼 역어서 데리고 다니는 인간들의 모습이 이해가 되었다.

" 허, 다른 물품과 비율로 교환도 하지만 인간을 화폐로 사용한다고? 뭐야 좀비는 또 뭐야? 왜 이 지경까지 온거야? 불과 몇달사이에··· "

일우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지 연신 한탄을 하면서 둘러봤다. 심지어 좀비까지 화폐의 단위로 사용하고 있는 모습은 이곳이 서울인지 어딘지 모를 정도로 패닉상태로 만든 모양이었다. 바위도 그런 모습들이 충격적이었는지 잠시 생각에 빠진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들이 마치 촌놈들이 서울에 처음 상경한 듯 보였는지 누군가 접근을 했다.

" 헤이. 이봐, 이곳은 첨이지? 다른 지역에서 왔나봐? 좋은 물건있는데 한번 볼래? "

붉은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양아치 복장의 사내였다.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일우와 바위를 훑어보더니 제안을 했다. 어짜피 정보를 위해서는 이곳저곳 상황을 봐야 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양아치를 따라나섰다.

양아치의 발걸음은 일층을 지나 이층으로 향했다. 이층 역시 일층과 비슷했지만 거래 물품은 완전히 달랐다. 아래와 달리 붉은색 조명이 더 많이 켜진듯 야릇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예전 양주골, 미아리등에 있었다는 사창가처럼 양옆으로 이어지는 곳곳에 야릇한 복장의 여자들이 들어가 있었고 그 밑에 가격이 적혀 있었다. 화려한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는 일우를 바라보며 피식 웃은 양아치가 말을 건내왔다.

" 왜? 관심있어? 크크크, 진짜는 좀더 들어가야 해. 기대해도 좋아. "

양아치는 그런 그들에게 은근하게 말하며 계속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모양이 마치 시골에서 올라온 촌놈을 벗겨먹으려는 놈들처럼 보였지만 일우는 전혀 걱정을 하지 않고 사방을 둘러보며 그를 따라갔다.

이층의 끝부분에 도착을 한 일행의 눈에는 이제껏 비슷한 광경이 있었지만 내용물은 전혀 달랐다. 명패가 붙어 있는 모습과 휘황찬란한 조명은 마치 명품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 명패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 스페이스핑크 멤버, 설아.

일우가 분명히 아는 이름과 얼굴이었다. 티비, 연예계에 큰 관심이 없는 일우였지만 유명걸그룹으로 이름을 날리는 스페이스핑크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 멤버중 하나가 저 상품진열대 안에 들어가 있는 모습은 조금 충격적이었다. 심지어 자극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속옷만 입힌채 의자에 앉아 몸을 웅크린채로 벌벌 떨고 있었다.

명패 밑에 가격이 적혀 있었다.

- 식료품 1톤.

말도 안되는 가격이었다. 저 정도 식료품이 서울에 남아있을리가 없다는 생각에 일우는 주변을 돌아봤다. 이미 그곳에는 눈이 벌겋게 변한 몇몇의 남자들이 유리안쪽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아까 대박을 쳤다는 봇짐을 든 남자도 있었다.

그 역시 벌건 눈으로 설아를 뚫어질듯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치 조금 있으면 저 여자가 자신의 것이 되리라는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어느새 양아치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 역할이 여기까지 안내를 하는 삐끼같은 역할인 듯 했다. 바위도 별로 관심이 없는지 주변을 둘러보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구경을 하다 막 발걸음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던 찰나 누군가 나타나며 소리쳤다.

" 오래 기다렸습니다. 국민 걸그룹, 월드스타 스페이스핑크의 설아 경매를 시작합니다. "

우와!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들이 제법 모여있었다. 아마 지금 경매시작되는지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저기 적힌 가격은 그냥 보여주기 위한 가격인듯 했다.

이미 자신의 운명을 깨달았는지 안그래도 마른 몸매를 가진 설아는 사시나무처럼 떨며 고개를 숙인채 현실부정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경매는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었다.

붉은 바코드를 가진 남자가 건장한 몸으로 손을 든 남성을 가리키면 그 남자는 가격을 말한다. 그리고 그 가격보다 높게 말하는 참가자를 찾고 그렇게 점점 가격이 높아지는 방식이었다.

일우가 한발짝 떨어져서 보니 차고치는 고스톱이었다. 누군가 가격을 높이면 따라오는 호구를 선동해서 더 높은 가격을 부르게 하고 다시 높이는 그런 식이었다. 쉽게 말해 여기 모인 이들 중 절반은 이 가게의 직원, 선동꾼들이었다. 거기에 자극적인 여자연예인의 모습은 남자들의 이성을 잃게 하는 한몫을 톡톡이 하고 있었다.

경매가 최고조에 달했다. 그리고 그 가게의 여직원이 유리 안쪽으로 들어가 설아를 억지로 세우고 이리저리 돌려보이자 그 흥분도 역시 최고조에 달했다. 아마 그 흥분을 풀기 위해 2층 입구부터 설치된 사창가를 이용하게 되리라. 딱봐도 그런 구조를 위해 만들어진 경매시설이었다.

" 800Kg!! "

한 호구가 질렀다. 그러자 즉시 뒤따라오는 목소리. 아까부터 가격을 올리던 호객꾼이었다.

" 810! "

" 820. "

" 이익. 850···! "

그 호구는 그게 마지노선인지 표정에 힘이 빠졌다. 그것을 눈치 챈 주최측이 신호를 주자 더 이상 그보다 높은 가격을 부르는 인물들이 입을 닫았다.

" 자, 여기 850 부른 멋진 사내분이 있습니다. 더 높게 부를실 분 없나요? 셋을 세겠습니다. 셋, 둘, 하나! 축하드립니다. 스페이스핑크 설아의 주인이 되셨습니다. 박수! "

우와, 짝짝짝.. 꽤나 흥미진진하게 진행된 경매에 넋을 놓고 보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덩달아 그들의 눈에 부러움과 질투가 자리잡혔다. 그렇게 우승자가 된 사내는 그 자리에서 설아를 넘겨 받으면서 넙대대한 얼굴 한가득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런 한편의 연극같은 상황을 지켜보던 일우는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며 미래의 저 사내 운명에 대해 중얼거렸다. 뭐, 그 식량을 저쪽에 넘겨줄때까지는 안전하리라.

" 병신새끼. 삐쩍마른 여자 하나에 저 식량을 쓰다니.. 쯔쯧, 거기에 보호인력도 없이 어떻게 여기서 나가려는 생각인지.. 안그래? "

뒤를 돌아보며 묻는 일우는 놀랐다. 방금전 아니, 경매시작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뒷편에 서 있던 커다란 덩치의 바위가 어느새 사라져 있었던 것이었다. 어떤 기척도 없이.

" 아, 씨발.. 어디간거야.. 하아.. 젠장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

불안한 마음에 사방을 살피는 일우의 얼굴에는 짜증과 걱정이 가득했다. 적진 한복판에 버려진 스파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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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국내 상황(4) +2 18.08.31 798 16 18쪽
79 국내 상황(3) 18.08.30 791 18 19쪽
78 국내 상황(2) 18.08.29 800 20 19쪽
77 국내 상황(1) 18.08.28 791 17 19쪽
76 38선(6) 18.08.27 777 20 22쪽
75 38선(5) +2 18.08.24 778 19 21쪽
74 38선(4) +1 18.08.23 790 20 22쪽
73 38선(3) 18.08.22 791 14 20쪽
72 38선(2) 18.08.21 826 19 21쪽
71 38선(1) +1 18.08.20 817 19 23쪽
70 태풍 속 서울(7) 18.08.18 856 19 22쪽
69 태풍 속 서울(6) +2 18.08.17 799 21 21쪽
68 태풍 속 서울(5) +1 18.08.16 802 16 21쪽
67 태풍 속 서울(4) 18.08.15 803 15 21쪽
66 태풍 속 서울(3) 18.08.14 831 17 22쪽
» 태풍 속 서울(2) 18.08.13 809 16 23쪽
64 태풍 속 서울(1) 18.08.10 852 17 21쪽
63 확장(6) +1 18.08.09 848 18 22쪽
62 확장(5) 18.08.08 812 19 22쪽
61 확장(4) +1 18.08.07 834 23 25쪽
60 확장(3) 18.08.06 824 17 21쪽
59 확장(2) 18.08.04 806 15 19쪽
58 확장(1) 18.08.03 883 17 23쪽
57 서브웨이(5) +1 18.08.02 884 18 20쪽
56 서브웨이(4) 18.08.01 855 16 19쪽
55 서브웨이(3) 18.07.31 873 18 22쪽
54 서브웨이(2) 18.07.30 933 19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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