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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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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조회수 :
130,995
추천수 :
2,769
글자수 :
1,307,372

작성
18.08.24 06:00
조회
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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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글자
21쪽

38선(5)

DUMMY

꽈앙! 파창!

누군가 결계를 또다시 공격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마차안의 어느누구도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고 있다. 이미 여러 번 경험한 사실들을 봤기에 태연한 신색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조용히 눈을 감고 결계를 유지하던 구루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미사일, 포탄의 폭격과 사이퍼들의 집중공격을 받을 때에도 미동없이 받아냈던 구루가 표정변화를 보인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 그를 보며 둠스터가 입을 열었다.

" 뭐야? 새로운 적의 등장이야? "

둠스터와 삐에로도 느끼고 있었다. 전장을 보지 않아도 사이퍼들이 흘리는 에너지를 충분히 감지할 정도의 능력은 있었기에 이번에 새로이 개입한 사이퍼들의 존재도 금방 알아챘다. 방금 그들 중 한명의 사이퍼가 결계를 공격한 것까지 말이다.

" 네? 네? 적이 또 새롭게 나타났나요? "

녹색 구름을 유지시키기 위해 집중하고 있던 그린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는다. 하지만 둠스터는 그런 그에게 대답해줄 생각이 없는지 구루를 빤히 바라봤다.

그런 둠스터의 시선을 느꼈기 때문일까? 조용히 눈을 뜬 구루가 대꾸했다.

" 아무래도 강자가 개입한 모양이다. 만만치 않아. 둠스터, 삐에로 네가 나서야 겠어. "

" 호오? 우리 둘 다? 그정도야? "

마차의 한쪽에서 가만히 있던 삐에로가 붉은 입술을 열었다. 구루의 지시에 놀람과 호기심을 느낀 모양새였다. 둘이 나서야 할 정도의 강자는 대한민국에 몇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런 물음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구루가 인상을 썼다. 꽈앙-! 방금 전과 다른 엄청난 충격이 결계에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비록 넓게 결계를 쳤다고 하지만 이정도의 충격을 느낀것은 처음이었기에 더욱 놀란 그였다.

" 크윽! 나도 지원해 주지. 아무래도 괴물이 온것 같다. "

그런 구루를 놀란 눈으로 바라본 둠스터와 삐에로는 급히 마차를 나섰다. 여유를 부릴 틈이 없는 까닭이었다.

마차에서 내린 둘의 눈에 들어온 것은 막 거대한 망치를 들어 결계를 내리치려는 거구의 사내였다. 처음보는 인물의 등장에 잠시 혼란을 느낀 그들은 다시 내리쳐지는 망치가 결계와 부딪히며 굉음과 함께 커다란 파문을 그리는 모습에 급히 공격을 시도했다.

바위 역시 그들을 봤지만 하던일을 계속했다. 그가 느끼기에 몇번만 더 내리치면 깰 수 있을꺼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기에 에너지를 담아 낼 수 있는 경지의 바위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실험을 실전삼아 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런 바위의 행위는 마차에서 내려선 두 남녀의 공격에 멈춰서야 했다.

핑! 피잉! 드릴모양의 손가락 한마디만한 철로 만든 것들이 수십개가 떠올라 엄청난 속도로 바위의 전신을 뚫을듯이 날아들었다. 마치 예광탄을 쏜것처럼 길게 꼬리를 남기며 엄청난 회전을 가미한 채 날아드는 그것을 감지한 바위는 급히 망치를 휘둘러 그 쇠조각들을 쳐냈다.

파파팍! 사방으로 튕겨져 나가며 불꽃을 남긴 쇠조각들은 마치 유도탄처럼 방향을 바꾸어 사방에서 다시 바위를 덮쳐나갔다. 둠스터의 새로운 기술이자 필살기였다.

그러는 사이 삐에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주변에 있던 좀비들을 손짓으로 가르키자 좀비들 몇몇이 합체를 시작했다. 살과 살이 붙고 뼈와 뼈가 맞물리며 고어틱한 모습으로 변한 그것들은 더 이상 인간 모양의 좀비라고 할 수 없었다. 그와 비례해 덩치와 크기가 몇배로 불어난 그것들은 좀비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바위에게 달려들어 두손을 내리쳤다.

쾅! 바위가 있던 자리에 모래먼지가 휘날릴 정도의 충격을 준 거대좀비는 다시 두 손과 발로 바위가 있는 곳을 수없이 내리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공격을 받고 있는 와중에도 바위는 침착했다. 아니 오히려 즐거워 하고 있었다. 입꼬리가 올라간 바위를 보면 누군가는 싸움에 미친놈이라고 소리칠 것이다. 그 누군가가 바위의 뒷편까지 접근해 흙벽을 높이 쌓았다.

하지만 드릴모양의 쇠조각들은 그런 흙벽은 우숩다는 듯이 통과해 그대로 바위에게 직격했다. 그 이후에 휘둘러진 삼미터에 달하는 거대좀비의 두팔에 흙벽은 스티로폼처럼 무너져 내렸다.

투깡! 깡! 흙벽이 무너지면서 날리는 먼지구름은 사방 몇미터를 뒤덮었다. 그 사이를 수십개의 쇠조각들이 유선 수십개를 그리며 꿰뚫는 모습과 그것들을 쳐내며 들리는 쇳소리가 연주하듯이 울려퍼졌다. 가까이 붙은 거대좀비의 몸까지 꿰뚫으며 회전하는 쇠조각들은 눈에 잡히지 않지만 지나가는 경로마다 회오리치는 먼지구름과 핑핑대는 소리를 통해 그 경로를 짐작할 수 있었다.

" 저 먼지 좀 치워봐! "

둠스터가 짜증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옆에 서 있던 삐에로가 고개를 돌리며 한마디 하려는 순간 주변에서 달려들던 좀비 다섯마리가 한꺼번에 터져나갔다.

꽈르릉! 그것을 확인한 둠스터는 쇳조각들을 조종해 하늘로 띄운 후 폭발로 쓸려나간 장내를 주시했다. 먼지구름까지 휩쓸려 하늘로 날라갈 정도의 화력을 보인 좀비폭탄들에 의해 드러난 장내는 군데군데 구덩이가 패어있어 마치 수류탄 몇개가 동시에 터진 것과 비슷한 광경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중심에 서 있는 바위였다. 쇠사슬을 감고 있던 왼손을 들어 얼굴을 가리고 있는 그의 모습은 입고 있는 옷의 대부분이 찢겨져 어디론가 날아가고 없었지만 다친 곳은 보이지 않았다. 군데군데 묻어 있는 그을림과 좀비들의 체액과 파편만이 그가 그 폭발의 중심에 있었다는 흔적을 나타내고 있었다.

장내의 모든 인원들이 놀라 바라본 그 장소에 다시 거대좀비의 두 팔과 함께 주둥이가 떨어져 내렸다. 드러난 바위의 살을 물어뜯기 위해 입을 최대한으로 벌린 거대좀비는 한입에 사람 머리통을 넣을 수 있을 정도였다.

" 쯧, 귀잖아. "

주변에서 갖가지 침음성과 놀람의 음성이 들려왔지만 바위가 느끼는 감정은 하나였다. 쾅! 그와 동시에 내려오는 좀비의 몸체에 바위의 왼손 어퍼컷이 쏟구쳐 올랐다. 그 주먹은 내리꽂는 거대좀비의 두주먹을 박살내며 그대로 좀비의 턱을 통과해 정수리로 빠져나왔다.

털썩. 단 한번의 주먹에 고기덩어리로 변한 거대좀비가 장내에 널부러지자 허공에서 멈춰서 있던 드릴 모양의 쇳조각들이 바위를 향해 쇄도해 들어갔다. 둠스터가 그 사이에 정신을 차린 모양이었다.

" 뒈져라! 화강만천(化罡滿天)! "

나름 기술에 이름까지 붙이며 소리친 둠스터의 조조을 받은 쇠조각들이 뒤엉기며 직선이 아닌 무작위한 형태로 바위에게 떨어져 내기는 동시에 바닥에 깔려있는 자갈들이 하늘을 향해 쏫구쳐 올랐다. 위아래에서 공격해 들어오는 것들에게 슬쩍 시선을 준 바위가 몸을 회전시켰다. 마치 회오리처럼 변한 바위의 신형을 덮친 그것들은 갖가지 소리를 내며 튕겨져 나왔고 동시에 바위의 망치가 결계를 타격했다.

콰앙-! 쾅! 쾅! 한번이 아니라 수번에 걸쳐 내리친 바위의 망치에 결국 쩌적 소리와 함께 결계가 뜯겨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 광경에 이를 악문 둠스터와 삐에로는 남아있는 에너지를 끌어모아 다시 공격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미 박살난 결계를 다시 구축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고 그 사이에 바위가 그들에게 다가섰다.

" 늦어. 너희들 아직 실전이 어설퍼. "

코 앞으로 다가선 바위가 냉정하게 말했다. 한명 한명의 능력과 활용, 전투력은 나쁘지 않지만 연계를 통한 시너지가 너무 안좋다는 그의 평가였다. 그건 물론 바위의 눈높이였기에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이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을리 없었다.

" 뭐? 너 따위에게! 그런 말을! "

둠스터가 이를 악물며 외쳤다. 바위는 등뒤로 쇠조각 수십개가 동시에 짖쳐드는 기척을 느낀 바위가 기다렸다가 슬쩍 몸을 돌려세웠다. 그러자 미처 궤도 조정을 하지 못한 쇠조각들이 바위를 스치듯 지나가며 전면에 있던 둠스터와 삐에로를 덮쳤다.

" 미숙해. 심리도 운용도.. 너희는 그동안 강자와 대결을 한 경험이 없구나. "

대번에 그들의 문제점을 짚어낸 바위는 더 이상 그들과 대화를 나눌 이유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말을 이었다.

" 여기까지다. "

퍽! 파창! 휘두른 바위의 망치에 미처 자세를 잡지 못한 둠스터의 대가리를 박살내고 그 옆에 멍하니 서 있던 삐에로를 가격했지만 어느새 그녀의 앞에 나타난 결계에 막혔다.

" 역시 대장은 나중에 나오는 건가? "

바위의 오른쪽에 어느새 내린 구루가 입은 수단을 정비하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 넌.. 아니다. 어짜피 우리의 적일뿐이겠지. 신세계의 그년이 보낸건가? 여러가지로 귀찮게 하는군. 큭.. "

" 할말은 다했나? 그럼 그만 가라. "

" 네 강함은 인정하지. 하지만··· 결코 우리가 약하지 않다는 것정도는 보여줘야 겠군. "

구루가 조용히 중얼거리며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그와 동시에 충격에서 벗어난 삐에로가 다시 구루의 곁으로 다가서며 거대좀비 두마리를 만들어냈다. 그 거대좀비들을 조종하는 삐에로는 아까 거대좀비가 어떻게 바위의 주먹 한방에 죽어나갔는지 봤기에 신중하게 접근시키는 모습이었다.

바위는 그런 좀비들에게 신경도 쓰지 않고 구루만 쳐다봤다. 그의 주변에서 물결치는 저 에너지들의 흐름. 결계를 지켜보는 것이었다. 꽤나 흥미로운 능력이자 당하는 입장에서는 짜증나는 능력이었다.

자신은 접근 및 타격을 가하지 못하고 상대는 언제든지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 사이퍼가 난립하는 지금 시기에서도 독보적인 능력 중 하나였다. 또한 바위가 처음으로 욕심이 나는 능력이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건 불가능하고 욕심일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바위는 살짝 발을 굴러 구루에게 다가섰다. 하지만 그의 앞에는 어느새 만들어진 결계로 인해 막혀 있었다.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망치를 들어올려 내리찍자 결계가 출렁거렸다. 아까와 조금 다른 결과였다.

" 크윽.. 뭐지? "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바위를 쏘아본 구루가 비틀거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당연하게도 대답해줄 맘이 없는 바위는 다시 망치를 들어올렸지만 급히 결계를 해체시킨 구루가 외쳤다.

" 이것도 막아봐라! "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있던 거대좀비 두마리가 바위를 감싸듯이 덮쳐왔다.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지만 귀찮은 모기 쫒듯이 휘두른 망치에 걸린 좀비들이 사지가 날라갔다. 그 짧은 순간에 삐에로가 조종해 최대한 얼굴을 보호한 덕이었다.

그렇게 최대한 바위를 감싸듯이 붙은 두 마리의 거대좀비들의 중심부에서 엄청난 빛들이 쏟아져 나왔다.

꽈르릉! 삐에로와 구루의 합작품으로 탄생한 그 폭발은 엄청난 폭음과 함께 모래기둥이 십여미터 이상 치켜오르며 버섯모양을 만들어 냈다. 수십, 수백미터 떨어진 곳까지 그 영향력을 미친 그 폭발은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예전의 좀비들의 폭발이 수류탄이라면 거대좀비가 만들어낸 이것은 중형미사일 수준정도의 차이였다.

결계 안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구루의 인상은 펴지지 않았다.

" 삐에로. 준비해라. 아직.. "

쾅! 먼지구름을 뚫고 무언가가 결계를 때렸다. 구릿빛 상하체가 그대로 드러난 바위였다. 바위는 고스란히 충격과 폭발의 영향을 받아 낭패한 몰골이었다. 벌겋게 달아오른 피부는 화상을 의심케 했고 타버린 머리카락은 늘러붙어 엉망이었다. 옷은 애당초 다 타버려 벌거숭이가 된 상태로 결계를 내리친 것이다.

구루는 움찔했고 삐에로는 시선을 내리며 눈동자를 넓혔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린 구루는 이중 삼중으로 결계를 치면서 계산을 했다. 도저히 이 이상은 답이 나지 않는 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 삐에로, 금선탈각이다. "

삐에로는 그말에 흠칫했지만 그녀도 어느정도 상황파악할 머리가 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하압! 가볍운 기합과 함께 자신의 에너지를 사방으로 흩뿌린 후 시선을 구루에게 주었다. 그러자 질서정연하게 공략을 해나가던 좀비무리들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열을 지키던 좀비무리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발광하기 시작했다. 가장 많은 좀비들이 날뛰기 시작한 곳은 바위 주변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바위의 발을 묶어놓기에 충분하지 못했지만 이어지는 구루의 좀비폭탄으로 인해 바위의 시야를 가리는 구루의 능력이 이어졌다.

사방에서 폭음이 터지고 좀비들이 날뛰기 시작하자 전방을 지키던 일반병사들은 한숨을 돌렸지만 중앙에서 좀비들을 상대하고 있던 사이퍼들은 꽤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새로이 투입된 일우는 자신의 능력을 십분발휘해 가장 많은 좀비들을 묶어놓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바위는 침착하게 구루와 삐에로의 에너지를 느끼며 착실하게 다가섰지만 달려드는 좀비무리의 숫자가 수백을 넘어가자 발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그들의 행동이 무엇을 뜻하는지 깨달은 바위는 팔뚝에 감아놓은 검은빛 쇠사슬을 풀어냈다.

다수를 상대하기에는 그만한 무기를 찾기 힘들었기에 바위는 쇠사슬의 운용법에 공을 들여왔다. 단점은 길이에 비해 가볍고 마디가 약해 쉽사리 끊어져 그동안 몇번이나 도끼가 새로이 만들어주는 수고를 해야 했다. 그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해준 것이 회주가 선물한 이 쇠사슬이었다.

특히나 이렇게 개방된 장소에서는 다른 무기보다 훨씬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금방 드러났다. 그건 그동안 제한된 장소나 밀폐된 장소, 장애물이 많은 장소에서 전투를 벌였던 바위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후웅! 촤악! 정확히 바위의 머리위로 흔든 쇠사슬은 좀비들의 머리부분을 지나치며 뇌수와 체액, 파편을 뿌려댔다. 얇고 무거운 재질의 쇠사슬은 마치 예초기처럼 돌면서 잡초를 베어내듯이 순식간에 주변의 좀비들을 쓸어버리는 광경을 연출했다.

순식간에 수백의 좀비들이 육편이 되어 사방에 널부러지고 다시 그 자리를 좀비들이 메꾸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단 십여초만에 벌어진 일들이었다.

이미 거대한 초록빛 구름은 사라져 있었고 아까의 폭발로 마차가 뒤집어져 기어나온 사이퍼 둘, 그린과 퍼플은 그런 바위의 모습에 놀라 멍하니 비현실적인 광경을 쳐다보고 있는 중이었다. 도망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더군다나 그들은 자신들이 버림받았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들에게 신경쓰지 못한채 좀비들과의 사투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적색 바코드를 지닌 일우는 비교적 여유로웠다. 어짜피 좀비들은 자신을 적으로 인지 하지 않기에 좀비들이 일정방향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만 하면 되니 말이다. 그런 일우의 눈에 그 두명의 적색 사이퍼가 들어왔다.

" 뭐야? 니들이 그 신세계 얘들이야? "

" 네!? 그게··· 저기.. "

" 됐다. 어짜피 니들은 도망치지도 못하니까 얌전히 있어. 알았지? 저기 괴물.. 아니 미친듯이 날뛰는 사이퍼 보이지? 도망치면 바로 쫒아갈테니까. "

일우는 그렇게 으름장을 놓고는 시선을 돌려 머리가 반쯤 날라간 둠스터의 시체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 에효. 니가 무슨 잘못이겠냐. 쯔쯧, 그냥 조용히 살지. 뭐가 그리 억울해서 큭. "

눈도 제대로 감지 못한 그에게서 눈을 떼고 장내를 돌아봤다. 한미디로 표현하면 개판이었다.

사방에서 날뛰는 수십만에서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그것이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숫자의 좀비들이 가득 시야를 메웠다. 그 사이에 곳곳에서 분전하고 있는 정부측 사이퍼부대와 외곽지역에서 도대체 언제쯤 탄약이 떨어질까 궁금한 특수부대원들의 총소리. 그리고 그위에서 이젠 들려오지 않는 박격포의 포격소리까지.

일우는 문득 시선을 저 멀리 줬다. 그의 눈에 보이지 않지만 희미한 에너지의 잔향이 멀어지는 그곳에 시선을 둔 일우가 중얼거렸다.

" 빨리도 도망가네. 새끼들.. 저 년놈들 살려두면 나중에 귀찮아질 것 같은데 말야.. "

그러면서 바위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주변에는 이미 좀비사체가 산처럼 쌓여있었다. 바위도 이미 그들을 놓친것을 인정한 것인가? 문득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저 집요하고 곰같은 외모에 여우같은 심계을 지닌 바위가 그들을 놓쳤다고? 아무리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도 이렇게 쉽게 놓칠 인간이 아닌데..?

하나가 의심이 가니 나머지 상황과 정황들이 모두 의심스러웠다. 그 사이에 잠깐의 공백이 생긴것인지 바위가 다가왔다. 그를 보며 그 사실을 확인하려는 일우는 곧 그의 행동에 멈춰섰다.

바위가 몸을 굽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손가락 두마디정도의 드릴모양의 쇳조각을 하나 들었다. 그리고 와인드업을 하며 투사가 공을 던지듯이 온몸을 회전시켜 도망가는 그들의 기척을 느낀 곳을 향해 뿌렸다.

쉬앙! 파앙! 도저히 인간이 던졌다고 생각할 수 없는 소리와 함께 소닉붐이 터져나왔다. 비행체가 음속을 돌파할때 발생하는 충격파인 소닉붐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일우는 귀를 막을 수 밖에 없었다. 주변의 압력차가 급격하게 변하면서 생긴 압력에 의해 가까이에 있던 일우의 고막이 흔들린 것이다.

마치 그 쇠조각은 레일건에서 발사된 듯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일키로가 넘는 곳에서 뛰어가던 구루의 뒤를 덮쳐갔다. 이미 이상함을 느꼈을때는 그 쇳조각은 구루의 어깨를 관통한 것도 모자라 앞으로 쏘아져 나가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 크윽! 뭐지? "

" 구루, 왜그래? 그 어깨는.. 눈먼 유탄에 맞은건가? "

" 유탄.. 따위가 나의 결계를 뚫고 내몸에 상처를 낼 수 있다고.. 크큭.. "

약하지만 상시 자신의 주변에 결계를 쳐놓고 있는 구루는 단언했다. 눈먼 총알이 아니라 저격총으로 자신을 쏘아도 결코 자신이 쳐 놓은 결계를 뚫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다.

삐에로가 그런 구루를 부축하며 주변을 경계하며 길을 나서려는 순간 그들의 전면에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했다.

" 어딜 그렇게 급히 가는거지? 네가 그 구루인지 그루인가 하는 신세계 두목인가? "

정확히 자신을 가리키며 묻는 인물은 짧은 숏컷을 하고 고양이 상에 예쁘장하게 생긴 이십대 초중반의 여인, 사스였다. 그녀의 뒷편으로 그녀의 조원들이 넝마가 된 옷을 입고 독기가득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순간적으로 저들의 부모나 지인을 자신이 죽였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독한 눈빛이었다.

전원 사이퍼로 이뤄진 그들을 잠시 바라본 구루가 입을 열었다.

" 너희는 누구지? 처음보는 사이퍼들인데.. "

" 아, 별거 아냐. 우린 너를 보려고 죽을 힘을 다해 여기까지 달려온거고.. 늦지 않아 정말 다행인거지. 무엇보다 다희 그년보다 빨리 너희를 발견해서 기분이 좋고 말야. 아하하하... "

도대체 대화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횡설수설하는 그녀를 보며 구루가 고개를 흔들었다. 결국은 적이라는 사실만 얻은 그는 삐에로에게 눈짓을 했다. 빠르게 이들을 처치하고 안가로 가야했다.

삐에로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품에서 단검을 빼들었다. 원래 능력인 좀비 조작술외에도 단검술을 익힌 그녀는 상당한 실력자였다. 기본적인 5단계 에너지 수렴단계를 넘어 60레벨, 6단계 발산의 경지에 들어선 그녀는 단검에 자신의 에너지를 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앞에 막고 있는 인원들의 수준과 어깨를 다친 구루의 상태였다.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 자신과 구루는 생각보다 상태가 좋지 못했기 때문에 속전속결만이 살길이었다. 또한 언제 다시 그 괴물같은 사내가 쫒아올지 모른다는 압박감에 서둘수 밖에 없었다.

이미 상대들도 완벽하게 전투태세를 마쳤다. 조금이라도 방심을 해주면 쉽게 갈 수 있을텐데.. 라고 중얼거린 삐에로는 입술을 깨물고 몸을 날렸다. 그녀의 앞을 막은 인물은 사스가 아니라 자기 몸집만한 쉴드를 든 거구의 사내였다.

" 네년의 상대는 저기 쪼무래기들이야. 난 네 대장 대가리가 필요해. 바위의 선물권이 걸려있거든. 크크크. "

장내 분위기, 대사, 행동, 행색등을 보자면 산적들이 지나는 행인들을 위협하는 듯 보였다. 악인과 선인이 뒤바뀐 모습. 적아를 구분할 수 없는.. 그냥 사스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어느새 마체테와 손도끼를 뽑아든 사스가 구루에게 부딪혀 가고 있었다.

창! 파캉! 곧바로 결계를 전개한 구루의 머리위로 떨어진 마체테가 결계와 부딪히며 소리를 냈다. 그렇게 그들의 싸움은 시작되었다.

다희팀이 도착하기 전에 끝내려는 사스와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려는 구루와 삐에로. 그 두팀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채 온몸으로 서로에게 부딪혀 가고 있는 이곳은 이름 모를 야산의 한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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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태풍 속 서울(5) +1 18.08.16 803 16 21쪽
67 태풍 속 서울(4) 18.08.15 803 15 21쪽
66 태풍 속 서울(3) 18.08.14 831 17 22쪽
65 태풍 속 서울(2) 18.08.13 809 16 23쪽
64 태풍 속 서울(1) 18.08.10 853 17 21쪽
63 확장(6) +1 18.08.09 849 18 22쪽
62 확장(5) 18.08.08 812 19 22쪽
61 확장(4) +1 18.08.07 835 23 25쪽
60 확장(3) 18.08.06 824 17 21쪽
59 확장(2) 18.08.04 806 15 19쪽
58 확장(1) 18.08.03 884 17 23쪽
57 서브웨이(5) +1 18.08.02 884 18 20쪽
56 서브웨이(4) 18.08.01 855 16 19쪽
55 서브웨이(3) 18.07.31 873 18 22쪽
54 서브웨이(2) 18.07.30 934 19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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