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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erior Struggle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요개
작품등록일 :
2013.01.31 09:36
최근연재일 :
2021.11.10 22:29
연재수 :
226 회
조회수 :
586,456
추천수 :
10,871
글자수 :
1,513,856

작성
19.11.26 01:32
조회
371
추천
11
글자
11쪽

11. 남해(南海) (2)

DUMMY

“해룡이라....”


빙룡은 겪어본 적이 있지만, 해룡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

하지만 해룡 역시 빙룡과 같은 용.

자카이야의 도움을 받는다면 물리치진 못하더라도 발목 정도는 잡을 수 있으리라.


“물론 소문주께서 원하신다면 우리가. 아니, 종리가는 무조건 도울 거예요! 그렇죠 장 호위?”


“아니 그게.....”


종리혜의 호언장담에 장위의 얼굴이 시커멓게 죽었다.

하기야 배를 구해 출항하는 걸 도울 때 장위가 빠질 리 없겠지.


“그리 해 주시겠습니까?”


장위에게는 안타깝지만, 지금은 종리혜의 호의를 받아들여 확답을 이끌어내야 했다.

심가. 그리고 심가와 강력하게 연결된 남해가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남은 건 종리세가 뿐이니.


“바쁜 일은 다 끝나셨습니까?”


파혼이 오고 간 탓에 조금 껄끄러웠지만 종리혜와 장위가 다녀간지 얼마 뒤, 나는 조심스레 심하령을 찾아갔다.

어느 정도 바쁜 일이 끝났는지, 한가로이 차를 마시던 심하령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맞이했다.


“예. 천의검문의 신망이 깊은지라 많은 곳에서 도움을 보내 주어 시일에 늦지 듯 합니다.”


남해로 가는 길이 열리기까지 앞으로 사흘.

그 안에 심하령과의 관계가 정리된다는 사실에 마음이 심란해진다.

하지만 심하령 그녀는 여전히 담담해 보였다.

지금까지 마음고생을 안긴 것도 있으니 어쩌면 후련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마물은 그렇다 쳐도 해룡이 나타날수도 있다면 교역로는...”


장위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를 전해주자 심하령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그래, 놀랄 만한 일이다. 정략에 불과한 혼약이 파기되는 건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겠지.

씁쓸함을 감추며 나 역시 심하령을 따라 담담하게 대답했다.


“우선 대막과의 직항로를 개척할 겁니다. 아시다시피 대막. 아니, 자카이야의 무녀의 도움을 받으면 해룡을 상대할 가능성도 생깁니다.”


“설마 용을 처치하겠다는 말씀이신가요?”


내가 너무 무덤덤하게 이야기했나? 심하령이 벌떡 일어나서 대경실색했다.


“제가 무슨 무명을 더 갖겠다고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무녀의 도움이 있으면 해룡을 뿌리치는 것이 수월하질 겁니다.”


심하령은 너무 격하게 반응했던 것이 부끄러운지 다시 얌전히 앉아 차만 들이키며 침묵을 지켰다.

이러다 또 흐지부지 파할 상황이라 조마조마한 참에, 심하령이 문득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급히 입을 열었다.


“그런데 혹시 해룡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 종리 소저도 함께 계셨나요?”


“예. 그리고보니 종리세가에서 우릴 돕겠다고 하셨습니다.”


“아......”


반가운 소식이라 여겼건만 심하령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차기 혼약자로 거론되는 여인의 호의라서인가 싶었지만, 심하령은 내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우려를 품고 있었다.


“곤란해지겠군요. 종리세가가 나선다면 그만큼 몫을 챙겨 주어야 할 테니까요.”


“서역행이 이문을 남기려고 하는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속사정이야 그렇지만 일단 겉으로는 황도 발굴보다 더 큰 이문을 남겨야 하니까요. 종리세가의 몫을 제한 부분만으로 저희 가문이 움직일지는....


종리혜의 호의는 마냥 사람 좋은 호의가 아니었다.

나름대로 그 호의를 이용하려 머리를 굴렸지만 역시 명망 높은 명가의 후계란 녹록치 않았다.

지금까지 이런 머리 아픈 일을 모조리 심하령에게 맡겨둔 여파가 이런 식으로 돌아올 줄이야.

심하령의 빈자리가 어느 때부터 깊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물론 종리세가의 조력이 더해진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무척 낮아지겠지요. 남해에 당도하는대로 소녀가 종리가에 인사를 드려야겠군요.”


“아니, 제가 가겠습니다.”


이제 더 이상 골치 아픈 일을 피해 다닐 순 없었다.

못났던 시절이라면 모를까, 지금 나는 명실상부한 천의검문의 후기지수이며 언젠가 검문을 이어받을 소문주.

두렵고 막막한 일이라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다 보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마치 천운이 닿아 무공을 대오각성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하시다면 소문주님의 일정에 포함해 두겠습니다.”


내 뜻을 담담히 받아들인 심하령이 새로이 서간을 펼치고 세필을 집어 들었다.

굵직한 일은 끝났지만 아직 잡다한 일이 많이 남아 있던 것일까?

순식간에 서간을 채워 넣기 시작한 심하령을 방해하지 않도록, 나는 조심스레 그녀의 거처를 나섰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마침내 남해로 떠나는 날이 되었다.

일전의 출정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간소하기 그지없는 인원이 채비를 마치고 천의검문의 정문 앞에 모여 있었다.

그러나 누가 감히 그 일행을 가벼이 여길 수 있으랴?

마물의 준동으로 시작된 난세 속에서도 꿋꿋하게 정도를 걸어 온 거인.

천의검문의 문주가 오랜 침묵을 깨고 공식적으로 강호의 전면에 나서는 순간이었다.


“지금부터 모두 내력을 가라앉히시기 바랍니다.”


지나치게 강대한 내력은 법진法陣의 흐름을 해친다는 설명과 함께, 심가장의 총관인 신산자가 좌중을 향해 읍했다.

그리고 잠시 후, 신산자가 진땀을 흘리며 진식의 이곳저곳에 약수를 뿌려가며 진언을 읊기 시작했다.


“소문주님은 남해에 가 보셨나요?”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들떴는지, 남들이 다 듣는 가운데임에도 종리혜가 소곤소곤 귀엣말을 전해왔다.

아무리 잘 봐줘도 규중 처녀와는 거리가 먼 행동에, 문득 종리세가의 가주가 꽤 골치를 썩였을 것 같다는 실없는 생각이 들었다.


“초행입니다만,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어떻게요? 검문에는 남해 출신이 없던데? 아, 언니가....”


아무리 말괄량이 같은 그녀라도 심하령을 농지거리 삼기는 어려웠는지 말을 아끼는 눈치였다.

무엇보다 본의 아니게 주위의 시선이 집중된 상황이라 더더욱 그랬다.


“남해의 풍광은 수려하기로 소문이 자자합니다. 기회를 주신다면 이 장 모가 소문주께 소개를 올리겠습니다.”


장위가 요령 좋게 대화에 끼어들어 종리혜에게 집중될 뻔한 시선을 끌어모았다.


“맞아요! 남해 도착하면 먼저 배를 타러 가지 않으시겠어요? 오라버니가 마침 남해부南海府 수군에 계시니 어렵지 않을 거예요!”


장위의 노력이 무색하게 종리혜가 다시 신이 나서 재잘대기 시작했다.

그보다 종리혜의 오라비라면 얼마 전에 그녀에게 들은 바가 있었다.

남해제일검으로 이름이 높다 들었는데 왕부王府에 속한 이였던가.

하기야 심가장 못지않게 명망 높은 가문의 일원이 남해에 연이 없을 리 없지.


“아쉽지만 남해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왕야를 찾아 뵙고 그 다음에는 심가장을 들러야 한단다.”


놀랍게도 종리혜의 말에 끼어든 것은 다름 아닌 아버지였다.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꺼낸 한마디에 종리혜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해서, 당분간은 내가 너를 독차지 하게 될 터이니 군아 너는 늦지 않게 소저에게 사죄를 구하거라.”


“예? 예. 그리 하겠습니다.”


농지거리라니. 언제나 위엄이 넘치던 아버지에게 이런 면모가 있을 줄은 몰랐다.

오랜만에 남해로 떠나는 것에 마음이 동하신 걸까?

아니, 그럴 리 없지. 아버지가 어떤 분이신데 사사로이 그러실까.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신산자의 말 덕분에 묘하게 흘러가던 분위기가 일신했다.

그런데 그때, 뒤늦게서야 나를 죽 지켜보던 시선이 사라짐을 알아챘다.

언제부터 보고 있었는지 심하령 곁에 서 있던 흑경이 죽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맙소사, 아버지의 심중을 이제야 알겠다. 아직 제대로 파혼이 결정된 것도 아닌데 외간 처녀와 노닥대는 모습을 보이다니.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겠다. 여기가 남해였다면 구설수에 오르고도 남을 일이 아닌가.


“출出!”


아버지의 외침과 함께 남해로 떠나는 일행이 문전에 그려진 진식 위에 자리를 잡았다.

수행원과 검수 몇몇을 포함해 스물 가량의 인원을 간신히 감싼 둥근 진식이 서서히 빛을 발한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드는가 싶더니 어느새 주위가 뿌옇게 흐려져 있었다.


“앞으로 일다경 정도 앞으로 나아가면 남해에 도착할 것입니다.”


신산자가 묵직한 한숨을 내쉬며 재차 읍을 해 보였고, 우리는 뿌연 안개를 헤치며 조심스레 훤히 열려 있는 천의검문의 정문을 나섰다.

그렇게 일다경 가량 앞으로 나아가자 점차 주위를 가득 메운 안개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아.....”


수행원 중 누군가가 옅어지는 안개 너머로 보이는 정경을 보고 탄성을 내질렀다.

나 역시 난생 처음으로 직접 접하는 압도적인 광경에 정신을 빼앗겼다.

한때 황도의 부강함을 넘보았던 상업의 중심지.

황도가 쇠락한 지금은 명실상부한 중원 제일의 부강함을 자랑하는 땅.

그 땅의 중심인 남해왕부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세상에....”


“저게 다 뭐야?”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전각이며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도로까지 눈에 띄지 않는 것들이 없다.

특히 나는 도로의 형태에 시선을 빼앗겨 있었다.

서역의 강국인 로베른에서도 수도 말곤 찾아보기 힘든 석조 도로였다.

문득 저 길 위를 거닐던 때가 떠올라 무언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선명히 떠오르는 그 기억 속에는 찬란하게 빛나는 금발머리를 휘날리는 한 소녀가 있었다.


“그래.....”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며 떠올린 그 이름을 남몰래 삼키며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아직이다. 아직은 감상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 대신 나는 서역으로 가야 하는 또다른 이유를 떠올렸다.

소렌 폰테일.

천재. 그 무슨 말로도 형언할 수 없는 불세출의 검사를 다시 한번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상념이 또 다른 소녀의 모습을 자아낸 순간, 끝끝내 참아왔던 무언가가 펑 터져버렸다.


“소, 소문주?”


종리혜 덕에 내게 가까이 서 있던 장위가 급히 내 앞을 가리고 섰다.

추태로군. 나는 장위에게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지만, 그렇다고 눈에서 흘러넘치기 시작한 눈물을 감출 순 없었다.

보잘것없는 내 심력으로 멈출 수 있을 만큼 가벼운 눈물은 결코 아니었기에.


“괜찮습니다.”


가까스로 감정을 추스르자 체내에서 꿈틀대는 내력이 열기를 발해 눈가에 남은 물 자국을 흔적도 없이 지워냈다.

지금은 결코, 감정에 흔들릴 때가 아니었다.

다만, 나는 소리 없이 머나먼 땅의 인연을 그리며 힘차게 걸음을 옮겨갈 뿐이었다.




감상이나 비평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작가의말

옆동네에는 생존신고 겸 올렸는데 깜빡했습니다.

짧은 글로 생존신고 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 작성자
    Lv.86 티모찡
    작성일
    19.11.26 02:12
    No. 1

    이 글이 무슨 내용이었죠? 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8 고지라가
    작성일
    19.11.26 03:44
    No. 2

    어으으아아우아으아아아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9 c6******..
    작성일
    19.11.26 09:52
    No. 3

    오랜만이십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6 티모찡
    작성일
    19.11.29 01:19
    No. 4

    궁금한데 작가분 공지 따로 안올리시는 이유 있나요?
    주기가 들쭉날쭉한 이런 글을 여기까지 따라온거보면 재밌게 읽었던거 같은데 그냥 궁금해서요
    왜 비정기가 된거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5 S0114
    작성일
    20.06.12 09:52
    No. 5

    갈 수록 나오는 주기는 길어지고 일년에 두 편 읽으면 감사할 수준. 진짜 괜히 이 소설을 베도에서 봐서 5년 내내 언제 한 화 나오나 찾고있네..ㅋㅋ 그래도 포기 못 하겠다.. 20년 내로는 완결 내시겠지. 제발 이대로 연중될까봐 무섭다. 소렌 나오는 화까지만이라도 연재해줘요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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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 11. 남해(南海) (3) +7 21.11.10 203 4 14쪽
» 11. 남해(南海) (2) +5 19.11.26 372 11 11쪽
224 11. 남해(南海) (1) +6 19.01.30 337 11 11쪽
223 10. 운칠기삼(運七技三) (10) +5 18.10.30 363 9 17쪽
222 10. 운칠기삼(運七技三) (9) +4 18.05.25 427 5 17쪽
221 10. 운칠기삼(運七技三) (8) +3 18.01.17 400 10 15쪽
220 10. 운칠기삼(運七技三) (7) +4 17.12.31 411 5 14쪽
219 10. 운칠기삼(運七技三) (6) +2 17.12.05 349 6 40쪽
218 10. 운칠기삼(運七技三) (5) +2 17.10.17 396 6 17쪽
217 10. 운칠기삼(運七技三) (4) +5 17.06.13 566 7 11쪽
216 10. 운칠기삼(運七技三) (3) +1 17.06.13 474 5 15쪽
215 10. 운칠기삼(運七技三) (2) +5 17.03.20 589 10 19쪽
214 10. 운칠기삼(運七技三) (1) +6 17.01.15 743 10 17쪽
213 9. 넘고 넘어서, 돌고 돌아서 (5) +3 16.12.18 872 14 20쪽
212 9. 넘고 넘어서, 돌고 돌아서 (4) +6 16.12.03 683 13 25쪽
211 9. 넘고 넘어서, 돌고 돌아서 (3) +5 16.11.02 1,008 10 25쪽
210 9. 넘고 넘어서, 돌고 돌아서 (2) +7 16.09.12 832 11 36쪽
209 9. 넘고 넘어서, 돌고 돌아서 (1) +5 16.06.13 924 10 22쪽
208 8. 등하불명(燈下不明) (9) +2 16.06.14 872 10 21쪽
207 8. 등하불명(燈下不明) (8) +8 16.05.11 919 17 31쪽
206 8. 등하불명(燈下不明) (7) +6 16.03.29 785 10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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