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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erior Struggle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요개
작품등록일 :
2013.01.31 09:36
최근연재일 :
2021.11.10 22:29
연재수 :
226 회
조회수 :
586,444
추천수 :
10,871
글자수 :
1,513,856

작성
16.12.03 16:07
조회
682
추천
13
글자
25쪽

9. 넘고 넘어서, 돌고 돌아서 (4)

DUMMY

어느 순간부터인가 묘한 기분이 든 건 심하령과 이야기를 나눈 다음부터였다. 단지 익숙하지 않은 곳에 있기 때문이겠지.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계속해서 앞을 향해 걷던 나는 시시각각 커져 가는 묘한 느낌에 결국 다시 심하령을 불렀다. 단순히 기우였다면 좋겠지만 느낌이 좋지 않았다. 처음과는 달리 주변의 공기가 불온하기 짝이 없다.


“심 소저, 헌데......”


“크악!”


심하령을 부른 순간 저만치서 느닷없이 비명이 울려 퍼졌다. 튕겨 나가듯 비명이 흘러나온 쪽으로 나아간다. 눈 깜빡할 새에 다다른 곳에는 일꾼 하나가 눈을 까뒤집고 쓰러져 있었다.


“이, 이건.....”


“죽었어! 금산이가 죽었어!”


일꾼들이 비명을 지르는가 하면 도망칠 길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기까지 한다. 하지만 조용한 밤공기만이 가득한 대숲 사이의 어둠에 하나둘 시선이 꽂힌 채 뻣뻣하게 굳어간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너머에서는 불길한 느낌이 뭉클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난리입니까?”


장위가 허둥지둥 종리혜와 함께 달려와 나를 찾았다. 나. 그래. 나를 찾았다. 지금 상황에서 모두를 대표할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안타깝게도 나였다. 어느새 모두의 시선이 이쪽으로 몰린다. 수많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는 죽 침묵을 지키다 심하령이 다가오는 걸 보고 차분하게 그녀를 불렀다.


“심 소저.”


“즉사군요. 사인은 목에 난 작은 상처에요.”


심하령이 가타부타 잔말을 꺼내는 대신 즉각 시신 앞에 앉아 몸 이리 저리를 뒤적이며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나도 정신이 번쩍 든다. 그래,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원인을 규명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서 내가 매달리는 것도 무의미하다. 시신으로부터 눈을 떼고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을 떠올리고서, 천검대를 향해 외쳤다.


“천검대는 인원을 단속하라! 일단 상황을 완전히 파악할 때까지 대기하겠다!”


“존명!”


천검대가 기다렸다는 듯 날랜 움직임으로 검진을 구성하는 한편 겁에 질린 일꾼들도 차츰 몸을 추스르기 시작했다. 절로 한숨이 나온다. 갑작스러운 흉사에 혼란스럽다. 그러나 놀란 것을 자각하면서도 나는 그런 사실을 자각할 정도로 냉정해지고 있었다.


“잠깐 여기 좀 봐봐요. 시반(屍斑)의 색을 보니 독에 당한 것 같아요. 저한테 은비도가 있으니 한번 확인해 볼게요.”


위험천만한 순간에는 장난기가 한풀 꺾여 진지한 모습이 되는가. 어느새 심하령과 합세한 종리혜가 비도로 상처를 십자 모양으로 그었다. 이에 비도가 새카맣게 물들고 검은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으으, 엄청난 독인데요?”


“무림에 이 정도 독을 다룰만한 곳이 얼마나 됩니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독을 다루는 위험한 문파다. 하지만 종리혜는 고개를 저으며 내 추측의 허점을 짚었다.


“몇 개 없죠. 하지만 여긴 ‘길’ 안이잖아요. 걔들이 무슨 신선이라고 진법 중의 진법인 길에 끼어들 것이며, 기껏 들어와서 고작 일꾼을 노리겠어요?”


이 길이란 것의 위상까지는 잘 알 수 없었지만 얼마나 대단하든 아니든 종리혜의 말대로 고작 일꾼이나 해치자고 움직였을 리는 없다. 또한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기도하다.

허나 모든 일에는 인과가 있다. 아무 목적도 없어 보이는 무의미한 살상이라도 원인은 분명 존재한다. 단지 여기 있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일 뿐.


“혹시, 어딘가에 세작이 숨어있는 것 아닐까요? 저기 아저씨들 사이에요. 그 세작이 독을 써서 파바박 하고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거죠.”


가만히 고심하던 차에 종리혜가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귓속말을 해왔다. 간질간질한 목소리에 살짝 놀라서 고개를 돌리니 코앞에 종리혜의 얼굴이 보였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비쳐 보이는 나 자신은 꽤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허나, 당황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나는 금세 평정을 되찾고 말했다.


“그렇다면 혹시 적의 정체에 대해 짚이는 곳이 있으십니까?”


“으음, 서악이라거나? 도 공자님을 직접 노리기는 어려우니까 약한 사람들을 먼저 노리는...... 에효, 아니겠네요. 괜히 풀숲을 들쑤셔서 뱀을 놀라게 할 필요는 없었으니까요.”


한결 여유를 찾은 종리혜의 말대로 서악은 아니다. 서악과 맺힌 것이 많다 한들, 서악이 어렵사리 진법을 뚫고 와서 고작 일꾼이나 해치는 건 수지타산에 맞지 않는다. 서악 뿐만이 아니라 어느 곳이든 사리분별이 가능한 이라면 이런 짓을 하지 않는다. 있다면 살상을 즐기는 미치광이처럼 금수만도 못한 이들이나 있겠지.


“목적도 없고 이유도 없이 우리를 노리고 있는데 소저께서는 짐작 가는 곳이 있습니까?”


심하령은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입술을 꽉 물었다가 무겁게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서 얼핏 느껴지는 건 그녀다운 침착함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심하령이 꽤 동요한 것 같아서 계속 그녀에게 눈이 갔다. 어쩐지 화가 난 것 같기도 하다.


“뭐, 어쨌든 앞으로 가는 게 좋지 않나? 이대로 있어 봐야 위험하잖아.”


“소문주님. 우선 사태를 관망하면서 문제의 근원을 뿌리 뽑아야합니다. 이대로 강행하면 죄 없는 이들만 해를 입을 뿐입니다.”


죽 우리를 지켜보던 중 흑경이 답답하다는 듯 강행돌파를 주창하고 이를 반대하듯 옥천평이 차분하게 의견을 제시했다. 선택의 기로다. 목을 꿰뚫린 채 검은 피를 줄줄 흘리는 짐꾼은 미동도 없이 자빠져 있고 그 일꾼을 바라보는 이들은 공포에 질려 있다.


“아니, 너는 안 죽을 자신이 있어서 가만히 기다리자는 거 아니냐? 너는 몰라도 여기 있는 사람 중 반은 그렇지 않단 말이다!”


“이쪽이 할 말이외다. 그쪽은 뭘 맞아도 죽기 어려운 처지라 위험한 길을 주장하는 건 아닌가?”


다시 두 사람의 다툼에 불이 붙고, 짐꾼들도 각각 정도는 달라도 서로 불안해하며 이리저리 눈을 굴리고 있었다. 그나마 천검대가 주위에 없었다면 사분오열되어 뿔뿔이 흩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가운데서 두 손 놓고 탁상공론만 귀담아 듣고 있었다. 강해졌다고 잘난 체 하더니 고작 이 꼴이냐? 한심한 노릇이다. 자신의 무력함에 대한 분노가 과감한 결정으로 나를 이끌었다.


“강행합니다.”


그 말에 이견은 없었다. 하지만 그건 내가 내뱉은 말에 책임을 질 수 있으리라 믿는 이들 덕이다. 또 하나가 소리없이 쓰러지고 그렇게 연이어 내뱉은 말을 지킬 수 없게 되면 그땐 걷잡을 수 없다. 절대 실수하지 않는다. 적이 있다면 악귀처럼 무자비하게 처단하리라. 오크와의 전투에서 아무 힘 없는 병졸들을 이끌고 적진을 돌파하던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독은 챙겨 두었습니다.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그때 적의 정체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거침없이 성큼성큼 걸어가는 내 옆에 다가 와 말을 붙인 건 심하령이었다. 두려움이 없는 건지, 나를 믿는 건지는 모르지만 심하령은 여전히 태연자약해 보였다. 심하령이 주위를 슥 둘러보면서 말을 이었다.


“앞으로 일다경(一茶頃)만 더 가면 안전한 곳이 나옵니다.”


“알겠습니다.”


나는 딱딱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신경이 잔뜩 곤두서서 다른 말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적이 왜 우리를 노리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이 왜 일꾼을 노리는지는 짐작해 볼만했다.

아마 적이 노리는 건 이 집단이 점점 약해지는 것. 하지만 범용한 방식은 아니다. 무공의 고수가 포진한 이상 기습이 통용될 수 있는 기회는 잘해야 한 두 번. 나는 몰라도 무공이 비교적 떨어지는 심하령을 노리기만 했어도 우리는 완전히 혼란에 빠졌으리라. 그렇다면........


“크악!”


“도 공자!”


그때 다시 일꾼 쪽에서 비명이 들여왔다. 주위를 경계하는 것을 비웃는 것처럼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심하령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움직였다. 땅속에 무언가가 있다.

하지만 늦었다. 천천히 무언가에 당한 사람이 쓰러지는 걸 지나치며 이를 악물었다. 그 답답함을 검으로 쏟아낸다. 토둔술이라도 쓴 것처럼 땅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무언가를 향해, 섬광처럼 검이 뻗어 나갔다.


“어딜!”


가볍게 검을 꽂아넣었음에도 자루까지 검신이 땅속에 파고들었다. 무엇보다 그 검에서 솟아난 검기는 더욱 깊은 곳까지 닿아 있었다. 검병을 타고 뭔가를 찌른 느낌이 흘러나왔다. 동시에 검신이 파고든 자리에서 매캐한 연기 같은 괴성이 울려 퍼졌다.


키에엑!


“흐아악!”


“꺄악!”


종리혜가 깜짝 놀라 엉덩방이를 찢으려는 걸 장위가 붙잡아 준다. 종리혜가 이럴진데 짐꾼들은 오죽할까?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짐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고 짐꾼들을 그 위며 아래에서 버둥버둥 기어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바, 방금 그게 뭐였습니까?”


종리혜를 감싸고 있던 장위가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나는 천천히 지면에서 검을 뽑아들었다. 검신에는 흙 하나 묻어있지 않았다. 심지어 검극에도 피 한 방울 묻지 않았다. 검기를 끌어올리지 않았다면 더 나았을까? 공연히 일격살을 노리다 놓치고 말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뒤로하고 나는 검을 집어넣으며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릴 노리는 게 인간이 아닌 건 확실해졌군요.”


분위기가 기묘하게 일그러졌다. 사람이 아닌 무언가라는 존재를 근본적으로 사람을 움츠러들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무공을 모르는 이들의 안색이 시커멓게 물든다. 이 짧은 시간에 둘이나 죽었다. 억지로 강행했다가 얼마나 죽을지, 무엇보다 자신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이 그들을 극한상황으로 몰고 있었다.


“큭큭큭큭....”


그때 침묵을 깨고 소름 끼치는 비웃음이 들려왔다. 소스라치게 놀라듯 모두의 시선이 그 목소리를 향했다. 누런 이를 드러내고 우스운 광대놀음을 구경하는 것처럼 웃던 자는 우리를 해치려는 존재만큼이나 예상 밖의 존재였다.


“네놈!”


옥천평이 거칠게 아인벨프를 밀쳐 바닥에 찍어눌렀다. 그러나 웃음은 멈추지 않는다. 아인벨프는 반쯤 뒤집어진 눈을 희번덕거리며 주문을 외듯 중얼댔다.


“큭큭큭, 그래서 그런 식으로 하라고 했던 것인가? 나를 이곳으로 데려오다니. 후회할 것이다.”


“입 닥쳐라!”


옥천평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여차하면 그대로 검을 휘두를 기세다. 그에 앞서 내가 먼저 몸을 날렸다. 바닥에 웅크린 채 꿈틀대는 아인벨프의 멱살을 잡고 끌어올린 다음 그대로 바닥에 앉혔다. 그동안에도 아인벨프는 미치광이처럼 웃고 있었다.


“소문주, 저자를 당장 베어야 할 것입니다.”


내 한마디만 떨어진다면 옥천평의 검이 단숨에 아인벨프의 몸통과 목을 분리해낼 것이다. 어쩌면 그게 좋은 방법일지 모른다. 아인벨프가 광증을 보인 순간 일꾼들의 혼란이 더욱 커졌다. 심지어 천검대 중 일부도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이대로 둔다면 걷잡을 수 없이 혼란이 커진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아인벨프를 죽이라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옥천평을 말리며 고개를 저었다.


“무언가 알고 있는 듯 하군요.”


“허나.....”


“때가 되면 제가 처리할 테니 우선 물러나 계십시오.”


아직 아인벨프에게선 빼낼 것이 많다. 무엇보다도 지금 우리를 위협하는 것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이대로 앞만 보고 나아가면 몇몇 희생만 남기고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대신 느낌에 따라 움직이기로 했다. 애초에 이 진법의 영향에 들어온 순간부터 꺼림칙했던 사실이 있었다.


“이곳에 대해 뭘 알고 있는 겁니까?”


“크하하! 네가 모르는 것 전부! 위대한 황제폐하의 이름 앞에 굴복하라 인간이여!”

“그렇다면 아는 걸 전부 말하십시오.”


아인벨프의 미친 소리를 무시하며 나는 차분히 질문을 이어갔다. 머리가 점점 차갑게 식는다. 잊어버린 채 내버려 둔 무언가가 있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 그걸 짚어내고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는 아인벨프의 말로써 확실해지겠지.


“크하핫! 얼마든지 물어보라, 힘만 센 애송이야. 네가 그분 앞에 무릎 꿇고 빌 걸 생각하니 웃음이 멈추지 않는구나!”


울컥 뭔가가 치밀어 오른다. 파천마제에게 당했던 그 순간이 차례차례 떠오르고 어리석었던 과거가 떠오르며 평정이 깨져나갔다. 그걸 터트리지 못한 건 그 순간 아인벨프의 주위에서 기묘한 기운이 폭발했기 때문이었다. 그 주변에 있던 이들이 알 수 없는 힘에 밀려 나가떨어지고 아인델프가 검은 기류를 타고 점점 위로 떠오른다.


“때가 되었노라! 그림자의 땅에서 나는 지고한 존재일지니!”


새까만 빛이 터져 나왔다. 먹물이 쏟아진 듯 주위가 검게 물들어간다. 어둠 속에 횃불 몇 개만이 애처롭게 흔들렸다. 검은 기류가 몰려듦과 함께, 지면에서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는 것들이 있었다.


“마물이다!”


“호위진을 갖춰라! 무슨 일이 있어도 쟁자수들부터 지켜내라!”


진짜 위기 앞에서 천검대는 나나 심하령이 아니라 일꾼들을 지키기 위해 뭉쳤다. 이것이 천의검문의 협도(俠道). 천의검문의 주춧돌이나 다름없는 정신이다. 또한, 천의검문을 무림 제일의 검문으로 이끌어낸 원동력이기도 하다.


“뒤는 맡기겠습니다.”


심하령을 위시한, 싸울 수 있는 이들이 각기 태세를 갖추는 것을 그 한마디로 일축하고 나는 성큼 앞으로 걸어나갔다. 모두가 홀로 앞장서려는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 시선이 가져온 중압감은 다시 말해서 내 말의 무게였다.


“크하하하하!”


요란하게 웃으며 아인델프는 이형의 존재로 거듭나고 있었다. 낯설었음에도 익숙하다. 오래된 기억에 앉아있던 먼지가 떨어져 나간다. 그 기억을 천천히 떠올려가며 나는 새까맣고 끈적한 것에 둘러싸인 아인델프를 올려다보았다. 얼핏 드래곤을 닮은 듯한 그것은 분명 해츨링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그림자의 군세여!”


아인델프의 외침에 사방에서 시커먼 무언가들이 일어난다. 이름도 알 수 없는 그것들은 흔들흔들 천검대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또한, 심하령을 비롯한 이들 역시 시커먼 존재를 상대하기 위해 힘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하나 묻겠습니다.”


다들 긴박한 상황에 있었지만 유독 나만은 태연하게 아인델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인델프의 변화는 슬슬 끝에 접어들고 있었다. 하반신은 완전히 검은 것에 삼켜져 있어, 반인반괴(半人半怪)라는 말이 떠오른다.

하지만 완벽한 변모는 아니다. 내 기억 속에 해츨링은 인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명실상부한 괴물이었다. 저렇게 검은 고목 위에 올라탄 듯한 모습은 결코 아니었다.


“왜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을 해친 겁니까?”


“잘못? 크하하하! 그놈은 내게 수치를 주었다. 그런 건방진 녀석을 우선 벌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


모르긴 해도 일꾼이 아인델프에게 말 못할 짓을 하긴 한 모양이다. 하지만 그렇게도 숨겨둔 한 수를 그렇게 허무하게 써버려서야 자존심만 충족할 뿐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기에 아인델프는 하류다. 와신상담(臥薪嘗膽)하지 못하고 순간의 감정에 치우쳐 버린 그는 이제 괴물로 영락한 불쌍한 인간이며, 정말로 두려운 적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조무래기다.


“크큭, 그리고 이제 네 차례다! 나를 붙잡아 수모를 준 것을 잊을쏘냐!”


아인델프가 팔을 휘젓자 하반신에 자리한 시커먼 기운이 격류처럼 쏟아져 내 곁을 스치고 간다. 아릿하고 서늘한 무언가가 지면을 때리고 힘없는 땅이 움푹 파인다. 아니, 아예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게 패였다.


“크흐흐, 너도 이 꼴로 만들어 주마.”


꾸물대는 검은 기운을 흔들며 아인데르가 이죽거린다. 그걸 올려다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역시나 가소롭다. 정돈되지 않은 힘일 뿐이다. 단순히 파괴력은 있다만 맞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이제 괴물로 전락했으니 더 말은 필요 없겠지. 와라.”


“감히! 네가 나를 대적 할 수 있으리라 보느냐!”


“물론. 이유는 세 개나 되지.”


분노한 아인델프가 힘을 휘두르는 것을 기점으로 마침내 격전이 시작되었다. 그림자의 군세가 천검대며 일꾼들을 덮치고 장위의 지휘 아래 무인들이 수월하게 그것들과 맞선다. 덕분에 뒤는 걱정할 것 없었다. 조무래기에 휩쓸려 일을 그르치지도 않을 터, 보기 드물 정도로 수월한 싸움이 될 것 같았다.


“첫째, 너무 느리다.”


잠룡보를 펼치지 아인델프의 힘은 내게 스치지도 못하고 엄한 곳만 때리고 있었다. 잘 정돈된 길이 사정없이 부서지며 아인델프가 더욱 거세게 힘을 채찍처럼 휘두른다. 이젠 지겨울 정도로 맞닥뜨리는 방식이다.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검은 줄기를 일격에 흘려낸다. 연이어 들이닥치는 줄기를 일일이 쳐내며 흘려낸다. 아인델프가 약이 바짝 올라서 소리를 질렀다.


“왜! 왜!”


“둘째, 강한 힘은 부드러움을 이기지 못하는 법.”


무조건 강한 힘은 오히려 부러지기 쉽다. 아인델프의 힘에는 그런 것이 부족했다. 처음 느낀 그대로라 오히려 맥이 빠지기까지 했다. 아무리 기억에서만 못한 존재라도 이래서야 그녀처럼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지도 않을 것 같다. 소드마스터가 된 소렌은 단신으로 해츨링을 격파했단 말이지.


“죽어어!”


아인델프의 힘이 한 데 모여 거대한 줄기를 형성해 내게 쏟아졌다. 꽤 큰 범위의 공격이었지만 못 피할 건 없었다. 코앞에 들이닥쳐도 피할 자신이 있었다. 흘려내는 건 온몸으로 공격을 받아내면서도 흘려낼 수 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저런 자에게는 격차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쿠웅!


내공이 깃든 맨손으로 거대한 줄기를 받아냈다. 묵직한 타격에 발 밑이 움푹 패이고 사방으로 파공음이 울려퍼졌다. 아주 잠시 소란스러운 격정이 멎고 모두의 시선이 이쪽을 향했다. 나는 꼿꼿하게 서서 손 손을 쳐든 채 말했다. 손가락 마디마디에서는 줄기줄기 강기가 맺혀 있었다.


“셋째. 너무 약하다.”


강기를 머금은 손으로 검은 기운을 움켜쥐고 죽 잡아당겼다. 아인델프의 거체가 휘청하고 앞으로 기운다. 그 기세를 타고 나는 한껏 뛰어올라 다리를 쭉 뻗어 턱을 걷어찼다.


퍼억!


“크악!”


아인델프의 커다란 몸이 뒤로 나자빠진다. 사뿐히 바닥에 착지한 나는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는 이들에게 외쳤다.


“금방 합류하겠습니다! 조금만 견뎌 주십시오!”


아인델프의 거구의 일순 흩어졌다가 다시 일어선 모습으로 화한다. 일어나는 틈이란 건 없다는 건가? 아무래도 좋다. 나는 실로 오랜만에 투기를 내쏘며 오연하게 아인델프를 응시했다.


“마지막 기회다. 아는 것을 털어놓아라. 그러면 편하게 보내 주마.”


“웃기지 마라!”


아인델프의 형체가 일그러진다. 무언가 깨달은 바가 있는지 크기가 점점 줄어 이젠 십여 척에 달아는 거인의 모습으로 화하고 있었다. 아직도 올려다볼만큼 크지만 이전보다 크기가 줄어든 만큼 기운도 한결 정련된 느낌이었다.


“크큭 나이트 아머를 개량한 다크나이트 아머다. 이거라면....”


퍼억!


거두절미하고 쏘아낸 일보충권(一步充拳)에 시커먼 거구가 죽 밀려난다. 아인델프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나는 한심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조금 더 다루기 쉬워졌을 뿐 아무것도 달라진 바 없는 힘이다. 나는 다시 자세를 고쳐 자연체를 취하고 말했다.


“그래서”


“이익..... 마검사의 무서움을 보여주마!”


마검사. 그렇군. 본래 아인델프가 가지고 있던 나이트 아머가 소드마스터의 힘만 가져오는 기물이었다면 저건 마법사로서의 역량도 는다는 말인가? 이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지만, 이 시점에서 흥미가 일었다. 속전속결로 처리할 순 있었지만 미안하게도 조금 더 아인델프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플라이.”


아인델프가 날개도 없이 떠오른다. 눈살이 찌푸려진다. 루베르크와 비슷한 짓을 하는군. 하지만 다행히도 루베르크만큼 다채롭게 비행하지는 못하는지, 아인델프는 한껏 솟아올라 활강하며 삐죽한 뭔가를 들이밀 뿐이었다.


카앙!


창을 닮은 삐죽한 물건을 불쾌한 오물을 치우는 것처럼 쳐냈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연이어 빙글빙글 돌며 거대한 발톱이며 칼날 같은 것이 날아들었다. 그것들을 쳐내던 중 나는 재주 좋게 큼직한 발톱을 턱 잡아채서 일부러 그 위에 딸려갔다.


“아닛!”


“그렇군. 프란츠가 이 힘을 손에 넣은 건가?”


촉망받는 신관이자 전우였던 프란츠가 떠오른다. 갑자기 소드마스터의 힘을 얻었던 그와 아인델프의 방식은 닮아 있었다. 프란츠는 당시 상당한 난적이었다. 하지만 아인델프의 힘은 노골적으로 그만 못했다. 아무래도 프란츠의 힘이 훨씬 개선된 것이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떨어져라!”


나를 떨어트리려 이리저리 몸을 비틀지만 나는 오히려 그 기세를 타고 아인델프의 등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조금 힘을 실어 등 뒤에 일권을 날렸다. 어마어마한 충격음과 함께 주먹을 맞은 부분의 검은 기운이 흩어지며 아인델프가 힘없이 지면에 추락한다. 그 전에 나는 뛰어내려 볼썽사납게 같이 추락하는 꼴은 면할 수 있었다.


“렌서스의 털끝에도 못 미치는 마검사로군. 아니, 애초에 변변찮은 마법사였으니 당연한가?”


“끄으으.....”


조금 타격을 입은 건지 아인델프가 이번에는 조금 힘겨운 듯 몸을 일으켰다. 이젠 안타까울 지경이다. 조금 달아오르려 햇던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이런 자를 상대로 힘을 휘두르는 것 자체가 부끄럽기까지 했다.


“여흥은 이만 끝내지.”


나는 검을 뽑았다. 검을 뽑음과 동시에 수천수만의 검로가 머리에 새겨지듯 나타났다. 서역에서부터 지금까지 몸에 새겨넣은 검로다. 아인델트의 투로와 맞물리며 그 검로는 한없이 가지를 뻗어 가고 있었다. 그것을 묵묵히 응시하던 중 어느 순간 생각이 멎으며 머리가 지끈거렸다.


“큭...”


무한할 줄 알았던 검로는 얼마 뻗어 가지도 못하고 금세 멈춰버리고 말았다. 한계다. 아쉽지만 이게 지금 내 한계. 소렌이 다다랐던 경지와는 한없이 차이가 있는 그 경지다. 그 차이를 메울 수 있는 길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다만 지금은 이 힘으로 적을 압도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할 뿐.


“방심했구나!”


두통으로 잠시 신음한 순간 아인델프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눈을 빛냈다. 순간 아인델프의 형체가 희미해진다. 도망? 아니다. 연기처럼 사라진 아인델프는 금세 등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 기척을 느끼고 뒤로 돌아선 순간 시커먼 안개가 나를 덮쳤다.


“무슨......”


“모여들어라 그림자여, 빼았아라! 호수 위의 달(The Moon on the Lake)이여! 우롱하여라! 거울 속 그림자여(Shadow Mirror)!”


오싹한 기분이 든다. 주변을 가득 메웠던 그림자들이 한데 뭉쳐 나를 뒤덮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거침없이 나를 훑어내리며 낄낄대고 있었다. 싸늘하다. 감정의 동요에 내공이 반응해 검은 안개가 심후한 내공의 발현에 밀려 떨어져 나갔다.

그러나 나를 감쌌던 검은 것들은 아직도 흩어지지 않고 일렁이고 있었다. 그 뒤에는 어느새 백발이 성성하고 주름이 자글자글하게 변한 아인델프가 깡마른 가슴을 움켜쥐고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하앗, 하앗, 크히히힛, 걸려들구나!”


“무슨 짓을 한 거냐?”


살기등등한 물음에도 아인벨프는 매부리코를 씰룩이며 나를 비웃을 뿐 대답을 주지 않았다. 그 대답은 그 앞에서 일렁이던 것이 대신 들려주었다. 검은 기운이 점점 사람의 형체를 취했다. 볼 것도 없다. 저 사이한 것을 베어버리고 끝을 본다. 그러나 그 순간 사람의 형체를 띈 것이 움직였다. 그리고 거침없이 날아들던 검이 뭔가에 턱 막히고 말았다.


“이건....”


눈을 부릅떴다. 힘이 부족했다. 풍부하던 내공이 반절로 깎여 있었다. 고갈되었다기보다는 뭔가에 빨려들어간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러나 그런 것이 사소할 정도로 나는 눈앞에 나타난 존재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길죽한 무언가를 든 그 그림자는 똑같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눈에 검은자위가 없다. 텅 빈 흰자위만 남아 나를 응시하는 그것은 유려한 기수식을 펼치며 태세를 정비하고 아인델프를 지키려는지 앞을 가로막았다.


“도 공자님!”


심하령을 시작으로 하나둘 내 옆으로 달려오기 시작한다. 그림자의 군세가 사라지며 내게 손을 보태기 위해 온 것이리라.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사방에서 몸을 검게 칠한 마물들이 튀어나와 길을 막아, 천검대는 채 내 쪽으로 오지 못하고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었다. 아차 싶다. 아인델프가 사역하는 그림자는 독 따윌 쓰지 않는다. 끝까지 조용히 숨어있던 저 마물들이 바로 일꾼을 해친 존재였다.


“제길.....”


그런 한편 검은 그림자는 이제 완연하게 사람의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검은 곳이 흰 곳이 되고 흰 곳이 검게 물든 기이한 모습. 나와 정반대 색을 취하고 있는 그 존재는 나를 응시하며 진천검결을 펼쳐 보이고 있었다. 모두가 경악하며 그 존재와 나를 번갈아 보았다. 나는 이를 박박 갈며 지독할 정도로 내게 달라붙는 실책을 저주했다.

그림자라는 모습을 빌어 나타난 그 모습. 그것 바로 또 다른 나였다.




감상이나 비평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작가의말

왠지 패턴이 계속 똑같은 것 같아서 쓰면서도 걱정이 됩니다. 비슷한 위기라도 맛깔나게 표현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그리고 요즘 한 편에 만 자 정도 되는데 분량을 반으로 나누어 두 편에 걸쳐 연재하는 게 좋을지 고민입니다. 혹시 의견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ps. 9장의 제목을 바꾸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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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58 ra****
    작성일
    16.12.04 00:39
    No. 1

    네이버에서 보다가 여기도 있는걸 보고 여기서 보고 있습니다 개인 사정이 있으시니 연재주기가 불특정하고 길다는걸 알고있지만 한달에서 두달에 한편이 올라오니 보기가 정말 힘이 듭니다. 앞의내용은 기억에서 삭제 수준이니까요 바로 앞내용도 기억이 흐릿한데 복선이나 스토리가 어떻게 화자의 시점이나 주변인의 시점 감정이입이 힘든 부분이 많은것 같습니다. 지금 장르소설을 본지 15년 이상 된거 같은대 이정도의 수작은 손에 꼽는다고 생각합니다. 꼭 완결까지 힝내시고 여유가 되신다면 연재 주기를 조금 짧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63 장자봇
    작성일
    16.12.04 10:47
    No. 2

    어제부터 갑자기생각나더니 오늘딱나오네요 ㅋㅋ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45 뇌피셜좋아
    작성일
    16.12.04 21:42
    No. 3

    저도 윗분 말씀에 동감합니다.
    너무 오랜만에 봐서 인물 이름이 매치가 안 되서 앞부분 찾아가며 봤네요.
    글은 정말 재밌습니다.
    완결까지 힘내주세요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71 아침기상
    작성일
    16.12.05 09:09
    No. 4

    힘이 생기니까 자만심이 나오네요. 예전에는 방심은 없었는데.

    연재주기가 빨라지거나 아니면 반으로 잘라서 올려주셨으면 좋죠.
    앞전 내용이 기억이 안나요. 최소 한달, 아니면 2달이니까 등장인물이 누구였는지 무슨 상황이었는지 라든가요.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48 dfdfdfdf..
    작성일
    18.06.24 10:28
    No. 5

    암걸릴듯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9 c6******..
    작성일
    18.11.12 19:12
    No. 6

    중간에 잠룡보를 펼치지 -> 잠룡보를 펼친 으로 수정해야할 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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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11. 남해(南海) (2) +5 19.11.26 371 11 11쪽
224 11. 남해(南海) (1) +6 19.01.30 336 11 11쪽
223 10. 운칠기삼(運七技三) (10) +5 18.10.30 362 9 17쪽
222 10. 운칠기삼(運七技三) (9) +4 18.05.25 426 5 17쪽
221 10. 운칠기삼(運七技三) (8) +3 18.01.17 400 10 15쪽
220 10. 운칠기삼(運七技三) (7) +4 17.12.31 410 5 14쪽
219 10. 운칠기삼(運七技三) (6) +2 17.12.05 349 6 40쪽
218 10. 운칠기삼(運七技三) (5) +2 17.10.17 396 6 17쪽
217 10. 운칠기삼(運七技三) (4) +5 17.06.13 566 7 11쪽
216 10. 운칠기삼(運七技三) (3) +1 17.06.13 473 5 15쪽
215 10. 운칠기삼(運七技三) (2) +5 17.03.20 589 10 19쪽
214 10. 운칠기삼(運七技三) (1) +6 17.01.15 743 10 17쪽
213 9. 넘고 넘어서, 돌고 돌아서 (5) +3 16.12.18 872 14 20쪽
» 9. 넘고 넘어서, 돌고 돌아서 (4) +6 16.12.03 683 13 25쪽
211 9. 넘고 넘어서, 돌고 돌아서 (3) +5 16.11.02 1,007 10 25쪽
210 9. 넘고 넘어서, 돌고 돌아서 (2) +7 16.09.12 832 11 36쪽
209 9. 넘고 넘어서, 돌고 돌아서 (1) +5 16.06.13 923 10 22쪽
208 8. 등하불명(燈下不明) (9) +2 16.06.14 872 10 21쪽
207 8. 등하불명(燈下不明) (8) +8 16.05.11 919 17 31쪽
206 8. 등하불명(燈下不明) (7) +6 16.03.29 785 10 24쪽
205 8. 등하불명(燈下不明) (6) +4 16.02.14 836 14 28쪽
204 8. 등하불명(燈下不明) (5) +3 16.02.10 916 14 18쪽
203 8. 등하불명(燈下不明) (4) +7 15.12.13 1,072 14 21쪽
202 8. 등하불명(燈下不明) (3) +11 15.10.12 867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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