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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erior Struggle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요개
작품등록일 :
2013.01.31 09:36
최근연재일 :
2021.11.10 22:29
연재수 :
226 회
조회수 :
586,462
추천수 :
10,871
글자수 :
1,513,856

작성
17.10.17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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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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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7쪽

10. 운칠기삼(運七技三) (5)

DUMMY

아버지가 전면에 나서며 검문은 안팎으로 소란이 일었다. 천의검문주의 옷깃이라도 구경하려 몰려든 이들이 태반이었고, 옷깃을 붙잡고 늘어지려는 이들이 나머지 반절을 차치하고 있었다.

해가 뜨면 별빛은 지는 법. 천의검문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낸 이상 저물어가는 별빛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는 별로 없었다.

덕분에 나는 실로 오랜만에 여유에 젖어 하염없이 검무를 추거나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며 색이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볼 수 있었다. 강해지겠다느니 검을 연마하겠다는 의미가 있는 건 아니었고, 그저 마음가는대로 행동이었다.


“아, 본인은 중원 무림의 안녕을 위해 주야로 분솔쇄신하는 태명회(太明會)의.....”


개중에는 어찌 알았는지 폐관수련장에 처박혀 풍류를 즐기는 나를 찾아와 무림의 정세며 앞날 따위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죄송하지만 폐관수련중이니 이만 물러가 주시길 바랍니다.”


대체 중원무림에 어찌나 학식이며 식견이 뛰어난 이들이 많은지 나 같은 필부로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워 수련을 핑계로 축객령을 내리는 게 고작이었다.

그런 가운데도 유독 지독한 이가 태명회의 제(第)삼령주(三靈主)라는 자로, 벌써 사흘이나 골치를 썩고 있었다. 소문주 체면에 무턱대고 내치기 곤란한 차에, 나흘째 또 다른 손님의 목청이 고즈넉한 폐관수련장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소문주, 나 흑경이요!”


천의검문에서 흘러나오는 단물을 핥아보겠다고 쿡쿡 찔러보던 승냥이 같은 협의지사를 밀쳐내고 흑경이 오랜만에 대뜸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이 무례한 자가......”


교언영색하던 사내가 화를 참지 못하고 나서려던 순간, 나는 흑경을 일견 반갑게 맞이하며 슬쩍 운을 띄웠다.


“아, 심 소저의 기별을 가져오셨군요.”


“으응? 아, 아아.... 그런 셈이지. 어흠!”


도끼눈을 뜨고 흑경을 노려보던 삼령주가 의미심장한 말에 흠칫 놀라며 흑경의 행색을 살핀다. 그리고는 곧 굵직한 팔뚝 위로 자리한 소매에 시선을 주었다.


“헉! 심가장.......”


흑경의 소매에 자리한 문양은 심상을 넘어 심가장에 직접 속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문양. 그 정체를 알아챈 삼령주는 헛기침을 연발하며 갑자기 생긴 바쁜 일을 논하며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역시 사람이 아니라 후광을 중시하는 치였던가. 상대하지 않길 잘한 것 같다.


“어떻게 내가 령아의 기별을 가져온 걸 알았지? 신기하군.”


흑경이 시정잡배에 한없이 가까운 말투로 중얼거렸다. 허례허식에 시달리다 실로 그 극단에 있는 사람을 대하니 반가울 지경이다. 어느 정도로 달가웠냐면 늘 빠트리지 않던 검무를 뒷전으로 하고 직접 차를 대접할 정도였다.


“비무 이후로 처음 독대하는 것 같군요.”


“어흠! 그렇지. 아, 아니. 그렇소. 덕분에 크게 개안.......제기럴. 아무튼 령아가 걱정이 많은데 알고 있는가?”


횡설수설하던 흑경이 중간에 혀를 깨물곤 곧장 본론을 꺼냈다. 심하령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대충 짐작이 간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다음, 검무를 추고 싶어 근질대는 팔뚝을 들어 뜨끈한 찻잔을 집어 들며 차분하게 대답을 주었다.


“대략 짐작은 하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빠르겠군. 령아가 모든 건 자기 잘못이니 자신을 탓해 달라고 하더구나.”


꽤 퉁명스럽다. 심하령이 그런 말을 한 게 별로 달갑지 않아 보인다. 흑경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지만 지금 아는 게 하나 늘었다. 흑경은 심하령을 극진히 여기는 이들 중 하나였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으시는 모양이군요.”


“물론! 이건 그 신산자인자 개뿔인지 하는 개자식 때문에.... 어흠, 아무튼 령아는 죄가 없다. 이 흑경이 보장하지!”


흑경이 가슴을 탕탕 치면서 분노에 찬 숨을 씩씩 내쉬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며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다시 생각을 정리한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입술을 달싹이고 혀를 움직이는 그 순간에도 나는 심사숙고하며 내가 할 말과 그 의미에 대해 고심했다. 별로 대단치 않은 소문주이니만큼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지.


“그렇다 한들 무작정 실책을 덮을 순 없습니다.”


“그, 그거야 그렇지만 소문주가 조금만 신경을 써준다면 사실 심가장도 무사하지 않겠는가? 천의검문의 진노를 한 몸에 받는다면 분명 심가장은 흔들릴 것이고 그러면 령아도 꽤 슬퍼한단 말이지......”


말끝을 흐리는 흑경 자신도 실은 이게 말도 안 되는 소리임을 알고 있으리라. 설마 심하령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청을 해올 리는 없고, 흑경이 전해야 할 말은 실은 따로 있는 게 아닐까?


“심 소저께서 제게 청하시려는 게 무엇입니까?”


흑경이 답답한 가시가 빠진 곰처럼 우렁찬 탄성을 내질렀다. 말주변이 없는 그로선 어려운 이야기를 전하는 것 자체가 곤욕스러웠던 것 같다. 흑경은 목이 탔는지 벌컥대고 뜨거운 차를 들이킨 다음 심하령의 전언을 입에 담았다.


“문주께서. 혹시 일이 잘못된다면 소문주께서라도...... 에잇! 남자답게 일대일로 대화 좀 하자고 하던데 어떤가?”


이제 알겠다. 거인이 몸을 일으켰고 심가장에서는 그게 진노 때문인지 단순한 기지개인지 직접 확인하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대응할까? 가만히 생각에 잠기려는 차에, 나는 흠칫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뭐, 뭐얏!”


덩달아 놀란 흑경이 허겁지겁 다과상을 뒤엎으며 거구를 일으킨다. 이에 재차 놀라서 허둥대는 흑경 너머로 넘실대는 불길 같은 기척이 노골적으로 자신을 과시하며 다가왔다. 순간 손바닥에서 땀이 죽 배어나온다. 본능적인 적대감이 뒤엉킨 긴장감이 온몸을 지배하는 순간이었다.


“오, 소문주. 말씀을 나누던 중이셨소이까? 이 늙은이가 방해가 되었겠구려.”


“그럴 리가요 위 장로님께서 오신다고 들었으면 좋은 차라도 준비해 두었을 텐데요.”


속이 뒤틀린다. 위양풍. 저자가 갑자기 나를 찾아온 저의가 무엇일까? 엄한 추측일지도 모르지만 흑경이 먼저 운을 띄운 다음 나타난 게 우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 다음부터는 필히 기별을 하고 방문하겠소이다. 그보다 마침 심가의 식솔이 함께 있으니 잘 되었습니다. 심가장과 관련하여 내 긴히 소문주께 할 이야기가 있었으니.”


위양풍이 새빨간 불길이 넘실대는 듯한 불길한 시선으로 흑경을 훑으며 입으로는 기분 좋다는 듯한 미소를 짓는다. 그런 반면 나는 몸이 점점 싸늘하게 식는 기분이었다.

내가 과연 이 노물과 마주할 수 있을까? 어느 순간부터 천의검문을 좌지우지하며 끝내 무림마저 멸망으로 이끈 괴물임을 다시 떠올리자 머리가 갑갑해진다. 빌어먹을. 강해지긴 개뿔. 아직 한참 멀었다.


“다름이 아니오라, 사실 문주께서 소문주를 극진히 여기는 덕에 조금 일이 어그러질까 걱정이외다.”


“무엇이 어떻게 잘못된다는 말씀이십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어설프게 그 말에 동조하며 천의검문의 소문주 행세를 하는 것뿐이었다. 내심 자랑스럽게 여기던 무공은 피어오르는 적의를 감추는 데 급급할 뿐 전혀 나를 도와주지 못했다. 혀를 날름대는 이무기 앞에 홀로 남은 느낌. 망망대해에 갇혀버린 적막이 너무나도 괴롭다.


“너무 맑은 물에서는 고기가 살지 못하는 법이 아니겠소이까? 심가장의 편을 들어선 아니 되겠소만 어느 정도 헤아려 볼 필요도 있지 않겠습니까?”


본래 나는 이미 어느 정도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나는 검문을 거스르더라고 심가를 위해 나서기로 하였고, 아버지는 그런 나를 위해 다시 무림의 전면에 나섰다.

위양풍은 그때 아버지와 나를 살피며 그 결론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을 테고, 영약하고 발 빠르게 움직여 그 흐름을 반 공식적으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런 가운데 굳이 흑경이 찾아온 순간에 맞추어 나를 찾아온 건 그 흐름을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기 위함이 아닐까? 여기서 내가 위양풍을 견제하기 위해선 반대를 택해야만 하니 말이다.


“..........심사숙고할 문제군요. 독단으로 결정할 문제는 아닙니다.”


고민을 거듭하며 가까스로 내놓은 애매모호한 대답이 최선이었다. 확답을 주지 않은 것만으로도 나는 자신에게 커다란 상을 주고 싶을 정도였다. 이에 위양풍은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인자하게 웃으며 고래를 끄덕였다.


“흐음, 그렇지요. 대사가 코앞이니 이 문제는 후일 다시 논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부드러운 그 미소에는 승자의 우월감이 진득하니 묻어 있었다. 머리가 복잡해진다. 왜 나는 위양풍보다 빠르게 움직이지 못했나? 그 자책감을 가라앉히려 노력하며 한편으로는 위양풍이 진정으로 바라는 게 무엇인지 궁리했다.

만일 내가 위양풍을 의도 자체를 부수기 위해 그의 의도와 정반대로 움직인다고 해보자. 그게 위양풍의 안배라면 나는 그 반대를 택해야 할까? 반대로 안배가 없었다 하면 나는 안배를 부수기 위해 위양풍의 손을 들어준 게 되지 않는가?

다시 의미를 떠올리기도 어려운 상념 속에서 어영부영 의미 없는 대화를 넘기고 불현 듯 정신을 차렸다. 시간은 어느새 달조차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밤중이었다. 그때까지도 나는 거듭된 번민으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심가장..... 위양풍.”


무엇이 옳으며 누가 무엇을 추구하는가? 수많은 난제가 얽혀 번민하고 괴로워하던 중, 절로 몸이 움직여 검을 쥐었다. 검무. 미루어 두었던 검무를 추고 싶었다. 다른 모든 것을 제쳐두고 나는 그것만들 위해 야음을 뚫고 연무장으로 달려 나갔다.


“허억, 허억.....”


일부러 고통을 받아 정신을 일깨우기 위해 육신의 힘만으로 달렸다. 내공이 강맹해지며 함께 강건해진 육신이었지만 험준하기 짝이 없는 폐관수련장에 도착하니 숨이 턱 끝에 닿는다.

거친 숨을 반복하며 나는 다시 육신의 힘만으로 검을 휘둘렀다. 정신이 아득해지며 나도 모르는 새 나는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후우우......”


검무를 마쳤을 땐, 온몸에서 뿌연 안개 같은 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땀이 식으며 흘러나오는 수증기다. 한동안 너무 외공에 힘을 쏟지 않았던 모양이다. 잘되었군. 오늘을 기점으로 외공에도 조금 신경을 써야겠어.


“여기 계셨군요.”


언제부터 와 있었을까? 심하령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어슴푸레 떠오른 여명을 타고 들려왔다. 뒤늦게 그녀가 검무가 한창인 새벽녘에 이 자리에 당도한 것이 떠오른다. 무아지경에 빠지며 제쳐 두었던 오감의 육감의 기록이 물밀 듯 몰려온다. 아찔한 현기증에 휘청대는 내게 심하령이 달려온다.


“괘, 괜찮습니다.”


한순간에 차오른 내공이 쇠약해진 육신에 활력을 불어넣고 나는 다시 허리를 꼿꼿하게 세울 수 있었다. 심하령이 멈칫하고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일기당천에 얽힌 이야기를 한 이후로 처음 보는 것인데 말이지. 한동안 침묵하던 심하령이 먼저 입을 열었다.


“위 장로가 찾아왔다고 들었습니다.”


“네.”


“위 장로기 아무 생각 없이 나섰을 리는 없겠지요. 제가 전하지 않더라도 이미 남해에선 위 장로가 심가장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겁니다.”


검무도 텅 비고 차가워진 머리에 냉철하게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휘파람이 나올 만큼 그 과정이 부드럽다. 그러나 절대 그 사실을 이해하고 방책을 강구한 건 아니다. 그저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또 받아들였을 뿐이다.


“결정은 내리셨나요?”


“그렇습니다.”


“무엇이신가요?”


흐름이 결정된 이상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시점. 그러나 어째서일까? 한껏 검무를 추고 나니 별로 망설임이나 걱정 따위가 들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 내 대답이었다.


“운칠기삼이라 하였습니다. 운이 일곱이나 되니 이번에는 일곱에 걸어보려 합니다.”


“네?”


심하령이 이해하지 못한 듯 반문했다. 나는 땀에 젖은 검을 한차례 휘둘러 낸 다음 검집에 넣었다. 내공이 스스로 움직여 온통 젖어버린 몸에서 습기를 걷어낸다. 덕분에 한결 가뿐한 마음으로 심하령에게 검무를 통해 정련된 생각을 드러낼 수 있었다.


“무위(無爲). 아무것도 하지 않겠습니다.”


“하오나......”


아버지의 말씀으로 크게 깨달은 내가 어째서 무위도식하는 나늘을 보냈는가? 아둔한 탓에 깨달았다는 사실을 잊어버려 번민했지만 다행히도 나는 운 좋게 다시 깨달음을 되새길 수 있었다.


“아버지께서 나서셨습니다. 그 운에 편승한 이상 마음을 놓고 흐름에 몸을 맡기려 합니다.”


“하지만 그랬다가....... 만약 위 장로가 심가장의 신임을 얻기라도 한다면요? 아니, 움직인 이상 심가장의 신뢰를 얻어냈겠지요. 이런 상황에서 만일 문주님께서 심가장을 벌하겠다고 하시면 흐름이 어떻게 될 거 같으신가요?”


“소저께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심가장이 위양풍의 편을 들게 될 수도 있다고요! 심가장을 용서한다고 해도 위양풍의 입지는 커져요. 그러다가..... 도 공자께서 그렇게 두려워하던 그 상황으로 돌아가 버릴 수도 있다는 말이에요!”


내가 뿌리쳤던 그 미래가 이렇게 성큼 다가올 수도 있구나. 나는 바보처럼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기가 찼는지 심하령이 새벽바람을 한껏 들이키곤 하얀 숨과 더불어 열변을 토해냈다.


“외통수에요! 위 장로는 이미 심가장의 신뢰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고,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든 결과는 위 장로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게 됐어요. 그래서 흑경 아저씨를 보낸 건데 그 말할 영감탱이가 저보다 빨랐을 줄은.....”


“심 소저.”


나직한 부름에 혼자 중얼중얼 어려운 계산을 되뇌던 심하령이 깜짝 놀라며 어깨를 움찔했다. 그녀가 화들짝 놀라는 것도 이상할 게 없다. 나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내공을 담아 더없이 천의검문의 소문주답게 그녀를 부른 것이니.


“언젠가..... 제가 모든 걸 털어놓았을 때 드린 말씀이 있었지요. 기억하십니까?”


“.......아니요.”


“저 역시 잘 기억이 나진 않습니다만 분명 이런 의미를 담고 있었을 겁니다. 때로는 머리로 이해되지 않는 것이 분명 존재하고 그것이 궁극의 이치일수도 있다고.”


그것은 내가 아직 결의에 차 있고 우연이 얻었던 깨달음의 그림자를 선명하게 기억하던 시절에 무심코 내뱉은 말이었다. 두 번째 기회를 부여잡고 세파에 휩쓸리며 차츰 잊어갔던 말이었으며, 다시 후회하고 또 깨달으며 떠올리게 된 말이기도 하다.

심하령은 침묵하고 있었다. 내 한마디를 듣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며 알 필요도 없었다. 무위야 말로 진정한 위(爲). 말 같지도 않은 소리지만 나는 오랜 번민을 토대로 그 사실을 분명 체득하고 있었다. 다만 형언할 수 없을 따름이지.


“소저께서 말씀하신대로 무엇을 택하든 외통수입니다. 하지만 그건 겉보기일 뿐. 그 선택이 무엇을 초래할지는 오로지 하늘만 알 뿐입니다.”


“............저는 도저히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정녕 도 공자께서는 방관하고 계실 생각이신가요? 그러다 돌이킬 수 없게 된다면 어찌하시겠어요? 만약 문주님과 일기당천의 승부가 끔찍한 방향으로 이어지기라도 한다면....”


“그렇게 된다면.”


그에 대한 대답만은 확실히 떠올랐다. 강대한 내공이 그 대답을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마음에 따라 절로 발(發)한 내공의 기세가 아침 노을과 더불어 하늘로 줄기줄기 피어오른다. 심하령이 그 광경을 보며 그녀 자신도 모르게 멍하니 입을 벌린다.

그런 가운데 나는 확고한 의지와 확신을 담아 선언했다.


“이 힘으로 돌이켜 보이겠습니다.”


궁극에 이르지 못한 내가 과연 얼마나 뜻한 바를 이룰지는 모른다. 심지어 궁극의 경지에 도달한 소렌마저도 나의 죽음을 막진 못했다. 하지만 무슨 걱정을 할 필요가 있을까? 모든 건 하늘의 이치(天道)에 따라 흘러갈 뿐이고 하늘에 닿은 힘이 곧 천의일지언데.


“그렇군요.”


심하령은 어떻게 내 허무맹랑한 허풍을 받아들였을까? 그녀는 처음 내가 재지(才智)의 한계를 논했을 때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녀도 변한 것일까? 적어도 그 사실을 유보하고 있다는 것만은 여실히 느껴졌다.


“헌데 그럴 일은 없을 것 같군요.”


어느새 사라져버린 무지막지한 기세. 심하령이 휘청이는 것을 부축하며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그렇게 말했다. 한순간에 활력을 다 써버린 사람처럼 수척해진 심하령이 힘없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에게 내공을 전해 힘을 북돋아 주며 나는 자연스럽게 가슴으로 우러나오는 설명을 덧붙였다.


“운이 일곱에 기(技)가 셋이라면, 셋을 온전히 갖추어야만 하기 때문이지요.”




감상이나 비평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작가의말

오랜 슬럼프였습니다.


에이 이 멍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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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10. 운칠기삼(運七技三) (9) +4 18.05.25 427 5 17쪽
221 10. 운칠기삼(運七技三) (8) +3 18.01.17 400 10 15쪽
220 10. 운칠기삼(運七技三) (7) +4 17.12.31 411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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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운칠기삼(運七技三) (5) +2 17.10.17 397 6 17쪽
217 10. 운칠기삼(運七技三) (4) +5 17.06.13 566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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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10. 운칠기삼(運七技三) (2) +5 17.03.20 589 10 19쪽
214 10. 운칠기삼(運七技三) (1) +6 17.01.15 744 10 17쪽
213 9. 넘고 넘어서, 돌고 돌아서 (5) +3 16.12.18 872 14 20쪽
212 9. 넘고 넘어서, 돌고 돌아서 (4) +6 16.12.03 684 13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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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9. 넘고 넘어서, 돌고 돌아서 (2) +7 16.09.12 832 11 36쪽
209 9. 넘고 넘어서, 돌고 돌아서 (1) +5 16.06.13 924 10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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