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군필여고생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9.03.01 01:04
최근연재일 :
2019.09.18 19:11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8,368
추천수 :
307
글자수 :
161,949

작성
19.09.06 21:00
조회
248
추천
6
글자
12쪽

변신 축제(2)

DUMMY

오후 3시가 되었다.

예의 손님도 갔고 이제 교대 시간이 되었다. 나에겐 퇴근이지만.

“지슬아, 에이다! 고생했지?”

송하나, 강연재, 설민지가 가게로 들어왔다.

“우리가 바로 교대해줄게. 어서 들어가서 쉬어.”

“고마워. 그럼 내일 보자.”

“응~”

나는 에이다와 함께 가게를 나왔다. 아카데미용 교복으로 갈아입으니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교복도 치마가 짧아서 부담스럽긴 하지만 특유의 안정성이 있었다.

“오늘 정말 재밌었어요!”

에이다는 신이 나서 외쳤다.

“모델 외의 일을 해보니 색다르네요. 이지슬 씨는 어떠셨나요?”

“나도 즐거웠어.”

이 축제의 가장 큰 이점은 별다른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긴, 즐기는 게 가능해야 축제인 것이지만.

“세상엔 다양한 직업이 있고 그 일을 하는 사람들로 넘쳐나는군요. 알면 알수록 신기해요.”

“부러운 마음가짐이네.”

나란 놈은 이미 세상사에 찌들어 상처를 입은 몸인데 말이야.

꽃뱀에게 물리고 술독에 빠져 지내던 차에 여기에 빨려 들어온 것은 어떤 면으로 보면 다행인지도 모르겠군. 안 그랬다면 난 계속 술을 퍼마시며 심신을 망쳤을 테지. 그 끝은 분명 좋지 않을 것이고.


[에헴, 나를 불렀나?]


최근엔 잘 안 나타나더니 불쑥 모습을 드러낸다. 나는 못마땅한 기색으로 흘겨주었을 뿐 대답하진 않았다. 저 정체모를 책은 나에게만 보이고 들리기 때문이다.


[희소식 하나! 좋은 경험은 언제나 새로움을 불러오지. 2포인트 적립!]


웨이트리스로 고생한 게 아주 무의미하지 않았군. 이제 22인가.

“그래도 피곤하긴 하네요.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말이죠.”

“모델과 종업원 중에 뭐가 더 힘들어?”

“아무래도 모델 일은 익숙하니까요. 물론 웨이트리스도 익숙해지면 편해지겠죠.”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니깐.

“아참, 이대로 돌아가긴 뭐하니까 카페에 들를까요?”

“카페?”

“네. 시원한 음료를 마시면서 수다를 떨자구요.”

“···마음대로.”

“그럼 가요~”

적극적인 에이다의 미소 앞에 나는 밀릴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오후 담당 3인방은 나와 에이다보다 시끌벅적했던 모양이다. 설민지가 접객에 좀 서투른 모습을 보였으며 송하나가 물컵―음식이 아니라 다행―을 엎지르는 등 사고가 있었다고.

오후엔 손님들도 많아져서 유세준이 온 줄도 몰랐다나. 유세준은 자기 존재를 알리려고 큰 목소리로 우렁차게 주문했는데 창피해서 얼굴이 새빨개진 강연재가 후다닥 달려왔다고 한다. 벌써부터 부부 티를 내는 게 아닐까 싶다.

둘째 날이 되었다.

나와 강연재, 설민지가 오전에 방문하기로 했고 그 시간 때의 요리사는 유세준이었다.

점심쯤에 1구역 사거리에서 만난 우리는 약간은 기묘한 기류를 유지했다. 뭐,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강연재와 설민지는 한 남자를 두고 경쟁해야 하는 처지였고 서로가 어렴풋이 그걸 느끼고 있었다.

두 사람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알기 쉬웠다.

송하나가 빠지니까 어색한 사이가 되어서는 상투적인 인사말을 나누는 게 전부이다. 때문에 나만 그 사이에 껴서 어설픈 미소를 지어야만 했다.

뿐만 아니라 강연재는 나도 잠재적인 연적으로 간주하는 모양이었다. 전혀 신경 안 쓰고 있던 부분이었으나 잠깐 여유가 난 김에 유세준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는데, 강연재가 쓱 끼어들었던 것이다.

좀 노골적인 느낌이 없잖아 있었으며 무엇보다 책이 포인트를 줘서 눈치를 챘다.


[여자들의 전쟁은 어떠신지? 2포인트 적립!]


포인트를 얻은 건 희소식이었으나 영 달갑지는 않았다. 누구 맘대로 참전시킨단 말인가. 나는 유세준한테 아무런 마음도 없다고. 아니, 생길 리가 없지. 장난 하냐.

사실 나로서는 당황스러웠다. 강연재가 독점욕이 있는 성격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나를 신경 쓸 줄은 몰랐던 것이다. 내가 뭘 했다고 저리 발톱을 세우는 거람.

덕분에 오전 방문 시간은 불편함의 연속이었다. 나는 그렇다 쳐도 어색한 사이의 강연재&설민지 사이에선 맛있는 밥도 잘 넘어가지 않았으니 말이다.

남은 시간엔 휴식을 취했다. 그러고 보니 최근 제이스를 필두로 한 빌런 세력이 조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스토리의 흐름은 본래 궤도에서는 멀어진지 오래이니 좀 달라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만, 본질이 바뀐 건 아니니 다시 분란을 일으킬 게 분명했다.

내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라면 준비를 할 수 있겠다만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될지.

답답한 마음이 들긴 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이미 나라는 존재 자체가 스토리 내에서 불순물이었으니까.

셋째 날.

이 날은 오후 타임이었다. 앞선 경험자들의 말에 따르면 오후엔 손님들이 상당히 많아서 정신이 없다고 했다. 새로 오는 손님 맞고, 다 먹은 자리 치우고, 접시를 나르다보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시간이 금방 간다고.

나는 이에 대비하여 유세준에게 최대한 늦게 오라고 하였다. 더불어 김현우도 함께 오라는 주문을 덧붙였다.

저번에 제대로 못 챙겨줘서 유세준과 함께 한 번에 대접할 생각이었다. 본래 함께 놀며 즐기는 방법은 이런 것이다. 일이 끝날 때쯤에 오면 훨씬 널널하잖아.

일이 시작되니 예상대로 엄청 바빴다. 바쁘다보면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는 법이고 정신을 차려보니 저녁 8시쯤 되었다. 가게는 10시에 닫지만 9시 무렵부터 정리를 시작한다. 나는 지친 몸을 풀어주며 내부를 살폈고 손님이 얼마 남지 않은 걸 확인했다.

“휴, 오늘은 정말 힘들었네요. 저번에 오전 한 타임 뛰고 자신만만해 했는데 진짜 힘든 시간은 따로 있었네요.”

지난 날의 자신을 반성하는 에이다에게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오후 8시 50분. 슬슬 영업종료 준비를 해야 한다. 손님도 딱 한 사람이 남은 상태. 여유가 생긴 나와 에이다는 구석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저기요.”

“아, 네.”

마지막 남은 손님의 호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제 닫나요?”

“곧 영업종료긴 하지만 마저 드셔도 되요.”

“그래요? 하나 더 시키고 싶은데, 괜찮아요?”

나는 조리실 쪽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요리사들은 이미 퇴근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저, 죄송하지만 그건 안 되실 것 같네요.”

“괜찮아요. 제가 먹고 싶은 건 그게 아니거든요.”

“네?”

마지막 남은 손님이 슥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얼굴을 확인한 나는 살짝 놀랐다. 첫째 날에 방문하여 나에게 말을 걸었던 그 남자였던 것이다.

찝쩍대는 듯 했으나 결국 아무 일도 없어서 넘어갔는데 또 왔었나. 손님들이 워낙 많아서 눈치를 못 챘었군.

“시작해볼까요.”

“뭐를···”

의문을 표하던 나는 흠칫 놀랐다.

-후욱.

그의 등 뒤에서부터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온 게 보여서다. 그 심상치 않은 현상은 나에게 경각심을 일깨웠다.

“레이지 모드!”

빠르게 판단을 마친 나는 몸 안의 힘을 끌어 모았다.

“···?”

그러나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마나가 폭발하며 온 몸에 힘이 넘쳐나야 할 터인데 내 몸은 그대로였고 파란 기운조차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 에이다!”

대답이 없다. 놀라서 뒤를 보니 쓰러진 에이다가 보였다.

“안심하세요. 그저 잠들었을 뿐입니다.”

사내는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이곳은 외부와 차단됐습니다. 안의 사람들은 모두 잠재웠고요. 걱정하지 마시길. 저는 당신 외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너, 너는 누구냐?”

“저요? 저에 대해서 설명해봤자 알 수 있을까요.”

제길. 갑자기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냐?

“저는 궁금해서 행동하는 겁니다. 어째서 동족들이 당신에게 관심을 가지는지에 대해서요.”

동족? 거기서 단서를 찾은 나는 눈앞의 남자가 어떤 존재인지 깨달았다.

마귀!

정확히는 마귀가 아니다만 이 세계의 인간들은 이들을 마귀, 데몬 등으로 불렀다.

‘다크 문’을 일으키고 크러셔가 날뛰게 된 원인이 바로 이들에게 있었다. 이들이 바로 모든 일의 원흉이자 흑막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 타이밍에? 제이스 다음 악역은 이 녀석이 아닐 텐데?

“확실히 당신은 신기하군요. 보통 인간이랑은 다른 느낌이 나요. 하지만 우리가 따로 주목하고 있는 이하고는 또 다릅니다.”

따로 주목하고 있다는 이는 당연히 유세준이었다. 우리의 주인공!

“쓸데없는 관심이야.”

나의 대답에 그는 싱긋 웃었다.

“확인해 보면 되겠죠.”

“뭐, 뭐를?”

“상성과 궁합이요.”

“···?”

식은땀이 흐르는 와중에, 사내의 등 뒤에서 다른 게 튀어나왔다.

-촤악!

검은색 촉수!

그것은 눈 깜짝할 사이에 나를 속박하였다.

“크윽!”

팔다리를 모두 묶여버린 나는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매우 좋은 몸을 가지고 있군요. 저는 수많은 여자를 취해봤지만 당신처럼 기억에 남을 여자는 손에 꼽습니다.”

“이런 개새··· 뭘 할 생각인데?”

“철부지처럼 굴려는 겁니까?”

사내는 손을 뻗어 내 몸을 더듬거렸다. 종아리를 만지는 그 손길에 소름이 쫙 돋았다. 나는 어떻게든 저항하였지만 단단히 붙들려서 꼼짝도 안 했다.

사내의 손길은 점점 올라가 무릎을 지나 허벅지 위쪽까지 다다랐다.

“···마.”

“뭐라고 했나요?”

“하지, 말라고.”

“호오···”

도대체 무엇에 감명을 받은 건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다.

허벅지를 더듬거리던 손이 거두어졌다. 뭘 하나 봤더니 내 얼굴 쪽으로 뻗었다. 그리고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훔쳐갔다.

“역시.”

“변태 같은 새끼.”

“뭘 모르시는군요. 당신의 체액에 담긴 가치를.”

“뭐?”

내 눈물을 먹은 사내는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후우, 기분 좋군요. 그럼 끝까지 가보겠습니다.”

“놔! 이거 놔!”

나를 바닥에 눕혔다. 천천히 다가온 사내가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았다.

“부드럽게 할 테니 걱정 마세요.”

“이 새끼가··· 꺼져! 꺼지라고!”

“후후후, 반항하는 것도 괜찮지요.”

정말로, 범해지는 건가? 에이, 설마.

사내의 등 뒤로 책이 보였다.

그래! 바로 그거야! 뭘 하다 이제 나온 거야!


[상황을 벗어나고 싶다면 방법이 있는데, 모든 포인트를 소모해야 함.]


뭣이라? 이제까지 겨우 모은 걸 다 쓰라고? 장난해?

책을 노려보며 입술을 깨무는 사이 사내의 손길은 내 아랫배에 머물고 있었다.

“이곳에 아주 소중한 보물창고가 있지요.”

“뭐, 뭘 말하는 거야?”

소름이 돋다 못해 구역질이 났다. 이 새끼 진짜 미친놈인가?

“자, 그럼···”

-쨍그랑!

“지슬아!”

“야! 괜찮냐!”

“아니?”

“어?”

나와 사내가 동시에 놀랐다.

무슨 일이 일어났냐면, 창문을 깨고 유세준과 김현우가 난입한 것이다. 사내는 이걸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크게 당황했다.

“뭡니까, 당신들은?”

내게 하려던 짓을 멈추고 일어났다. 그러다가 유세준을 확인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아하, 당신이 있었군요. 그럼 들어올 만하죠. 하지만 어떻게 알고 온 겁니까?”

“내가 오라고 했었어. 너 때문은 아니지만.”

“그렇습니까? 이거 한 방 먹었군요.”

사내는 어깨를 풀며 유세준에게로 몸을 돌렸다. 나는 여전히 촉수에 묶인 채 그 광경을 봐야 했다.

“이거 아무래도 사태가 커지겠군요. 저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유세준까지 있다면 감당이 안 되거든요.”

딱히 무서워서라기보다는 어떤 제약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투로 말했다.

“그럼 이만.”

-슥.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윽!”

촉수까지 사라진 덕에 바닥에 떨어졌다.


작가의말

이번 화는 살짝 야하군요. 허허허~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군필여고생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이 글은 이런 글입니다. +2 19.03.10 779 0 -
32 하산 방어전(3) +5 19.09.18 239 5 11쪽
31 하산 방어전(2) +2 19.09.12 222 3 12쪽
30 하산 방어전(1) 19.09.11 210 1 11쪽
29 미묘한 내기 +1 19.09.10 254 4 11쪽
28 변신 축제(4) +1 19.09.08 218 3 12쪽
27 변신 축제(3) +2 19.09.07 235 2 11쪽
» 변신 축제(2) +5 19.09.06 248 6 12쪽
25 변신 축제(1) +4 19.09.05 268 5 12쪽
24 붉은장미회(4) +1 19.05.15 586 6 12쪽
23 붉은장미회(3) +3 19.05.06 319 4 12쪽
22 붉은장미회(2) -수정- +3 19.04.29 338 5 11쪽
21 붉은장미회(1) +1 19.04.27 383 2 11쪽
20 세 개의 머리(3) +4 19.04.04 370 9 12쪽
19 세 개의 머리(2) +3 19.03.23 408 10 12쪽
18 세 개의 머리(1) 19.03.22 427 13 12쪽
17 얼마나 알고 있는가? +1 19.03.19 488 9 11쪽
16 알지 못했던 경험 +2 19.03.18 484 6 12쪽
15 참 신기한 여자 +1 19.03.17 514 9 12쪽
14 여기 돔 페리뇽 하나!(2) +1 19.03.16 521 8 12쪽
13 여기 돔 페리뇽 하나!(1) +1 19.03.13 528 11 11쪽
12 선도부 활동 시작! 19.03.12 555 11 13쪽
11 값비싼 교훈(3) +4 19.03.10 606 11 12쪽
10 값비싼 교훈(2) +2 19.03.09 585 12 11쪽
9 값비싼 교훈(1) 19.03.07 634 10 12쪽
8 방심하면 보인다고? 19.03.05 715 13 11쪽
7 산 넘어 산(2) +1 19.03.04 720 13 11쪽
6 산 넘어 산(1) +1 19.03.03 826 15 11쪽
5 기분이 어떠신지?(4) +4 19.03.03 917 14 12쪽
4 기분이 어떠신지?(3) +2 19.03.02 1,057 1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