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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군필여고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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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9.03.01 01:04
최근연재일 :
2019.09.1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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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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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22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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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세 개의 머리(1)

DUMMY

“자, 오늘부터 너희는 합숙훈련에 들어간다.”

훈련을 받을 학생들을 모아놓고 강성민이 큰소리로 교육을 시작했다.

“기간은 길지 않다. 일주일 정도만 같이 지내다 나올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제공하는 건 어디까지나 잘 곳과 약간의 식량뿐이다. 식량은 약 4일치를 주겠다. 한 조당 7명씩이니 알아서 잘 나눠먹어야 할 것이다. 평가는 일주일간 어떤 식으로 협력하여 식량을 나눠 버틸지를 기준으로 한다. 빠르게 식량을 동내거나 식량 문제로 다투는 게 관찰된다면 감점 대상이다. 만약 도저히 못 버티겠다면 기권을 해라. 굶어 죽어서야 안 되겠지?”

조의 구성 인원은 유세준, 김현우, 강연재, 송하나, 설민지, 나, 에이다였다. 참으로 짠 것 같은 구성이었지만 어쩌겠는가. 이래야 이야기가 재밌는데. 엉뚱한 엑스트라나 뜬금없는 인물을 데려다 놔봐야 귀찮기만 할 뿐이지.

뭐, 내가 있는 자리엔 사실 김가영이 있어야 했지만 어쩌다보니 바뀐 모양이다. 나라는 존재가 간섭하면서 생긴 변화라 봐야할 텐데 그래도 괜찮았다. 어차피 김가영은 이야기의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이 아니었다.

“기본적인 관리 감독은 나와 제이스 선생이 한다.”

미스터 제이스··· 빠지면 섭섭하지. 저 자가 사건의 주축이니 빠져선 안 된다.

“그럼 너희 조는 배정된 훈련용 숙소에 가라. 미스터 제이스가 안내해줄 거다.”

“네!”

제이스가 앞장서고 우리 조는 그 뒤를 따랐다.

아카데미 내에 마련된 훈련용 숙소는 평소에 쓰지 않지만 이런 식의 훈련이 있을 때 사용했다. 작은 여관 같은 느낌이 드는 건물로 좀 낡았어도 지내말은 했다. 우리는 거기서 일주일간 지내면 됐다.

“자, 그럼 너희들은 이곳에서 일주일간 지내라. 무슨 일이 있다면 안에 마련된 벨을 눌러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식량은 미리 가져다놨으니 확인하고···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라마.”

제이스도 돌아가고 자리엔 학생들만 남게 되었다.

“이제 어쩌지?”

강연재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유세준이 앞으로 나섰다.

“일단 들어가서 식량을 확인하자.”

유세준의 말대로 모두 건물 안으로 들어가 식량을 확인해보았다.

4일 동안 먹을 식량은 라면과 전투식량, 통조림 같은 보존식이었고 물도 있었다. 얼핏 보기엔 꽤 많아 보였으나 입이 7개였다. 먹기 시작하면 금방 동이 날 터.

“평범하게 먹어도 4일이면 바닥날 양이니 아껴서 먹어야겠지.”

“어떻게 먹을지를 상의해보자.”

다들 모여앉아 식량을 어떻게 배분할지 골몰하였다.

“하루씩 굶으면서 먹는 건 어때?”

송하나의 의견이었다.

“하나야. 너 한 끼만 굶어도 죽는다고 노래 부르지 않았니?”

“아, 미안. 그냥 해본 소리였어.”

강연재가 지적하자 바로 고개를 푹 숙인다.

“역시 가장 좋은 방법은 조금씩 나눠먹어서 일주일동안 끌고 가는 거겠지. 혹시라도 계산이 빗나간다 해도 하루정도면 쫄쫄 굶어도 버틸 수는 있잖아.”

유세준이 한 말은 타당했다.

“응, 그렇게 하자고.”

김현우가 동의하고 나섰다. 투덜대면서 어떻게든 트집을 잡는 게 평소 그가 하던 일이었으나 선도부 일로 도움을 받으면서 많이 부드러워진 상태였다.

결국 의견은 조금씩 나눠 먹는 쪽으로 결정이 났고 할 일을 정할 차례가 됐다.

“식사 당번은 고정시키는 게 좋겠어. 주는 양도 조절해야 하니까.”

유세준은 주도적으로 의견을 피력했다.

“누가 하는 게 좋은데?”

“나랑 연재가 할게.”

김현우의 물음에 바로 대답이 나왔다.

“연재는 요리 잘하고 나는 예전부터 많이 도왔거든. 조금이라도 맛있게 대접할 테니까.”

“우와, 기대할게.”

송하나가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빨래는···”

“빨래는 식사 당번 제외한 나머지가 하는 걸로.”

참고로 세탁기가 없어서 손빨래를 해야 했다.

“유세준 건 내가 하고, 여자들은 순서를 정하든가 해서 해.”

“세준이 옷은 내가 빨래 해줘도 좋은···데···”

“뭐라고?”

“아, 아니 아무것도 아냐. 아하하.”

급히 손을 내젓는 강연재에게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쉰 김현우는 어깨를 으쓱였다.

“식사, 빨래까지 정해졌고··· 다음은 청소인데···”

“청소는 하루에 한 명씩 하자고. 어차피 철저하게 할 필요는 없잖아. 마지막 날에만 모두가 하는 걸로.”

모든 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딱딱 맞아떨어질 순 없었다. 누군가는 이득 볼 수도 있고 누군가는 더 일할 수도 있었다. 그래도 단체생활을 하며 역할분담을 하다보면 발생하는 과정이었으며 여기에 대해 아무도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시간이 점심이니 밥을 먹어야겠네.”

유세준과 강연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첫 끼는 일단 라면으로 시작해볼까.”

평범하게 먹는다면 1인당 1봉지로 7봉지를 끓여야겠지만 두 사람은 4봉지를 꺼냈다.

“물까지 나눠서 먹어야 한다니, 곤란하네.”

형편이 안 좋아진다면 라면도 끓여먹기 어려워진다. 국물도 마음껏 먹지 못한다는 소리다.

얼마 안 되는 라면을 먹으니 간에 기별도 안 갔다. 배가 반도 차지 못 했지만 아껴 먹어야 하니 이 정도에서 참아야 했다.

“이제 어쩌지?”

식사를 마치고나니 할 게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실내엔 읽은 책이 몇 권과 장기판 등이 비치되어 있어 완전히 빈손은 아니었다. 단지 당장은 뭘 해야 좋을지 서로 눈치를 보느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아, 피곤한데 잠이나 잘까!”

송하나는 어느 새 체육복을 입고서 벌렁 드러누웠다.

“잠을 자도 괜찮으려나.”

“괜찮겠지!”

긴장이 풀리자 잔뜩 굳어있던 녀석들은 저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시작했다.

송하나가 드러눕는 걸 시작으로 설민지가 서재에서 책 한 권을 뽑아다가 구석에서 읽었다. 김현우는 장기판을 꺼내다가 유세준에게 같이 하자면서 불렀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나는 뭘 해야 좋을까.

“뭐하세요?”

에이다가 살며시 내 어깨를 잡으며 말을 걸었다.

“아무것도. 뭐해야 되나 싶어서.”

“그럼 같이 주변을 돌아다녀 볼까요?”

“그래.”

나는 저번에 에이다에게 도움을 받은 이후로 심리적인 경계가 많이 풀린 상태였다. 친한 동생 같은 느낌이 되어서 친숙하게 대하는 게 가능해졌다.

“여긴 뭔가 외로운 느낌이 들어요.”

“응, 그러네.”

아무래도 아카데미 중심지역에서 떨어진 외곽이라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군청색 바탕의 작은 언덕 위에 올라가 있는 이 훈련용 숙소는 빈민지구처럼 보이기도 했다. 특히 저 멀리 밝은 중심지역이 보이니 더욱.

“후후, 그 이후로 잘 하고 있나요?”

“어? 무, 물론이지. 같은 실수는 하지 않아.”

“다행이에요. 누가 보면 정말 잊지 못할 기억이 될 테니까요.”

“······.”

다리 사이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데 보는 사람에게도 충격이 되지 않을까.

나는 급히 좋지 못한 기억을 치워내고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이대로면 무사히 끝낼 수 있겠지?”

“그렇겠죠?”

이제 겨우 첫날이었다. 지루할지도 모르는 시험은 막 시작했을 뿐이다.

제이스의 음모는 셋째 날부터 시작된다. 처음엔 눈치를 보며 정황 파악을 하고 계산이 끝나자 행동에 나서는 거였다.

이 흐름을 알고 있는 나는 타이밍을 재다가 유세준과 합세하여 물리칠 생각이었다.

“제가 사준 옷은 잘 입고 있나요?”

“오, 옷? 으, 응.”

“어째 대답이 시원찮은데요?”

“자, 잘 입고 있어.”

이런, 서툴게 대답하다가 티를 내버렸다.

“흐음, 역시 데이트를 서둘러야겠어요. 이지슬 씨에게 예쁜 옷을 입히고 말겠어요. 더 여자답게 꾸며주고 말겠어요!”

“이상한 데서 힘 안 줘도 돼.”

내 만류에도 에이다의 결심은 흔들림이 없었다. 예정된 비극(?)을 막을 방법은 정녕 없단 말인가? 참으로 곤란하다.

일곱 명의 생활은 생각 이상으로 안정적이었다.

애초에 유세준과 강연재는 소꿉친구 관계로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설민지는 자기만의 세계에 틀어박히는 걸 좋아하는 조용한 타입의 여자였다.

활달한 송하나가 시끄럽다면 시끄러웠지만 그 정도는 오히려 일행에게 적절한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예를 들면 가만히 있는 유세준에게 달려들어 팔씨름을 하자고 하니, 할 게 없어 지루해 하던 다른 학생들이 흥미를 붙이며 몰려들어 단합을 이루었다.

김현우는 적대적인 스텐스를 버려서 굳이 모난 정처럼 굴지 않았다.

나야 괜히 나낼 리가 없었고 에이다도 얌전한 아이라 우리 일곱은 그야말로 별다른 트러블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으아, 모자라. 배고파~”

저녁 식사를 마치고 송하나가 우는 소리를 냈다.

“배고프다고 막 먹으면 안 돼. 참아.”

식사 당번인 유세준과 강연재가 확고한 태도를 취하고 있어 송하나의 칭얼거림은 통할 리가 없었다.

“배고프니까 빨리 자야겠어.”

“그러다 밤에 못 잔다?”

“으아아~ 안 되겠어. 유세준! 이번엔 씨름이다!”

“씨름? 으음.”

곤란해 하는 유세준을 강연재가 잡아먹을 듯 노려보았다.

“하기만 해봐!”

“아하하, 다, 당연하지.”

남자와 여자가 씨름을 하면 자연스레 신체접촉이 일어나니 그 점에 대해 주의를 준 거였다.

“하아, 정말 바보 같네.”

지켜보던 설민지가 한숨을 내쉬고 책을 펴들었다.

“민지의 반이라도 좀 닮아보지 그래? 하나야.”

“아, 나는 책을 펼치면 자버리고 만다고. 일찍 자면 안 된다며?”

한 편의 꽁트를 펼치고 있는 녀석들을 보고 있는데 김현우가 어깨를 탁 쳤다.

“잠깐 바람 좀 쐬러 나가자.”

“좋지.”

나와 김현우는 잠시 건물 밖으로 나와 마당에 섰다. 언덕 위에 위치한 덕에 아카데미의 중심지가 살짝 내려다보인다.

“밤바람은 좀 춥네.”

“봄이 그렇지 뭐.”

“······.”

조용해서 고개를 돌리니 김현우가 나를 보고 있었다.

“왜?”

“아, 아니.”

지적을 하자 얼굴을 붉히며 휙 피한다.

“이거 말이야.”

“응?”

“우리가 모인 게 좀 이상하다고 생각해.”

“무슨 소리야?”

“아카데미 순위권 1, 2위를 한 곳에 뭉쳐놓다니, 그냥 이상해서.”

“···별 의미는 없을 거야.”

주요 인물들을 떨어트려 놓으면 전개가 어려우니 뭉쳐놨을 뿐이다. 그럴듯한 이유로는, 평소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끼리 모아서 어려운 순간에 어떻게 해쳐나가는지 보겠다는 취지를 설정해 놓긴 했다.

그걸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꼭 성공적으로 통과하고 말겠어, 이 테스트.”

“그래야지.”

기왕이면 점수를 높게 받아야 맞다.

“선도부 활동도 두고 보라고. 다신 그런 실수 안 해.”

“후후, 그래. 기대할게.”

잘 시간이 되었다. 오래 깨있을 필요가 없어서 오후 10시에 취침하기로 한 우리는 남녀가 따로 나뉘어서 자기로 했다. 남는 방이 있었으므로 굳이 뭉칠 것 까진 없었으니 말이다.

“잘 자.”

“응, 잘 자.”

유세준과 강연재는 소꿉친구 아니랄까봐 상냥하게 인사를 주고 받는다.

“오오, 연재 씨? 뭡니까? 가까운 건 알고 있었는데 굿나잇까지?”

“시, 시끄러. 그런 거 아냐. 평소에도 하던 거니까.”

“평소에도? 우와~”

강연재는 말을 잘못 했고 더욱 관심에 불을 지피고 말았다. 에이다까지 궁금함을 내비쳤고 저만치 떨어진 설민지도 흘끗거리는 게 관심이 있긴 있는 모양이었다.

뭐, 아이다를 빼면 기본적으로 주인공 유세준에게 호감이 있는 상태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현상이었다.

“너는··· 관심 없어?”

일찌감치 자리에 눕자 옆에 있던 설민지가 물었다.

“관심? 무슨?”

“그, 저, 저거···”

“······.”

귀여운 반응이었다. 알면서도 모른 척 물은 건데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는군.

“별로. 걔가 누구랑 친하든 나랑은 관계없어.”

“그렇구나.”

약간 안도하는 것 같은 기색이었다.

한지나의 괴롭힘을 해결하는데 나 역시 도움을 줬기 때문에 설민지가 호의적으로 보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긴, 유세준과 같이 찾아갔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찔러본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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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알지 못했던 경험 +2 19.03.18 484 6 12쪽
15 참 신기한 여자 +1 19.03.17 513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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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방심하면 보인다고? 19.03.05 713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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