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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군필여고생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9.03.01 01:04
최근연재일 :
2019.09.18 19:11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8,365
추천수 :
307
글자수 :
161,949

작성
19.03.02 00:56
조회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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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1쪽

기분이 어떠신지?(3)

DUMMY

유세준은 노리고 이 자리에 껴든 게 아니었다. 주인공스럽게 우연히 개입했을 뿐. 옆길로 지나가다가 위협하는 소릴 듣고 헐레벌떡 달려온 거였다.

딱 타이밍이, 설민지가 자꾸 가만히 있으니까 열이 받은 상대가 목소릴 높였을 때였다.


“뭐야, 넌.”

“그렇게 다른 사람 붙잡고 괴롭히는 거··· 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뭐라고?”

“잠깐.”


화를 내려던 똘마니를 저지하고 나선 이는 한지나라는 인물이었다.

한지나는 첫 번째 에피소드의 중심인물로 앞으로도 몇 번은 더 유세준과 부딪히게 될 운명의 악역 포지션이다.


“너는 우리학년 최우수자인 유세준이네. 맞지?”

“딱히 잘난 척할 생각은 없지만 맞아.”

“너처럼 잠재성 높은 애가 왜 이런 애한테 참견하는 거야? 꼴사납지 않아?”

“이게 왜 꼴사나워? 너희들이 하는 짓이 꼴사나운데.”

“이런 일반인과 다를 바 없이 무능한 아이는 혼내줘야 맞는 거야. 계속 인식시켜서 정신 차리게 만들어줘야지. 여기 아카데미에 투입되는 세금이 얼만지 알아? 제정신이라면 부끄러워서라도 스스로 걸어 나가야 하는 거고.”


으, 멀리서 듣고 있었지만 한지나의 태도에 화가 치밀었다. 만약 눈앞에서 이런 대화를 하고 있었다면 표정관리가 안 됐을 게 분명했다.


“그건 네 생각이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래서 어쩌라고?”

“맘대로 해. 난 여기에 있겠어.”


설민지의 앞에 털썩 주저앉은 유세준이 농성을 개시하자 여자들은 질렸다는 얼굴을 하였다.


“가자, 얘들아.”


한지나는 더러운 똥은 피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뒤를 돌았다.


“안심하지 마. 오늘은 여기까지일 뿐이야.”


여자들이 물러나고 유세준과 설민지만 남았다.


“괜찮아?”


다정한 목소리로 손을 내미는 유세준.


“누가···”

“응?”

“누가 도와달라고 그랬어?”


탁, 손을 쳐낸다.


“어차피 가만히 있으면 제풀에 지쳐 물러갈 애들이야. 저런 것들 상대로 기운 뺄 필요 없어.”


차갑게 내려앉은 시선으로 설민지가 확 쏘아붙였다. 하지만 유세준도 보통내기가 아니라 물러섬 없이 대응했다.


“···너 바보구나?”

“뭐?”

“이렇게 허술해서야. 가만히 있으면 더하면 더하지 덜해질 거라 보냐.”

“내가 알아서 해.”


설민지는 더 이상 듣기 싫다는 듯 일어나서 먼저 가버렸다.


“보나마나 또 괴롭힘 당하겠구만.”


중얼거리던 유세준 역시 터벅터벅 자리를 벗어났다.


“······.”


끝가지 지켜보고 있던 나는 모두가 사라지고 나서야 슬그머니 나왔다.


“포인트는 왜 안 주냐?”


[같은 항목으로는 1회만 획득 가능.]


“아, 비슷한 방식으로 타먹는 건 안 된다는 뜻이군.”


[정답!]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럼 그렇지. 손쉽게 포인트를 모으게 해줄 리가 없지.


“이러면 복잡해지는데.”


단순히 등장인물들의 주변을 맴돌며 편하게 챙기자는 계획은 간단하게 막히고 말았다. 이러면 싫어도 뭔가를 해야 했다. 그 과정에선 피하려고 했던 스토리의 변화가 생길 지도 몰랐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최대한 머리를 굴려봐야겠군.”


설민지는 이후로 한지나 패거리에게 계속 괴롭힘을 당한다. 결국 참다못한 유세준이 전면에 나서게 되고 직접적으로 충돌하게 된다. 나는 그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포인트를 잘 챙길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 됐다.


한지나 패거리는 느긋하지 않다. 바로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기는 화끈한 녀석들이었다. 그리고 무엇을 할지 분명히 알고 있었기에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주말.

본래라면 늘어지게 자다가 잔뜩 여유를 부리며 일어나야 제 맛인 날, 나는 미리 설정해놓은 알람에 맞춰 눈을 떴다.


-삐삐삑.


“이제 이 소리도 익숙해졌다는 게 참 슬프다.”


흐아암, 하품을 하고 화장실로 가 바지를 내렸다.


“···?”


곧 무언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차··· 이제 없지.”


눈물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아, 언제쯤 익숙해질는지. 방심하면 이렇게 슬픈 상황이 연출되곤 한다.


[아쉽게 됐네!]

[0.5포인트 적립!]


“야이, 줄 거면 1포인트 주지.”


[끝까지 갔으면 1포인트였음.]


어이가 없어서 입이 딱 벌어졌다.


“변태 같은 놈.”


[업계 포상.]


“말을 말자.”


나는 옷을 챙겨 입고 나갈 준비를 했다.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한지나 패거리의 사악한 계획을 막기 위한 전초작업이었다. 그들은 눈에 거슬린 유세준을 물 먹이기 위해 함정을 파는데 그걸 저지할 생각이었다.


뭐, 어차피 내가 손대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해결되긴 한다. 그래야 이야기가 진행이 될 테니까. 하지만 지켜보기만 해서는 포인트를 얻을 수 없고, 무엇보다 그 계획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쾅쾅쾅!

“나와!”

-쾅쾅쾅!

소리를 지르며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누구세요?”라는 물음이 들려왔다.


“김가영! 나와! 할 말이 있으니까! 니 동기다!”


끼익, 문이 열리며 부스스한 얼굴에 떡진 머리카락의 소녀가 나왔다.


“뭐야? 누군데? 누구더라?”

“이지슬.”

“이지슬? 누군지 몰라.”

“몰라도 돼. 그냥 너한테 볼일이 있어서 온 거니까. 소형촬영장비랑 녹음기 있냐? 있지? 잠시 쓸 데가 있으니 빌려줘.”

“당연히 있기는 한데··· 아니 잠깐. 뭔데 빌려달라는 거야?”


나는 팔짱을 끼고 거만한 자세를 취하였다.


“나를 위해··· 아니 세상을 위한 한 걸음이지.”

정확하게는 남자로 돌아가기 위한.

“잠꼬대 하냐?”

“착각하지 말라고. 칼자루는 내가 쥐고 있으니까. 난 말이지, 네가 부지 내에 설치한 여러 장비들에 대해서 다 알고 있어.”

“어?”

김가영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그걸 어떻게 알았지? 하는 얼굴이다.

이 여자는 부지 곳곳에 촬영 및 통신이 가능한 장비를 몰래 설치해놨다. 그걸로 정보를 수집하며 쓸만한 게 있으면 판매를 하는 등 몰래 돈벌이에 쓰고 있었다.

“그, 그걸 어떻게···”

“영업비밀이야.”

“으으···”

“소문 나기 싫으면 얌전히 나한테 빌려줘. 다 좋은데 쓰려고 하는 거니까.”

“쳇, 알겠어.”

잠시 문을 닫고 안을 뒤적거리던 김가영은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두 기계를 내왔다.

“자. 왼쪽이 도청용, 오른쪽이 촬영용이야.”

“오케이, 고맙다.”

“너, 이름이 뭐라 그랬지?”

“창··· 아니 이지슬.”

방심했네. 내 원래 이름을 말할 뻔했다.

“그래, 기억해둘게.”

“오냐. 앞으로 자주 보게 될 테니까. 안 그래? 친구.”

“으, 응.”

내 약점을 찾기 위해 필사적이 될 테지. 뭐, 맘대로 해봐라. 뭐가 나오나.

“다음에 또 보자.”


[한 건 했는데?]

[1포인트 적립!]


역시 직접 움직이니 포인트가 들어오는군.


[획득한 포인트 : 7.5]


삥(?)을 뜯어내는데 성공한 나는 홀가분한 기분으로 다음 행동에 나섰다.

한지나 패거리는 한 명이 아니라 여러 학생들을 상대로 횡포를 부리고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에게 볼 일이 있었다.


“어이! 위지윤!”


위지윤이라는 여학생이 머물고 있는 호실 문을 두드리니 겁에 질린 목소리로 누구냐고 묻는 게 많이 당한 사람의 전형적인 태도였다.


“잠깐 나 좀 보자. 할 얘기가 있어.”

“누, 누구···”

“알 거 없고. 이거 받아.”

“?”

녹음기를 그녀의 손바닥 위에 올려주었다.


“이걸 품속에 잘 지니고 있어. 오늘 조만간 한지나 패거리가 널 보자고 할 거니까.”

“으으··· 무, 무슨 일인데?”

“그때 가면 알 일이고. 녀석들이 하는 말을 들키지 않고 잘 녹음하는 게 네가 할 일이야.”

“모, 몰라. 나한테··· 이런 거 시키지 마!”

“자꾸 답답하게 굴래? 난 널 잘 알고 있어. 한지나에게 매일 괴롭힘 당하며 스트레스의 발산도구로 쓰이지. 가끔씩 돈도 뜯기고. 그런데 이번 일만 잘 풀리면 거기서 벗어날 수도 있어.”


괴롭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말에 위지윤의 얼굴에 의욕이 엿보였다.


“정말로?”

“그래. 몰래 가지고 있다가 녹음하면 되는 일이니 어려울 것도 없잖아?”

“알겠어.”

나는 미소를 지으며 위지윤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었다.


자, 이제 밑밥은 다 깔아놨고.


한지나 패거리가 작당을 위해 모이는 시기는 오늘 점심 무렵이다. 장소는 한 레스토랑. 거기서 위지윤을 불러다가 유세준을 어떻게 곤경에 빠트릴지 꾸미는데 나 역시 그 자리에 몰래 있을 예정이다.


“그 전에 시간이나 때워볼까.”


플레임 아카데미는 굉장히 큰 부지를 지닌 교육기관이다. 가르치는 게 인류를 위협하는 괴물과 싸우는 법이다보니 커다란 훈련장은 기본이었고 1천 명이 넘는 인원을 수용하기 위한 기숙사, 편의, 오락시설 등이 전부 갖춰져 있었다.


나는 점심이 되기 전 시간을 오락실에서 때우기로 했다.


‘크러셔’의 등장 후 마나가 발견되었고 그걸 이용할 줄 아는 인간들이 생겨났다. 그에 맞춰 과학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물론 그 분야는 군사와 무기에 치우쳐 있었기 때문에 기본적인 생활은 현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따닥, 따다닥.

오락기 역시 지구에서 하는 것과 비슷했다. 덕분에 큰 괴리감 없이 재미나게 할 수 있었다.

“엄마! 저 누나 겁나 잘해!”

“쉿! 이리 오렴.”

부지 내엔 교관이나 교수들의 가족들도 거주하는 공간이 있어서 이렇게 평범한 가족들도 있었다.


충분히 즐기고 나니 시간이 다 되어서 한지나 패거리들이 모일 레스토랑에 갔다.

“나폴리 피자 1판 주세요.”

“미디엄으로 하시겠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피자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자니 가게 안으로 한지나 패거리들이 들어왔다. 그 안엔 처량한 표정을 지은 위지윤도 껴있었다. 저들은 구석에 숨어있듯 앉아있는 나를 발견하진 못했다.

“피자 나왔습니다.”

신선한 토마토 스소와 향이 좋은 바질, 양파, 버섯, 모짜렐라 등이 올라간 나폴리 피자는 척 보기에도 맛있어보였다.

사실, 정통 나폴리 피자라고는 하기 어려웠지만 학생들의 입맛에 맞추다보니 자연스럽게 토핑이 바뀌게 되었다. 본래대로라면 비리고 짠 맛이 난다고 한다.

“맛있겠는데.”

부지런히 움직이느라 아침을 걸렀던 나는 거침없이 피자를 먹기 시작했다. 물론 한지나 패거리와 위지윤이 함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카메라로 몰래 찍어두는 일은 잊지 않았다.

“으음, 맛있네.”

피자 한 판을 모두 해치우고 나니 이미 한지나 패거리는 대화를 끝내고 돌아간 상태였다.

“계산이요.”

“3만원입니다.”

“여기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카드로 계산을 끝마치고 가게를 나왔다.

“사진 잘 나왔네.”

한지나 패거리와 위지윤이 무언가 함께 꾸몄다는 사실을 드러내기에 충분한 양의 사진들이 찍혔다.


작가의말

당분간은 이렇게 연재하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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