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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군필여고생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9.03.01 01:04
최근연재일 :
2019.09.18 19:11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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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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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6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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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붉은장미회(3)

DUMMY

“괜찮아?”

“괜찮지 않아.”

“하아, 어떤 놈인지 몰라도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담.”

친구들이 와서 걱정을 해주었다. 덕분에 기분이 좀 진정이 되었다. 혼자서라면 얼마나 속이 답답하고 불안했을까? 이렇게 같이 걱정하고 고민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어찌나 다행인지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라는 철학적인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설민지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의 표정에서 엿보이는 결연함은 왠지 강인함까지 엿보였다. 아무래도 비슷한 상처를 안고 있다 보니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는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른 사람들 역시 내가 어찌할지 궁금해 하고 있었다. 강연재도, 송하나도 그러했다.

이 자리에 없는 다른 녀석들도 같은 생각이겠지? 나도 그래. 이대로 당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 어떻게든 대응을 해야겠지.

유언비어 제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결단이 필요한 시점인 건가.

“물증은 없지만 심증이 가는 녀석들이 있어.”

나의 발언에 모두들 의아해하기보다는 천천히 끄덕였다. 아무래도 다들 감이 잡히는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모두의 머릿속에 떠오른 그게 맞을 거야. 붉은장미회, 이들이 범인으로 짐작돼.”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는데··· 심증만으론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 걔네들이 저질렀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잡아낼 수단이 있어?”

강연재의 말에 나는 간단하게 답했다.

“없어.”

“뭐? 그럼 어떻게 하게?”

“그렇다고 해서 답이 없는 건 아니지. 굳이 정공법으로 나갈 필요는 없잖아.”

얘가 무슨 소릴 하는 거지? 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세 여자.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

나는 씩 웃으면서 말했다.

“지금부터 붉은장미회가 주동자라고 단정 짓고 일을 진행할거야. 그들이 했던 것처럼, 나는 붉은장미회에 대한 온갖 나쁜 소문을 퍼트리도록 하겠어. 게다가 거짓이 아닌 진실까지 섞어서 말이야.”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얼굴들이다. 좀 더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그래서 부탁이 있어. 너희들은 각자가 붉은장미회와 연관된 정보를 모으고, 감시를 해줬으면 해. 하다보면 뭔가 걸리는 게 나올 거야.”

“아니, 잠깐만. 잠깐만. 붉은장미회가 의심스러운 건 맞는데 이건 정말 막 나가는 거라고? 의심은 의심인데 아니면 어떻게 하려고?”

송하나가 불안을 내비쳤지만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면 다 내가 책임질게. 어때?”

확언을 해주자 다들 마지못해 끄덕였다.

나도 여기 여자들처럼 평범하게 생각한다면 의심은 해도 이렇게까지 과감하게는 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붉은장미회가 뒤로 얼마나 더러운 단체인지 잘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얼마 전의 일도 있었으니 과감하게 결정하는 게 가능했다.

어차피 이대로 눈치나 보고 있으면 사태는 더욱 악화될 게 분명하니 더 늦기 전에 움직여야만 했다.

“회장님, 붉은장미회에 대한 정보를 좀 알려줄 수 있을까요?”

나는 학생회장 한을지를 찾아가 협력을 구했다. 붉은장미회를 주동자로 확신하고 혐의를 반드시 입증해내겠다고 하자 그는 생각보다 흔쾌히 수락하였다.

설득하기 위한 노력이 수반될 줄 알았는데 조금 의외였다. 다만, “조만간 붉은장미회에 대한 조사를 감행하려 했는데 이렇게 총대를 매준다면 나야 좋죠. 다시 한 번 묻는데, 잘못될 경우의 책임은 전부 이지슬 학생이 지는 겁니다?”라고 하여 납득이 갔다.

이미 질 자신이 있었던 나는 “당연하죠.”라고 못을 박았다.

학생회장 한을지의 도움으로 포괄적인 정보를 손에 넣은 나는 그에 대한 단서를 협력자들, 그러니까 강연재, 송하나, 설민지 등의 인물들에게 흘렸다.

이제 그들이 알아서 증거를 모아오기를 기다리면 되는 거고, 나는 나대로 할 일을 시작했다.

나한테 했던 것처럼 유언비어를 남발한 것이다.

예를 들면 똑같이 벽에다가 ‘붉은장미회는 겉으로는 여성을 위하는 척 하지만 뒤로는 더러운 단체이다’라든가 ‘붉은장미회 간부들은 틈만 나면 호빠에 놀러간다!’ 같은 말을 종이에 써서 몰래 뿌리기도 했다.

물론 처음엔 영 반응이 별로였다. 붉은장미회는 다른 사람들에겐 선량한, 여성을 위한 단체라고 인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알 사람은 알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착하고’ ‘정의로운’ 자들이라 여기고 있었다.

여기서 끝난다면 한낱 인생 패배자가 괜히 자작극을 벌이며 관심 구걸하는 걸로 끝났을 테지. 그러나 여기서 끝날 리는 없었다. 내가 이렇게 밑밥을 까는 사이, 내보냈던 조사단들로부터 속속 증거들이 날아왔으니 말이다.

그냥 시작했다면 맨바닥에 헤딩이었을 텐데 한을지가 준 정보를 토대로 추적했기에 어렵지 않게 붉은장미회의 비리를 추적할 수가 있었다.

같은 여자라도 자기들 편이 아니면 괴롭히고 핍박하거나 남자가 조금이라도 밉보이면 꼬투리를 잡기 위해 안감힘을 썼다. 그래, 예를 들면 쇼핑몰에서 성추행 무고를 시도하려 했던 것처럼.

여기서 끝이 아니라 정말 호빠―호스트들과 술을 마시며 노는 가게―에 놀러가는 장면들이 사진으로 찍히는 등 구체적인 증거가 나오기 시작하자 조금씩 여론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도 퍼트렸지만 그 중엔 진실도 섞었고 뒤늦게 증거가 합류하자 코웃음 치던 일반 학생들은 고개를 갸웃하며 붉은장미회에 심상치 않은 시선을 보냈다.

이게 시간이 갈수록 붉은장미회에 대한 안 좋은 여론만 높아지지 그들이 퍼트려 놓은 나에 대한 유언비어는 어느 새 쏙 들어갔다.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가 성공한 셈으로 내가 바라던 대로 상황은 흘러갔다.

한을지는 물 들어올 때 노젓는다고 소문에 대한 진상을 확인한답시고 붉은장미회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였고 그들은 더 궁지에 몰렸다.

“상대를 완전 잘못 건드린 모양이야.”

“흐음, 그러네. 붉은장미회도 많이 위급해진 것 같아.”

나를 대상으로는 거짓이었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잠잠해질 수밖에 없었다. 붉은장미회의 경우 진실이라는 점이 치명적이었다.

학생회까지 움직이며 잘못을 저질렀다면 시정하겠다고 하니 학생들은 점점 그쪽을 관심을 가졌다.

“붉은장미회의 회비 지원을 끊겠다는 소리도 있던데?”

“잘 됐네. 받아간 돈으로 호빠나 다니던 년들이잖아.”

이제 상황은 내가 주무르지 않아도 알아서 굴러갔다. 손 안 대고 코를 푼다고 해야 되나? 저들이 알아서 몰락하면 끝이었다.

결국 학생회는 회비 지원을 끊었고 붉은장미회는 해산되었다. 뭐, 공식적으론 그런데 자기들끼리 모이고 있다는 소린 들렸지만 거기까지 소탕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차피 패배자들이니 불쌍했다.

“지슬아! 안녕!”

“어, 안녕.”

이 일 이후로 나는 더욱 유명해져서 지나가던 학생들이 하나하나 아는 척을 할 정도가 되었다.

여러모로 태풍의 눈과 같이 활동했으니 그럴만 했다.

단지 아직 끝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이대로 사건이 일단락된다면 다행이겠지만 나는 결코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라 여겼다.

왜냐하면 이런 앞으로는 깨끗한 척 하고 실상은 더러운 놈들일수록 수준이 역겹기 때문이다.

“지슬아, 같이 가자!”

송하나가 다가왔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오늘은 일이 있어서. 따로 갈게.”

“알겠어. 그럼 이만~”

다른 사람들 사라지고 혼자 남게 된 나는 잠시 멍하니 자리에 앉아만 있었다.

거의 일주일 정도를 쉬지 않고 달렸다는 느낌이다. 아니, 겨우 일주일밖에 안 지났다는 사실이 조금 놀라웠다. 그 동안 수많은 일들이 일어난 듯 한데 고작 일주일만 지났다니.

시비가 걸린 남자를, 예전의 내가 떠올라 그냥 지나치지 못해서 도와줬다가 붉은장미회와 척을 지고 말았다. 그들은 비겁하게도 옳은 일을 한 나에게 보복을 가했다. 그래서 걸레년이라는 오명을 들어가며 마음고생을 했다.

물론 내 멘탈은 단단해서 오히려 반격을 준비하였고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는 작전이 성공하였다. 붉은장미회는 지원도 끊기고 공식적으론 해산 당했다. 그야말로 인간승리지. 정의롭고 올바른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으며 도와줬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동시에 이리저리 휩쓸리며 줏대 없이 군 군중들에 대한 원망과 분노도 치솟았다. 그러다가도 원래 군중이란 그런 것이다, 라는 소리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아.”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교실을 나온 나는 인적이 없는 복도를 거닐었다.

“······.”

조금은 멍한 기분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그때였다.

벽 뒤쪽에서 손이 불쑥 튀어나오더니··· 내 입가를 막아버렸다. 깜짝 놀라며 저항하려 했지만 입을 틀어막은 손수건에는 약물이 묻어있었는지 급격하게 졸음이 몰려왔다.

이게 무슨 일인가, 위기감을 느낄 새도 없이 정신이 까맣게 물들었다.

“으, 으음··· 음?”

정신이 들었을 땐 한 교실 안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잘 잤어?”

상냥하게 묻는 목소리에 고개를 드니 무슨 두피가 보일 정도로 머리를 짧게 자른 남자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서있었다.

“너, 너는···”

“나? 누군지 알아?”

“······.”

“모르면 됐어. 아하하~”

뭐가 웃긴지 박장대소를 하자 뒤에 서있던 몇몇의 여자들도 함께 웃었다.

“언니, 얘 약에 취해서 정신을 못 차리는데?”

“하하, 그러게.”

언니? 이 녀석, 여자였어? 이제 보니 얼굴형이나 몸매가 여성의 느낌이 나긴 한다만··· 영락없이 남자인 줄 알았다.

으, 약기운 때문에 정신이 혼미하다. 제대로 집중이 안 돼.

어라, 가만 보니 저기 서있는 여자는 그때 쇼핑몰에서 남자한테 시비를 걸던 녀석이네. 아하, 이 녀석들 해산된 붉은장미회의 잔당들이구나. 할 짓도 더럽게 없나, 결국 이렇게 저지르고야 말다니.

“너희들··· 이런 짓을 하고도··· 용서받을 줄 알아?”

“딱히? 어차피 우리는 아무 것도 안 할 거야. 뭐, 참고인으로 불려갈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너는 완전히 망가지겠지. 오호호!”

기분 나쁘게 웃는 ‘숏컷’ 여자는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나를 붙잡고 있던 팔이 우악스럽게 움직였다.

-뿌드득.

“윽?”

굵은 팔뚝이 한 번 움직이자 입고 있던 교복 블라우스의 단추가 힘없이 뜯어지며 가슴이 드러났다.

“어머나, 예쁜 속옷이네. 하지만 이제 필요 없으니까 벗겨주자고.”

“헤헤, 돈도 받고 여자도 따먹고 일석이조구만.”

당장 오늘만 보고 사는 놈인지 돈으로 사주를 받은 남성 두 명이 입맛을 다시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오싹한 기분이 들었지만 여전히 약기운에 취해서 제대로 힘을 쓸 수가 없었다. 이는 마나를 일으키는데 방해가 되었고 레이지 상태가 되지 못하게 만들었다.

“으···”

브래지어까지 뜯어져서 가슴이 무방비해졌다. 나는 그 와중에도 손을 들어 가슴을 가렸다.

“쓸데없는 저항이야. 너, 처녀지? 오늘 아주 좋은 경험을 하게 될 거야. 하하하하! 그러게 누굴 건드려? 이 썩을 년이!”

화가 단단히 났는지 내 머리채를 붙잡고 흔들어댔다.

“훗.”

“이년이 웃네? 왜 쪼개? 미쳤어?”

다시 한 번 흔들어댄다. 으으, 더럽게 아프네. 여자들이 왜 머리채 붙잡고 싸우는지 알 것 같다.

“너, 바보냐?”

“뭐라고?”

“내가 이 정도도 예상 못했을 줄 알아?”

나의 의미심장한 말에 녀석은 얼굴을 흉하게 일그러트렸다. 안 그래도 흉했지만 말이지.


작가의말

게으름을 피우지 말고 성실하게 써야 할 텐데 그게 왜이리 힘든 걸까요 ㅎㅎ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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