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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군필여고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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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9.03.01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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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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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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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07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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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변신 축제(3)

DUMMY

“지슬아! 괜찮아?”

“무슨 일이야?”

유세준과 김현우가 내게 다가왔다. 뒤쪽에선 에이다가 잠에서 깨는 소리가 났다.

“나도, 모르겠어.”

놈이 옷을 찢거나 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안 그랬으면 또 부끄러운 꼴을 보일 뻔했다.

“도대체··· 합숙 때부터 뭔가 이상해. 안 그래?”

유세준의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나는 끄덕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일단 오늘은 돌아가서 쉬고 싶어.”

“괜찮겠어? 또 누군가 오는 거 아냐?”

“괜찮을 거야. 아카데미 내 기숙사는 경비대가 있잖아.”

“으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발에 힘이 빠져서 조금 비틀거렸다.

“지슬아. 조심해.”

받쳐준 이는 김현우였다.

“걸을 수 있어.”

···라고는 했지만 여전히 다리에 힘이 없어 후들거렸다.

“같이 가자.”

“그래. 무리하지 마.”

이래서야 끝까지 거절하기도 어려웠다.

“알겠어.”

허락이 떨어지자 유세준과 김현우가 양옆에서 몸을 받쳐주었다. 좀 과한 느낌이 없잖아 있었지만 놔두었다.

“저기,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정신을 차린 에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 가게가!”

안에서 걸어 나온 사장님이 비명을 내질렀다.

가게는 유리창이 깨졌고 회오리가 한 차례 휘저은 것 마냥 어지럽혀져 있었다. 그래도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서 일주일 정도면 복구가 가능할 것 같긴 했다. 문제는 가게가 이래서야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까.

절규하는 사장님에게 할 말을 찾고 있는데 가게 안으로 다수의 사람들이 몰려왔다.

“다들 멈추세요.”

엄격한 목소리로 외친 이는 아카데미의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여성 교관이었다. 그 뒤로 제이스와 강성민의 얼굴이 보였다. 나는 아카데미 측 교관들이 이변을 눈치 채고 달려온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강력한 에너지가 감지되었습니다만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죠?”

“아, 그게···”

유세준과 김현우가 머뭇거렸다.

“자, 장난을 좀 쳤어요!”

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장난?”

“네. 유세준 학생이 아시는 대로 뛰어난 인재잖아요? 여기에 경쟁심이 붙어서 서로 마력 경쟁을 하다가 과부하로 폭발이 조금···”

“뭐라고요?”

교관들은 저마다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제이스는 의미심장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만.

“진실입니까?”

“아, 네. 그렇습니다.”

유세준이 눈치껏 장단을 맞춰주었다.

“죄송합니다.”

김현우는 고개 숙여 사죄하기까지 했다. 옳지, 잘한다.

“어처구니가 없군요. 축제 기간 중에 이런 소란을 일으키면 어떻게 합니까?”

“죄송합니다. 처벌 받겠습니다.”

“···이런 경우가 없는 건 아니에요. 자기 힘을 주체 못하고 소란을 피우는 게. 혈기왕성한 청소년들에게 과도한 힘이 생긴 부작용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과연. 교관들은 나름 비슷한 경험들을 한 모양이다.

“그러니 이해해요. 가혹한 처벌은 없어요. 대신 벌점이 부과되고,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합니다. 가게 청소 및 수리비 부담을 부과하겠습니다.”

“예에.”

유세준과 김현우는 뼈아픈 표정을 지었다. 저 둘은 돈이 많지 않아서 수리비가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수리비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돈 많은 에이다가 든든한 말을 해주긴 했다만.

“학생들의 장난이었다니, 뭐 유세준 학생이라면 이해합니다만.”

“하지만 좀 이상하지 않았습니까? 굉장히 이질적이지 않았나요.”

“마나라는 게 파동이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교관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하였지만 학생들의 장난으로 결론을 내리는 듯 했다.

마나라는 게 100% 연구가 된 것도 아니고, 원래 인간들에겐 효력이 없던 원소였다. 그래서 확실하지 않더라도 대충 얼버무릴 순 있었다.

“일단 청소부터 하도록 하렴. 괜찮겠지요, 사장님? 수리비는 학생들이 부담하겠다고 합니다.”

“수리를 하는 동안 장사를 못 하면 어떻게 합니까?”

“그건 관련 기관에 문의하여 보상하도록 하겠습니다. 학생들을 관리하고 책임지는 것도 아카데미의 의무니까요. 비슷한 사례에서 보상 받은 사장님들이 많으니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노련한 여성 교관의 정리에 다들 납득하는 표정들이었다.

“자, 청소 시작이다.”

“예.”

청소가 시작됐다.

깨진 유리창을 치우고, 바닥에 널브러진 가구를 일으켜 세웠다. 난 여전히 몸 상태가 안 좋았지만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아니다. 너희들이 고의로 그런 게 아니니까.”

사장님은 꽤나 쿨하게 넘어가주었다. 뭐,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덕도 있겠지만 다행이었다.

남은 교관들은 돌아가고, 감독은 여성 교관 하나만 남아서 보고 있었다.

“끝났니?”

“네.”

“그래, 수고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연달아 일어난다면 처벌 수위가 높아지니 주의하도록 하렴. 알겠지?”

“알겠습니다.”

상황이 정리되고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지슬아. 가자.”

“응.”

약속이나 한 듯 모두 나와 함께 거리를 걸어갔다.

밤이 늦었지만 아직 영업하는 가게들은 많았다.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많았다. 모두 즐겁게 웃으며 축제를 즐기는 중이었고 우리에게 있었던 일들도 하나의 해프닝으로 넘어갔다.

여성 교관의 말대로 이런 사건은 예전부터 존재했고 특구에 사는 사람들에겐 어느 정도 익숙한 셈이었다.

이윽고 기숙사에 도착했다.

“오늘은 푹 쉬도록 해.”

여자 기숙사라서 유세준과 김현우는 들어가지 못 했다.

“응. 오늘 고마웠어. 그리고 미안해. 돈을 쓰게 만들어서.”

“아냐. 대신 내일 얘기해줘.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약속할게.”

“좋아.”

두 사람이 돌아가고, 나와 에이다만 남았다.

“갑자기 졸음이 쏟아지며 정신을 잃었어요. 이지슬 씨가 말한 단순한 장난이라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겠죠.”

“맞아. 다른 애들까지 포함해서 내일 얘기하도록 할게.”

“네.”

각자가 지내는 방으로 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이지슬 씨.”

문득 뒤에서 에이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죄송해요.”

“죄송할 게 뭐가 있어?”

“어떠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저는 무능력하게 잠만 잤으니까요.”

“···네 잘못이 아냐. 솔직히 나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어안이 벙벙해.”

“같이 잘래요?”

“뭐?”

“걱정이 돼서요.”

“?!”

에이다가 뒤에서 나를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제 눈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이지슬 씨는 떨고 있었어요. 굉장히 겁에 질려 불안해 하고 있는 게 보였어요. 제가 잘못 본 건가요?”

“······.”

“착각이고 오지랖이라면 어쩔 수 없네요. 다만 다음 변명도 준비되어 있어요.”

“다음 변명?”

“저도 무서워요. 혼자선 좀 쓸쓸한 감도 있어요. 그리고 우리 친구지요? 친구끼리 같이 잘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그, 그거야 그렇다만.”

같은 기숙사 내라면 슬쩍 누군가의 방에서 같이 자는 게 불가능하진 않았다. 어차피 방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감시를 하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안 되나요?”

살짝 잠긴 목소리로 그리 묻는데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거절하기 위한 이유를 찾는 게 너무나 어려웠다.

이곳에 빨려들어오기 전, 여자와 얼마나 많이 자봤던가. 하지만 그 행위엔 어디까지나 명확한 목적이 있었고 나나 여자나 알고 있었다.

이 경우는 순수하게 ‘동성’ 친구로서, 제안된 것이라···.

“아, 안 될 거야 없지.”

“좋아요. 편한 쪽으로 결정해 주세요. 본인 방? 아님 제 방인가요?”

“네 방으로 하자.”

“좋아요~”

결국 같이 자는 걸로 결정되었다.

나는 하룻밤을 보내기 위한 간단한 준비물을 챙긴 후 에이다의 방에 들어갔다.

기숙사의 방이라 내 방과 큰 차이는 없었지만 아기자기한 장식이라든가 귀여운 디자인의 인형이 있는 게 에이다답긴 했다.

“체험은 이대로 끝이 나버렸네요.”

“그러게.”

에이다는 한숨을 내쉬면서 옷을 벗기 시작했다. 나는 움찔 했지만 괜히 호들갑을 떨진 않았다.

“······.”

모델을 하기에 적합한 마른 체형의 에이다는 굉장히 깨끗한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볼륨감이 적은 게 내 취향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아름답고, 여성스러웠다.

“안 씻을 건가요?”

“어, 뭐라고?”

“저는 씻을 건데.”

말하는 뉘앙스를 보니 같이 들어가자는 뜻이었다. 어떻게 하지? 거절해야 하나?

“싫으시면···”

“씻을 거야.”

“그렇군요!”

시무룩해 하다가 확연하게 밝은 표정을 짓는다.

내가 무슨 애새끼도 아니고··· 상황 자체가 우습긴 하지만 이런 거에 허둥거릴 필요는 없겠지. 나는 나이지만, 동시에 이지슬이자 에이다의 친구이기도 하다. 머뭇거리지 마.

결국 같이 욕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아카데미 기숙사는 굉장히 시설이 좋았기에 뭐든 혼자서 쓰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그건 방 안도 마찬가지고 욕실도 그러했다.

“······.”

“후훗.”

욕탕 안에 알몸의 여자 둘이 들어가 있었다. 전지적 시점으로 보면 두 미녀의 흐믓한 광경이었으나 그 중 하나가 나라는 게 참··· 애매하였다.

에이다는 연신 미소를 지은 채 나를 바라보았다. 어쩐지 낯뜨거운 느낌이 나서 시선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자, 이리 나와요. 머리 감겨 줄게요.”

“내가 할 수 있어.”

“누군가가 해주는 것도 다른 느낌이 든답니다.”

“알겠어.”

양보할 기색이 없는 에이다에게 항복 선언을 하였다.

“흐응, 으흐흥,”

에이다는 콧노래를 부르며 내 머리를 감겨준다. 확실히 그녀가 말한 대로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따스하고 부드러우며, 상냥한 느낌. 미용실에서 돈을 주고 서비스를 사는 것과는 달랐다. 온기가 가득한 욕실이라서 졸음이 오기까지 했다.

-솨아.

따뜻한 물이 거품을 걷어내며 머리카락을 적셨다.

“언제나 당차고 늠름한 지슬 씨. 하지만 이따금씩 보여주는 괴로움과 쓸쓸함은 어째선지 보호욕구를 일으켜요. 정말 매력적이에요.”

“···힉?!”

에이다의 손길이 머리카락에서 목덜미를 타고 등허리로 내려왔다. 깜짝 놀란 나머지 이상한 소릴 내버리고 말았다.

맨살에 닿은 뜨거운 손··· 심장이 두근거렸다.

“내, 내 차례야.”

이번엔 내가 에이다의 머리를 감겨주었다.

물론 매끈한 등허리를 보는 것도 고역이긴 했지만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건 막을 수 있었다.

무사히 목욕을 끝내고 나는 도망치듯 나갔다.

“빨리 자고 싶은 건가요?”

조금 늦게 몸을 닦고 나온 에이다가 방긋 웃었다.

“으응.”

그렇다고 하였다.

잠시 후, 잠옷으로 갈아입은 나와 에이다는 침대 위에 나란히 누웠다. 침대 사이즈는 충분히 컸기 때문에 둘이 누워도 무리는 아니었다.

“안녕히 주무세요.”

“너도. 잘 자.”

불이 꺼지고, 어둠과 침묵이 내려앉았다.

“······.”

부끄러운 장면들도 있었으나 이렇게 같이 자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혼자서 방에 들어갔다면 외로움과 두려움에 몸을 떨었을 게 분명했다.

에이다에게 또 한 번 신세를 지게 됐다.

-톡, 톡.

슬슬 잠이 드려는데 무언가 느낌이 났다. 나는 에이다가 그런 줄 알았는데, 눈을 떠보니 ‘책’이 허공에 떠있었다.


[할 말이 있음.]


표정 같은 건 없었지만 굉장히 진지한 기색이 느껴졌다.


작가의말

주인공이 너무 무능하지 않도록 조절할 예정입니다. 저 스스로도 아무것도 못하며 여기저기 끌려다니는 타입은 좋아하지 않거든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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