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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군필여고생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9.03.01 01:04
최근연재일 :
2019.09.18 19:11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8,357
추천수 :
307
글자수 :
161,949

작성
19.03.03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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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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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
12쪽

기분이 어떠신지?(4)

DUMMY

“아, 배불러.”

라지 사이즈 정도는 거뜬히 먹을 수 있었는데 여자가 되고나서 먹는 양이 줄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였는데 바로 깨닫지는 못했다. 그래서 아카데미 식당에서 음식을 좀 낭비하고 말았었다.

나는 위지윤의 호실로 다시 찾아갔다.


“위지윤. 나와라.”

“으, 응.”

“시키는 대로 잘 했겠지?”

“···응.


기계를 받아서 켜보았다.


<잘 알겠지?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돼. 내일 유세준을 불러내는 거야.>


“좋아.”

만족스러운 얼굴로 끄덕인 나는 녹음기를 챙겼다.

“너에게 해를 끼치려는 게 아니야. 오히려 널 이용해 먹으려 하는 한지나 패거리들로부터 구해주려는 거야.”

“응!”

이제 완전히 내 편이 된 얼굴로 끄덕이는 위지윤이었다.


[한 건 해결!]

[0.5포인트 수집!]


이제 8인가··· 92를 언제 모은담.

침울해진 상태로 방으로 돌아온 나는 침대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우우웅.


정신집중을 하고 마나를 운용하니 떨리는 소리가 났다. 몸 주위가 새파랗게 변하며 크게 요동쳤다. 멀리서 본다면 푸른 불꽃처럼 보일 것이다.


이 세계로 온 후로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명상의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이 행위는 주변에 흩어져 있는 마나와의 감응도를 길러주었다. 마나는 곧 초월적인 힘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수단이었으므로 명상에 익숙해질수록 강해지는 셈이었다.


다만 이 몸에 깃든 재능은 플레임 아카데미 학생 중에서도 하위권이라 좀처럼 나아진다는 느낌을 갖기 어려웠다.

“후우.”

명상을 끝내고 땀에 젖은 채 눈을 떴다.


[여기서 잠깐!]


뙇! 하고 나타난 책이 호들갑을 떨었다.


“뭐야?”


[할 말이 있음.]


“뭔데. 포인트 줄 거 아니면 그냥 닥치고 있어.”


[그쪽에도 매우 구미가 당기는 소리임.]


“···?”


[알고 있겠지만 너의 아카데미 내 순위는 1학년 1174명 중 926위임.]


“그래서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 거잖아.”

아카데미에서 명상을 가르쳐주는 건 최소한 한 달은 지나고 나서였다. 바로 시작한 나는 1학년들 중에선 가장 빠르다고 할 수 있었다.


[거북이 걸어가는 속도로 언제 강해질 거임?]


“큭.”

맞는 말이라 당장 반박할 말이 떠오르질 않았다.


[그런 님에게 추천하는 게 있음!]


“뭔데?”


[바로! 특별 쇼핑 코너~]


책이 차라락 넘어가면서 새로운 페이지를 보여주었다. 거기엔 친절하게 그림과 함께 상품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잘 보라고!]


{블루 포션 : 마나 감응도 20% 상승!}

{레드 포션 : 마나 연성도 20% 상승!}


“······.”

포션의 가격은 각각 0.5포인트라고 적혀 있었다.


[5개 세트로 구매하면 +1 추가!]


“필요 없어.”


[에에엥?]


“뭘 놀라고 있어! 이 멍청한 놈이!”

겉으로는 필요 없다고 소리쳤지만 놀랐다. 솔직히 놀랐다. 이런 식으로 포인트를 소모시키려고 나설 줄이야.


[그래서 안 살 거임?]


“안 사!”


[실망.]


책이 탁 덮이면서 처량한 기색으로 이리저리 움직였다.


“미쳤냐? 하루라도 빨리 100을 모아서 돌아갈 거다!”


[그것도 나쁘지 않음. 그래도 상점은 언제든 열려 있으니 필요할 때 말하면 됨!]


그 말(글자)을 남기고 책은 슥, 사라졌다.


“하아, 젠장.”

혹하긴 했다. 아주 조금이지만.

그래도 가까스로 참아냈다. 본래 내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바짝 졸라매기로 다짐했으니까. 슬슬 포인트를 먹을 수 있는 패턴도 보이고 있으니 금방 모이리라.

“후우.”

답답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다시 명상에 들어갔다.


마나가 발견되고 인류가 그것을 운용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괴생명체 ‘크러셔’는 공간의 균열을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쏟아져 나온다. 이때의 공간 균열은 하늘에 검은 구멍이 뚫린 모습이라 ‘블랙 문(Black Moon)’이라고도 불렀다. 마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공간 균열 덕분에 흘러들어왔다고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동시에 마나에 반응하게 된 인간은 마나를 받아들이는 감응력, 받아들인 마나를 사용하는 연성력을 지니게 되어 초인의 경지로 나아가게 되었다.


명상은 이 감응력과 연성력을 기를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안타깝게도 이지슬은 두 가지 부분에서 좋지 못했기에 자연스럽게 아카데미 하위권을 기록하며 입학을 하였다.

유세준은 당연히 최상급으로 1등이다.

“하아.”

차라리 내가 유세준이었다면 조금의 명상으로도 큰 효과를 봤을 텐데··· 하필 이런 몸에 들어와 버렸다.


“물약··· 살까.”

힘없이 중얼거리던 나는 고개를 힘껏 내저었다.

“현혹되지 말자.”

쇼핑의 충동구매와도 같다. 휘둘리지 말고 신중하게 생각해야 했다. 만약 물약을 사면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포인트 감소로 가야할 길은 그만큼 멀어지는 셈이었다.

보라고!

밑을 내려다보자 봉긋하게 솟아오른 가슴이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이 가슴 때문에 발밑이 보이지 않는 고통을 아는 남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특히 계단 내려갈 때 방심하면 상당히 위험해진단 말이지.


그 날의 시간은 대부분 명상을 하면서 보냈다.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자 더욱 오기가 들어서 열심히 해버렸다. 이게 움직이진 않아도 하고 나면 땀을 뻘뻘 흘리는 등 상당히 지치는지라 씻고서 일찍 잠을 청했다.


다음 날. 화창한 날씨의 일요일.

어디 놀러가기에 적당하였지만 그럴 틈은 없었다. 한지나 패거리가 작당한 사건을 막으러 가야하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 활동하기 편하도록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서 밖으로 나갔다. 유세준과 위지윤은 오전 10시쯤 빈 교실에서 만나기로 되어있었다. 그러니 그 전에 자릴 잡아야 했다.


유세준은 근본이 착하고 느긋한 성격이라 소설 초반에는 스스로 위험을 피해내지 못했다. 위지윤이 뜬금없이 빈 교실에서 만나자는 제의를 했을 때도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갔다. 뭐, 다른 남자였어도 설마 싶을 것이다. 자신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 누가 생각하겠는가.

나무 밑의 벤치에 앉아 편의점에서 산 비스킷을 깨작거리고 있자니 유세준과 위지윤이 건물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시작됐군.

당장 들어갈 필요는 없고 잠시 대기다.


10분 정도가 지났다. 슬슬 움직일 때라고 생각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천히 걸어서 현장으로 가니 때마침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꺄아아! 도와주세요!”

“자, 잠깐만!”

복도를 달려 나가는 위지윤과 그 뒤를 쫓는 유세준.

“뭐야, 무슨 일이야?”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한지나 패거리가 나타났다.

“어? 이거 봐라? 유세준. 너 지금 뭐한 거야?”

위지윤은 흑흑 울면서 한지나의 뒤로 숨었다. 호오, 연기 잘 하네.

“아니, 그게···”

당황한 유세준은 말을 더듬거리며 주도권을 뺏겼다.


“하여간 남자는 짐승이구만. 야, 가서 선생님 불러와.”

“응!”

사건을 크게 키우려는 한지나 패거리의 의도대로 선생이 오면서 시끄러워졌다.

“음, 그러니까··· 성적이 좋은 유세준 학생에게 조언을 구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엉덩이와 가슴을 더듬었다?”

“네. 훌쩍훌쩍.”

“유세준 학생은?”

“안 만졌습니다!”

교내 업무를 보다가 뜬금없이 끌려나온 선생은 양쪽에 끼어서 사태를 파악 중이었다.

“으음···”

선생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판단을 내리기 어렵구나. 현장에 있던 사람은 누구니?”


유세준이 앞으로 나섰다.

“저와 위지윤 학생뿐입니다. 저는 상담을 요청받아 그에 응한 것인데, 안으로 들어가고 대화를 나누자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나가버렸습니다.”

“사실이니?”

선생이 위지윤을 바라본다. 위지윤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한지나의 뒤에 숨는다.

“정확하게 답을 해줘야 한단다.”

“선생님. 지금 여학생에게 겁주는 건가요?”

“뭐?”

한지나가 매서운 시선으로 말했다.


“지윤이는 상처를 입은 거라구요! 보이세요? 여자의 눈물이 증거에요! 유세준은 극악무도한 치한인 거예요!”

근처에서 지켜보고 있던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나섰다.

“적당히 하시지.”

갑작스러운 나의 등장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속셈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짓거리를 하는군.”

“뭐, 뭐라고?”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한지나는 얼굴이 빨개져서 발끈했다.

“보라고! 유세준이 치한 짓을 했잖아! 같은 여자라면 알 거 아냐?”

“뭘 알 거라는 건지 모르겠네.”

나는 귀를 후비적 파고 주머니에서 녹음기를 꺼냈다.


{지윤아. 알겠지?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유세준을 불러서 성추행 당했다고 무고를 하는 거야.}


선명하게 흘러나오는 한지나의 목소리.

한지나가 잡아먹을 듯이 위지윤을 노려보았고 위지윤은 이번엔 내 쪽으로 후다닥 도망갔다. 요기조기 잘도 숨어 다니는 여자네. 나참.

“너어··· 배신했구나!”

이번엔 뽑아놓은 사진까지 꺼내서 흔들어주었다.

“만난 모습까지 확보해놓았지. 뭐? 여자의 눈물?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크윽.”

나는 여유롭게 웃으며 선생을 바라보았다.

“어쩌실 거죠?”

“···그래도 확실한 답을 내줄 수가 없구나.”

“그렇겠죠.”

뒤에 서있는 위지윤을 돌아보았다.

“위지윤. 끝까지 주장할 거야? 일관된 진술···을 할 거냐는 소리야.”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는 위지윤.

“잘 생각해. 누가 더 위인지.”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이자 숨을 삼키며 떨었다.

“···죄송해요. 나온 대로 계획을 꾸민 게 맞아요. 유세준 학생은, 결백해요.”

선생은 무슨 의미인지 한숨을 푹 내쉬었는데 표정을 보니 안도 쪽에 더 가까워 보였다.

“좋아. 유세준 학생은 결백하다는 거구나. 한지나 학생?”

“네, 네?”

“무고에 대해선 책임을 져야 할 거야. 이 건에 대해선 수뇌부에서 회의를 해야 하니까 일단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자.”

“···네에.”

나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 결과는 안 봐도 뻔했다. 크게 나와 봐야 일주일 정도의 근신과 벌점이 다일 것이다. 원래 스토리에서는 사태가 더 커지고 여러 사람들이 달라붙고 나서야 진정되는데 그때 나온 결과도 근신과 벌점이었으니 말이다.


내가 쓴 소설이니 멋대로 정한 것 아니냐고? 하하, 글쎄다.

현실은 때로는 소설보다 더한 법이지. 비슷한 사례는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다. 더군다나 나도 당한 적이 있으니까··· 아니, 이걸 썼던 시점에는 멀쩡했었구나.

“···학생?”

“네?”

“학생. 이름이 뭐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선생이 내 앞에 서있었다.

“이지슬입니다.”

“그렇구나. 일단 오늘은 돌아가서 쉬도록 해. 일요일이니까 내일부터 모여서 이야기를 할 거야. 알겠지?”

“네네.”

자세한 이야기는 월요일에 하기로 하고 해산 명령이 떨어졌다.


당장 일이 틀어진 한지나는 흑빛이 되어서 똘마니들을 데리고 물러났다. 물론 위지윤을 찌를 듯 노려보고 가는 건 잊지 않았다.

“저기··· 이제 된 거야?”

위지윤이 안절부절 못하며 내게 말을 걸었다.

“그다지 큰 처벌은 안 나올 테니 기대하진 마. 대신 이전처럼 날뛰지는 못 할 거야. 한 번 주목을 당했으니 또 찍히면 크게 데일 수도 있을 테니까. 건들면 일러바치겠다고 해. 먹힐 거야. 십중팔구.”

“으응, 알겠어.”

“저놈들도 생각은 있어. 걱정하지 마.”

어깨를 두드려주며 안심시키자 위지윤은 뺨을 붉히고 끄덕였다.

“응, 고마워.”

“가봐.”

“아, 알겠어!”

이제 자리엔 나와 유세준만 남았다.

“고마워.”

유세준이 웃으면서 슥 손을 내민다.


나는 그 손을 잡지 않았다. 그냥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내가 쓴 소설 속에서 그대로 에피소드가 진행된 것뿐인데도··· 멍청하게 계략에 휘말리는 모습을 보니 짜증이 났다.


“이지슬···이라고 했지?”

악수를 안 받아주자 머쓱해진 유세준이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뭘 잘못했나? 아하하.”

“잘못했지.”

“으응??”

“잘 생각해 봐.”

괜한 심술이라면 심술이었다. 하지만 참을 수가 없었다. 마치 나를 보는 듯 해서 저 안일함과 멍청함에 화가 났다.

안 돼. 이대로 있으면 계속 엇나갈 게 분명하다. 더 틀어지기 전에 피해야겠어.

“위험할 일엔 발을 들이지마.”

그렇게 말하고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완전 대활약! 그리고 일침 한 방 시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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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세 개의 머리(1) 19.03.22 427 13 12쪽
17 얼마나 알고 있는가? +1 19.03.19 487 9 11쪽
16 알지 못했던 경험 +2 19.03.18 484 6 12쪽
15 참 신기한 여자 +1 19.03.17 513 9 12쪽
14 여기 돔 페리뇽 하나!(2) +1 19.03.16 521 8 12쪽
13 여기 돔 페리뇽 하나!(1) +1 19.03.13 528 11 11쪽
12 선도부 활동 시작! 19.03.12 555 11 13쪽
11 값비싼 교훈(3) +4 19.03.10 605 11 12쪽
10 값비싼 교훈(2) +2 19.03.09 584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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