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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군필여고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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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9.03.01 01:04
최근연재일 :
2019.09.18 19:11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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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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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
글자수 :
16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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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04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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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산 넘어 산(2)

DUMMY

예상대로 한지나는 가벼운 처벌을 받으며 끝이 났다. 3일 근신과 5점의 벌점이 그 결과였다. 벌점은 쌓이면 쌓일수록 교내 시설 이용 제한이나 성적에 마이너스로 작용하는데 5점이면 이제 걸음마를 뗀 수준이었다.

어이없게도 분란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유세준도 벌점 3점을 받았고 위지윤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재미있는 점은 나에게 상점을 줬다는 것이다. 원치 않게 포커스가 맞춰졌다는 뜻인데···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지 애매하긴 했다. 어차피 사건을 크게 키우고 싶지 않은 아카데미 측은 최대한 조용하게 처리할 생각이니 포상 역시 적을 테지만.

씁쓸한 현실이다. 그리고 그걸 이해하는 나도 참 서글프다.


“한지나 녀석들이 괴롭히거나 하진 않지?”

“응.”

“다행이야.”

“···별로 상관은 없었지만.”

“잘 된 거잖아.”

“···응.”

유세준과 설민지의 대화였다. 이 두 사람은 건물 밖 쉼터의 한 벤치에서 만나 이야기 중이었는데 공교롭게도 내가 거기에 껴있었다.


원래 스토리상으로도 유세준과 설민지는 여기서 만났고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해 상의를 하는 등 조금씩 친목을 다져나갔다. 이번 사건에는 나도 관련되어 있어서 유세준이 나보고 함께 가자고 제의를 한 것이었다.


“그런데 얘는···”

“아, 내가 말했던 애야. 얘 덕분에 금방 해결할 수 있었어.”

“그렇구나. 고, 고마워.”

슬쩍 시선을 피하며 인사를 하는 설민지의 모습은 작은 고양이 같아서 귀여웠던 나는 마음속으로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별 거 아니었어.”

“궁금하네. 도대체 어떻게 미리 알았던 거야?”

“우연히 눈치 챘을 뿐이야. 방심했던 거지.”

“흐음.”

유세준은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응시했지만 곧 관심을 가두었다. 하긴, 녀석의 성격을 생각하면 내 말에 크게 의심하지 않을 터였다.


“아무튼 미안해. 나 때문에 네가 그런 고생을 하게 되다니. 벌점 받았다면서?”

설민지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하자 유세준은 자신만만한 자세를 취하였다.

“괜찮아. 3점은 정말 작은 거니까. 금방 만회할 수 있어.”

“상점 받을 자신이 있다는 소리구나?”

“하하, 물론이지!”

둘이서 좋은 분위기군. 뭐, 이번 사건으로 둘이 사이가 좋아지는 게 맞는 거니 스토리는 정상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거겠지.


“한지나는 내일 근신이 풀리고 다시 오는데 괜찮겠지?”

설민지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유세준은 그녀를 안심시켰다.

“또 소란 피우면 가중처벌이야. 그땐 근신으로는 끝나지 않겠지. 안심해.”

“그렇다면야···”


[진행의 상황을 지켜보다!]

[0.5포인트 적립!]


티끌모아 태산이지. 추가로 더 얻었으니 나쁠 거야 없다. 이로서 12포인트.

교실로 돌아오고 수업 시간을 하나 거쳐 다음 쉬는 시간이 되었다. 나는 화장실을 가기 위해 움직였다. 이제 어지간히 방심하지 않는 이상 남자 화장실로 들어가는 일은 없었다.

뭐, 포인트를 준다면야 실수를 가장해서 얼마든지 들어가 주겠지만 중복은 안 된다고 했으니 괜히 그러진 않았다.


“어머, 당신은···”

볼일을 보고 나오는데 에이다와 마주쳤다.

“이지슬 씨?!”

금발이 살랑 흔들릴 정도로 반응한 에이다가 기쁜 얼굴로 손뼉을 쳤다.

“정말··· 연락해 달라고 했는데 안 하시고,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세요? 학교에서 마주치게 될 때까지 말이에요.”

“아, 그게···”

할 말이 떠오르질 않았다. 딱히 피한 건 아니지만 연락할 이유도 없어서 잊고 있었는데 같은 학교 학생이다 보니 이렇게 마주칠 때가 오고 말았다.


“오늘이야 말로 함께 놀아요. 방과 후에 쇼핑 어때요? 제가 여러 가지로 추천하고 싶은 게 있거든요.”

“아 그게···”

“설마 따로 일정이 있으신가요?”

어깨가 축 쳐지는 게 귀여운 동물이 귀가 내려가는 모습 같았다. 나는 어떻게든 거절할 이유를 찾았지만 이후의 일정은 특별히 정해놓은 게 없었다. 그렇다고 굳건하게 거절하기엔 마음이 동하질 않았다.

“아니··· 따로 있지는 않아.”


모델을 할 정도로 아름다운 에이다가 적극적으로 권유하니 한 번쯤은 괜찮지 않냐는 생각이 들었다.

크흠, 이것저것 변명을 할 게 뭐 있겠나. 에이다의 권유는 혹하기에 충분했다. 비록 남자가 아닌 여자로서 어울린다는 사실이 서글프지만··· 어쩌겠는가.

“좋아요. 그럼 오늘 6시에 공원에서 만나기로 해요.”

“그래.”

아카데미의 오후 수업이 모두 끝나면 4시다. 기숙사로 돌아간 나는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이지슬의 옷장 안엔 몇 가지 옷이 있었는데 내가 교복 외의 옷을 입을 땐 최대한 중성적인 스타일을 골랐다.


멜빵반바지와 흰 티의 조합이 그것.

하늘하늘하고 치마가 팔랑이는 건 아무래도 저항감이 있어서 걸칠 수가 없었다. 교복이야 꼭 입어야 하고 다들 같은 복장이니 소속감으로 어떻게든 참아내지만 바깥에서까지도 여자 옷을 입고 다니고 싶진 않았다.

약간은 조마조마한 마음을 안고 기다리고 있자니 약속시간이 되었다.

“여기에요!”

20분 정도는 일찍 나간 건데 에이다는 먼저 와있었다.

“···!”

청순가련한 아가씨 같은 복장의 에이다를 보니 나도 모르게 숨이 차올랐다. 가슴과 다리 쪽에 레이스 장식이 달린 흰색 원피스를 입었고 머리엔 리본 장식을 달았다. 그대로 패션 잡지를 장식해도 모자라지 않은 수준이었다.


어쩐지 나랑 비교가 되어서 급격히 부끄러워졌다.

“예쁘네요. 나쁘지 않은 옷차림이에요. 다만 이지슬 씨의 매력을 살리기엔 모자란 느낌이 있네요. 그래도 괜찮아요. 어차피 제가 해결할 생각이니까요.”

“뭐라고?”

“자~ 가요~”

에이다가 내 손을 잡고 끌었다. 방심하고 있다가 그대로 딸려간 나는 꼼짝없이 에이다와 함께 움직이게 되었다.

“타십시오, 아가씨.”

운전기사가 대기하고 있다가 우리를 차에 태워주었다.

“어머나? 별로 안 놀라네요?”

“으응? 아, 노, 놀랐어. 내색하지 않았을 뿐이야.”

“후훗, 재미있는 분이네요.”

차는 부지 내 상점가로 갔다. 대부분의 가게나 유흥시설이 이쪽에 있었다.

“흠~ 역시 이곳은 올 때마다 기분이 좋아요.”

만족스러운 얼굴로 활짝 미소 지은 에이다의 모습은 너무나 눈부셨다. 이 거리 자체가 에이다를 위해 존재하는 것 마냥 보고 있자니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이지슬 씨! 이리 오세요!”

“어어···”

에이다는 신이 나서 앞서나갔다.

“먼저 옷가게로 가요. 빛나는 보석인 이지슬 씨에게 어울리는 장식을 선물할게요!”

“괜찮은데···”

“여자라면 예쁜 옷을 입는 게 의무라고요?”

“그런 의무가 있을 리가···”


나의 어설픈 저항은 잔뜩 신이 난 에이다에겐 어림도 없었다. 그녀는 대형 쇼핑몰로 들어가 이 옷, 저 옷을 들어 보이며 내게 어울리나 안 어울리나 재보기 시작했다.

“흐음~ 뭘 입어도 어울릴 것 같지만··· 아무래도 어른스러운 게 좋겠죠? 이지슬 씨는 몸매가 좋으니까요. 특히 바스트는 압도적이에요. 저도 그 정도는 아니거든요. 사이즈가 몇이에요?”

“어? 사, 사이즈?”

알 리가 없다. 내가 여자 가슴 사이즈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 이상하다.

“어라? 설마 모르시나요?”

“으응.”

“그럼 속옷은 어떻게 사 입으시는 거죠?”

“대, 대충 아무거나.”

“안 돼요. 축복 받은 미를 가지고서도 너무 신경을 안 쓰시네요. 머리카락 상태에서부터 어느 정도 예상은 했는데··· 역시 제가 나서야겠어요.”

에이다는 종업원을 불렀다.

“저 분의 쓰리 사이즈를 재주세요.”

“알겠습니다.”

종업원이 내게 다가왔다.

“실례하겠습니다. 이쪽으로.”

이미 반쯤 혼미해진 나는 느릿느릿 종업원을 따라 탈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손을 들어주세요.”

다행히 사이즈는 옷 위로 쟀다.

“끝났습니다.”

“아, 네.”

젠장, 줄자를 갖다 댈 때 가까이 붙는 바람에 긴장 해버렸다.

“끝났나요? 그럼 바로 옷을 사도록 하죠.”

종업원으로부터 내 쓰리사이즈를 적은 종이를 받아든 에이다가 눈을 빛냈다.

“우와, 정말 부러운 수치들뿐이네요. 제가 마른 체형이긴 한데 좀 쪘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도 하거든요.”

“······.”

순수하게 내 몸매에 감탄하는 아이다에게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몰라 침묵했다.


그로부터 쇼핑은 2시간 정도 이어졌다. 여자의 쇼핑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옆에서 직접 따라다니니 꽤나 고역이었다. 그래도 밝은 얼굴로 내가 입을 옷을 골라주는 에이다를 보며 참을 만은 했다.

또 다양한 종류의 여자 옷을 보는 기회가 되었다. 꽤나 귀엽고 예쁜 것들이 많았는데 내가 입을 옷들이라 하니 참으로 기묘한 기분이었다.

“휴~ 이쯤이면 됐겠죠.”

수확을 끝낸 농부처럼 충만감 넘치게 끄덕인 에이다가 허리에 손을 짚었다.

“으으··· 매일 하나씩 입어도 다 못 입겠는데?”

양 손에 옷이 든 쇼핑백을 가득 쥔 나는 질려버렸다. 게다가 이건 내가 산 게 아니라 전부 에이다가 사주었다! 모델 일을 하며 돈을 많이 번다는 사실은 알지만··· 옷값만 백은 넘겠는데.

“필요하다면 말씀하세요. 저는 돈 많답니다.”

“내가 미안해서 죽을 거야. 이 정도면 됐어.”

“후훗, 그런가요?”

짐을 잔뜩 들고 있는 나를 위에서 아래까지 싹 훑은 에이다는 뭔가를 고민하는 듯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이지슬 씨는 손댈 곳이 너무 많아서 한 번에 다 못하겠네요.”

“뭐, 뭘 손대려고?”

“당연히 여자로서의 자세죠.”

“···??”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상당히 불안하게 느껴지는 말이었다.

“오늘 즐거웠어요. 저는 또 인류에 이바지했군요. 후후훗, 알찬 시간을 보냈어요.”

아이다의 배려로 기숙사 앞까지 차로 갈 수 있었다.

“으아.”

방에 옷들을 내려놓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위대한 여정의 한 걸음을 내딛다!]

[1포인트 적립!]


아니? 뜬금없네. 뭐, 포인트를 주는 거야 쌍수 들고 반길 일이다만.


“뭐가 됐든 기분 나쁘군. 네 기대대로 이 옷들을 입고 즐길 거라 생각하지 마라.”


[무슨 기대?]


“······.”


[무슨 기대애?]


나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게 느껴졌다.

“시끄러! 그렇다면 그런 거야.”

대충 포인트를 어떤 때에 주는지 알겠는데 말로 표현하자니 상당히 부끄러웠다.

“이 중에서 입을만한 옷이··· 젠장 몇 개 없네.”

나머지는 상당히 여성스럽게 디자인 된 옷들이었다.

“하아.”

갑자기 큰 상실감이 몰려왔다.

방금 1을 먹어서 13포인트가 되었다만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하는지 암울하기만 했다. 느닷없이 여자가 되고 보름이 넘게 지난 시점, 어떻게든 상황을 호전시키기 위해 열심히 움직였는데 가야 할 길은 멀어도 너무 멀었다.

혹시 나에게 벌이 내린 게 아닐까? 멋대로 행동하고 방탕하게 굴었던 나에 대한 하늘의 벌인지도 몰랐다.

“······.”

원망스러운 눈길로 둥둥 떠있는 책을 바라보았다.


[포션이라도 사게?]


“아니.”


[아쉽.]


나는 다시 한 번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작가의말

이 글을 재미있게 읽으시는 모든 분들께 이 글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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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분이 어떠신지?(3) +2 19.03.02 1,057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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