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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군필여고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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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9.03.01 01:04
최근연재일 :
2019.09.18 19:11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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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
글자수 :
161,949

작성
19.03.17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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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참 신기한 여자

DUMMY

“어, 안녕.”

“······.”

말을 잇질 못하고 우물쭈물 거린다. 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서 걸음을 멈추었다.

“왜 그래? 문제는 해결된 거 아니었어? 너희 그 창피한 꼴, 우읍?!”

와락 달려든 김현우가 내 입을 막았다.

-퍽!

“욱!”

배에다 주먹을 꽂아서 떨어트렸다.

“무슨 짓이야?”

“으, 미안. 너무 부끄러운 일이라··· 누가 들을까봐···”

“흐음.”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나도 무고를 당하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은 시선과 손가락질이 어찌나 견디기 힘들었는지··· 진실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믿어주지 않는 현실의 답답함은 손톱으로 가슴을 쥐어뜯어도 모자랄 정도였지.

그래도 갑자기 달려들어서 입을 막다니, 무례한 행위에 대한 대가는 치러야지.

“문제는 제대로 해결됐어. 그 점에 대해선 충분히 고맙게 생각해.”

“그래, 그래··· 응?”

끄덕이던 나는 흠칫 했다.

“나한테 고맙다고?”

“어.”

“??”

“그, 유세준이··· 말해줬어. 전부 너의 진두지휘라고.”

“아.”

설마 뭔가 문제가 생긴 걸까?

개입은 하되 중심 흐름은 바꾸지 않기 위해 ‘틀’ 자체는 유지시킨 건데, 김현우가 나에게 감사 표현을 하러 왔다고? 이 말인즉슨, 유세준과 김현우의 우호관계가 내 생각과는 다르게 될 수도 있다는 거였다.

유세준 자식, 쓸데없이 주책을 떨다니.

“나는 별로 한 거 없어. 유세준이 힘을 써준 거야.”

“뭘 숨기려 들어? 숨길 게 뭐 있다고.”

김현우는 흠흠 헛기침을 했다.

“물론 그 녀석들한테도 감사해. 너한테만 고맙다고 하는 거 아니야. 감사의 대상에 너도 포함되어 있는 거고, 그 중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셈이잖아.”

더 부정해 봐야 소용이 없어 보였다. 또한 말하는 모양새가 다행스럽게도 나의 바람과 유사한 것 같았다. 유세준과 김현우의 잠재적 우호관계는 무사히 성립했다.

“그래서 말인데.”

김현우 녀석, 시선을 불안스레 굴리며 쭈뼛거린다.

“너에게 제안을 하나, 하고 싶어서 말이야.”

“무슨 제안?”

“바, 밥이나 한 끼 사고 싶어서 말이야!”

“밥? 그거 좋지.”

누가 밥 사주는 걸 나는 거부한 적이 없었다. 뭐든 먹는 게 남는 장사라고 누군가의 호의로 배를 채우는 일은 가장 행복한 일 중 하나였다.

“오, 오··· 좋아.”

뺨을 긁적이던 김현우가 안심한 듯 한숨을 내쉰다. 밥 먹자고 제안하는 게 뭐 그리 큰일이라고 저리 긴장해서 저러나?

“다같이 먹으러 가냐? 또 누가 있어?”

주요 인물들이 섞여 있으면 생각할 요소가 많아지므로 알 필요가 있었다.

“···너밖에 없어. 난 그렇게 여유가 많지가 않으니까 가장 고마운 너에게만 보답하려고.”

“아아, 그래.”

호의를 베푸는 이는 김현우 혼자고 사람이 많아질수록 비용이 높아진다. 김현우는 부자도 아니었으므로 이런 선별적 호의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이번 주말에 만나자. 나중에 또 연락할게.”

핸드폰 번호는 같은 선도부원이 되면서 교환한 상태였다.

“알겠어.”

밥이라··· 식사는 누군가와 같이 먹을 때 의미가 확대된다. 식사란, 인간이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일이자 반드시 해결해야 할 ‘업무’이기도 한데 무엇보다 편한 자리가 되어야 한다. 즉, 상대와 함께 한다면 많은 것을 나눌 수 있었다.

한창 사업이 잘 나갈 땐 하루종일 밥을 먹고 다녔던 적도 있었으니까.

뭐,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었고 나는 어디에서든 포인트를 벌 기회를 찾을 생각이었다. 김현우와 친목을 도모하는 동시에 포인트까지 딴다면 일석이조이지.

시간이 지나 약속 날이 되었다.

선도부의 활동이 한 차례 성공을 거두면서 당분간은 큰 사건 없이 지나는 지점이었다. 다음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진 아직 여유가 있는 상태였고 나는 맛있는 공짜 밥을 먹으러 갈 준비만 하면 됐다.

약속 시간은 오전 10시. 2시간 앞서 일어난 나는 몸단장을 하고 외출 준비를 마쳤다.

“으음, 상관없겠지?”

거울 앞에 서서 모습을 비춰보았다.

청바지에 티라는 아주 심플한 옷차림은 무난하면서도 어색하지 않았다. 일전에 아이다가 사준 여성스러움이 가득 묻어나오는 옷은 많았지만 내가 입을 리가 없었다. 당연한 일 아닌가? 나는 누군가에게 여자임을 어필할 생각이 없었다.

“하아.”

이는 참으로 모순된 점이기도 했으나 여자의 몸에 억지로 들어오게 된 입장인지라··· 어쩔 수 없었다. 내 잘못은 아니었다. 싫은 건 싫은 거였다.

“아무렴 어때. 가자.”

밥 먹을 생각에 살짝 들뜬 기분으로 기숙사를 나섰다.

식(食, 먹는 행위)을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이상하게 이전보다 더 욕구가 커진 듯한 느낌이 든다. 남자였을 땐 야밤에 치킨이 땡긴다든지 하는 일은 있었지만 지금은 틈만 나면 뭐 맛있는 게 없나 생각을 한다.

식당에서 뭘 먹을까 고민하는 게 대표적이고 지나가다가 흥미로운 게 보이면 입에 침부터 고였다. 식욕이 좀 더 빈번하고 사소해진 느낌이다. 단지 돈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으로서 자제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오늘처럼 공짜 밥은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없었다.

“후후.”

웃으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아, 안녕.”

먼저 와있었던 김현우가 어색하게 인사를 건넸다. 슥 훑어보니 검정색 바탕의 옷차림이 쓸데없이 힘을 줬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번화가에 놀러가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

“오우, 안녕.”

싱긋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배고픈데 뭐 먹으러 갈 거냐?”

“으음··· 뭐가 먹고 싶은데?”

“고기면 좋지.”

“그래. 고기나 먹으러 가자.”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 것은 닭갈비였다. 나는 치즈사리까지 듬뿍 얹어서 주문하였다.

“······.”

“······.”

요리가 나오기 전, 약간의 틈새에 찾아온 정적.

“이지슬, 너 말이야.”

“응?”

“어디까지 숨기고 있는 거야?”

“엉?”

“춘천에서 있었던 일 말하는 거야. 입학할 때 성적은 거짓이었잖아.”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도둑이 제 발 저리듯, 괜히 찔끔한 거였다. ‘시스템’과 관련하여 뭔가 알고 있는 줄 알았네.

“숨기는 건 없어. 위기의 상황에서 나온 기적 같은 일 아니었을까?”

이미 강대한 힘을 가지고 유세준과 김현우의 위치를 위협하고 있는 존재로 소문이 난 상태였다. 굳이 다른 말로 둘러댈 필요는 없었다.

“다음 마력 측정 때, 내가 밀려나진 않을까 무섭네.”

“아니야. 난 생각만큼 엄청나진 않아.”

김현우는 쓴웃음을 흘렸다.

“식사 나왔습니다.”

종업원이 주문한 닭갈비를 가져다주었다.

“우와, 맛있겠다.”

빨간 양념을 뒤집어 쓴 닭고기와 야채, 그 사이를 가로지른 비단길은 군침이 돌게 하기에 충분했다.

일부러 아침까지 먹지 않았던 나는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처, 천천히 먹어.”

어찌나 열심히 먹었는지 당황한 김현우가 그리 말할 정도였다.

“으음~ 맛있어! 여기 괜찮은데?”

“내가 가끔씩 먹으러 오는 곳이야.”

“그러냐? 그럼 나중에 또 오자!”

“···너 말이야, 방심하면 정말 내 친구 같아.”

“우리가 남이냐. 아카데미 동기이자 선도부 동료잖아.”

김현우는 무슨 의미인지 하하 작게 웃고는 자기도 음식을 입에 집어넣었다.

“아무튼, 고마워. 덕분에 위기를 넘겼어. 설마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할 줄은 몰랐어.”

“아아, 감사 인사는 그 정도면 됐어. 정말 고마우면 다음에 또 밥 쏴.”

“하하하!”

크게 웃음을 터트린 김현우가 숨을 골랐다.

“알겠어. 고맙다. 다음에 또 부를게.”

“그땐 더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도록 하시오.”

“응.”

문득 유세준이었다면 ‘여부가 있겠습니까?’라면서 장단을 맞추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맛있었어!”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왔다. 나는 부른 배에 만족스러워 하며 기지개를 폈다.

“카페에서 커피나 마시다 갈까?”

김현우에게 제안했다.

“그래.”

얻어먹고만 가긴 무안해서 커피는 내가 샀다.


***


“잘 가.”

“어, 너도.”

김현우는 척, 손을 흔들고 돌아가는 이지슬의 뒷모습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참 신기한 여자야.”

카페에서의 시간까지 마치고 헤어진 뒤의 감상이었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처음부터 김현우가 이지슬을 알고 있지 않았다. 그가 그녀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는 한지나의 무고 사건 때였다. 미리 대비한 것 같은 대처로 순식간에 유세준의 결백을 만들어낸 수완은 소문이 날만 했으나 그런 여자가 있었구나, 하는 인상에서 그쳤다.

하지만 춘천에서의 활약 이후에는 확실하게 인식하고 경계하게 되었다. 소문이 앞의 사건과는 차원이 다른 규모로 퍼지고 온갖 추측과 유언비어가 나돌 정도였는데 김현우는 거기에 휘둘릴 인물이 아니었다.

그에게 중요한 건 오로지 이지슬이 엄청난 실력을 감추고 있었다는 점뿐이었다.

자신이 그 자리에 있지는 않았지만, 크러셔의 대량 발생이라는 이레귤러 케이스로 기록된 사건에서 이지슬의 활약이 거짓이라 생각되진 않았다.

언제라도 치고 올라와 자신의 위치를 위협하리라 여겨 경계하던 중, 같은 선도부원이 되자 경계심은 최고치에 도달했다.

물론 함정에 빠져서 쳐한 위기를 해결해 준 시점에서 경계심은 여전하나 날카롭게 돋아있던 가시는 제거되었다. 게다가 직접 만나 밥을 먹으면서 대해 보니 굉장히 털털하고 자신감 넘치는 성격이었다.

여담으로 호감형인 건 둘째 치고 너무 털털해서 동성 친구와 밥을 먹는 줄 알았다. 말투부터가 보통의 여자가 쓰는 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다.

“매력적이야.”

김현우는 어깨에 힘을 주었다.

다음에 또 초대해 달라고 했으니 부담 갖지 말고 부르도록 하자.

어쩐지 그녀와의 시간이 즐거운 김현우였다.


***


김현우와의 약속을 끝내고 나서 다음 날이 되었다.

“흐암.”

한 주의 시작이 되는 날이었으므로 등교를 해야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난 나는 비몽사몽한 상태로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봤다.

이제 자연스럽게 좌변기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을 수 있게 됐다. 동시에 슬픈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진작에 체념했다.

“웃차.”

브래지어의 후크도 능숙하게 착용할 수 있게 됐다. 이젠 반쯤 졸면서도 저절로 손이 후크를 걸어버린다.

“······.”

속옷차림의 모습이 거울에 비친다. 위아래가 짝짝이다. 원래 세트로 꾸준하게 챙겨 입었지만 갈수록 귀찮아져서 아무거나 걸치게 되었다. 여자가 되고나서 세트로 챙겨 입는 것도 의외로 피곤한 일임을 깨달았다.

“세트는 역시 보여주기가 목적인가.”

그동안 같이 잠자릴 함께 했던 여성들은 언제나 속옷이 세트였는데 보이지 않는 노고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으으.”

머릴 감을 생각을 하니 피곤함이 몰려온다.

시스템의 제어만 아니었어도 숏컷으로 다녔을 텐데, 아니 하다못해 지금 상태에서 반이라도 잘랐을 텐데!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내려오다 보니 관리하는 게 힘들었다. 머리를 감을 때 드는 수고로움은 남자와 비교할 수가 없었다. 물기를 빼는 것부터 말리는 것까지 전부 일이었다. 남자였다면 10분도 안 돼서 끝날 텐데 말이다.

덕분에 좀 더 일찍 일어나야 했으니 문제라면 문제다.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은데.”

교복까지 갖춰 입은 나는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자가 된 지 약 한 달. 어느 정도 익숙해진 자신을 보며 그저 한숨을 쉴 뿐이다. 빨리 100포인트를 모아야 할 텐데 아직 20도 안 모였다니.

지난번 실수로 5를 까먹은 게 실책이었다.

“으, 이상하네.”

오늘은 뭔가 아침부터 기분이 싱숭생숭 했다.

가슴이 차오르는 듯한 느낌과 더불어 이상하게 아랫배가 살살 아팠다. 뭐, 여차하면 화장실 가면 그만이었지만.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아카데미로 출발했다.


작가의말

남자와 여자는 각자에게 각자의 고충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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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신기한 여자 +1 19.03.17 514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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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여기 돔 페리뇽 하나!(1) +1 19.03.13 528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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