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군필여고생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9.03.01 01:04
최근연재일 :
2019.09.18 19:11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8,356
추천수 :
307
글자수 :
161,949

작성
19.03.23 22:20
조회
407
추천
10
글자
12쪽

세 개의 머리(2)

DUMMY

어느 정도 체계가 잡히고 안정된 흐름을 갖게 된 우리는 별 탈 없이 시간을 보내며 3일째를 맞이하였다.

모두들 느긋한 상태로 점점 떨어져가는 식량을 걱정하고 있었지만 나로 말하자면 곧 들이닥칠 제이스의 음모에 마음을 졸이는 중이었다.

“오늘 저녁은 전투식량이오~”

전투식량은 조리할 필요 없이 데우기만 하면 됐는데 바로 먹어야 할 것만 먹고 나머지는 남겼다가 다음에 먹는 식이었다.

“그나마 이걸 먹어야 배가 찬 느낌이 든단 말이지.”

송하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설거지 없이 쓰레기를 버리기만 하니 편하기도 하고.”

유세준이 버려진 비닐을 모으며 끄덕였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2시간 정도 멍하니 있었다. 이쯤에서 할 일이 생긴다. 제이스의 음모가 시작된다는 건 아니고, 나에게만 해당되는 심각한 전쟁이었다.

“지슬아. 씻으러 가자.”

“···그, 그래.”

“응? 씻는 거 싫어? 씻으러 가자고 할 때마다 싫은 표정 짓네.”

“아, 아냐. 착각이야, 착각.”

“흐흥, 그래? 몸매에 자신 없어서도 아니고··· 지슬이 너 정도면 피할 남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싶은데.”

“시끄러!”

히히힛 장난스럽게 웃는 송하나를 필두로 여자들이 씻으러 갔다. 매일 씻기 때문에 저녁을 먹은 후로 시간을 정했는데 훈련용 숙소는 대형 목욕탕이 있어 모두(여자들끼리)가 한 번에 씻을 수 있었다.

이제 그만 익숙해질 때가 되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글쎄다··· 내 몸엔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다른 여자의 몸엔 그렇지가 못했다.

뭔가 몰래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감각에 죄악감이 커지고 차라리 가리면서 피하면 모르겠는데 저들에겐 동성이다 보니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오는데 그럴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뭐, 이 정도면 차라리 다행이라고 하겠다.

“지, 슬, 아!”

“와악?!”

뒤에서 짓쳐들어온 송하나가 내 가슴을 움켜쥐며 장난을 쳐대서 미칠 노릇이었다.

“음~ 역시 이 꽉 잡히는 느낌이 아주 좋아~”

“네, 네 가슴이나 만져!”

“자기 건 만져도 아무렇지도 않은 걸.”

“네가 무슨 남자냐! 같은 여자끼리 가슴 만져서 어쩌게?!”

“으응? 여자라고 가슴 싫어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냐. 나는 가슴 좋아해. 나 어렸을 땐 이러고 놀았는데.”

“나한테 그러지 말라고!”

“히잉. 친해지고 싶은데.”

“송하나 씨. 모든 여자가 송하나 씨 같지는 않아요. 저도 갑자기 가슴을 만지면 동성이어도 싫을 것 같네요.”

“우우, 너무해~ 그럼 연재의 가슴이라도···”

“꺄악!”

잔소리를 해도 소용이 없는 송하나의 장난은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다른 여자들은 송하나가 달려들면 소릴 지르며 피하거나 싫어하는 티를 내도 딱히 심하게 나무라거나 하진 않았다. 그녀 덕분에 활발한 분위기가 식지 않아서 나름 달갑게 여기는 모양이었다.

확실히 송하나가 없었다면 따로따로 노느라 흩어질 게 뻔했다. 말하자면 그녀는 모두의 관계를 하나로 묶어주는 윤활제였다.

뭐, 나는 당하면 매우 곤란해서 어지간하면 하지 말았으면 한다.

남의 손이 가슴을 움켜쥘 때 느껴지는, 그 섬뜩하고 오싹한 감각은 말초신경을 강렬하게 자극해서 뭔가 뇌리에 강제로 새겨버렸다. 그게 너무나 무서워서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길 외에는 없었다.

“하아··· 피곤해.”

머리에 샴푸를 끼얹고 거품을 듬뿍 냈다. 온수 덕분에 내부엔 김이 가득해서 다른 여자들의 알몸이 정확하게 보이지 않았다.

나에게는 천만다행인 상황으로 빨리 씻고 나가는 게 답이었다.

“이지슬 씨. 오늘도 또 대충 감으시는군요?”

“어, 어어?”

아이다가 슬그머니 다가왔다.

-촤악.

물을 끼얹으며 바로 옆에 앉은 그녀는 내 머리카락을 살며시 매만졌다.

“······.”

나는 혹시라도 옆을 볼까봐 최대한앞에 정신을 집중했다.

“제가 말했잖아요. 여자의 머리카락은 관리가 중요하다고요. 대충 감으면 절대 안 되요. 머릿결만 좋아도 인상이 확 달라져요.”

“으, 응.”

“머리카락이 짧지 않으니, 다 감고 나면 물기를 제대로 빼놓은 다음 동그랗게 묶어 올려야 해요. 그래야 상하지 않거든요.”

“···응.”

“감을 때도 결을 따라서 훑어주듯이 하는 게 좋아요. 제가 도와줄게요!”

“엥? 아, 아니···”

거부할 새도 없이 아이다가 내 머리를 감겨주었다.

“후후, 어때요? 시원하죠?”

“윽, 그, 그러네.”

감각은 솔직하게 ‘좋아!’를 외치고 있었다.

“나, 나 먼저 나갈게.”

“네? 욕탕도 있는데 푹 데우고 가지.”

“나중에, 나중에 할게.”

도망치듯 나온 나는 헉, 헉, 숨을 내쉬었다.

“이건 정말 목숨이 줄어드는 느낌이네.”

속옷까지 갖춰 입고 셔츠를 꺼내는데 이질적인 소리가 들렸다.

-크르르.

“어?”

갑자기 시커먼 액체로 구성된 개 한 마리가 침을 뚝뚝 흘리며 나타난 거였다.

“크, 크러셔?!”

케르베로스 타입 크러셔였다.

내가 놀란 이유는 그게 나타나서가 아니라 나타난 시각과 장소였다. 원래는 좀 더 늦은 밤에 거실을 통해 침입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게 지금 시점에 이곳으로?

아니, 얼타고 있을 때가 아니야.

“크르르르.”

나는 크러셔와 대치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아직 다른 여자들은 씻고 있는 중이었다. 여자들의 목욕 흐름으로 볼 때 금방 끝나지 않으므로 금방 나올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소란이 커지면 눈치 채고 나올 테지.

다만, 목욕 중이기 때문에 알몸 상태로 제대로 대응이 나올지···

“크왕!”

생각에 빠져 고민하는 사이 크러셔가 달려들었다.

“으왓?!”

어깨를 살짝 긁혔다. 붉은 선이 얼얼한 고통을 뿜어냈다.

“젠장.”

몸 안의 마력을 끌어올려 ‘레이지’ 상태가 되었다.

“크왕!”

다시 공격을 했지만 신체능력의 향상으로 가뿐히 피하였다.

“무기··· 무기로 쓸만한 게 없나?”

주변을 살폈으나 보이지 않았다. 큼직한 사물함과 옷가지가 전부였다.

“크와앙!”

“으익?! 이 개새끼가!”

무작정 달려드는 크러셔에게 자세가 무너진 나는 서로 얽혀 바닥을 굴렀다.

“야이, 씨!”

물컹한 느낌에 기분이 나빠져서 이를 악물었다.

온 몸의 힘을 끌어모았다. 마력의 기운이 강해져서 내 주변으로 푸른 조명이 드리워진 것처럼 밝아졌다. 덩달아 강해진 나는 달라붙은 크러셔를 떨어트리는데 성공했다.

“꼭 무기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지!”

주먹을 꽉 쥐고 거기에 마나를 둘러 강화시켰다.

“이 개새끼야!”

그 더러운 면상을 훅 후려갈기니, “깽!” 하는 개 특유의 비명을 내지르며 뒤집어졌다.

“이리 와!”

기세가 붙은 나는 공세를 강화했고 크러셔는 계속해서 얻어맞았다.

“끄르릉···”

잔득 얻어맞은 크러셔가 쓰러진 채 꿈틀대며 경련하였다.

죽을 때가 됐나보다.

그리 직감한 나는 양손을 해머처럼 내려쳤다.

“깽!”

움직임을 멈추었다.

“죽은 건가?”

“크르르··· 크르르르, 크르릉, 컹컹!”

“썅, 뭐야!?”

죽었던 녀석이 재가 되어 사라지긴 커녕 상처를 수복하더니 다시 일어나는 게 아닌가?

“이게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크르릉, 크앙!”

“악!”

이번엔 허벅지를 긁혔다.

“제길···”

곤혹스러움에 몸을 떨고 있을 때, 드르륵 문이 열렸다.

“뭐야? 무슨 일이야?!”

유세준과 김현우였다.

“크르르···”

크러셔는 낮게 신음을 뱉어내다가 상황이 불리하다 판단했는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벽으로 막힌 곳이었지만 당연하다는 듯 슥 통과해버렸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일이었는데 제이스가 직접 컨트롤 하는 특수한 크러셔라서 가능한 일이었다.

“지슬아!”

“지슬아! 괜찮냐?!”

단숨에 달려온 두 남자가 나를 부축했다.

“하아, 하아, 괜찮아.”

짧은 틈에 힘을 마구 끌어다 써서 상당히 지쳤다.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제이스 자식, 무슨 변덕이 일었는지 몰라도 뭔가 수작을 부렸군. 알고 있는 내용과는 달라.

“후, 후후.”

슬며시 웃었다.

일이 재미있어졌다. 알고 있는 내용과 달라졌다면 단순한 대응이 안 된다는 소리니까. 기존의 작전이 파훼된 거나 다름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갑자기 시끄러워져서 달려와 봤는데···”

“일단··· 다른 애들 다 씻고 나서 모두 모이면 얘기할게.”

“알겠어.”

나는 슬쩍슬쩍 내 몸을 곁눈질 하는 두 사내놈을 흘겼다.

“어딜 쳐다봐?”

“미, 미안.”

“미안하면 빨리 나가. 옷 입게.”

유세준과 김현우는 황급히 탈의실을 나갔다.

옷을 갖춰 입은 후, 심각한 얼굴로 거실로 갔고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는 두 남자와 함께 여자들이 다 나오기를 기다렸다.

20분쯤 지나고 남은 여자들도 모두 나왔다. 그녀들은 심각한 분위기의 나를 보고 어떻게 된 영문인지 궁금해 하는 눈치였다. 나는 전부 모이자 이야기를 시작했다.

“크러셔가 쳐들어왔어.”

“뭐?”

“뭐라고?!”

당연한 반응이었다. 크러셔는 ‘다크 문’ 현상을 통해서만 발생되었고 이제까지 그랬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아무런 징조도 없이 나타나는 존재가 아니었다.

“너희 둘도 봤잖아? 그치?”

“응.”

“어.”

유세준과 김현우가 증언을 해주자 여자들이 술렁였다.

“말도 안 돼!”

“사실이야.”

나는 어깨와 허벅지에 난 상처를 보여주었다.

빨갛게 부어오른 그 상처는 날카롭게 일그러진 게 딱 짐승의 발톱에 난 모양새였다. 비치되어 있는 약품으로 응급처치를 했지만 실시간으로 따끔따끔 통증이 일어나고 있었다.

“서, 선생님한테 알리자. 이건 뭔가 잘못 되도 단단히 잘못 됐어!”

“소용없을 거야.”

“어째서?”

작정하고 계획을 세운 제이스에 의해 여긴 결계까지 설치된 상태였다.

“······.”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사실이 그러했다. 이 모든 게 제이스 때문이고 그 뒤에 있는 흑막의 힘 덕분이라 말하면 편하겠지만 불가능해서 답답할 뿐이었다. 지금 시점에서 그런 소릴 했다간 혼란만 가중될 뿐이었다.

“내가 해봤는데··· 안 되더라고.”

일단은 그렇게 말했다.

“믿을 수 없어. 내가 알리고 올게!”

강연재가 벌떡 일어나 기권용 벨을 마구 눌렀으나 소용이 없었다.

“뭐야?”

이번엔 전화기를 꺼내들어 연락을 시도했으나 마찬가지.

“뭐냐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길래 팔을 잡아서 멈춰 세웠다.

“위험해!”

“왜?”

“크러셔가 어디서 나타날지 몰라. 아까 탈의실에서 갑자기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졌어.”

“으··· 그래! 다같이 나가자! 뭉쳐서 나가보는 거야!”

여기까진 말릴 수가 없어서 그러자고 했다. 물론 결과는 꽝.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혀 나가지 못 했다.

덕분에 분위기는 더욱 엉망이 되었고 다들 표정이 안 좋아졌다.

“모르는 걸 알 수는 없는 법이야. 지금 해야 할 일은 크러셔에 대항해서 싸워야 한다는 거야. 언제 어디서 덮쳐올지 모른다고.”

“으으···”

설민지가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하긴, 지금 그녀는 여전히 부진아였고 별다른 전력이 안 되는 상태였다.

“어쩔 수 없어. 모두 한 곳에 모여서, 불침번을 정해 자는 수밖에.”

다들 서로를 쳐다보며 끄덕였다. 암묵적인 동의의 표시였다.

그 날 밤.

모두가 한 곳에 똘똘 뭉쳤다.

“불침번은 1시간 20분씩 돌아가면서 서서 오전 7시 20분에 일어나는 거야. 알겠지?”

사람 숫자에 맞춰 나름 합리적으로 조정한 시간이었다. 불침번을 서서 제대로 대응만 한다면 충분히 잘 수가 있었다. 겁에 질려 잠을 덜 잘 필요는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군필여고생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이 글은 이런 글입니다. +2 19.03.10 779 0 -
32 하산 방어전(3) +5 19.09.18 238 5 11쪽
31 하산 방어전(2) +2 19.09.12 222 3 12쪽
30 하산 방어전(1) 19.09.11 210 1 11쪽
29 미묘한 내기 +1 19.09.10 254 4 11쪽
28 변신 축제(4) +1 19.09.08 218 3 12쪽
27 변신 축제(3) +2 19.09.07 235 2 11쪽
26 변신 축제(2) +5 19.09.06 248 6 12쪽
25 변신 축제(1) +4 19.09.05 268 5 12쪽
24 붉은장미회(4) +1 19.05.15 586 6 12쪽
23 붉은장미회(3) +3 19.05.06 318 4 12쪽
22 붉은장미회(2) -수정- +3 19.04.29 338 5 11쪽
21 붉은장미회(1) +1 19.04.27 383 2 11쪽
20 세 개의 머리(3) +4 19.04.04 370 9 12쪽
» 세 개의 머리(2) +3 19.03.23 408 10 12쪽
18 세 개의 머리(1) 19.03.22 427 13 12쪽
17 얼마나 알고 있는가? +1 19.03.19 487 9 11쪽
16 알지 못했던 경험 +2 19.03.18 484 6 12쪽
15 참 신기한 여자 +1 19.03.17 513 9 12쪽
14 여기 돔 페리뇽 하나!(2) +1 19.03.16 521 8 12쪽
13 여기 돔 페리뇽 하나!(1) +1 19.03.13 528 11 11쪽
12 선도부 활동 시작! 19.03.12 555 11 13쪽
11 값비싼 교훈(3) +4 19.03.10 605 11 12쪽
10 값비싼 교훈(2) +2 19.03.09 584 12 11쪽
9 값비싼 교훈(1) 19.03.07 634 10 12쪽
8 방심하면 보인다고? 19.03.05 714 13 11쪽
7 산 넘어 산(2) +1 19.03.04 719 13 11쪽
6 산 넘어 산(1) +1 19.03.03 826 15 11쪽
5 기분이 어떠신지?(4) +4 19.03.03 916 14 12쪽
4 기분이 어떠신지?(3) +2 19.03.02 1,056 1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