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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군필여고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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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9.03.01 01:04
최근연재일 :
2019.09.18 19:11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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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36
추천수 :
307
글자수 :
161,949

작성
19.03.13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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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여기 돔 페리뇽 하나!(1)

DUMMY

나와 김현우는 활동을 시작하기 전 조용한 카페로 들어가 전반적인 계획에 대해 상의했다.

“우리가 인계 받은 자료에 따르면 3구역 유흥가에서 일어난 사건은 굉장히 평범한 것들밖에 없어.”

김현우가 물건을 도둑맞은 가게 주인 같은 표정으로 자료를 가리켰다.

“끽해봐야 폭행, 무전취식, 절도 등의 범죄만 기록되어 있어. 유흥가 치고는 양호한 수준이라고 평가가 되어 있지. 하지만 나는 이게 진실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래?”

처음에 김현우를 놀리느라 아무것도 모르는 척을 해서 나는 그 컨셉을 유지하는 중이었다.

“당연하지. 이런 음습하고 저열한 곳에 건전함이 있을 리가 없어. 필시 기록된 것 외의 범죄가 판치고 있을 터. 결론은 학생회가 뒤를 봐줬다는 거지.”

이 녀석, 예리하군.

김현우의 말은 사실이었다. 한을지가 관련되진 않았고 그가 취임하기 전 학생회장과 일원들이 해먹은 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한을지는 어느 정도 그 사실을 파악하고 타파하려는 시도를 하는 중이었다.

“뭐, 술을 마시고 노는 게 딱히 나쁘다고 생각은 안 하지만··· 분명 더러운 구석이 있긴 있을 테지.”

“······.”

나는 김현우의 시선이 느껴지자 아차 싶었다. 그만 예전의 나에 몰입해서 말을 꺼내버렸다.

“순진하군. 그럴 리가 없잖아.”

“그, 그런가?”

“그래.”

“이 비리를 파헤쳐서 만천하에 드러내 보이고 말겠어.”

김현우는 선도부 활동을 통해 명성을 높일 생각이었다.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열망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인데 괜히 가만히 있는 유세준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원인이기도 했다.

이번 에피소드에서 김현우는 원하는 대로 활약을 하진 못 한다.

첫 술에 배가 부를 순 없는 법.

오히려 세상의 냉혹한 무서움을 맛본다.

여기서 어떻게 하면 이득을 볼 수 있을지 생각을 해보았다.

본래 스토리에선 유세준이 개입하게 되고, 결국 김현우는 겉으로는 이를 드러내며 경계해도 마음속으로는 우호적으로 돌아선다. 잘못 건드리면 유세준과 김현우가 사이를 좁히는 이벤트를 내 손으로 망치게 되기에 신중해야 했다.

흠,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 라는 말이 있었지? 내가 실천해주지.

“열심히 해봐.”

“남 일처럼 말하지 말라고. 너도 해야 할 일이니까.”

“나는 너처럼 할 생각 없어.”

“흥! 역시 낙하산인 걸 티내지 못해서 안달이구만.”

시간이 지나면 고쳐지지만 아직 날카로운 가시가 달린 태도를 고수하는 김현우였다.

“두고 보라고. 내가 얼마나 유능한지 보여줄 테니까. 누가 1등인지 가려내고 말겠어.”

남은 커피를 비운 김현우가 벌떡 일어났다.

“바로 시작하자. 영업 시작할 시간이야.”

현재 시각은 저녁 6시 무렵이었다.

“그래, 그래.”

거리로 나온 나와 김현우는 양쪽으로 갈라졌다. 같이 다니면 이상하게 보여서다.

“처음부터 막아주지 못해서 미안하지만 고생은 해줘야겠어.”

나는 멀어지는 김현우의 뒷모습을 향해 말했다.

“우리의 존재는 들통 났으니까 말이야.”

이미 학생회 내부의 유착 세력들이 업주들에게 정보를 흘린 상태였다. 오늘 활동은 그것까지 감안해서 움직여야만 했다.

“자, 어디로 갈까.”

주변을 살피며 턱을 쓰다듬던 나는 한 가지 호기심이 생겼다.

“저기로 가볼까?”

내 눈에 들어온 가게는 호스트바였다. 이른바 ‘호빠’라고 부르는 그 가게··· 사업을 하면서 룸살롱이나 단란주점에는 많이 가봤는데 여자의 입장에선 처음이라서 신선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모르는 새로운 세계라고 해야 할까? 모험심이 자극됐다.

“어서 오십시오!”

가게로 들어가자 키가 190은 되어 보이고 떡대 좋은 잘생긴 청년들이 웃으면서 인사를 하는 게 아닌가?

순수하게 여자의 시선으로 볼 때 어떨까 싶었지만 당연히 나는 남자라서 담담했다.

“혹시 처음 오셨나요?”

“아, 네.”

“아하하, 그러시군요! 일단 여기로 오시죠.”

가게의 내부는 무척 화려했다. 약간 나이트클럽 같은 인테리어에 고급 주점의 바가 결합된 느낌이었다. 그리고 안쪽으로 복도가 쭉 이어졌고 노래방처럼 작은 방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종업원은 나를 한 방으로 안내했다.

‘룸사롱이랑 큰 차이는 없어 보이네.’

차이점이라면 성별인가.

“여기 지명부입니다. 누구를 지명하시겠습니까? 개인적으로는 우리 가게 넘버 원인···”

펼쳐진 지명부에선 온갖 미남들의 사진과 프로필이 딸려 있었다.

“추천 부탁드릴게요.”

참 놀 맛 안 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여자가 아니기 때문일까. 아니,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남자 끼고 노는 남자가 어디 있어?

“알겠습니다! 추천을 명하셨으니 가게 최고의 선수들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종업원이 나가고 잠시 혼자가 된 나는 차가운 물로 목을 축였다.


***


종업원은 호스트들이 머물고 있는 대기실로 갔다.

“야, 지명이다.”

담배 연기가 자욱한 대기실 안에서 옹기종기 모여 포커를 치고 있던 10여명의 남자들이 동시에 쳐다보았다.

“누구?”

“흥선이랑, 명호다.”

딱 봐도 각 잡힌 근육질의 남자와 호리호리하게 생겨서 부드러운 인상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각각 넘버1과 넘버2인 박흥선과 이명호였다.

“아, 또 나냐. 지겹네.”

“배부른 소리 하지 마라.”

한 마디씩 하는 두 사람에게 종업원이 바짝 다가섰다.

“너희들이 상대해야 할 손님, 평범한 손님이 아니야.”

“응? 아, 학생회 선도부야?”

“어.”

이미 이 바닥에 소문은 파다했다. 새로 취임한 학생회장 한을지는 공공의 적이었고 그가 임명한 선도부 역시 경계의 대상이었다.

“우리 가게로 올 줄이야. 재수 더럽네.”

“손님 받아야 되는데 귀찮게 됐어.”

보통 호스트바는 늦은 밤부터 본격적인 시작이었지만 아카데미 특구 내의 유흥가는 오후 6시부터가 스타트 라인이었다.

“후후, 그래도 또 다른 재미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뭐, 그렇긴 하지.”

종업원이 두 사람에게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세팅해서 넣어줄 테니 잘 해봐.”

“오케이!”


***


5분 정도 기다리고 있으니 두 명의 호스트가 들어왔다.

“예! 지명하신 대로 가게 넘버1, 넘버2가 대령했습니다! 저는 넘버1인 박흥선이고 옆에 이 친구는 넘버2인 이명호입니다! 저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제 키는 191cm에 몸무게···”

“아니, 됐어.”

“네?”

“주절주절 필요 없고··· 그냥 옆에서 술이나 마시자.”

“네? 아, 네.”

나의 말에 적잖이 당황했는지 두 호스트는 서로를 쳐다보고는 양옆에 앉았다.

“따로 시킬 거라도 있어요? 여기 술 맛있는 거 많아요.”

“···아무거나.”

“네! 그러면 돔 페리뇽 한 병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슬쩍 가격표를 보니 돔 페리뇽 한 병당 35만원이었다. 내가 한창 사업이 잘 나갈 때 퍼마시던 술값에 비하면 별 거 아니긴 하지만··· 뭐 한 병 정도는 괜찮겠지.

나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여기서 내가 재미를 볼 일은 없을 거라고. 그저 오랜만에 보는 술 맛에 기뻐하는 것 밖에는 말이다.

“뭐야, 무슨 일 있어요? 왜 오자마자 뚱해 있어요?”

넘버2라는 이명호라는 남자가 내게 몸을 가까이 붙였다. 그 자연스러운 스킨십은 과연 호스트다웠으나 나는 닭살이 돋았다. 꺼지라고 말이라도 안 한 게 다행이었다.

젠장. 갑자기 후회가 몰려오고 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오기엔 너무 난이도가 높구나.

“너희들은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 있어? 있어야 할 중요한 물건이 사라졌을 때를.”

“네?”

“흐음··· 돈을 말하는 건가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들이 이해할 리가 만무했다.

“하아, 술 땡기네.”

“어이쿠,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곧 올 겁니다.”

헤헤 웃는 김흥선은 순박한 시골 청년 같은 느낌도 들었다. 어찌 보면 유세준과 비슷한 이미지이기도 했다.

“주문하신 돔 페리뇽 나왔습니다~”

술이 당도했다.

나는 잔을 들었고 김흥선이 재빠르게 채워주었다.

“그런데··· 직접 마시는 겁니까?”

“어. 너희도 마실 거면 마셔.”

“······.”

“······.”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서로를 쳐다보았다. 나는 왜 그런지 이해가 안 됐다. 내가 뭔가 이상한 짓이라도 한 건가?

“아하하! 그렇군요. 자, 그럼 짠이나 할까요?”

“짠!”

자기들도 잔을 채우고 잔을 부딪쳤다.

“크! 맛있다!”

흥이 나도록 과장되게 소리치는 박흥선. 덕분에 술 마시는 맛은 났다.

“이쯤에서 제가 원샷 한 번 해보겠습니다!”

이명호가 돔 페리뇽을 번쩍 들며 웃었다.

“아니, 괜찮아.”

“네?”

“그냥 평범하게 마셔.”

“아, 네에.”

내 행동이 어지간히 이상했는지 두 사람은 연신 서로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나는 그저 평범하게 술을 마시고 싶었을 뿐이었다. 게다가 오랜만에 술이 들어가니 이리 좋을 수가 없었다.

“자, 마셔라, 마셔!”

본래 음주를 좋아했다. 사업을 하는 이상 술자리는 피할 수 없었고 그게 싫지 않았음은 내게 행운이리라. 덕분에 즐기고도 즐겼는데, 이렇게 여자가 되고나서 입에 대지를 못 했다.

경황이 없어 마시기를 잊었을 정도이고, 아무래도 찾아가 마실만큼 여유가 있는 상황도 아니었으니까.

“와, 완전 잘 마시는데? 우리보다 센 거 아냐?”

이명호가 내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짜증이 났지만 이미 술이 들어가 기분이 좋아진 상태라 반감이 크게 들진 않았다.

“하하, 자, 여기. 이렇게 잘 마시는 손님은 처음이에요.”

비위를 맞추며 분위기를 띄우는 게 박흥선이라면,

“술만 마시지 말고, 여기 안주도 있어요.”

부드럽게 밀어붙이며 은근슬쩍 스킨십을 시도하는 게 이명호였다.

“아, 좀. 건들지 마.”

자꾸 어깨를 감싸면서 이제는 허리까지 안으려 해서 밀쳐냈다. 맨정신이었으면 쌍욕이라도 박았을 텐데 놈은 운이 좋았다.

“이런, 벌써 다 떨어졌네.”

셋이서 퍼마셔대니 돔 페리뇽 한 병은 금세 동이 났다.

나는 입맛을 다셨다.

역시 한 병 가지고는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응?”

정신을 차리고 보니 두 호스트가 나에게 뭔가 바라는 식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돔 페리뇽 한 병 더!”

“네네! 한 병 더!”

3분도 안 되어서 새 돔 페리뇽이 들어왔다.

“여기.”

잔은 금세 찼다.

“궁금한데. 손님 같은 분은 처음이에요. 뭔가 사정이 있는 거지? 내 눈은 못 속여. 뭔가 깊은 고민이 있어 보이는데.”

꼴에 호스트 눈칫밥은 있어서 나에게 슬슬 작업을 거는 이명호였다.

“흥,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거다. 그러니 알려고 하지 마.”

“에이, 그러지 말고 얘기해 줘. 우리가 듣고 상담해줄게요.”

나는 술에 취했다. 하지만 취했다고 해서 인사불성이 된 게 아니다. 좀 가벼운 마음이 되긴 했어도 이성을 유지하며 충분히 사리분별을 할 줄 안다. 그리고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인식하고 있다.

“······.”

이명호가 나한테 들이대면서 주의를 끄는 사이 박흥선이 내가 마실 술에 뭔가를 타는 게 보였다.

나는 괜히 주의를 끌리는 척 하면서 곁눈질로 모든 걸 확인했다.


작가의말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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