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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군필여고생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9.03.01 01:04
최근연재일 :
2019.09.18 19:11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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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
글자수 :
161,949

작성
19.03.03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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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산 넘어 산(1)

DUMMY

“······.”

주변을 맴돌며 깔짝대기보다는 직접 끼어들어서 활약을 해야 포인트를 더 많이 주는 게 사실로 드러났다. 그러나 나는 그 기쁨을 만끽할 수가 없었다.

“후.”

그냥 좋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는데 어째서 격해진 감정을 제어하지 못한 걸까. 자신에 대한 혐오 때문이겠지, 역시.

“이제 11포인트인가. 한 번에 3을 벌었으니 크게 놀수록 크게 벌겠군.”

단, 좀 겁이 나긴 했다. 크게 놀면 스토리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까.

“포인트 100을 모으면 남자로 돌아갈 수 있다고 그랬지?”


[당연.]


“오케이.”

정 불안하면 조금씩이라도 벌지 뭐. 급하게 굴지 말자. 차분하게 움직이는 거야.

나는 김가영에게 기계를 돌려주었다.

“잘 썼어.”

안에 있는 파일은 갖고 있던 노트북에다가 옮겨놓은 상태였다.

“유세준을 구해주는데 썼다며?”

“벌써 소문이 났냐?”

“완전히 퍼진 건 아니지만 나야 소식을 듣는 게 빠르지.”

“그래, 여기 앉아서 여러 정보들을 수집할 수 있을 테니까.”

나의 지적에 김가영은 입술을 삐죽였다.

“어쨌든··· 말 안 할 거지?”

“네가 나에게 지속적으로 도움이 된다면 생각해보지.”

“아, 알겠어. 내가 가능한 부분까지 도와줄 테니까··· 조용히만 있어줘.”

“나도 악독하게 뜯어먹을 생각 없어. 서로 잘해 보자.”

“으, 응.”

이로서 하나의 에피소드를 조기에 마무리 짓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좀 더 이용해 먹을 구석이 더 있었을 지도 모른다. 일부러 사태가 커지게 놔둔 다음 도움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때에 내가 딱 나타나서 더 큰 임팩트, 영향력을 끼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내 개인적인 감정이 크게 작용했다고 봐야 했다.


성추행과 성폭행은 일어나서도 안 되며 용서할 수 없는 범죄지만··· 유세준은 그런 짓을 저지르지 않았으니까.

무고잖아.

아무 죄도 저지르지 않은 남자가 무고로 고생하는 꼴은 정말 보기 싫었다. 하, 어쩌다가 이런 에피소드를 써낸 건지 과거의 나를 찾아가 멱살을 잡고 싶구나.


마음이 울적해진 나는 밖을 좀 쏘다니기로 했다. 이럴 때 방 안에 있으면 음침해지기만 하지 좋을 게 하나 없었다.

“이 세계도··· 나름대로 사람 사는 세상이구나.”

당연하다면 당연한 소리였는데 강제로 끌려 들어온 입장으로선 그랬다.


푸른 하늘에 두둥실 떠가는 하얀 구름. 밝게 웃으며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커플. 양손에 아이의 손을 잡고 행복하게 걷고 있는 가족. 주말의 여가시간을 즐기는 아카데미 학생들.


“······.”


묘한 기분이 되었다. 이렇게 평화로운 이들을 위험에 빠트리는 ‘크러셔’들을 만들어낸 것도 나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니, 쓸데없네.”

소설은 소설일 뿐이었다. 뭐, 작가들이 나처럼 몽땅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간다면 무서워서라도 행복하고 아기자기한 글만 써댈 테지.

거 맞는 말이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응?”

공원으로 걸어가던 나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걸 발견했다.

무슨 일이지?

인파에 섞여 들어가니 아름답게 차려입은 여성을 촬영하는 게 보였다.


“어라.”

모델 촬영 현장이라는 건 보면 알았다. 단지 그 모델이 내가 아는 인물이라서 놀랐다.

···에이다 하비.

좀 더 나중에 만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보게 될 줄이야. 돌아다니고 볼 일인가.

에이다 하비는 아이돌 같은 존재였다. 김가영처럼 조연급 인물인데, 아카데미 학생이었지만 모델이자 뷰티, 패션 전문가이기도 했다.

히로인들의 친구이자 좋은 상담가인 에이다는 둔감한 유세준에게 연애 조언도 해주는 역할의 인물이었다.

“?!”

사진을 찍는 에이다를 관찰하고 있었는데 그녀와 눈이 딱 마주쳤다. 뿐만 아니라 살짝 윙크를 하며 인사까지 하는 게 아닌가?


“봤어?”

“어, 윙크했네.”

“나한테 한 거지?”

“그럴 리가 있냐? 멍청아!”

구경꾼들의 시답잖은 잡담은 뒤로 하고 나는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20분쯤 지났을까.

“기다리셨죠? 죄송해요. 촬영이 좀 길어졌네요.”

“아니.”

에이다는 누구에게나 존댓말을 썼다.

“왜 나한테 아는 척을 한 거야?”

어떻게 보면 공격적으로 들리는 말투기도 했다.

“그야··· 예뻤으니까요.”

“뭐?”

예상치 못한 답이 들려오자 당황하였다.


“저는 보석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답니다. 당신처럼 귀엽고 예쁜 여성이 있다면 특히나요.”

아, 그렇지. 에이다는 이런 여자였지. 기본적으로 미녀인 히로인들에게도 여기저기 참견을 하는 이유였다.

다만 내가 그 대상이 되자 한없이 당황스러웠다.

“무, 무슨 소릴. 나는 남···”

남자라고 하려다가 말을 멈추었다.

“남···?”

“나, 남자처럼 굴어서 별명이 선머슴이라고?”

“호호, 그 또한 매력인 거죠.”

틀렸다. 이 여자는 내게 강적이야. 이길 방법이 떠오르지가 않아.

“여기 제 연락처에요.”

자기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건네준다. 애초에 이럴 생각이었나.

“저는 에이다 하비에요. 그쪽은요?”

“이지슬.”

“어머나, 예쁜 이름이네요. 다음에 꼭 연락주세요. 이지슬 씨는 꼭 제 손을 거쳐야 할 인재니까요.”

“···나는 모델 할 생각 없어.”

“그게 아니에요. 기껏 이렇게 예쁘게 태어나셨는데 돋보이도록 꾸며야죠. 이대로 놔두는 건 국가적 손실이라구요.”


에이다는 진심으로 우려스런 얼굴을 하며 내게 다가왔다.

“이 머리카락 봐. 평소에 어떻게 관리하고 계신 거예요?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이네요. 끝이 푸석푸석하고 갈라져 있다는 건 적신호의 징조에요.”

“아, 아니··· 그냥 감는데.”

“아아 역시. 제 눈은 틀리지 않았어요. 이지슬 씨는 저와 꼭 친구가 되셔야겠어요.”

에이다가 푸른 눈동자를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나에게 의욕을 보였다.


“에이다 씨! 다음 촬영 있어요!”

멀리서 스테프의 목소리가 들려서야 겨우 멈출 수 있었다.

“다음에 봐요. 꼭 연락 주셔야 해요?”

에이다는 쪽, 손키스를 날리고 타다닥 달려갔다.

귀찮게 됐군.

에이다가 어떤 인물인지는 알고 있었는데 그 대상이 내가 될 줄은 생각 못 했다. 아직도 여자 모습에 나를 대입하는 게 익숙하지가 않은 탓이었다. 집중하지 않고 ‘나’를 떠올리면 당연히 남자일 때가 그려지니 말이다.

딱히 에이다라는 인물이 고구마라는 소리는 아니었다. 그녀는 선하며 주연들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주는 역할이었다. 그 방향성이 나에겐 달갑지 않다는 게 문제일 뿐.


[앞으로가 기대되는군!]

[0.5포인트 적립!]


포인트가 들어왔음은 기뻐해야겠지.


***


월요일이 되었다. 아침 일찍, 플레임 아카데미의 주요 교사진들이 회의실에 모여들었다.

“모두 모이셨습니까?”

교감이 하는 말에 모두들 서로를 살폈고 끄덕였다.

“그럼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의제는 바로 어제 발생한 사건인 한지나 학생의 유세준 학생에 대한 무고에 대해서입니다.”

그 자리에 모인 이들은 심각한 얼굴을 하였다.

“어떻게 해결해야 좋을까요?”

“글쎄요. 들은 바로는 증거가 명확하게 무고라고 나왔다던데요? 피해자인 위지윤 학생도 무고임을 시인하는 발언을 했다고 하지 않았나요?”

“애초에 무고에 대한 처벌도 제대로 된 게 없지 않습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지만 무고에 대한 처벌 기준은 약하기 짝이 없었고 이렇게 사전에 철저하게 차단당한 경우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어렵게 생각할 게 뭐가 있나요?”

원형의 탁자 오른쪽 라인에 앉아있던 붉은 머리의 여성이 발언을 했다.

“닥터 슈리린. 좋은 생각이라도 있습니까?”

교감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어차피 크게 되기 전에 끝난 일이니 굳이 처벌 기준으로 허둥댈 필요 없어요. 한지나 학생에겐 가벼운 벌을 주면 됩니다. 근신과 벌점이면 적당하지 않을까요?”

슈리린의 말에 대부분이 수긍하는 기색을 내보였다.

“한지나 학생은 지역 유지의 딸로 척져봐야 좋을 게 없고··· 유세준 학생은 우리의 유망주니 원만하게 끝내는 게 가장 이상적이죠.”

그 말엔 교감도 고개를 끄덕였다.


“연루된 학생··· 위지윤이나 기타 학생들은 교내 청소라든가 시키면 충분하겠죠.”

슈리린의 의견을 중심으로 회의 내용은 정리가 되어갔다.

“아참, 그런데 말이죠. 한 번에 사건을 끝내버린 학생이 있었다면서요?”

“네? 아, 네. 이지슬 학생이라고 하더군요. 마치 이런 일이 있을 걸 알았다는 듯 모든 증거를 확보하고 있었답니다.”

슈리린이 빙긋 웃었다.

“그렇군요. 그 학생에겐 어떤 결과가 좋을까요?

“흐음.”

“글쎄요.”

대답이 없자 슈리린이 말을 이었다.

“훌륭한 일을 해냈지만··· 수상한 점이 있었다는 것도 맞죠. 그러니까 일단은 상점을 부여하고 당분간은 지켜보도록 하죠.”

“좋은 의견입니다.”

슈리린이 더욱 짙은 미소를 지었다.

“이지슬 학생만이 아니라 한지나 학생과 유세준 학생도 계속 지켜볼 필요는 있습니다. 이 역할에 가장 제격인 선생님을 추천해도 되겠습니까?”

“말해보세요.”

“미스터 제이스입니다.”

“제이스 선생?”

근엄한 인상의 남자가 손을 들었다.

“저입니다.”

“제이스 선생은 지금 1학년 담당이고 마나 운용법에 대한 강의도 하고 있으니 가까이서 무리 없이 감시가 가능할 겁니다. 어떤가요?”

“워낙 혈기왕성한 시기의 학생들이니 방심할 필요는 없겠죠. 맡겨만 주신다면 성심성의껏 해내겠습니다.”

차분하게 수락의 뜻을 내보인 제이스 선생.

“알겠습니다. 이제 마무리 짓도록 하죠.”

교사들의 회의는 그렇게 끝이 났고 각자 흩어져 할 일로 돌아간 때, 제이스는 한지나를 자신의 집무실로 불렀다.


“무슨 일로··· 부르셨나요? 선생님.”

한지나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이었다. 이미 회의 결과를 통보 받았기에 근신과 벌점이 자신에게 내려진 상황이라는 건 알았는데 추후에 부르니 겁이 나서였다.

“3일 근신을 받았다고 들었다.”

“네, 네에.”

한지나가 자리에 앉자 제이스가 묵직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근신이 끝나면 다시 날 찾아 오거라.”

“네?”

“일전의 문제로 내게 개인지도를 하라고 해서 말이다. 그냥 반성문 좀 쓰고 하면 될 일이야.”

“그, 그렇군요.”

“자, 차 한 잔 마시고 가라.”

“감사합니다.”

제이스는 담담한 얼굴로 자신이 타준 차를 마시는 한지나를 쳐다보았다.

“차, 맛있네요.”

“음. 신경 써서 고른 제품이니까.”

“하하, 네.”


***


작가의말

후원을 해주신 사사꾸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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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세 개의 머리(1) 19.03.22 427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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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값비싼 교훈(2) +2 19.03.09 585 12 11쪽
9 값비싼 교훈(1) 19.03.07 634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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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넘어 산(1) +1 19.03.03 827 15 11쪽
5 기분이 어떠신지?(4) +4 19.03.03 917 14 12쪽
4 기분이 어떠신지?(3) +2 19.03.02 1,057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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