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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군필여고생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9.03.01 01:04
최근연재일 :
2019.09.18 19:11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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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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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9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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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붉은장미회(2) -수정-

DUMMY

붉은장미회.

모르지는 않다. 내가 쓴 소설 속에 나오는 설정이니까. 뭘 하는 녀석들인지, 주인공과 어떻게 얽히는지 잘 알고 있다.

붉은장미회는 간단히 말해 급진적 여성주의 세력이다.

마나가 발견되고 초월적인 힘을 다룰 수 있는 인간이 생기면서, 거기엔 딱히 성별을 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여자의 숫자가 조금 더 많을 정도였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이 현상은 새로운 충돌과 갈등을 야기하였다.

본래 여자는 신체적인 구조상 남자보다 약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마나의 힘을 통해 이 구도를 벗어나는 게 가능해졌다. 때문에 여성우월주의, 여성주의를 고수하는 세력들에겐 아주 좋은 무대가 마련되었다.

비록 소수라고는 하나 아카데미 내에도 존재하였고 그들은 따로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였다.

그게 바로 붉은장미회다.

붉은장미회는 겉으론 남녀차별을 줄이고 여성을 위한 복지를 개선한다는 취지를 내세웠다. 뭐, 말로만 그런 게 아니라 방범시스템을 강화한다든지, 필요한 지점에 생리대 판매기계를 설치한다든지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도 했지만··· 그게 본질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우린 착한 일을 해요, 라고 알리기 위한 가면에 불과했다.

실상은 남녀갈등을 부추기고 자신들의 세력을 강화하는 교활한 이익단체였다.

생각해 보니 조만간 붉은장미회가 사건을 일으킬 차례긴 했다. 뭐, 여기에도 참 복잡한 관계가 얽혀있긴 하다. 따로 흑막이 존재하니 말이지.

물론 이들의 음모는 간단하게 격파 당한다. 이미 유세준을 비롯하여 주변 인물들의 관계는 많이 진전된 상태라 수작질이 먹히지 않았던 탓이다. 그러니 나는 느긋하게 관찰하며 뭔가 포인트를 얻을 기회가 있는지만 살필 계획이었다.

어쩌다보니 붉은장미회와 시비가 붙어 내 존재를 알리게 되어버렸지만 딱히 신경 쓰지는 않았다. 지들이 뭐 어쩔 건데? 이럴 땐 여자인 게 참 속 편하게 다가왔다. 또 성추행이니 성폭행이니 무고를 하진 못 할 테니까.

더불어 서글픈 기분이 들었다. 반대 상황을 생각하면, 남자가 여자한테 성범죄를 당했다고 신고해도 사회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게 사실이었다.

다만 나는 너무 만만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

본래 이곳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도 아니었고 설정으로만 접하던 참이었으니 붉은장미회의 지독함을 몰랐던 것이다.

왜 강연재를 포함하여 여자들이 그리 조심하라고 경고했는지, 처음엔 몰랐다.

주말이 끝나고 다시 일상이 시작되었다.

이제 거울에 비친 여자의 모습에 위화감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익숙해졌다. 브래지어도 능숙하고 차고 씻을 때도 어디를 잘 씻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여자들의 대화에도 그럭저럭 낄 수 있게 되었고 사용하는 화장품도 차츰 알아갔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 여자와 다를 바 없어졌다는 소린 아니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변화였다. 초기와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인 것이다.

의자에 앉을 때 치마를 밑으로 쓸어내며 앉아서 가지런히 만든다거나, 무방비하게 다리를 벌리지도 않았다. 가끔 방심하면 벌어지긴 하지만.

남자는 다리 사이에 그, 분신이 있어서 오므리고 있으면 한계가 찾아오는데 여자는 아니니까 이 점에선 편하더라. 으흠.

뭐, 내가 완벽하게 여자로 거듭날 날은 어차피 오지 않을 것이다. 내 정신과 사고방식 자체를 처음부터 여자로 바꾸지 않는 이상은, 겉으로 아무리 비슷하게 보이려 해도 차이는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야, 이지슬.”

“응?”

점심시간이 되어 밥을 먹으러 가려는데 김현우와 조우했다.

“너, 붉은장미회 사람과 다툼이 있었다며?”

“다툼? 그런 건 아니었어.”

“···어쨌든 충돌이 있었다면서. 그놈들, 아주 악독한 녀석들이야. 아무 일도 없었어?”

“아무 일도. 그런데 어디서 들었어?”

“유세준한테.”

아무래도 강연재를 통해서 유세준, 나아가 김현우한테도 그때 일이 알려진 모양이었다.

“그 말 하려고 기다리고 있던 거야?”

“다, 당연하지. 너, 붉은장미회를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거 아니야. 단지 수작질을 부린다면 갚아줄 생각은 하고 있어.”

“······아닌데 이거.”

“너나 조심해. 남자면 당할 구석이 많을 테니까.”

“뭐? 으음?”

김현우는 갈피를 못 잡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러다가 무고로 된통 당하는 거라고.

“밥이나 먹으러 갈래? 언제까지 서있을 거야?”

“어? 저, 정말?”

“맘대로 해. 난 먼저 간다?”

“가, 같이 가!”

점심은 김현우와 함께 먹었다. 그 자리에서도 붉은장미회를 조심하라는 소릴 몇 번이나 해서 귀찮아진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외에는 유난히 쭈뼛거리는 모습을 보였는데 어째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오후 수업이 끝나고 방과 후, 돌아가려던 나는 복도에서 두 여학생과 마주쳤다.

“네가 지슬이구나?”

“그런데?”

“반가워서! 혹시 지금 안 바빠? 이야기 좀 하고 싶은데.”

“그러지 뭐.”

춘천에서의 일 이후로 이런 경우가 가끔씩 있었다. 유명세를 타버려서 그런지 간헐적으로 여학생들이 찾아왔는데 주된 목적은 나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이었다.

빠지지 않는 질문은 ‘그 유세준보다 강한가?’ ‘어떻게 하면 그리 강해지는가’였다. 굉장한 힘을 발휘했다는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고 싶었던 거겠지.

정원에 비치된 벤치에 앉은 나와 여학생들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질문은 예상대로의 것들이라 나는 그냥 어쩌다 보니, 라는 상투적인 대답으로 둘러댔다. 이 대답엔 다들 영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들려줄 답은 그게 다였다.

“오늘 즐거웠어. 다음에 또 이야기 하자!”

“그래, 그래. 잘 가!”

“응! 너도!”

두 여학생은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물러났다. 별 거 아닌 이야기였지만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딱 만족스러움과 귀찮음 사이에 위치한 지점이었다. 한창 잘 나가는 청년 사업가 시절엔 이보다 더 귀찮은 경험도 많아서 잘 알았다.

다음 날. 뭔가 잔뜩 경고 받은 것 치고는 조용하지 않나, 싶은 때 결국 사건이 시작되고 말았다. 그것은 내 생각 이상으로 교활하고 악독한 처사였다.

이날은 아침부터 낌새가 이상했다.

등교를 한 나를 보며 학생들이 수군거리는 게 영 좋은 느낌이 아니었다. 뭔가 이상하다 여기던 찰나 강연재와 송하나가 심각한 얼굴을 하고 다가왔다.

“알고 있어? 지슬아.”

“응? 뭐가.”

“모르는 모양이네.”

한숨을 내쉰 강연재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학교 전체에 네 안 좋은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어.”

“뭐? 무슨 소문?”

“이거 봐봐.”

슥 내민 핸드폰의 액정 안엔 화장실 벽면이 촬영된 사진이 보였다.

“돈만 주시면 원하는 코스로 해드립니다. 이지슬한테 전화주세요? 내 번호가 적혀있네?”

“뭔 수를 썼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정보를 빼낸 모양이야. 게다가 내용을 봐봐. 너를 그··· 그··· 노, 노리개로 보고 있다고.”

어렵사리 노리개라고 발음하긴 했다만 창녀가 더 적당한 표현처럼 보였다. 아무튼 ‘원하는 코스’의 내용이 밑에 나열되어 있었는데 3만원에 야한 포즈, 5만원에 탈의··· 같은 식이었다. 뭐야 이거 도대체.

화가 잔뜩 난 나는 안면에 피가 쏠렸다. 그래서 다들 이상한 얼굴로 쳐다본 거구나?

“남자 화장실은 물론 여자 화장실에도 적혀 있더라고. 더 알아봐야 할 테지만 다른 곳에도 더 적혀 있을 가능성이 높아.”

“이런 제기랄.”

빠득 이를 갈았지만 이미 유언비어는 사방에 퍼진 상태였다.

“일단 지워야겠어.”

“도와줄게.”

“고마워.”

강연재와 송하나는 다른 동료들을 불렀고 설민지와 에이다, 유세준, 김현우까지 도착했다.

“나는 학생회장한테 찾아가볼게. 다들 나 때문에 고생 좀 해줘. 감사 인사는 나중에 할게.”

“오케이, 맡겨만 줘.”

유세준이 자신만만하게 외치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무한한 감동과 고마움을 느끼며 같이 끄덕였고 각자 할 일을 위해 흩어졌다.

“회장님!”

2학년 교실로 가자 그는 이미 복도에 나와 있었다.

“어서 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치 내가 올 걸 알고 있었다는 듯한 태도였다.

“사태가 돌아가는 걸 알고 있나보군요.”

“그렇습니다. 일단 다른 학생회 임원들을 동원하여 구역 점검을 시켜놨습니다. 저는 선생님들에게 찾아가 대안을 물어보려고요.”

“아,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네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유언비어를 최대한 차단하고 안정시키는 겁니다. 이지슬 학생은 휘말리지 말고 위치를 지켜주세요.”

“네, 그러죠.”

“좋습니다.”

일단은 범인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심증으론 최근 접점이 있었던 붉은장미회였지만 어디까지나 심증이지 물증이 나온 게 아니었다. 결국 뭔가 구체적인 증거가 나올 때까지 견디는 수밖에 없었다.

“야, 네가 이지슬이냐?”

학생회와 동료들이 열심히 유언비어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으나 이미 퍼질 대로 퍼졌다. 양아치 근성을 가진 놈들이 이때다 싶은지 나를 발견하자 다가와서는 시비를 걸어댔다.

“어. 내가 이지슬인데.”

“이야··· 새끈한데?”

키도 크고 덩치가 있는 남자들 여럿이 와서는 나를 위아래로 슥 훑는다. 그 음흉하게 핥는 시선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히 보여서 역겨울 정도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충격을 받기도 했다.

남자가 저런 식으로 핥듯이 관찰당하는 경우는 어지간하면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돈 주면 벌려 주냐?”

“···그건 사실이 아니니까 돌아가. 누군가 악의적으로 써놓은 거야.”

“에이 뭘 빼고 그러냐? 니가 쓴 게 아니든간에, 그런 소리가 나올만 하니까 나온 거 아냐? 그러지 말고 함 대주라? 워든 계집들은 하나같이 깐깐하기 그지없어서 짜증나는데 너도 그런 종자냐?”

“······.”

나는 더 이상 이런 쓰레기들을 상대하는 것조차 한심해져서 말없이 몸을 돌렸다.

“어쭈, 무시하네?”

꼴에 거슬렸는지 내 팔을 확 잡아챘다.

“윽?”

각성했다 해도 마나를 활성화시키지 않으면 평범한 여자와 다를 바 없었다. 그래서 나는 손쉽게 붙들렸다. 여기서 2차 충격. 이렇게 무기력하게 붙잡이는 것 역시 생소한 경험이었다.

“야, 춘천에서의 일 못 들었냐? 나 빡돌게 하면 니들 여기서 먼지가 될 수도 있어.”

‘시스템’의 힘을 빌렸던 거라 지금은 아니었지만 나만 아는 사실이니 위협거리로 써먹었다.

“···쳇.”

이런 양아치 놈들이야말로 ‘힘’이라는 존재에 예민하다. 내 협박은 실질적인 위력을 발휘했고 놈들은 혀를 차며 손을 놔주었다.

“흥, 걸레 같은 년이.”

침을 찍 뱉으며 험담을 내뱉는다. 나는 힘껏 이를 악물었다.

씨발, 내가 왜 이런 수모를 겪어야 하지?

“얘 들었어? 쟤가 글쎄···”

“정말? 와. 멀쩡하게 생겨서 뭐하는 년이래.”

남자들만 아니라 여자들도 문제였다. 직접적으로 시비를 걸진 않았지만 저렇게 수군거렸다. 게다가 숨길 생각도 없는지 일부러 나 들으라는 듯 목소릴 높였다.

이게 상상 이상으로 스트레스라 점심시간쯤 거의 한계에 이르렀다. 겨우 반나절 정도만 지났는데도 말이다.


작가의말

조금씩 여자로서의 생활에 익숙해져가는 주인공.. 하지만.. 위기가 찾아오려나?


*죄송합니다.  제가 착각해서 잘못 올렸군요.. 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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