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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군필여고생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9.03.01 01:04
최근연재일 :
2019.09.1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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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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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0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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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미묘한 내기

DUMMY

“부르셨습니까.”

제이스는 철컥, 문을 열고 들어갔다.

“네, 어서 오세요.”

안에 있던 이는 닥터 슈리린이었다.

풍성한 머릿결에 붉은 입술을 가진 그녀는 안경을 쓰고 있었다. 상큼해 보이는 인상과 참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요즘 고생이 많지요?”

“······.”

제이스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자, 그렇게 있지 말고 앉으세요. 차를 내줄게요.”

“아닙니다. 서서 듣겠습니다.”

“어라, 설마 제 호의를 거절하시는 건가요?”

“설마 그렇겠습니까.”

마지못해 자리에 앉은 제이스에게 슈리린은 따스한 차를 내주었다.

“요즘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가 않아요.”

“······.”

“당신과는 다르게 저는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아서 아는 것도 많지요.”

“제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시켜주시면 됩니다.”

슈리린은 슥, 제이스를 돌아보았다.

그 표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눈빛은 굉장히 싸늘해서 순간 제이스가 오싹함을 느낄 정도였다.

“당신처럼 무능한 사람에게 일을 맡길 수 있다고 보나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당신이 꼭 해내겠다고 해서 제 피를 나눠주었건만, 그걸로 분에 넘치는 크러셔를 소환해 놓고서도 물러나야 했지요.”

“죄송합니다.”

“아니, 분에 넘치는 크러셔를 소환했기에 실패한 걸까요? 분에 맞게 준비를 했다면 실패를 했을까요? 이거 참 어려운 문제로군요.”

슈리린은 턱을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어려운 문제입니다.”

“닥터 슈리린. 시킬 일이 있다면 알려주시지요. 저는 이 한 몸 불사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뭐어, 그러셔야겠지요. 몸이 약한 딸을 위해서라면 열심히 해야 하니까요.”

“···네.”

제이스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아무튼 이야기를 진행해 볼까요. [어르신]들 사이에서 변화가 생겼습니다.”

“어떤 변화입니까.”

“휴, 원래는 좀 더 지켜보며 느긋하게 가자는 게 대세였는데 마음이 급하신 분들이 생긴 모양이에요.”

“그렇습니까.”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그 계집애 때문이겠군요.”

“역시 미스터 제이스. 훌륭합니다. 정답이에요. 나름대로 파악은 하고 계셨군요.”

“이전부터 이상하다는 느낌은 있었으니까요. 여러모로 눈에 띄기도 했고.”

“네, 그렇지요.”

슈리린은 창가에서 눈을 떼고 자리에 앉았다. 그녀의 앞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찻잔이 하나 놓여 있었다.

“[어르신]들의 말씀에 따르면 보통 계집애가 아니랍디다. 유세준보다 더 좋은 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더군요.”

“···여자이기 때문이겠군요.”

“예, 맞아요. 여자는 남자와는 다르게 임신할 수가 있죠. 게다가 그 훌륭한 그릇은 매우 안정적입니다. [어르신]들이 가진 대업(大業)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제이스는 찻잔엔 손도 대지 않은 채 슈리린의 말을 경청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의견이 통일된 게 아니라 본격적인 움직임은 자제되고 있어요. 아직은 때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거지요. [어르신]들은 마음껏 힘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요.”

“그렇습니까.”

슈리린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니 우리가 힘을 내야겠지요. 최대한 간섭이 없도록.”

“네.”

“이번 일만 잘 되면 확실한 보상이 있을 겁니다. 몸이 약한 따님도 기운을 차릴 수 있겠지요.”

제이스가 눈을 크게 뜨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말입니까?”

“그럼요. 자, 그럼 몸을 불사를 준비는 되신 거죠?”

“물론이지요. 뭐든 시켜만 주십시오.”

슈리린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걸렸다.

“괜찮은 계획을 하나 생각해두었어요. 함께 해봅시다.”

곧 두 사람의 은밀한 회의가 시작되었다.


***


변신 축제가 끝났다.

여러모로 복잡한 기분이라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고 싶었지만 에이다의 설득으로 나가서 놀기는 했다. 다른 애들도 당장의 일은 잊고 축제를 즐겼다. 애초에 걔들은 당사자가 아니었고 적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그다지 심각하게 여기는 기색은 아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나는 악마가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느꼈다. 게다가 ‘책’이 알려준 암치료는 실로 충격적이었다.

본래 엑스트라였던 이지슬을 내가 차지하는 바람에 존재감이 커졌고 세계는 본래의 흐름을 지키기 위해 견제작업에 들어갔다.

동시에 나는 세계에 간섭할 수 있는 이중적인 존재가 되었다.

가뜩이나 성별이 바뀌어서 억울해 죽겠는데 이런 위기까지 시작되니 기분은 우울하기 짝이 없었다.

에이다가 곁에서 보듬어주지 않았다면 멘탈에 심대한 타격이 있었을지도 몰랐다.

나는 혼자 있을 때 책에게 물어봤었다.

왜 여자가 되었냐고.

책은 이에 간단하게 답하였다.

네가 바랐으니까.

아무래도 남자라서 꽃뱀한테 당했다는 억울함이 여자가 되었으면 하는 욕망을 만들어냈던 것 같다.

정말 실없고 금방 꺼질 욕망이었으나 책은 그것을 받아들였다고.

뭐,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내가 알지도 못하는 마음속에서 이러한 상황을 바랐다는 뜻이니까.

현실로부터 도망치고자 하는 것이 소설 속으로 빨아들인 거겠지.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는 대충 이해하고 납득했다. 다만 그마저도 행복하게 마무리 짓지 못하고 세계의 치료에 맞서 싸워야 한다니, 너무하다고 생각됐다.

아이고, 내 팔자야.

축제가 끝난 뒤는 빡센 훈련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뭐, 안 그래도 실력을 기를 시간이 필요했는데 적절한 전개였다.

개인적인 창술 연습부터 단체전의 합을 맞추었다.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훈련에 참여했고 생각보다 능력이 많이 향상됐음을 깨달았다.

포인트로 역량을 증대시켰다곤 해도 실제로 써보질 않아서 잘 와닿지 않았는데 연습 상대의 움직임이 보인다든지 손쉽게 제압한다든지 변화는 분명히 있었다.

“요즘 엄청 열심히 하네?”

어느 날 오후, 수업이 모두 끝나고 나는 김현우와 카페에서 만났다. 에이다 외에도 나에게 많은 걱정을 내비친 인물이 바로 김현우였다. 예전엔 가끔 밥이나 같이 먹었는데 최근은 제법 자주 만나고 있었다.

아무래도 누굴 만남녀 우울함을 달랠 수 있는 게 크긴 한 모양이었다. 뭐, 김현우 쪽에서 제의를 자주 해서기도 하지만.

“응. 너희들도 열심히 하잖아.”

앞에선 나만 심각하다는 식으로 말하긴 했지만 동료들이라고 느긋하게 있지는 않았다. 심리적으로 덜 압박받는 것이지 내게 있었던 일을 진심으로 걱정해주며 실력을 기르자는 의지가 결성되어 있기는 했다.

“아무리 그래도 네가 제일 눈에 띄더라. 게다가 실력도 그만큼 오른 것 같아. 유세준한테 전혀 밀리지 않았잖아.”

“뭐, 그렇지.”

1학년 최고라 불리는 유세준과 연습을 해도 전혀 밀리지 않아서 내 연습량에 대해서는 다들 인정하였다.

“이해 못할 수준은 아냐. 애초에 춘천에서 너의 실력이 나왔었잖아.”

“음, 그랬지.”

“정말 놀랬어. 네 입학 성적은 별로 안 좋았잖아.”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거기엔 말 못할 사정이 있었으니깐.

“너는 2등으로 들어왔잖아. 대단하다고 생각해.”

“크흠.”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힌 김현우는 음료를 급히 들이켰다.

“켈룩, 켈룩!”

“바보야. 뭘 허둥거리고 있어?”

“아, 미안.”

“유세준도 대단하지만, 김현우도 대단하다는 거지.”

“······도.”

“응?”

“너도 대단해.”

저리 정면에서 칭찬을 하고 들어오니 낯간지럽긴 했다. 김현우 녀석, 사례 들릴만 했네.

“처음부터 대단한 것보다 나중에 대단해지는 게 더 대단하다고 생각해. 원래는 별로였는데 그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소리잖아. 네가 모종의 수단으로 성적을 속인 게 아니라면.”

나는 큭큭 웃었다.

“그저 운이 좋았던 거야.”

“운 가지고는 안 될 일이지.”

“······.”

“······.”

칭찬을 나누다가 말이 끊겼다. 김현우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았고 나는 살짝 어색한 기분으로 마주했다.

저렇게 진지한 얼굴로 쳐다보니 기분이 이상하네.

“집중훈련이 끝나면 합동진압작전에 들어가지?”

어색한 상황을 피하고자 나는 화제를 돌렸다.

“진압작전? 아, 그렇지.”

3, 4월은 ‘다크 문’ 진압작전을 대기소에서 참관하였다. 뭐, 3월엔 사고가 있긴 했지만 넘겼고, 5월엔 드디어 선배들과 합동으로 할 기회가 주어진다.

1학년생도 경험을 쌓아야 했기 때문에 언제까지고 구경만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때 몇 마리나 잡나 내기해 볼까?”

“오, 좋지.”

다행히 화제를 돌리는데 성공했다.

“내기는 뭘 걸까.”

“으음, 글쎄다.”

내가 고민하자 김현우가 머뭇거렸다.

“···어때?”

“응? 뭐라고?”

“데이트 어때!”

“데이트? 아, 또 밥 먹자고? 좋아. 지금도 카페에서 음료 마시고 있잖아.”

“아니!”

김현우는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쳤다. 얼굴이 새빨간 게 많이 조급해 하는 모양새였다. 나는 얘가 왜 이러나 의아했다.

“제, 제대로 된 데이트 말이야. 좀 커플 느낌 나게.”

“흐음.”

나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탁, 주먹을 쳤다.

“나한테 지금 데이트 신청한 거구나?”

“그, 그래! 바로 그거야!”

···이걸 어찌 반응해야 좋지? 난감한 기분이 된 나는 움찔했다. 질색을 하면서 거절하기엔 김현우가 너무 불쌍했고 딱히 그를 싫어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저 녀석은 나를 여자로 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게 문제였다!

저, 저 녀석이 나를? 언제부터?

모르겠다!

전혀 눈치 채지 못 했어!

“흐, 흥. 네가 나한테 이길 수 있을까?”

나는 콧김을 내뿜으며 센 척을 했다. 당황한 걸 들키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길 수 있어!”

“아주 자신감이 넘치네. 나 질 생각 없다?”

“바, 바라던 바야.”

-쪼록.

쓰디쓴 아메리카노를 양껏 들이켰다. 쓴맛이 왈칵 들이치자 겨우 술렁이는 마음이 가라앉았다.

젠장. 뭐라고 해야 좋을까.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어.

눈앞의 김현우는 시선을 이리저리 옮기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네, 네가 이기면 뭐해줄까? 뭐, 뭐든 말만 해.”

“······.”

친구로 지내자, 라고 하면 김현우는 다음 날 자살할 것 같았다. 그, 그렇게는 못하지. 아무리 나라도 그런 말은 못해. 게다가 이 세계에서 나는 어찌됐든 여자가 아닌가? 김현우가 뭔가 착각을 한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나에게 매력을 느껴서 저러는 거니까.

도대체 언제 어떻게 나한테 매력을 느낀 거지?

상당히 의문이긴 했지만 알아낼 방법은 없었다.

“마, 맛있는 밥이나 사줘!”

“정말? 정말 그걸로 되겠어?”

“···그래.”

김현우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본 사람처럼 방긋 웃었다.

“알겠어. 어느 쪽이든 철저하게 준비해 놓을게.”

입 찢어지겠다, 이 녀석.

그리하여 김현우와는 내기 약속이 잡혔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 5월 말이 되었다.

예정된 대로 ‘다크 문’ 합동진압작전이 시작되었다.

장소는 강원도 태백산맥이었다. 동해안 중부로 근처에 강릉시가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벌어지는 ‘다크 문’을 막기 위해 출발하였다.

이제까지 해온 훈련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


작가의말

휴, 제때 올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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