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삐삐삑.
잠을 자고 나서 일어날 때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은 딱 하나다.
-삐삐삐삑.
알람소리 없이 스스로 눈을 뜰 때다.
-삐삐삐삐삑!
“으, 그만해···”
시끄러운 소리에 의식이 깨어난 나는 승질을 내며 손을 내저었다. 저 가증스러운 소음을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탁.
성공했다. 소리는 더 이상 나지 않는다.
“흠냐.”
다시 기분 좋게 꿈나라로 돌아가려던 순간,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떠올렸다.
내가 잘 때 알람시계를 설정해 놨었던가?
최근 내 생활패턴은 엉망으로 치달아서 알람시계는커녕 핸드폰 알람조차 설정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된 걸까.
“······?”
슬며시 눈을 떴다.
옆으로 누워있던 탓에 천장이 아닌 방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책상과 책장이 놓인 자그마한 생활공간은 마치 학생들이 쓰는 곳 같았다.
-벌떡.
“어?”
퍼뜩 정신을 차린 나는 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뭐야?”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공간은 내게 매우 낯선 곳이었기 때문이다.
어제 밤늦게까지 술을 들이부은 나는 거나하게 취한 채로 거실 바닥에 엎어져 잠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튼실한 침대 위에서 편안하게 누워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게다가 묘하게 몸이 부드러워진 느낌이 났다. 목소리도 이상했고!
“헐?”
엉거주춤한 자세로 침대에서 기어 나오니 벽면에 걸려 있던 거울에 내 모습이 비쳤다.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은··· 내가 알던 모습이 아니었다.
웬 장발의 소녀가 서있었다.
“어어?”
황당해 하며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니 거울에 비친 소녀 역시 똑같이 움직였다.
“아니, 자, 잠깐만···”
이게 꿈인가 싶어 뺨을 쭉 늘어트렸다.
“아파!”
내가 당겼지만 어찌나 세게 당겼는지 살가죽이 뜯겨나가는 줄 알았다.
몸이 덜덜 떨려오기 시작했다. 도무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군대까지 다녀온 멀쩡한 사내놈이 하루아침에 성별이 바뀌다니? 상식적으로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그때 책상 위에 놓여있던 책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읏?”
눈이 부셔서 뒤로 물러서며 미간을 찌푸리니 책이 훨훨 날아올라 내 앞에서 펼쳐지는 게 아닌가?!
[동기화 중···]
빈 페이지에서 흐릿한 문자가 슥슥 떠오르며 지나갔다.
[동기화 완료.]
“윽.”
다시금 솟아나는 빛.
[등록 정보]
[이름 : 이지슬]
[나이 : 17]
[소속 : 플레임 아카데미]
[직업 : 훈련생]
[재능 : 없음]
“······.”
나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플레임 아카데미라는 단어에서 바로 느낌이 왔다.
플레임 아카데미는 다름이 아니라 내가 쓰던 소설에서 나오는 교육기관이었다. 그리고 눈앞에서 노트가 보여주는 정보를 조합하면 답은 하나였다.
“야··· 아니지?”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물었으나 노트는 매정하게도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현재 수집한 포인트 : 0]
[앞으로 수집해야 할 포인트 : 100]
“야! 너 뭔데 나한테 지랄이야? 어!”
화가 나서 소리를 질러도 변함은 없었다.
“하필이면··· 하필이면 왜 여자로 바꿔놓는 건데 이 새끼야!!”
[돌아가고 싶다면 100포인트를 모으시오.]
“좆까!”
- 작가의말
툭 던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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