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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군필여고생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9.03.01 01:04
최근연재일 :
2019.09.18 19:11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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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63
추천수 :
307
글자수 :
161,949

작성
19.03.19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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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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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1쪽

얼마나 알고 있는가?

DUMMY

남자였을 땐 겪을 일이 없었던 현상에 대해서 나는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험한 꼴을 보고 말았고 아이다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위기를 벗어났다.

생리란 게 생각보다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었다. 어디까지나 남자인 내 입장에서 하는 말이지만··· 뭐, 어째서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도 아니꼬울 수밖에.

무엇보다 기분이 파도를 타듯 해서 컨트롤이 힘들었다. 이 현상에 익숙하지 않은 남자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그저 시간에 맡기는 수밖에.

한편, 다 큰 여자라면 상식인 일이기에 나는 더 물어볼 수도 없어서 필사적으로 인터넷 검색과 질문을 이용했고 다행스럽게도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생리도 한 번에 끝나는 게 아니라 길게는 3~4일 정도까지 이어지며 초경을 제외하면 매달 주기적으로 나온다고 한다.

생리대 역시 다양한 종류가 있었다. 특히 탐폰···이라는 물건은 신세계(?)였다. 물론 겁이 나서 좀 더 생리에 익숙해지면 사용하기로 하기로 했다.

아무튼, 여러모로 나를 곤란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그리고 너무 방심하고 있지 않았냐는 반성을 하게 만들었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몸만큼은 여자가 아니냐?

너무나 가혹한 질문이 내게 던져졌다. 억지로 이지슬이라는 여자에게 들어오고 나서, 억지로 피하고 있던 한 가지 명제가 이제는 피할 수 없는 시점에 다다른 셈이었다.

좀 더 주의하고, 조심하고, 조사하여 대비해라.

나는 조금은··· 여자처럼은 살아야 하지 않냐고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속이 남자라고 해서 남자 화장실에 갈 수는 없듯이 말이다.

모순적이긴 했으나 다른 이들이 이해해 줄 수 있는 사항이 아니었으니까.

어디까지나 본인만 괴로운 일이었다. 몸이 여자임을 이용해서 탈의실 같은 장소에서 마음대로 훔쳐보면 좋겠지만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내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고 다른 누군가가 알면 결코 용서치 않을 테니 겁이 났다. 나는 나 스스로의 존엄성과 양심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오전 수업이 끝나고 한 쉬는 시간.

“이제 괜찮은 가요?”

“응, 많이 괜찮아졌어. 고마워.”

아이다는 고맙게도 지속적으로 나를 걱정해주었다.

“요즘 모델 일로 바빠서 여유가 생기지 않네요. 시간이 나는 대로 연락드릴게요.”

“어, 기다릴게.”

그 일 이후로 아이다와 부쩍 친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 안 친해지면 이상했다.

이전엔 최대한 엮이는 걸 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었으나 지금은 아이다가 제안을 하면 반가움부터 생겼다.

“안녕, 지슬아.”

“어, 안녕.”

아이다가 가고 송하나와 만났다.

“얼마 전에 안색이 엄청 안 좋았다면서? 괜찮은 거야?”

춘천에서의 사건 이후로 나는 유명세를 탔다고 했다.

덕분에 어지간하면 내 행보는 소문이 나기 마련이라 송하나가 알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물며 수업 도중에 새파래져서는 뛰쳐나갔으니···.

“응, 괜찮아졌어.”

“뭘 잘못 먹었다면 전에 뭘 먹었는지 잘 생각해 보아야 해. 사람의 몸은 의외로 정직해서 좋지 못한 것을 먹으면 신호가 온단 말이야.”

“그, 그래.”

하여간 송하나다운 말이로군.

“자고로 채소와 야채를 먹어야···”

나는 그녀의 잔소리 비슷한 설교를 한 귀로 흘려들으며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이 선머슴 같은 힘바보 설정의 여자도 자기 관리를 해주고 있을까? 하는 의문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응? 내 말 듣고 있어?”

“으응. 잘 듣고 있어.”

“뭐야? 왜 그래?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송하나의 지적대로 나는 그녀에게 바짝 다가서서 이상하게 보였다.

“아아,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네.”

“이런, 깜짝 놀랐잖아. 부끄러운 꼴인 줄 알았어.”

기본적으로 예쁜 얼굴에 자세히 보니 화장을 한 것 같았다. 게다가 은은하게 향기가 나는 게 향수를 뿌린 모양이었다.

“조, 좋은 냄새가 나네. 향수라도 뿌렸어?”

“응? 아, 그렇지. 특히 나는 워낙 움직이는 걸 좋아해서 자주 땀을 흘리거든. 그래서 자주 뿌리는 편이야.”

의외의 대답에 깜짝 놀랐다.

내가 설정한 캐릭터인데도 불구하고 주는 이 신선한 충격이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땀 흘리는 걸 좋아한다고 하긴 했으나 그에 대비해 향수를 사용한다, 라는 설정까진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자주 뿌리니까 오 드 뚜알렛으로 쓰는데 하비스트 라즈베리 향이 좋더라. 너는?”

“오 드, 뭐? 하비 뭐라고?”

“응? 잘 몰라? 아하하, 그럴 수도 있지. 벌써부터 향수 쓰는 내가 좀 특이한 거야.”

송하나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지슬이 너는 화장도 아예 안 한 것 같은데··· 맨얼굴이지? 와, 그런데도 이렇게 고울 수가 있나? 어머, 부럽다. 난 하도 나가놀기 좋아해서 좀 거친 편이거든.

“어, 어어?”

어느 새 나한테 바짝 다가온 송하나가 눈을 빛내며 만지작대기 시작했다. 이에 당황한 나는 어쩌질 못하고 얼어 있었다.

아니, 애초에 어쩌다가 이야기가 여기까지 온 거지?

“뭐, 나도 그렇게 자세히 알진 못하지만. 혹시 추천할 거라도 있으면 추천해줘. 그 피부의 비결이라면 더 좋고!”

“어, 어어.”

“이런, 벌써 시간이! 나중에 보자!”

정신없이 떠들던 송하나는 순식간에 자기 수업 받으러 달려갔다. 참, 송하나의 캐릭터가 확연하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

여러모로 생각이 깊어졌다.

다음 쉬는 시간.

나는 언제나처럼 혼자서 돌아다니지 않았다. 이번엔 주변 여학생들이 뭘 하나 찬찬히 관찰할 생각이었다.

저기에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모여서 떠들고 있다. 너무 티나지 않게 근처로 가서 다른 곳을 쳐다보는 척 귀를 기울였다.

“이번 주말에 있는 콘서트 말이야. 가서···”

“응, 그 오빠가 진짜 멋지지? 내가···”

“아 괜찮은 남자 소개 좀 해줘. 워든 말고, 평범한 남자로다가···”

워든이라고 해서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라느니 크러셔를 해치우기 위해 뭘 해야 좋다느니 하는 대화를 하진 않았다.

말 그대로 평범한 십대 소녀들의 대화였다.

으, 역시 못 어울리겠어.

이미 사회생활을 해본 바 있는, 사업가이자 남자였던 나로서는 섞이기 힘든 주제였다.

“아, 오늘 머릿결 장난 아니네. 고데기 좀 줘봐.”

“응. 난 머리끈 좀.”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며 자기들 몸단장을 하느라 바쁘다. 고데기로 머리카락을 펴거나, 손거울을 꺼내들고 립 글로즈를 발랐다. 이 모든 과정은 굉장히 자연스러워 물 흐르듯 했다.

나는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무리야. 나에게 저 세계는 무리야. 무리라고.

“읍!”

“어, 지슬이구나. 안녕?”

못 참고 뛰쳐나간 나는 유세준의 몸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으, 유세준?”

이렇게 보니 이 녀석 키가 상당히 컸다. 아니, 내가 작아진 거겠지. 이상한 느낌이야.

“저번엔 미안했어. 내가 워낙 눈치가 없는 놈이라, 기분이 안 좋은 줄도 모르고.”

“······.”

쳇, 역시나 주인공답구만. 그렇게 뻔뻔한 낯짝으로 히로인들을 홀리는 거겠지!

“아냐, 오히려 내가 미안해. 괜히 화풀이를 한 게 됐어.”

뒤에서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강연재가 무서워서라도 나는 성심성의껏 사과를 해야 했다. 아니, 꼭 강연재가 아니더라도 사과 하는 게 맞지.

“응, 그렇구나.”

“미안해.”

“아냐, 아냐.”

결국 훈훈하게 마무리 되었다.

오후 수업 시간.

이때는 강성민 교관의 지도 아래 신체 단련을 한다. 1학년들은 아직 마나 수련을 할 때가 아니라 오로지 육체를 이용한 단련을 했는데 남성보다 신체력 능력이 부족한 여성들은 힘들 수밖에 없었다.

“이지슬 학생! 도대체 언제쯤 나은 모습을 보여줄 건가? 싸움은 오로지 마나로만 하는 게 아니야! 새로운 힘을 각성했다고 해서 이걸 게을리 해서는 안 되는 거다!”

“네에!!”

오늘도 나는 힘겹게 창을 내질렀다.

“하아, 하아, 힘들어.”

각성을 했다고 더더욱 강하게 쪼아댄 탓에 평소보다 더 지쳐서 땀에 흠뻑 젖었다. 조금만 더 혹사시키면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쯤, 사막의 오아시스와 다를 바 없는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아이고, 나 죽네, 나 죽어.”

명상을 통해 지속적인 마나 수련은 해주고 있었지만 신체 단련은 안 했으니 힘들 수밖에. 그러나 이상하게 신체 단련에 힘쓰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가 않았다.

포인트를 모으는데 꼭 필요한 행위도 아니었고 싸움은 마나를 사용하면 되니 마나 수련에 집중했기 때문이었다.

뭐, 염두에 두긴 해야겠지.

나는 급수대로 물을 마시러 갔다.

“이지슬 말이야.”

움찔.

내 이름이 포함된 말소리가 들려서 깜짝 놀랐다.

“꽤 귀엽지 않냐?”

이게 무슨 소리야?

급수대는 남자용, 여자용이 나눠져 있었는데 옆의 남자용에 모인 몇몇 남학생들이 하는 이야기였다.

저들은 물을 마시며 이야기에 심취하여 옆에 당사자가 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 하긴, 나는 쉴 때 혼자서 떨어진 나무 그늘 밑에서 쉬었지 급수대로 간 적은 손에 꼽았다. 그러니 나의 존재를 생각도 못하는 거겠지.

“응, 그렇지. 특히 틈틈이 무방비한 게 매력적이야.”

“그치? 심심할 때 보면 확실한 눈요기라니깐.”

“오늘은 어떤 팬티를 입고 왔나, 하고 볼 때도 있어.”

“슴가도 엄청나지? 그 정도면 장난 아닌데, 한 번 두 손으로 꽉 잡아보고 싶어.”

“푸하하, 변태새끼.”

이것도 흔한 십대 남학생들의 대화라면 그랬다. 나도 학생 때 남고를 다녔는데 심심하면 음담패설을 하거나 야동 이야기를 나눴으니 말이다.

그런데 당사자가 되니 참 기분이 더러웠다. 감히 나를 안주 거리로 삼아?

나는 수도를 가장 세케 틀고 손바닥으로 쥐었다.

“우왓?!”

“으악? 뭐야?”

방향이 바뀐 물줄기는 그 녀석들에게 사정없이 쏟아졌다.

“아, 차가!”

“어떤 새끼야? 어라··· 이, 이지슬?!”

“그래, 나다.”

흠뻑 젖은 녀석들 앞에 당당하게 선 나는 허리에 양손을 짚었다.

“새끼들··· 집에 가서 딸이나 쳐. 괜히 남 듣기 민망한 소리나 하지 말고.”

“······.”

“······.”

벙쪄서 말문이 막힌 놈들을 놔두고 유유히 자리로 돌아갔다.


[걸크러시인가?]

[2포인트 적립!]


그 날, 이상하게도 나에 대한 평가가 수직 상승했다고 한다. 남자들이나 여자들이나 양쪽 모두에게 말이다.

‘여자’에 익숙해지기 위한 내 위대한 여정은 이제 시작이었다.

100포인트를 모을 때까지 힘내보자. 제발.




슬슬 다음 에피소드가 시작될 때가 되었다. 유세준의 목숨을 노리고 있는 제이스가 행동에 나선 것이다.

4월로 접어든 시점에서 이제 대략 기초적인 과정을 끝낸 1학년들은 본격적으로 크러셔에 대항하기 위한 훈련에 들어간다.

그 중 하나는 정해진 장소에서, 한정된 자원으로 동료들과 단체생활을 하는 미션이었다.

제이스는 거기서 사건을 일으킨다.


작가의말

여자들이 쓰는 화장품 종류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하죠.


*2포인트 적립이 추가되었습니다.

->현재 주인공의 포인트는 총 17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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