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군필여고생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9.03.01 01:04
최근연재일 :
2019.09.18 19:11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8,340
추천수 :
307
글자수 :
161,949

작성
19.04.27 15:31
조회
382
추천
2
글자
11쪽

붉은장미회(1)

DUMMY

“와, 이거 정말 예쁘다.”

“그러네.”

“살까?”

“좀 더 살펴보고 사는 게 좋지 않겠어?”

“아, 그럴까.”

재잘재잘 떠드는 여자애들의 목소리. 나는 그 한 가운데에 서서 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얘, 지슬아. 너는 어때?”

“글쎄.”

“뭘 보여줘도 시큰둥한 반응이네. 지슬이는 뭐가 마음에 드는 걸까나?”

이게 어찌된 일인가 하니, 원인은 얼마 전에 한 에이다와의 데이트 약속이었다.

그, 새, 생리 때문에 도움을 받았던 터라 그녀가 제안한 약속을 흔쾌히 받아들였었다. 그리고 한 차례 사건을 거치고 안정이 되자 에이다는 그때 약속의 이행을 제안했다.

보답이 그거라면 거절할 필요가 없어 주말에 외출하기로 했다. 또 에이다의 마이페이스에 휘둘릴까 싶어 걱정하고 있었는데 내 생각 이상의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에이다가 자기만이 아니라 다른 여자애들까지 데리고 온 것이었다.

놀랍게도 강연재, 송하나, 설민지까지··· 주요 여성들이 죄다 출현해 버렸다. 아무래도 저번 합숙 때의 일 이후로 다들 친해진 모양인데··· 이게 나에게 유리한 구도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후후, 배가 고픈 걸지도 몰라요. 아직 식사를 안 했으니 갈까요?”

“오, 그럴까?”

에이다의 식사 제안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아직 점심을 먹지 않아서 나도 배가 고프긴 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선택한 가게는 한 만두 전문점이었다.

“만두 진짜 많다. 난 그냥 교자만두 같은 것만 있을 줄 알았는데. 샤오··· 뭐? 이게 다 뭐래.”

“다들 드시고 싶은 걸 골라 주세요. 제가 살 테니 걱정 마세요.”

“우와, 에이다··· 완전 크게 나오잖아?”

“만남을 제가 제안했으니 이 정도는 해야죠.”

“그, 그래도 대단하네.”

송하나와 강연재는 에이다의 씀씀이에 감탄한 얼굴을 하였다. 뭐, 에이다는 모델 일을 하며 돈을 많이 버니까··· 저번에 내 옷도 그녀가 사주었고.

나는 새우만두를 시키고 물끄러미 창밖을 보았다. 분주히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가득한 게, 주말 정오 무렵의 번화가는 무척이나 활기가 넘쳤다. 뭔가 이러고 있으니 한참 전에 지나가버린 학창시절이 떠오르는 듯 하여 기분이 묘해졌으나 창에 비친 내 모습에 눈물이 찔끔 나왔다.

흐으, 어쩌다가 이 신세가 되었을꼬.

“왜 그러세요? 수심이 가득하네요.”

어느새 에이다가 바짝 다가왔다.

“아니, 아무것도. 만두가 언제 나오나 해서.”

“제가 주의를 준 대로 옷도 제대로 입고 나와서 다행이네요. 저는 또 칙칙한 바지를 입고 나오지 않나 걱정했어요.”

“···치, 치마는 내 취향이 아니라서 그래.”

교복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밖에서도 나풀거리는 치마를 입고 다니고 싶진 않았다.

“후후, 귀여워요. 사랑스럽고 지켜주고 싶은 모습이에요. 그렇게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턱을 괴고서 밖을 쳐다보고 있으면 말이죠.”

에이다는 베시시 웃으며 내 옆구리를 매만졌다.

“히익?”

갑작스런 스킨십에 나는 이상한 소릴 내고 말았다.

“간질간질~”

“하, 하지 마.”

“후후훗.”

“주문하신 만두 나왔습니다.

에이다의 짓궂은 괴롭힘이 이어질 찰나 종업원이 만두를 갖다 주어서 멈추었다. 내 입장에선 천만 다행이었다.

나는 연한 김이 피어오르는 만두를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었다.

아삭아삭 씹히는 새우의 몸통이 만두피와 합쳐서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크기가 좀 작은 게 아쉬웠지만 한 입에 들어가게 만들려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번 합숙 때 말이야.”

한창 만두를 먹고 있을 때 송하나가 얼마 전 있었던 일을 꺼냈다.

“도대체 뭐였을까? 결국 작은 해프닝 같은 느낌으로 끝나버렸잖아.”

갑작스러운 화제 전환이긴 했으나 나올만한 이야기긴 했다. 그때 이후로 남자를 뺀 당사자가 모두 모인 적은 이번이 처음이니 말이다. 상식을 깨고 아무런 징조도 없이 크러셔가 나타났다는 전대미문의 사건이었는데 이리 조용히 덮여버리니 이상하게 여기기엔 충분하였다.

“응, 그러네. 단순한 시스템의 오작동과 담당 교사의 실수 정도로 처리되었으니까.”

“제이스는 징계를 받긴 했지만 여전히 학교에 있고.”

강연재와 송하나는 주거니 받거니 하며 걱정을 내비쳤다. 설민지는 아무런 말도 없이 부지런히 만두만 먹고 있었다.

“뭐, 확실히 심각한 사안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단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 이상이 얽혀 있는 상태 아닐까요?”

에이다의 결론은 결국 지금 상황에선 아무것도 모른다는 거였다.

“흐음.”

“으으음.”

딱히 반박할 말이 없었는지 다들 고개를 숙였다.

“너무 심각하게 있지 말고 우리가 할 일을 해나가면 되요. 지금은 즐겁게 만두를 먹고 배를 채우는 거잖아요?”

마이페이스긴 하지만 이럴 때 에이다는 밝음 그 자체로 침울해질 뻔한 분위기를 살려냈다. 모두들 에이다의 말에 기운을 차리고 미소를 되찾았다.

“다 먹고 다시 옷이나 보러 가자.”

“하나야. 네가 옷에 관심 있는 줄은 몰랐는데?”

“어, 어? 아니··· 관심이 없는 건 아니야. 아하하.”

겉으로 보기엔 선머슴 같은 그녀도 사실은 저런 소녀다운 면모가 있다, 라는 설정이지. 저게 반전매력이라면 반전매력이야.

나는 남은 만두를 입으로 가져가며 이 묘한 분위기를 감상했다.

내가 학창시절엔 어땠더라?

사업가 기질은 예전부터 있던 터라 엄청 활발하게 지냈던 것 같다. 그로인해 누군가의 적이 되고 괜히 시비가 걸리며 고생도 했지만, 뭐 좋은 일들도 많았다. 다만, 남자랑 여자랑 노는 게 꽤나 다르구나, 싶었다.

남자는 뭐만 하면 당구 치러 가자, 술 마시러 가자, 난리도 아니었지. 피시방은 기본 코스였고. 아 물론 어울리고 다녔던 녀석들이 여기 여자애들보다 불건전한 면도 있었지만.

눈앞의 여자애들은 매우 건전하다. 비행청소년과는 일만 광년 떨어져 있다고 봐도 되겠지.

“이제 일어날까?”

“그래.”

식사를 마친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쇼핑센터로 이동했다. 아까 하다만 쇼핑을 마저 하기 위해서였다.

“이 치마 예쁘다.”

“좀 짧지 않아? 평소에 입고 다닐 것 같진 않네.”

다시금 쇼핑 삼매경에 빠져 즐거워하는 여자들. 나는 그 속에 끼지 못하고 어정쩡한 기분으로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남자들에게 쇼핑은 취미이자 스트레스 해소가 아닌 판단과 결론을 내리는 일련의 과정에 불과했다. 어떤 옷을 입어야 이상하지 않을까, 남들에게 보여주면서 적당하게 걸칠만한 옷은 뭐가 있을까, 가야만 하는 장소에 어울리는 옷은 어떤 것이 있을까, 등의.

취준생이 면접 장소에 어떤 양복을 입고 갈지 고민하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보면 됐다. 뭐, 여자도 그럴 때야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적을 터이다.

“너 뭐야!”

그때 한 여성의 거친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들 뭔가 싶어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물론 나 역시 그러했다.

“방금 만졌지? 만졌잖아!”

“아니야!”

눈을 가늘게 뜨고 보니, 삿대질을 하며 따지는 여자와 두 손을 들고 어쩔 줄을 몰라하는 남자가 다투고 있었다.

“만진 거 다 봤어!”

“무, 무슨! 안 만졌다니까!”

나는 바로 상황을 눈치 챘다. 여자는 남자가 성추행했다고 주장하고 남자는 아니라고 부인하는 중이었다.

“흥.”

어금니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지, 지슬아? 어디 가?”

“잠깐 저기 좀 다녀와야겠어.”

“아, 안 돼! 쟤, 쟤는···”

강연재가 뭐라 하며 나를 말렸지만 나는 듣지 않고 현장에 끼어들었다.

“이봐요. 무슨 일이에요?”

남자는 갑작스레 나타난 나에게 살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얼른 달라붙었다.

“저, 저 여자가 만지지도 않았는데 만졌다고 하잖아요!”

“뭐라고? 만졌잖아!”

“오해라고!”

나는 남자와 여자 사이에 서며 어깨를 으쓱였다.

“일단 진정들 하시고. 여긴 가게 안이라고? 괜히 시끄럽게 하지 맙시다. 그리고 이런 곳이라면 으레 있기 마련이죠. CCTV가.”

슬쩍 천장 구석에 붙어있는 기계를 가리켰다.

“······.”

“······.”

확실히 기계는 빨간 불빛을 깜빡이며 가게 안을 촬영하고 있었다.

“저거 작동하는 거 맞죠?”

점원에게 물어보니 고개를 끄덕인다. 가끔씩 돈 아낀다고 무늬만 기계를 갖다놓는 경우가 있어서 말이야.

“그럼 됐네요. 영상 확인하면 누가 문제인지 나오겠네요.”

“그, 그래! 확인해 봐!”

남자는 정말 억울했는지 악을 썼다. 여자의 표정이 조금씩 썩어가는 걸 보아하니 억지를 부리긴 했나보다.

종업원과 얘길 하고 점주까지 나와 영상 확인을 하였다.

여자가 먼저 와서 옷을 보고 있었는데 조금 나중에 남자가 왔다. 뭔가 저지른 건 아니고 남자 역시 옷을 살피며 돌아다녔다. 다만, 공간 자체가 좀 협소해서 스치듯 지나가는 구도가 생기긴 했다.

다만 남자는 몸을 최대한 틀며 지나가서 의도적으로 노렸는지가 보이지 않았다.

“이, 이거 보라고! 만졌잖아!”

“아니라고! 너는 저게 만진 걸로 보이냐?”

“너, 너? 언제 봤다고 반말이야!”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서 이곳에서도 이런 상황에 마주해야 한단 말인가. 정말 머리가 아파온다. 여기도 사람 사는 세상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가.

“적당히 합시다. 이럴 거라면 사방에 아무도 못 오게 베리어라도 치든가요.”

진지한 얼굴로 여자를 보며 말하자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분한 표정을 지었다.

“···본 적 있는데, 너.”

“뭐라고?”

“흥. 됐어. 기분 더럽네. 이만 갈 거야.”

여자는 터벅터벅 현장을 벗어났다.

“휴, 덕분에 살았습니다.”

남자가 감사 인사를 하였다.

“아뇨. 별 거 아니었어요.”

“감사합니다.”

남자까지 자리를 벗어나고 시끌시끌하던 현장은 금세 조용해졌다.

“지슬아. 괜찮아?”

“응.”

“갑자기 뛰쳐나가면 어떻게 해? 우리도 어쩔 줄 몰랐어.”

“미안해. 괜히 울컥해서.”

“그런데 말이야. 알고 간 거야?”

“뭐가?”

강연재가 곤란한 얼굴로 말했다.

“방금 여자애··· 우리 학교 학생이었는데.”

“그래? 그런데 그게 왜?”

아무렇지도 않다는 나의 태도에 다들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뭔제 저러는 거야? 괜히 겁나잖아.

“쟤··· 붉은장미회 사람이거든.”

“붉은장미회?”

몇 번 지나가는 식으로 들었던 적이 있다.

“하아, 설명하자면 길어.”

저질렀구나, 하는 얼굴로 강연재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저쪽도 우릴 알아본 것 같으니, 귀찮은 짓을 해올 가능성이 높아.”

“뭔지 모르겠는데. 흥, 할 테면 해보라지. 나는 굴복하지 않아.”

특히 이런 쪽으론 민감할 수밖에 없어서 내 태도는 완강했다.

“뭐, 대책은 나중에 생각하고, 지금은 놀아야겠지.”

심각한 얘기로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는지 강연재는 화제를 바꾸었다.

“쇼핑이나 계속 하자!”

다들 옷 구경으로 관심을 돌린 사이, 설민지가 다가왔다.

“괜찮겠어?”

“괜찮다니까.”

“···나도 비슷한 일을 당해서 알아. 붉은장미회는 그보다 더 지독한 애들이야.”

“으음. 엄청 심각한 애들이야?”

“응.”

설민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어때! 괜찮겠지! 말했듯이 굴복할 생각 없어. 도전해 오면 또 이겨주면 그만이야. 안 그래? 하하.”

나의 호탕한 선언에 설민지는 쓴웃음을 지었다.


작가의말

오랜만이에요. 시험기간이라 손을 못 대고 있었네요. 아직까지 기다려주신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군필여고생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이 글은 이런 글입니다. +2 19.03.10 779 0 -
32 하산 방어전(3) +5 19.09.18 238 5 11쪽
31 하산 방어전(2) +2 19.09.12 222 3 12쪽
30 하산 방어전(1) 19.09.11 209 1 11쪽
29 미묘한 내기 +1 19.09.10 250 4 11쪽
28 변신 축제(4) +1 19.09.08 218 3 12쪽
27 변신 축제(3) +2 19.09.07 234 2 11쪽
26 변신 축제(2) +5 19.09.06 248 6 12쪽
25 변신 축제(1) +4 19.09.05 267 5 12쪽
24 붉은장미회(4) +1 19.05.15 585 6 12쪽
23 붉은장미회(3) +3 19.05.06 318 4 12쪽
22 붉은장미회(2) -수정- +3 19.04.29 338 5 11쪽
» 붉은장미회(1) +1 19.04.27 383 2 11쪽
20 세 개의 머리(3) +4 19.04.04 369 9 12쪽
19 세 개의 머리(2) +3 19.03.23 407 10 12쪽
18 세 개의 머리(1) 19.03.22 426 13 12쪽
17 얼마나 알고 있는가? +1 19.03.19 485 9 11쪽
16 알지 못했던 경험 +2 19.03.18 484 6 12쪽
15 참 신기한 여자 +1 19.03.17 513 9 12쪽
14 여기 돔 페리뇽 하나!(2) +1 19.03.16 519 8 12쪽
13 여기 돔 페리뇽 하나!(1) +1 19.03.13 528 11 11쪽
12 선도부 활동 시작! 19.03.12 554 11 13쪽
11 값비싼 교훈(3) +4 19.03.10 605 11 12쪽
10 값비싼 교훈(2) +2 19.03.09 584 12 11쪽
9 값비싼 교훈(1) 19.03.07 634 10 12쪽
8 방심하면 보인다고? 19.03.05 714 13 11쪽
7 산 넘어 산(2) +1 19.03.04 719 13 11쪽
6 산 넘어 산(1) +1 19.03.03 826 15 11쪽
5 기분이 어떠신지?(4) +4 19.03.03 916 14 12쪽
4 기분이 어떠신지?(3) +2 19.03.02 1,056 1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