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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숨결의 소설 연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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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숨결
작품등록일 :
2017.03.23 02:54
최근연재일 :
2017.05.22 23:4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1,317,919
추천수 :
32,102
글자수 :
125,924

작성
17.04.14 14:16
조회
38,210
추천
1,006
글자
7쪽

입대하다.

DUMMY

1.


슬슬 해가 중천에 뜬 시각이었다.

마을 중심의 광장에는 남자들이 빼곡히 줄을 서있었다.

솜을 가득 불어넣은 옷을 입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몇 자루나 되는 창을 메고 있는 사냥꾼도 있었다.

모르긴 하더라도 마을 남성중 칠 할 이상은 모여 있으리라.

하는 수 없었다.

이번 징집은 1 가정당 한 명 이상의 남성이 지원해야 했으니까.

황태자 전하까지 직접 친정군을 이끌고 출정한 마당에, 황명을 어길 간 큰 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오늘이 마지막이다! 이 마을에는 이 자들이 끝인가! 저녁에 일일이 대조를 해볼테니, 점심 시간이 끝나기 전에 모두 모이도록 해라!"


한 가운데, 나무를 쌓아 만든 단상 위에서 수염을 길게 기른 남자가 성난 목소리로 외쳤다.

멀리서 보기에도 고급 면으로 된 옷에, 깃털이 달린 모자를 쓰고 있는 것으로 보아 높은 신분을 갖고 있는 듯 하다.

그 자가 바로 윈덤 마을의 징집관이었다.

나는 그 옆에 신상을 명세하는 창구로 향했다.


"접수하러왔습니다."

"아앙? 이 마을 놈인가?"


징집관은 퉁명스럽게 외쳤다.


"누구네 자식이야?"

"나미르와 피셔의 아들, 아론입니다."

"나미르, 피셔, 나미르, 피셔... 어, 여기있군. 그래, 저기 가서 서있어. 오후가 되면 출발할거니까."

"예."


나는 그가 시키는대로 장정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잠시 후, 징집관들은 조사표와 병사들을 일일이 대조해보았다.

어떤 집안에서 누가 나왔는지.

혹시 징집에 응하지 않은 가문이 있는지.


"풀레와 어나더 그리고 츄러스와 엔포, 그리고 서바이버란 놈이 안나왔군."

"가서 끌고와! 한 번 경고한 뒤로 응하지 않으면 죽여도 상관 없다!"


징집관들은 잔뜩 성을 냈다.


"너희들도 잘 봐두거라. 황명을 거부한 자들이 어떻게 되는지! 도망쳐도 소용 없다. 퍼스트 시에 도착하는 즉시 그 놈들 모두가 지명 수배가 될 테니까!"


깃털 모자를 한 징집관이 장정들을 향해 외쳤다.

장정들이 가볍게 몸을 떨었다.

황실은 용병들을 대거 고용해 현상금 사냥꾼 노릇을 시켰다.

그 돈이면 일개 부대를 하나 더 편성할 수 있을 수준.

그러나 제국은 그보다 공포를 더 우선시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두려움이야말로 그들이 가진 가장 큰 무기중 하나였기에.

잠시 후,


"크아악!"

"어헉, 헉! 살, 살려만 주십쇼!"


곳곳에 흩어졌던 징집관과 병사들이 일단의 사내들을 질질 끌며 데려왔다.

그들은 모두 거의 발가 벗은 것이나 다름 없었으며,

온 몸을 뭉둥이로 얻어 맞아 피멍이 들어 있었다.

징집관중 한 명이 그들에게 침을 뱉었다.


"이 더러운 새끼, 감히 황명을 거역하고 징집에 응하지 않아?"

"사, 살려만 주십쇼 나리, 어제 늦잠을 자서 그랬습니다."

"닥쳐!"


징집관이 구둣발로 사내의 얼굴을 걷어찼다.

인상이 저절로 찡그려졌다.


"비루한 신분 주제에 감히 황명을 거역해? 황제 폐하의 지엄한 명령이 우습나?"

"아, 아닙니다."

"닥쳐라!"


다시 얼굴을 걷어찬다.

피와 함께 사내의 누런 이빨이 그대로 날아갔다.


"쯧쯧."

"희생양에 걸렸구만."


주변에서 지켜보던, 중년과 노년의 사이에 있던 남자들이 혀를 찼다.


"희생양이라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


곁에 있던 한 남자가 물었다.

한 장년인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설명해주었다.


"자네, 전쟁에는 처음 나가보는건가?"

"예."

"나는 제타 시에 있을 때 영지전에 꽤 많이 나가보았다네. 징집관이란 놈들은 원래가 다 쓰레기나 다름 없는 놈들이야, 우릴 개나 소만도 못한 취급을 하지. 자기 말에 거역하면 어떻게 될지 보여줄려고, 본보기를 보여줄 셈이네."

"쯧쯧, 싸움터에 나가보기도 전에 송장 하나 치우겠구만."


한 편 징집관은 남자를 거의 개처럼 다루고 있었다.


"너! 황명을 거역한 죄로 태형 50대에 처하겠다!"

"태, 태형 50대라뇨! 하, 한번만 봐주십쇼."

"봐줘? 미친놈이 황명을 어겨놓고, 감히 제국을 업신 여기는 것이냐?"


비루한 남자는 납작 엎드렸다. 그는 징집관의 구두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빌고 빌었다.

태형은 거대한 뭉둥이로 볼기를 내려 찍는 형벌.

가벼워 보일 수 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건장한 성인 남성이래도 열 대를 채 견디지 못하는게 바로 태형이었다.

하물며 50대?

기사 급 무력을 지닌 자라고 해도 버틸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쯧쯧쯧."


장정.

병사가 되기 직전의 사내들은 혀를 차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누구 하나 나서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서봤자 그 본보기가 자신이 될 뿐이란걸 알기 때문이다.


"후."


기가 찼다.

물론 황명을 어긴 것에 대한 벌은 받아야 한다.

그러나 굳이 사람을 사형시킬 권리는 없지 않는가?

영주님이나 황제 폐하도 아니고, 고작 징집관 따위가 말이다.

그러나...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사, 살려주십쇼!"

"닥쳐라! 어서 놈을 끌고 가라!"


결국 희생양이 되버린 남자는 그대로 병사들의 손에 이끌려 단상앞에 묶여 눕혀졌다.


"한대!"


퍽!


"크아악!"


체격이 좋은 병사들이 거대한 뭉둥이를 들고 그대로 남자의 엉덩이를 내려쳤다.

한 대가 두 대가 되고, 두 대가 세 대가 되었다.

열 다섯 대가 되기 전에 남자는 결국 피를 토하며 죽고 말았다.

매일 같이 농사일에 혹사당하는 천민이 토실토실 살이 오른 건장한 체격의 병사들의 뭉둥이 질을 당해낼리 없었기 때문이다.


'쓰레기 같은 놈들.'


나는 징집관들의 처사에 이를 갈았다.

그러나 하는 수 없었다.

전쟁이란 참혹한 법.

그 참혹한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비정하며 냉정해져야했다.


'언젠가 장군이 되어서 저러한 부조리를 모두 뽑아버리겠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참아야만 했다.


2.


일단의 행사가 끝나고, 징집관들은 마지막 이별의 시간을 내주었다.

도망가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방금 전, 그들의 명에 거슬린 사람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았기 때문이다.


'부모님에게는 인사 해두었고... 하티에게 가볼까?'


남은 시간은 한 시간.

그정도면 충분하다.

나는 서둘러 하티의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거기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가는 길목 중간에서 하티를 만났기 때문이다.


"아론! 너 전쟁에 나가는게 정말이야?"

"응! 정말...어? 너 왜 그래?"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하티를 바라보았다.

녀석은 눈물을 글썽이며 내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예전에 말했잖아. 난 검으로 출세할거라고. 지금이 바로 적절한 시기야."

"하지만 전쟁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곳이잖아. 네 실력이 뛰어난건 알고 있지만... 걱정되는건 어쩔 수 없어."

"괜찮아. 난 네 친구야, 하티."

"하지만 너무해."


하티가 젖은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이렇게 보니 제법 귀여운 외모였다.

아니, 뭔 사내놈이 이렇게 귀엽지?


"내게 말 한마디 없이?"

"내가 너한테 그런 걸 말해야해?"

"...바보야!"


하티는 그 말을 한 마디 남기고 반대편, 즉 집을 향해 달려갔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

나는 뒷통수를 벅벅 긁었다.

그리고 다시 광장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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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히포 평야 전투.(1) +37 17.05.16 19,400 609 11쪽
30 205부대(2) +53 17.04.29 29,289 827 9쪽
29 205부대 +40 17.04.27 29,203 887 7쪽
28 훈련소의 마지막. +37 17.04.25 30,743 882 7쪽
27 잭의 제안. +56 17.04.24 30,731 935 10쪽
26 교관 잭. +94 17.04.22 32,929 937 8쪽
25 훈련. +59 17.04.19 34,748 911 7쪽
» 입대하다. +110 17.04.14 38,211 1,006 7쪽
23 이별하다. +55 17.04.11 38,344 1,070 11쪽
22 재회하다. +57 17.04.10 40,691 1,137 9쪽
21 귀향. +84 17.04.08 40,385 1,156 11쪽
20 귀환. 그리고 이별. +39 17.04.06 39,555 1,088 7쪽
19 치료 약을 얻다. +88 17.04.04 39,958 1,050 10쪽
18 마나 블레이드를 익히다. +18 17.04.04 38,614 1,016 10쪽
17 제자로 받아들여지다. +54 17.04.02 39,493 1,057 7쪽
16 소드마스터와 만나다. +40 17.04.01 39,582 1,119 10쪽
15 사투. +45 17.03.31 39,734 954 12쪽
14 크루얼 베어. +40 17.03.29 40,443 949 8쪽
13 산맥으로. +33 17.03.28 41,683 996 8쪽
12 2년 후. +61 17.03.27 42,789 1,023 9쪽
11 친구. +44 17.03.26 43,649 988 9쪽
10 성장.(2) +30 17.03.25 43,597 96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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