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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숨결의 소설 연재처

재능만렙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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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숨결
작품등록일 :
2017.03.23 02:54
최근연재일 :
2017.05.22 23:4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1,317,860
추천수 :
32,102
글자수 :
125,924

작성
17.04.01 22:32
조회
39,578
추천
1,119
글자
10쪽

소드마스터와 만나다.

DUMMY

1.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일전에 보았던 침대 위에 있었다.


"으윽...."


상체를 일으키자 온 몸이 욱신거리며 아팠다.

주변을 둘러보니 처음 보는 집 안이었다.


'여긴 어디지?'


멍 한 기분에 벗어나자 생각이 났다.

한 남자가 나를 구해주었다.

그와 나눴던 대화가 기억 났다.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아르케이보 산맥에서?'


혹시 산적? 아니면 범죄자?

아르케이보 산맥하면 떠오르는 사람은 그런 이들밖에 없었다.

이 험난한 산맥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대개 그러했으니까.


'그러고보니 내 배낭은? 일단 배낭을 찾아야 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닥을 디디니 짜릿한 고통이 몰려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어느샌가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아마도 내 몸에 생긴 기이한 회복력 덕분이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끼익하며 문이 열렸다.

나도 모르게 화들짝 놀랐다.

아무래도 남의 집이다보니, 마치 나쁜 일을 하다 들킨 기분이 들었다.


"정신이 들었나보군."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흰 머리와 회색 수염을 길게 기른 노인이었다.

세월을 머금은 청아한 눈빛, 장작을 쪼개고 왔는지 한 손에는 도끼를 들고 있었다.

벗은 상체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단단해 보였다.


"대단한 회복력이군. 벌써 움직일 수 있다니."


확실히 들어본 기억이 있는 목소리였다.


"저를 구해주신게 할아버님이신가요?"


할아버님? 노인이 껄껄 웃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표현이로군. 보아하니 다 큰 청년같은데 말하는건 꼭 아이같군."


아, 이런.

마을에서 쓰던 말 버릇때문이다.

나는 열 세살에 불과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거의 청년이나 다름 없었으니까.


"그런가요? 그러면 어르신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제가 아직 나이가 어려서, 결례를 용서하십쇼."

"그래? 자네 나이가 어떻게 되는가?"

"열 세살입니다."

"열 세살?"


흐음. 노인이 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렇게 예의 차릴 필요 없네. 손주 놈이 생각나서 잠시 흐뭇했을 뿐이니까. 나는 제스라고 하네. 자네의 이름은?"

"저는 아론이라고 합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스라 이름 밝힌 노인은 도끼를 한 구석에 던져놓고는 식탁 앞에 앉았다.


"뭘,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헌데 근처에는 크루얼 베어 한 마리가 쓰러져 있더군."

"크루얼 베어라면... 죽었습니까?"

"죽었네. 아무리 강한 마수라 할지라도 그정도로 상처를 입었으면, 이 산맥의 짐승들에게서 살아남기 어려운 법이지."


제스는 손을 털더니 식탁위의 물 항아리에서 물을 한 잔 따라마셨다.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몸이 회복 되었으니 허기가 지겠군. 점심이라도 한 끼 들게."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런 실례까지는...."


그러자 제스가 다시 말했다.


"와서 앉게."


친절하고 부드러운 음색. 그러나 나는 왠지 모르게 압도당하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는 수 없이 제스의 말 대로 탁자에 앉았다.

제스는 주방으로 가 요리를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앞에 스프 요리와 빵 몇덩어리, 그리고 처음보는 풀 같은 것들이 나왔다.

내가 눈을 끔벅거리며 요리를 바라보고 있으니 제스가 설명했다.


"이 풀때기는 뭐냐는 눈치로군. 이건 허브라네. 상류층 사람들이 많이 먹는 음식일세. 제국의 희귀한 허브는 대부분 이곳에서 채취하지. 한 번 먹어보게. 아마 반하게 될테니까."

"아, 예."


제스의 말대로 허브를 조금 덜어 보았다.

그가 빵과 함께 먹어보란 말을 했다.

한 번 그리 해보았다.


'이, 이 맛은?'


처음 느껴보는 허브의 맛에 눈이 저절로 커졌다.

빵도 평소에 먹는 것보다 훨씬 부드럽고, 또 자칫 심심할 수 있는 빵의 맛을 허브의 부드러운 향기가 보완해주었다.


"맛있군요."

"솔직한 친구로군. 자, 들게."


제스와 나는 천천히 식사를 시작했다.

그의 말대로 한 번 입에 음식이 들어가자, 미친듯이 허기가 몰려왔다.

나는 연달아 빵을 여덟 덩이, 스프를 두 그릇이나 비웠다.


"입 맛에 맞았나보군."

"아뇨. 어르신의 음식이 참 맛있었습니다. 태어나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처음 먹어봅니다."

"그런가?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닌데... 아마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나보군."

"그, 그렇습니다."

"...그런데 열 세살이라고 했나? 그것 치고는 몸의 성장이 썩 쓸만한 편이군. 다시 한 번 묻지. 크루얼 베어를 쓰러트린건 자네가 혼자가 맞나?"

"네."

"한 번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겠나?"

"네. 그, 죄송합니다만 그 전에 한 가지만 여쭈어봐도 괜찮겠습니까?"


제스는 나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자네 배낭의 행방이 궁금한가보군."

"아, 그, 그렇습니다."

"걱정하지 말게. 아마 자네가 크루얼 베어와 싸운 건 그 약초를 얻기 위함이었겠지? 자네를 치유하느라 반 쯤 써버리긴 했지만, 나머지는 온전히 갖고 있네."

"정말입니까! 고맙습니다."


나는 솔직한 감정을 담아 말했다.

아세트 초라면 굉장히 비싼 약초다.

저 노인은 내 목숨을 구해준 입장.

약초를 모두 내놓으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약초를 돌려주겠다고 한다. 고맙지 않을 수가 없다.


"하하, 자네가 먹은 허브들이 훨씬 비싼것이니까 괘념치 말게."


제스는 집 안 어딘가에서 배낭을 갖고오더니 내게 건네주었다.


"자, 확인 해보게. 그러면 이야기를 해주겠나?"

"어르신을 믿습니다. 그러니까 이야기라면... 흠...."


나는 제스에게 그동안 일어났던 일을 얘기해주었다.

물론 회귀에 관한 것은 제외했다.

아무리 생명의 은인이라지만 그런 것까지 이야기 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그런가. 이상하군. 생각보다 평화롭게 자랐어. 자네는 분명히 전쟁 고아나 노예 출신 정도라 생각했는데."

"예?"

"아, 아닐세. 나는 사정상 전장을 돌아다닐 일이 많았네. 자네에게서는 그때 병사들에게서 맡을 수 있는 피의 냄새가 났네."


피의 냄새라.

이상한 일이다.

지금의 나는 평범하게 자란 시골 소년에 불과하다.

그런 냄새가 날 리가 없다.

아마도, 느낌으로 안 것 이리라.


'역시 평범한 노인은 아니구나. 아르케이보 산맥에 혼자 살고 있는 것만 봐도....'


아! 참, 그러고보니.


"저, 혹시 어르신. 크루얼 베어가 죽어 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렇네."

"그럼 혹시 근처에서 새끼 곰은 못보셨습니까? 차마 자식 앞에서 어미를 죽일 수는 없었기에, 살려두었던 것인데...."

"그런가?"


제스는 왠지 모르게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보기보다 도리를 아는 자로군. 걱정하지 말게, 자 이곳으로 따라와보게."


제스가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그를 따라가보니 마당이 나왔다. 주변에는 목책이 지어져 있었다.

아르케이보 산맥 안에서 이런 오두막을 짓고, 목책 하나에 의존하며 살다니.

참 대단한 사람이라고 느껴질 때였다.


"삐이 삐삐!"


익숙한 울음소리.

검은 털뭉치 같은 것이 내게 달려들었다.


"앗, 이 녀석, 살아 있었구나."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털뭉치의 정체는 바로 크루얼 베어의 새끼였기 때문이다.


"그냥 내버려 두려 했는데, 자네를 데려오는 나를 따라오더군. 아직 어린 놈이라 죽이기도 뭣해서 그냥 데려왔네."

"그렇습니까...."

"삐삐"


새끼 곰이 내 다리에 머리를 비볐다.

나는 어미를 잃은 녀석을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저 때문이긴 하지만 불쌍한 놈이군요."

"검이 가진 숙명이지. 이 녀석에게 책임감을 느끼는가?"

"그렇습니다."

"그러면 데려가서 키우는건 어떤가."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군요. 하지만 크루얼 베어는 마수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오래전, 저주를 받아 커갈수록 마성이 드러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간이 키울수는 없겠지요."

"원래 크루얼 베어는 엘프들이 키우던 사역마라네. 다 큰놈은 무리지만, 어린 놈은 저주만 푼다면 쓸만한 동반자가 되지."


처음 들어보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저는 마법은 커녕 검술도 잘 모르는 무지랭이입니다."

"마법을 쓸 줄 알아도 풀 수 없네. 이들에게 저주를 건 건 엘프였으니까. 즉 마술을 사용할 수 있어야하지."

"마술 말입니까? 하지만 엘프를 찾을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그들은 이미 오래전에 종적을 감추지 않았습니까? 대륙에 남아 있는 엘프들은 몇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니, 가능하네."

"네?"


제스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가 머리를 넘겼다.

내 눈이 커졌다.

머리속에 숨어 있던 그의 귀는... 길죽했다.


"내가 바로 엘프이기 때문일세."


아.

나는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제스라는 이름.

어디서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거기다가 엘프라면?

틀림 없었다.


"호, 혹시. 당신은 제국의 10대 소드 마스터중 한 명인 제스 경이 아니십니까?"


엘프 검성 제스.

수백년간 제국을 지켜온 전설의 검사이며,

몇 년전 자취를 감춘 신비스러운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이런 외진 산맥 한 가운데에 있다니.

제스가 눈을 끔벅였다.


"그걸 어떻게 알았는가? 내가 자리를 비운 지도 십 년. 인간의 세월로는 짧지 않은 시간일텐데...."

"드, 들어본 적 있습니다."


사실 원래 나같은 무지랭이는 몰라야 정상인 이름이다.

다만 전장에서는 워낙 떠들기 좋아하는 놈들이 많아,

나도 그러다 기억했을 뿐이었다.


"정말 모르는 눈치로군. 뭐 좋네. 이 새끼 곰은 어떻게 할 것인가?"

"새끼 곰은 키우겠습니다. 그 전에 한 가지 말씀을 올려도 되겠습니까?"

"무언가."


내가 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제자로 받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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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재회하다. +57 17.04.10 40,690 1,137 9쪽
21 귀향. +84 17.04.08 40,384 1,156 11쪽
20 귀환. 그리고 이별. +39 17.04.06 39,552 1,088 7쪽
19 치료 약을 얻다. +88 17.04.04 39,956 1,050 10쪽
18 마나 블레이드를 익히다. +18 17.04.04 38,613 1,016 10쪽
17 제자로 받아들여지다. +54 17.04.02 39,491 1,057 7쪽
» 소드마스터와 만나다. +40 17.04.01 39,579 1,119 10쪽
15 사투. +45 17.03.31 39,732 954 12쪽
14 크루얼 베어. +40 17.03.29 40,441 949 8쪽
13 산맥으로. +33 17.03.28 41,681 996 8쪽
12 2년 후. +61 17.03.27 42,788 1,023 9쪽
11 친구. +44 17.03.26 43,648 988 9쪽
10 성장.(2) +30 17.03.25 43,596 96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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