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최후의 숨결의 소설 연재처

재능만렙 소드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최후의숨결
작품등록일 :
2017.03.23 02:54
최근연재일 :
2017.05.22 23:4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1,317,838
추천수 :
32,102
글자수 :
125,924

작성
17.04.10 00:30
조회
40,689
추천
1,137
글자
9쪽

재회하다.

DUMMY

1.


멀리서 보는 윈덤 마을의 풍경은 언제나와 같았다. 곳곳에는 눈을 쓸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고, 아이들은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깔깔 대며 도보를 뛰어다녔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입에 걸렸다. 힘든 생활을 하는 사람이 대다수였지만, 이곳에는 삶의 활기라는 것이 있었다.


'사람이라고는 스승님밖에 없었던 곳에서 2년이나 지내서 그런가, 다시 보니 반갑군.'


그마저도 스승님은 무뚝뚝하기 짝이 없으셨으니, 사람이 그리워질 만한 때도 됐을지도 모른다.

그리 생각하며 마을에 진입하려는 순간이었다.


"이, 이봐!"


누군가의 부름에 고개를 돌아보았다.

가볍게 무장한 자경단원들이 창을 내밀고 있었다.

모두 익숙한 얼굴들이지만, 로브 후드를 깊게 눌러 쓰고 있어서 그런지 나를 못알아보는 눈치였다.


"무슨 일입니까."

"무, 무슨 일이냐니! 너, 너!"


자경단원들은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듯 보였다.


'아, 그러고보니.'


나는 깨달았다는 듯이 주먹으로 손바닥을 쳤다.


"이 녀석 때문에 그런가 보군요."


내가 손짓하자 뒤에 웅크리고 있던 블베가 곁으로 다가왔다.


"히, 히익!"


자경단원들은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소보다 더 큰 곰이 걸어오니 그럴법도 했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 녀석은 제 애완동물이니까요."

"무슨 개소리야! 곰을 애완동물로 키우는 녀석이 어딨어!"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손바닥을 펼쳐보았다.


"구우우"


블베가 그 큰 머리를 손바닥에 부비적거렸다.

그 모습을 보니 자경단원이 혀를 내둘렀다.

서커스도 아니고 곰이 사람을 따른다니, 놀랄만도 하다.


"이제 들어가도 되겠지요?"

"자, 잠깐. 아무리 그래도 너처럼 수상한 사람을 들여보낼 순 없어. 마을 사람들이 곰을 보면 얼마나 겁먹겠어?"

"케인 아저씨. 무슨 이방인 취급하시니까 섭섭하네요."

"응? 뭐. 너, 내 이름은 어떻게 알고 있는거야?"


자경단원이 눈을 끔벅였다.

나는 로브 후드를 벗어 보았다.


"저입니다."

"어디 낯이 익긴한데...."


자경단원들은 고개를 갸웃 거리며 내 얼굴을 꼼꼼히 살폈다.


"저 모르시겠습니까? 아론입니다."


하긴, 요 2년간 지옥같은 수련으로 인해 내 육체는 폭발적으로 성장해있었다.

이미 성인이나 다름 없는 육체, 성숙해진 외모는 고향 사람이라 할지라도 알아 보기 쉽지 않으리라.


"아, 아론?"

"아론이라면 피셔의 아들?"

"2년전에 갑자기 사라졌다는?"


한 참을 쳐다보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이는 자경단 아저씨들.

나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예. 피셔의 아들, 아론이 맞습니다. 얼른 부모님을 뵙고 싶은데,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무, 물론. 같은 마을 사람을 박해할 수는 없지. 하, 하지만, 아론아. 저 곰은 정말 괜찮은 것이냐?"

"이 녀석은 제 친구입니다. 사람을 해친 적도 없고, 먹지도 않습니다.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아, 알았다. 얼른 들어가보거라. 네 부모님이 너를 많이 걱정하고 있으니까."


나는 자경단 아저씨들을 뒤로 한 체 목책 너머, 마을 내부로 진입했다.


"꾸우! 꾸우!"


블베는 처음 보는 마을이 신기하기만 한지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우와, 곰이다."

"떽! 다가가면 안돼!"

"히익! 곰!"


물론 마을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기겁을 했다.

나는 블베가 깜짝 행동을 안하도록 신경쓰며, 기억을 더듬으며 우리 집으로 향했다.


'혹시 어머니나 아버지가 나를 못알아보면 어떻하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경단 아저씨들이 나를 못 알아본건, 그분들이 기억력이 나빠서가 아니다.

2년이란 시간은 짧진 않지만, 그렇다고 긴 시간은 아니다.

다만 내 모습이 워낙 변화했다.

키는 190 센티미터에 달하고, 발달한 근육은 전사로써 완성에 가까운 육체를 갖고 있다.

성장이 폭발적이니 얼굴 생김세도 조금 변해있었다.


'부모님이 나를 못알아보면 기분이 굉장히 묘할텐데....'


어느덧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왠지 모르게 초조한 기분이 되었다.

얼른 부모님을 뵙고 싶지만, 문을 열기가 괜스레 두려워진다.

문 고리에 손을 가져가려다가 멈추기는 몇 번.


"꾸워어~!"


배가 고팠던 것일까?

블베가 내게 앵겨왔다.


"야, 조용히 해, 임마. 조용."


나는 녀석을 밀치며 숨을 가다듬었다.

곰의 울음 소리는 작지 않다.

아마도 안에 계실 부모님도 들었을 터.

하는 수 없다, 일단 노크 부터 하려는 순간이었다.

끼익!


"아이 참, 무슨 소리지?"


문이 열린다.

아직 미모가 남아 있는, 그리운 외모의 중년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 당신은?"


여성이 내 얼굴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과거의 시간축에서는 이 시간대에 어머니는 이미 고인이셨다.

현재에 마지막으로 보았던 어머니의 모습은 침대에 누워 계셨던 모습이었다.

그러나 당신께서 지금 내 앞에 온전한 모습으로 계셨다.

가슴에 안개가 낀 것마냥 먹먹한 기분이 들었다.


'어머니.'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무언가가 목구멍에 붙박인듯한 답답한 기분이다.

그때, 어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론. 내 아들, 이제 돌아왔구나."

"저, 저를... 알아 보시겠어요?"


바로 그 순간, 어머니가 나를 껴안았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손길, 코끝에 감도는 엄마 냄새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나는 나도 모르게 어머니의 품속에 고개를 박았다.


"어머니!"

"아론!"

"구워어어어!"

"응?"


나를 껴안으시던 어머니의 손길이 멈춰지는게 느껴졌다.


"아, 아론."

"예?"

"고... 곰, 곰, 곰이...."


풀썩.

어머니의 육체에서 힘이 빠졌다.

그렇다.

기절하고 만 것이다.


"구워어!"


어딘지 모르게 탈력된 내 등에, 블베가 고개를 비볐다.


2.


다행히 집안에는 아버지도 계셨기에 상황은 금세 정리 되었다.

아버지 역시 블베를 보고 놀라기는 하셨지만, 어머니처럼 기절하지는 않으셨기 때문이다.


"오랜만이구나, 아들아. 잘 돌아왔다."

"아버지."

"편지 한 통 남기고 가출을 한 것은 혼을 내야 할 일이지만... 네 얼굴을 보니 그동안 적지 않은 경험을 한 듯 하구나. 남자는 모름지기 무엇이라도 겪어보고 느껴보아야만 하는 것이지. 네 뜻을 존중하는 의미로 너를 혼내지는 않겠다."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며, 아버지는 담담한 음색으로 말씀하셨다.


'호되게 혼날 줄 알았는데... 의외로군.'


블베는 뒷마당에 풀어놓은 상태였다.

피유- 피유- 하는 콧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오는 것이, 깔아준 볏짚에서 데굴 거리다가 잠이 든 모양이었다.

하긴, 원래 겨울 잠을 자야할 시기이니 말이다.


"밥은 먹었느냐."

"아직 안먹었습니다. 집밥을 먹고 싶어서요."

"하하, 조금 기다리거라. 오랜만에 왔으니 어미가 해준 밥을 먹어야지."

"예, 물론이죠."


잠시 후, 어머니가 깨어났다.

블베가 내가 키우는 애완 곰이라는 자초지종을 들은 어머니는 금방 이해해주신 듯 보였다.


"사람을 해치는 아이는 아니에요. 아직 두 살밖에 안된 녀석이고, 또 영물인지라 사람 말을 잘 듣거든요."

"그래도 곰은 산에서 키우는게 낫지 않겠니?"

"아니요. 어머니와 아버지를 위해 데려온 것이에요."


아버지가 고개를 갸웃 움직였다.


"그게 무슨 말이냐. 아론아."


나는 빵을 찢던 손을 놓았다.


"징병관이 마을에 와있지 않습니까?"

"그, 그걸 어떻게?"


아버지가 당황한듯 물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부모님을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냉수를 한 잔 들이키시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맞다. 황제 폐하께서 전 국토에 있는 가정당 남자 한 명을 무조건 입대시키라고 하시는구나. 기한은 이번주. 그래서 이 애비가 전장에 나가기로 결심했단다."

"아버지, 아직 지원은 하지 않으셨죠?"

"그렇긴 하다만...너, 혹시...."

"안됀다, 아론아. 넌 아직 열 다섯살이야. 아직 성인도 아니잖니."


어머니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 움직였다.


"내년이면 성인이잖아요."

"아론아. 이 아비를 못믿는 것이냐? 이래뵈도 아직 정정하다. 그런 곳에서 죽을 내가 아니다. 너는 어머니의 곁에 있거라."

"아버지."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번갈아 보았다.


"저는 말 할 수 없는 분에게 그동안 검술을 사사받고 왔습니다. 제가 무예를 갈고 닦은 이유는 저와 저희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에요. 블베는 제가 없는 동안 부모님을 지켜드리기 위해 데려온 것입니다."


부모님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들의 단호한 뜻을 알아 보았기 때문이리라.

실제로 나는 절대로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다시 돌아온 내가 첫 번째로 목표했던 일.

그건 바로 가족들의 죽음을 바꾸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전쟁에 나가야만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재능만렙 소드마스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조금만 쉬다가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74 17.05.26 4,977 0 -
공지 연재 재개 공지. +13 17.05.12 4,461 0 -
공지 공지사항 +8 17.04.13 7,992 0 -
공지 설정 변경 공지. +5 17.03.29 11,144 0 -
공지 읽으시면서 궁금한 점은 답글에 달아드립니다. +33 17.03.28 73,531 0 -
34 히포 평야 전투.(4) +44 17.05.22 13,450 482 8쪽
33 히포 평야 전투.(3) +25 17.05.18 15,520 526 8쪽
32 히포 평야 전투.(2) +20 17.05.17 16,480 539 7쪽
31 히포 평야 전투.(1) +37 17.05.16 19,398 609 11쪽
30 205부대(2) +53 17.04.29 29,287 827 9쪽
29 205부대 +40 17.04.27 29,201 887 7쪽
28 훈련소의 마지막. +37 17.04.25 30,740 882 7쪽
27 잭의 제안. +56 17.04.24 30,728 935 10쪽
26 교관 잭. +94 17.04.22 32,927 937 8쪽
25 훈련. +59 17.04.19 34,744 911 7쪽
24 입대하다. +110 17.04.14 38,207 1,006 7쪽
23 이별하다. +55 17.04.11 38,342 1,070 11쪽
» 재회하다. +57 17.04.10 40,690 1,137 9쪽
21 귀향. +84 17.04.08 40,383 1,156 11쪽
20 귀환. 그리고 이별. +39 17.04.06 39,551 1,088 7쪽
19 치료 약을 얻다. +88 17.04.04 39,956 1,050 10쪽
18 마나 블레이드를 익히다. +18 17.04.04 38,612 1,016 10쪽
17 제자로 받아들여지다. +54 17.04.02 39,490 1,057 7쪽
16 소드마스터와 만나다. +40 17.04.01 39,578 1,119 10쪽
15 사투. +45 17.03.31 39,731 954 12쪽
14 크루얼 베어. +40 17.03.29 40,440 949 8쪽
13 산맥으로. +33 17.03.28 41,680 996 8쪽
12 2년 후. +61 17.03.27 42,787 1,023 9쪽
11 친구. +44 17.03.26 43,647 988 9쪽
10 성장.(2) +30 17.03.25 43,595 966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