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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숨결의 소설 연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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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숨결
작품등록일 :
2017.03.23 02:54
최근연재일 :
2017.05.22 23:4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1,317,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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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02
글자수 :
125,924

작성
17.04.29 15:04
조회
29,287
추천
827
글자
9쪽

205부대(2)

DUMMY

1.


빰~빠라~빰빰.

기상 나팔 소리에 눈을 떴다.


"으윽, 졸려 죽겠군."


부대원들은 저마다 불평을 내뱉으면서도 침상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나 역시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났다.

침상 옆에는 온갖 잡화를 넣을 수 있는 2미터에 달하는 다목적 사물함, 관물대가 있었다.

나는 관물대에서 군청색으로 된 상의와 바지, 즉 제국 전투복을 꺼내 입었다.

서둘러 환복을 한 나는 침상 밑에 넣어둔 제국 전투화를 꺼내 신었다.


"야이 새끼야, 침상에 전투화 올리지 말라고 했잖아!"


옆자리의 신병이 침상위로 전투화를 올려 신자, 앞자리의 고참이 툭 쏘아 붙였다.


"흥, 이렇게 안하면 불편해 죽겠는데 뭔 상관이쇼?"


옆 자리의 신병, 베어가 피식 웃으며 주먹을 올려붙였다.

엿이나 먹으란 뜻이다.

고참의 표정이 썩었다.


'익숙하군. 예전에 내가 속했던 부대도 저랬는데.'


과거에 내가 속해 있던 넘버즈 부대도 저랬다.

숫자로 된 부대는 정식 부대가 아니다.

그저 소모품으로 쓰다 버릴 비정상적인 군대가 바로 넘버즈 부대다.

그러다보니 제대로된 상명하복도 지켜지지 않는 것이 많았다.

하극상에 가까운 짓만 아니라면 실상 상부에서도 묵인하고 있는게 현실이었다.


"이런 씹새가, 하(下)등병주제에 뒈지고 싶어?"

"헹, 이거나 까잡수쇼. 우리 부대에 하등병 중(中)등병이 어딨어?"


중등병인 고참이 벌떡 일어나 베어에게 다가가려 들었다.

베어 역시 지지 않고 소매를 올려 붙이려는 순간이었다.


"떨어져! 지금 뭣 들 하는거야?"


가장 안쪽에서 호통 소리가 떨어졌다.

그 주인공은 바로 우리 부대의 병사장인 벤이었다.

얼굴 한 쪽에 큰 흉터가 있어 사나운 인상을 지닌 그가 잔뜩 목소리를 깔고 소리치자 생활관 내에서 금새 공포 분위기가 조성됐다.

베어와 고참이 서로를 노려보다 이내 떨어졌다.

이미 환복을 마친 벤이 그 둘 사이로 다가갔다.


"조용히 하고 얼른 연병장으로 집합이나 해! 어지간한건 다 넘어가겠다만, 아침 점호에서 그러는건 용납 못하니까! 싸우고 싶으면 점호가 끝난 다음 하도록!"


그는 그리 말하고 바깥으로 향했다.


"흥, 부대장 나리께서 저리 말하는데, 좀 있다가 한 딱가리 어때?"

"미친 새끼, 좋다. 버르장머리를 고쳐주마."


베어와 고참은 서로를 노려보다 이내 다시 환복을 하러 돌아갔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나는 바깥으로 나갔다.

우루루.

생활관 앞은 커다란 연병장이 있었다.

그 곁에는 야트막한 언덕이 하나 있었는데, 미리 환복은 마친 병사들은 그곳에서 담배를 태우거나, 서로 잡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바로 옆에는 공동으로 쓰는 화장실이 있었는데, 굉장히 열악하고 관리도 되지 않아, 그곳에서 용무를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잠시 후.

10분쯤 지났을까?

제국군 본대가 있는 성 내에서 장교용 전투복 차림의 남자가 몇 명의 수행원과 함께 연병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류상으로 205부대의 지휘관을 맡고 있는 케서딘 대사였다.

제국 내의 군 병사 계급은 각기 하등병, 중등병, 상등병, 병사장에 그 위로 소사, 중사, 대사로 되어 있다. 그 위로 가면 준기사나 준남작과 같은 귀족 계급으로 볼 수 있었다.

즉 대사라면 평민 출신으로서는 가장 높은 계급이었다.


"음... 다들 모였나? 그럼 아침 점호를 실시하지."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케서딘 대사는 병사들을 죽 둘러보더니, 들고 있던 연명장을 치켜 들고 한 명씩을 호명했다.


"제이스! 케일! 나르!"

"예." "예" "예." "예."

"아론!"

"예."

"베어!"

"예."

".......하드론!"

"예!"

"음... 모두 이상 없군. 그럼, 오후에 전달사항이 하나 있을 예정이다. 그러니 어디 나가지들 말고 생활관 내에서 대기해주길 바란다. 이상."


케서딘 대사는 그리 말하곤 뒤로 돌아 다시 성으로 향하려 했다.

참으로 썰렁한 아침 점호였으나,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본대에서는 205부대를 정상적인 부대로 취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탈영 만큼은 용납하지 않았다.

이는 황제 폐하를 거역하는 반역행위로 발견 즉시 즉결심판을 내릴 정도였다.

뭐, 아무리 소모품이라지만 인적 자원을 잃고 싶지 않다는 뜻이리라.


"대사님!"


벤 부대장이 케서딘 대사를 불렀다.


"무슨 일인가 벤 병사장."

"아침 구보는 실시 합니까?"


케서딘 대사가 인상을 찌푸렸다.


"매일 귀찮지도 않나, 자네는? 아직도 돌아갈 수 있을거라 믿나보군... 뭐, 알아서 하게. 형식상 부대 지휘관은 나지만 실질적으로 지휘를 하는건 자네니까. 또 할 말은?"

"없습니다."

"그럼, 오후에 전달 사항을 받으러 지휘통제실로 오게."


케서딘 대사의 모습이 점차 멀어졌다.

벤은 인상을 찌푸리며 뒷통수를 긁적였다.


"뭐, 그렇다고 하시는군. 오늘 아침 구보도 희망 인원을 받도록 하겠다. 하고 싶은 사람은 앞으로 나오고, 나머지는 이만 해산 하도록."


그 말이 끝나자, 모여 있던 부대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벤은 착잡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럴만도 한게, 남아 있는 인원이 몇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열 명... 500명중에 열 명이 다 인가..."

"어쩔 수 없죠."

"뭐, 300명 이상이 지난 주에 들어온 신병들이니까요."


남아 있던 병사들은 벤과 친분이 있는지 정답게 말했다.

나는 그들을 슥 살펴보았다.

한 명은 아침에 베어와 다투었던 중등병이었다.

이름이... 척이라고 했던가?

그 곁에는 키스 중등병, 그 옆에는 우코 중등병....

나머지 모두 전투복 깃에 깃털 무늬가 2개씩 수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중등병들이었다.

물론 하등병의 경우에는 깃털이 하나다.

하여간 척 보면 안다고, 그들은 전부 전투를 겪어본 이들로 보였다.

못해도 두 번 이상.

때문에 체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으리라.

전쟁이 벌어지면 쉴 틈 따위는 없으니까.


"음? 그런데 자네는?"


벤은 누군가를 발견하고 눈을 크게 떴다.

바로 나였다.


"아론입니다. 어제 배치받았습니다."

"어제 배치 받았다고? 그렇다면 신병이란 이야기인데...."

"뭐가 잘 못 되었습니까?"

"아, 아니야. 아무래도 신병들은 부대 분위기만 보고 아침 구보를 피하려는 경향이 있으니까. 그러고보니 옆에는?"


벤은 내 옆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제보니 내 옆에는 신병이 세 명 이상 남아 있었다.


"흥, 이보쇼 부대장 나리. 뭔가 착각한 모양인데, 난 구보를 하러 온게 아니야. 저기 저 척이란 자식하고 담판을 지으려고 남아 있는 거라고."


한 명은 곰처럼 생긴 남자, 동기인 베어.

벤은 그를 무시하고, 그 옆의 신병들을 향해 물었다.


"자네들은?"

"이글. 그냥 몸을 움직여두고 싶어서. 안좋은 예감이 들거든."


또 한 명은 족제비처럼 사나운 인상의 남자, 마찬가지로 동기인 이글이었다.

갑작스런 반말에 벤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러나 구보를 하겠다는 신병을 말릴 마음은 없었나 보다.

곧바로 곁의 신병을 향해 바라본다.


"저, 저는 자이언트라고 합니다. 어제 배치된 신병입니다."


처음 보는 얼굴, 아직 앳된 인상의 소년이었다.


"자이언트? 그러기엔 생김세와 많이 안어울리는군."

"그, 어머니께서 저를 낳을때부터 미숙아라, 크게 자라라고 자이언트라는 이름을 붙여주셨습니다."

"흠, 그렇군."


벤은 고개를 몇 번 끄덕이더니 신병들을 향해 말했다.


"저기 생활관에 박혀 있는 쓰레기들과 달리, 너희는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그게 무슨 말이요?"


베어가 물었다.


"나와 여기 중등병들은 한 달전까지만 하더라도 204부대에 소속되어 있었다."


벤의 말에 베어와 이글이 고개를 갸웃 움직였다.

내 안색이 굳어졌다.


"그 말은... 한 달전에 204부대가 전멸했다는 말씀입니까?"


벤이 고개를 끄덕였다.


"똑똑하군. 이름이 뭐라고 했지?"

"아론입니다. 아론 하등병."

"아론 하등병의 말대로다. 204부대는 한 달전에 전멸했다. 그리고 알아둬라. 이타카 왕국은 결코 약소 왕국이 아니다. 제국이 그들을 과소평가하고 있기에 수많은 병사들이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 체 죽어가고 있다. 물론 그들의 태도가 옳은건 아니지만... 하여간 살아남고 싶으면 뛰어라! 훈련에 참가하고, 말고는 너희들의 자유지만... 살아남고 싶다면 말이다."


벤은 그리 말하며 앞서서 연병장을 달렸다.

중등병들이 그뒤를 따랐다.


"제길, 훈련 따위를 하려고 한게 아닌데...."


베어는 궁시렁거리더니 그 뒤를 따라 달렸다.

그럴만도 한 것이, 사나운 인상의 벤이 워낙 진지하게 말하니 마음에 걸렸던 것이리라.

물론 나도 그들의 뒤를 따라 달렸다.

아마도 오후에 있을 전달사항이란 다음 침략에 대한 내용일 것이다.

그렇다면 전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

그 전에 조금이라도 기초 체력을 쌓아둬야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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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히포 평야 전투.(1) +37 17.05.16 19,399 609 11쪽
» 205부대(2) +53 17.04.29 29,288 827 9쪽
29 205부대 +40 17.04.27 29,202 887 7쪽
28 훈련소의 마지막. +37 17.04.25 30,741 882 7쪽
27 잭의 제안. +56 17.04.24 30,728 935 10쪽
26 교관 잭. +94 17.04.22 32,927 937 8쪽
25 훈련. +59 17.04.19 34,744 911 7쪽
24 입대하다. +110 17.04.14 38,207 1,006 7쪽
23 이별하다. +55 17.04.11 38,343 1,070 11쪽
22 재회하다. +57 17.04.10 40,690 1,137 9쪽
21 귀향. +84 17.04.08 40,383 1,156 11쪽
20 귀환. 그리고 이별. +39 17.04.06 39,552 1,088 7쪽
19 치료 약을 얻다. +88 17.04.04 39,956 1,050 10쪽
18 마나 블레이드를 익히다. +18 17.04.04 38,613 1,016 10쪽
17 제자로 받아들여지다. +54 17.04.02 39,490 1,057 7쪽
16 소드마스터와 만나다. +40 17.04.01 39,578 1,119 10쪽
15 사투. +45 17.03.31 39,731 954 12쪽
14 크루얼 베어. +40 17.03.29 40,440 949 8쪽
13 산맥으로. +33 17.03.28 41,681 996 8쪽
12 2년 후. +61 17.03.27 42,787 1,023 9쪽
11 친구. +44 17.03.26 43,647 988 9쪽
10 성장.(2) +30 17.03.25 43,596 96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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