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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숨결의 소설 연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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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숨결
작품등록일 :
2017.03.23 02:54
최근연재일 :
2017.05.22 23:4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1,317,859
추천수 :
32,102
글자수 :
125,924

작성
17.03.29 22:14
조회
40,440
추천
949
글자
8쪽

크루얼 베어.

DUMMY

1.


낡은 칼 한자루.

무딘 검날이 사과 껍질도 못깎을 만큼 허름한 장검이다.

이게 그동안 모은 품삯으로 내가 구매할 수 있었던 유일한 검이었다.

사실 소작농 품삭이라고 해봤자 얼마 되지도 않고,

쇠로 된 물건이란 애초에 워낙 비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당장에는 이런 허름한 칼 한 자루라도 있는게 나았다.

아르케이보 산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말이다.

전재산을 탈탈 털어 필요한 도구를 모두 구매한 나는 곧장 산맥을 향했다.

평상시처럼 아르케이보 산을 타고, 훈련장을 넘어, 보다 깊숙한 곳까지 들어섰다.

산세는 점차 가파러졌다.

몇 시간이고 산을 탔지만 저 멀리 능선이 수십개나 보였다.

그만큼이나 산맥이 광활하다는 뜻이었다.

첩첩산중.

이 말이 무엇보다 잘 어울리는 광경이었다.


'아버지는 이런 드넓은 곳에서 약초를 찾기 위해 얼마나 고생하셨을까.'


과거에 모든 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홀로 산맥에 들어가셨다.

무술을 배운 것도 아니고, 따로 사냥을 잘 하는 것도 아닌 아버지.

그분은 어떻게 목숨만 살아남아 돌아오셨다. 그 이후로 술에 젖은 폐인이 되셨다.

어머니를 살리지 못했다는 부담감이 그분을 그리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내가 어머니를 구할 거야. 반드시, 아세트를 찾아서.'


아세트는 희귀한 약초다.

그 약초 한 뿌리 찾으려고 이 산맥을 모두 이잡듯 뒤질 수는 없었다.

내가 아무리 실력에 자신이 있어도, 지금은 고작 열 세 살의 어린애에 불과하니까.

오우거나 트롤같은 마수(魔獸)가 모습을 드러낸다면?

지금 내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아무리 스킬의 숙련도가 높다 하더라도, 기본적인 육체의 강함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인 점이 하나 있었다.


'아세트는 크루얼 베어가 좋아하는 풀이지.'


바로 과거의 내가 아세트에 대한 정보를 많이 수집해 놓았다는 점이었다.

후회란 감정은 쓸데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을 무리하게 만드는 감정이었으니까.

크루얼 베어.

아르케이보 산맥에 살고 있는 마수의 이름이다.

사실 마수라고 해도 별 달리 무서운 종류는 아니다.

이름처럼 단지 곰에 불과하니까.


'크루얼 베어의 흔적을 찾아야 해. 놈들은 거주하는 동굴에는 아세트가 자라고 있을 확률이 높으니까.'


2.


나는 낮에는 자고, 밤에는 걸었다. 불침번도 없는 혼자 몸. 밤에 잠을 자는건 위험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잠재력의 영향일까? 다행히 체력에는 문제가 없었다. 시력도 좋아져서 밤의 산을 걸으면서도 불편한 점이 따로 없었다.

삼 일째 되는 날, 드디어 크루얼 베어의 흔적을 찾아냈다.

내 눈앞에는 반쯤 부패한 고깃덩어리가 놓여 있었다.


'이건... 고블린인가?'


그건 시체였다.

원형을 찾아보기 힘들게 일그러진 시체.

짐승이라면 이곳 저곳 뜯어 먹힌 자국이 보일 것이고,

몬스터 끼리의 싸움이라면 상대가 죽었을 때 공격을 멈췄을 것이다.


'찾았다. 크루얼 베어의 흔적.'


크루얼 베어가 마수라 불리우는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놈은 곰답게 잡식성 동물이다. 풀을 뜯기도 하고, 꿀을 마시기도 한다. 이따금은 사냥을 나서기도 한다.

문제는 놈이 가진 잔인한 심성때문이었다.

야수는 배가 부르면 사냥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크루얼 베어는 배가 불러도 사냥을 나섰다. 단지 생물을 죽이기 위해 돌아다니는 것이다.

그 이유는 나도 잘 몰랐다.

원래는 엘프들이 사역하던 종족이 저주를 받아 그렇게 되었다고는 하는데, 사실 관심 밖의 일이었다.

당장 내 관심사는 오직 하나.

아세트 뿐이었다.

나는 시체의 근처를 샅샅이 뒤져서 크루얼 베어의 흔적을 재차 찾았다.

나무 그늘 아래 쌓인 낙엽 따위의 퇴적물에 부드러워진 땅.

거기에 큼지막한 발자국이 하나 찍혀 있었다.


'찾았다.'


나는 눈을 빛냈다.

이 발자국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3.


발자국은 끝없이 이어졌다.

한 번은 흔적을 놓칠뻔 한 적도 있지만, 계속 수색을 하다보니 점차 일이 능숙해졌다.

혹시나 하고 스킬 창을 열어보니 '수색'이란 스킬이 생겨나 있었다.

고작해야 별 반개짜리 기본 스킬. 하지만 자연스레 숙련도가 레벨이 9가 되어있었다.


'모르긴 하더라도 이정도만 되어도 어지간한 사냥꾼 이상의 추적 능력은 갖게 되었다는 뜻이겠지.'


나는 정신을 집중하며 놈의 뒤를 쫓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놈의 거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저곳이다.'


거대한 암벽의 밑으로 하나의 동굴이 보였다.

슬쩍,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크루얼 베어는 야행성의 동물.

놈이 지금 안에서 자고 있을까?

아니면 바깥에 있다가 곧 돌아오고 있는 중일까?

고블린의 시체는 못해도 하루 전에 생긴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 발자국이 얼마나 된 발자국일까.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크루얼 베어와 전면으로 싸우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당장 일반 곰과 싸우는 것도 위험천만한 일이다.

내 기술에 대한 자부심은 있었지만 굳이 일을 위험하게 할 필요는 없었다.

크루얼 베어는 일반적인 곰 보다 배는 강한 놈이었다.


'일단...여기서 기다려봐야겠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긴 해야하니까.'


일단 냄새를 숨기기 위해 젖은 흙을 온몸에 치덕치덕 발랐다.

땅에 납작 엎드리고, 근처의 낙엽을 등 위에 뿌려놓았다.

어설프지만 상관 없었다.

내 예상이 맞다면....


[새로운 스킬을 배웠습니다.]


[하급 은신술][☆]


[타입 : 은신]


[숙련도 : Lv 9]



'그렇지.'


역시 예상대로다.

기술이라고 할 수도 없는 조악한 짓이지만, 어찌되었건 이것도 은신이다.

당연히 은신술의 레벨도 9가 되었다.

별 반개짜리 스킬이라 할지라도 숙련도가 9쯤 되면 제법 쓸만해진다.

아마 다른 맹수에게도 발각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놈이 안에 있다면, 오늘 해가 지면 나올 것이다.

안에 없다면, 곧 바깥에서 들어올 것이다.

둘 중 어느쪽이어도 상관없었다.

놈이 바깥으로 나가는 순간, 동굴 안을 탐색하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나는 숨을 죽이고 동굴을 바라보았다.


4.


세상이 주홍색이 되었다.

황혼의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그 사이 나는 바싹 엎드린 그곳에서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다.

행여나 크루얼 베어가.

혹은 다른 마수가 나를 발각하고 습격해올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놈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렇다는 말은 동굴 내부에 있다는 뜻. 해가 완전히 지면, 곧 바깥으로 나올거야.'


인내. 계속 인내했다.

답답하고, 힘들다.

하지만 참을 수 있었다.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그렇게 다시 시간이 흘렀다.

산이 다시 검게 물들었다.

쿵, 쿵, 쿵.

땅바닥에 몸을 대고 있었기에, 얕게 울리는 소리가 몸 전체를 통해 느껴졌다.


"쿠으으으...."


동굴에서 갈색 털의 곰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루얼 베어.

듣던대로 보통 곰보다 두 배는 큰 몸집의 괴물이었다.


'저런 놈과 싸웠다면 뼈도 못추리겠군.'


쿵, 쿵.

놈은 느긋한 움직임으로 주변을 두리번 거리더니, 이내 성큼성큼 걸어 바깥으로 향했다.

문제는 그곳이 바로 내가 엎드려 있는 곳이라는 점이었다.


'제발. 제발 내가 있는 쪽으로는 오지 마라.'


두근두근.

심장이 급하게 뛰었다.


'발견되면 어떻게 해야하지?'


은신에 문제는 없을 것이다.

비록 조악한 것이지만 레벨 9의 은신술이니까.

하지만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쿵, 쿵.

그러는 사이에 크루얼 베어가 내가 있는 쪽에 거의 도달해 있었다.


'제발....'


나는 속으로 빌며 눈을 감았다.

행여나 달빛이 눈에 비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쿵...쿵....

발자국 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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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05부대 +40 17.04.27 29,202 887 7쪽
28 훈련소의 마지막. +37 17.04.25 30,741 882 7쪽
27 잭의 제안. +56 17.04.24 30,729 935 10쪽
26 교관 잭. +94 17.04.22 32,927 937 8쪽
25 훈련. +59 17.04.19 34,745 911 7쪽
24 입대하다. +110 17.04.14 38,207 1,006 7쪽
23 이별하다. +55 17.04.11 38,343 1,070 11쪽
22 재회하다. +57 17.04.10 40,690 1,137 9쪽
21 귀향. +84 17.04.08 40,384 1,156 11쪽
20 귀환. 그리고 이별. +39 17.04.06 39,552 1,088 7쪽
19 치료 약을 얻다. +88 17.04.04 39,956 1,050 10쪽
18 마나 블레이드를 익히다. +18 17.04.04 38,613 1,016 10쪽
17 제자로 받아들여지다. +54 17.04.02 39,491 1,057 7쪽
16 소드마스터와 만나다. +40 17.04.01 39,578 1,119 10쪽
15 사투. +45 17.03.31 39,732 954 12쪽
» 크루얼 베어. +40 17.03.29 40,441 949 8쪽
13 산맥으로. +33 17.03.28 41,681 996 8쪽
12 2년 후. +61 17.03.27 42,788 1,023 9쪽
11 친구. +44 17.03.26 43,648 988 9쪽
10 성장.(2) +30 17.03.25 43,596 96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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