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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숨결의 소설 연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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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숨결
작품등록일 :
2017.03.23 02:54
최근연재일 :
2017.05.22 23:4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1,317,843
추천수 :
32,102
글자수 :
125,924

작성
17.03.28 18:00
조회
41,680
추천
996
글자
8쪽

산맥으로.

DUMMY

집으로 가는 길은 한적했다.

아직 이른 점심.

대부분은 일을 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지금 집에가면 아무도 없을테니, 일단 단련이라도 더 해둘까?"


부모님이 돌아오시기에도 이른 시간이란 뜻.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아쉬우니,

돌아가면 마당에서 검술 수련이라도 할 요량으로 걷고 있던중이었다.


"아론! 아론!"


고개를 돌려보니 하티가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하티?"


나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하티는 2년 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아이 치고는 어깨도 딱 벌어져 있고, 몸에도 제법 근육이 붙어 있는 편이었다.

단련과 농사일을 반복하다보니 체력도 그 나이 답지 않게 탄탄한 편이었다.

그런데 숨을 저렇게 못 쉴 정도라니.... 얼마나 급한 일이길래?


"허억! 허억! 크, 큰일이야."

"일단 숨좀 돌려, 하티. 그러다 쓰러지겠다."

"미, 미안. 카일씨의 밭까지 갔는데, 네가 없길래...."


그제야 의문이 풀렸다. 하티가 일하는 농장은 카일 씨의 농장과는 정 반대편에 있다.

나를 찾으러 농장에 갔다가, 내가 없으니 다시 우리 집 까지 달려온 것이리라.


"그, 그게. 어른들이 그러는데, 나, 나미르 아주머니가 쓰러지셨데."

"...뭐?"


나미르는 어머니의 이름이었다.


"그게 정말이야?"

"으,응! 샌슨 아저씨가 얼른 너에게 전해주라."

"...드디어 올게 왔군."

"응?"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하티 전해줘서 고맙다."


나는 하티의 어깨를 두들겨주곤, 그대로 전력을 다해 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마당을 지닌 초라한 집 한 채가 보였다.

지체하지 않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덜컥.

집 안 공기는 무거웠다.


"여보, 여보. 괜찮소?"


익숙한 목소리가 침실에서 들려왔다.

나는 서둘러 그곳으로 향했다.

낡은 침대 위에 어머니가 누워있고, 아버지는 그 옆에 끓어 안아 어머니의 손을 잡고 계셨다.


"아버지!"

"오, 아론. 돌아왔구나."

"어, 어머니는요?"


아버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모른다는 뜻이리라.


"잘 모르겠다. 일을 하다보니 갑자기 쓰러져서... 벌써 십분도 넘었는데 아직도 일어나지 않는구나."

"어머니...."


가까이서 본 어머니의 얼굴은 편안해보였다. 하지만 안색이 푸른 빛을 띄고 있었다.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다.


'옛날과 똑같아.'


나는 아버지의 옆에 끓어 앉으며, 고개를 침대에 묻었다.

지난 2년간, 망각의 바다속에 파묻혀있던 기억의 편린들이 재차 떠올랐다.

틀림 없는 라프테아 병이다.

어머니를 죽음으로 몰고 갔던 바로 그 병.


'...아니, 이번 생에서는 그렇게 두지 않겠어. 반드시.'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모습을 보았는지,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긴장할 것 없다, 아론. 다 괜찮아 질거야. 자크가 상태를 봐준다니, 어떻게든 될거야."


침대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기에, 아버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기에 목소리는 더욱 생생하게 들려왔다.

누구보다 어머니를 걱정하시면서, 사랑하는 아들을 진정시키려는 부정(父精)이 진득히 느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크 아저씨가 도착했다.

그는 마을에 있는 약재상으로, 어느정도 의술에 능통한 남자였다.

어머니의 상태를 유심히 살펴본 자크 아저씨가 입을 열었다.


"후, 이보게, 피셔. 마음의 준비를 해야 될 것 같네."

"무, 무슨 소린가?"


자크 아저씨는 눈썹을 가로모으며 말했다.


"이 병은 라프테아 병일세."

"라프테아 병이 뭔가?"

"자네 부인은 다른 지방 사람이지?"

"그, 그렇네."

"그 지방이란 이타카 왕국 쪽이겠지?"

"어떻게 알았나? 맞네. 나미르는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이타카로 망명했었다네. 그게 무슨 상관인가?"

"글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타카 지방에 있던 사람들이 우리 제국으로 망명했을 때 자주 걸리는 병이 바로 라프테아라네. 아마도 병의 원인이 되는 것이 제국 사람들에게는 내성이 있는 것이, 이타카 사람들에게는 없는 것이겠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라, 라프테아 병에 걸리면 어떻게 되는건가?"


자크 아저씨가 안색을 굳히며 말했다.


"라프테아 병에 걸린 사람은 하루에 2시간에서 3시간 정도 밖에 깨어있지 못하네. 시간대도 항상 변해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지. 그런 생활이 일 년, 길게는 이 년가까이 가면 몸의 기력이 다해서 죽는다네."

"...그, 그럼 치료 방법은?"


자크 아저씨는 고개를 잘레잘레 저었다.


"치료 방법이 없는건 아니지만 지금 자네의 사정으로는 꽤 힘들걸세. 라프테아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필요하네. 한 가지는 사제를 초빙해와서 '리커버리'마법을 받는 것일세."

"사제라고! 자네도 사제를 초빙할 때 드는 비용이 얼마인지는 알고 있지 않나?"


아버지가 눈을 크게 뜨고 소리쳤다.


"...남은 한 가지 방법은 사제보다 더 어렵네. 치료약을 구매하는 것이지."

"치료약? 그런게 있나? 그건 얼마면 되는가?"

"라프테아 병의 치료약은 시중에서 판매되는게 없네. 오직 우리 약재상들만이 조합해서 만들 수 있지. 다만, 다른 재료는 나도 다 구비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핵심 재료가 없네."

"핵심재료?"

"그렇네. 바로 아세트일세."

"아, 아세트."


아버지가 입을 벌리고, 자리에서 쓰러졌다.

아세트.

수많은 치료약에 들어가는 고급 약초를 말한다.

그러나 아세트는 인공 재배가 불가능한 식물이다.

대륙에서 유일하게 한 곳.

아르케이보 산맥에서만 찾을 수 있는게 바로 아세트였다.


"...자네도 알고 있겠지? 아세트는 부르는게 값인 약초일세. 차라리 신관이나 사제를 초빙해오는 것이 더 빠를 것이야."

"그...그럴리가."


아버지의 몸이 쓰러졌다.

자크 아저씨는 고개를 잘레잘레 흔들었다.

안쓰러운 표정을 짓고 있지만, 그뿐이었다.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리라.

그 역시, 이 시골 마을의 가난한 약재상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자크 아저씨가 나간 뒤, 나는 간단하게 식사 준비를 했다.


"아버지. 식사라도 하세요."


빵과 스프. 간단한 식사를 마친 다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버지."

"...왜, 왜 그러느냐?"

"제가 일한 만큼의 돈. 그거 지금 받을 수 있을까요?"

"...돈 말이냐? 그래, 잠시만 기다려보거라."


아버지는 스프를 먹는둥 마는둥하며 대답했다.

거의 혼(魂)이 빠져 나간 듯한 모습이었다.

아버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 서랍을 뒤적거리더니 이내 주머니 하나를 가져와 내게 내밀었다.


"가져가거라."

"제가 왜 돈이 필요한지는 묻지 않으세요?"


아버지는 절망스런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론, 내 아들이지만 너는 우리와 다르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구나. 열 세살 밖에 되지 않은 녀석이, 벌써부터 농사 일을 어른보다 잘한다고 명성이 자자하다. 그리고 너는 또래들과 달리 속이 깊은 아이지. 단 한 번도 투정을 부린 적도, 떼를 쓴 적도 없다. 아버지는 너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건 저기 누워 있는 네 어머니도 마찬가지다."


아버지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우리는 너를 믿는단다. 너는 좋은 아이야. 그리고 그 돈은 네가 번 돈이란다. 너는 아이고, 우리는 어른이라 잠시 맡아두기는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돈을 한 푼도 쓰지 않았단다. 네가 쓰고 싶은대로 쓰거라."


씁쓸한 말. 하지만 그 속에는 나를 향한 사랑이 깊게 묻어나왔다.

나는 말 없이 돈 주머니를 받아 들고 바깥으로 나왔다.

문 앞으로 향하며 말했다.


"...며칠, 며칠 집에 들어오지 않을지도 몰라요."


그게 무슨 소리냐? 뒤에서 아버지의 물음이 들려왔다.

그러나 나는 대답하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나는 결심을 맺은 상태였다.


'지금의 나라면 할 수 있다. 아르케이보 산맥에서 아세트를 찾는 일을.'


나는 곧장 대장간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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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히포 평야 전투.(1) +37 17.05.16 19,399 609 11쪽
30 205부대(2) +53 17.04.29 29,287 827 9쪽
29 205부대 +40 17.04.27 29,202 887 7쪽
28 훈련소의 마지막. +37 17.04.25 30,740 882 7쪽
27 잭의 제안. +56 17.04.24 30,728 935 10쪽
26 교관 잭. +94 17.04.22 32,927 937 8쪽
25 훈련. +59 17.04.19 34,744 911 7쪽
24 입대하다. +110 17.04.14 38,207 1,006 7쪽
23 이별하다. +55 17.04.11 38,342 1,070 11쪽
22 재회하다. +57 17.04.10 40,690 1,137 9쪽
21 귀향. +84 17.04.08 40,383 1,156 11쪽
20 귀환. 그리고 이별. +39 17.04.06 39,552 1,088 7쪽
19 치료 약을 얻다. +88 17.04.04 39,956 1,050 10쪽
18 마나 블레이드를 익히다. +18 17.04.04 38,612 1,016 10쪽
17 제자로 받아들여지다. +54 17.04.02 39,490 1,057 7쪽
16 소드마스터와 만나다. +40 17.04.01 39,578 1,119 10쪽
15 사투. +45 17.03.31 39,731 954 12쪽
14 크루얼 베어. +40 17.03.29 40,440 949 8쪽
» 산맥으로. +33 17.03.28 41,681 996 8쪽
12 2년 후. +61 17.03.27 42,787 1,023 9쪽
11 친구. +44 17.03.26 43,647 988 9쪽
10 성장.(2) +30 17.03.25 43,595 96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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