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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숨결의 소설 연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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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숨결
작품등록일 :
2017.03.23 02:54
최근연재일 :
2017.05.22 23:40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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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7,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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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02
글자수 :
125,924

작성
17.03.31 18:11
조회
39,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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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사투.

DUMMY

꿀꺽.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발자국 소리가 다가올수록, 짐승 특유의 누린내가 풍겼다.

혹시나 숨 쉬는 소리가 들릴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숨도 멈추었다.

발자국 소리가 점차 가까이 들려왔다.


'제발.'


발각되면 큰일이다.

지금의 내 능력으로는 크루얼 베어와 사투를 벌여 승산을 장담할 수 없다.

그만큼 크루얼 베어는 강하다.

돈이라면 환장을 하는 용병이나 사냥꾼들도 확실한 인원과 장비가 없으면 크루얼 베어를 상대하지 않을 정도였다.

...놈의 발자국 소리가 재차 들려왔다.

쿵. 쿵.

조금씩 가까워진다.

지척이다.

쿵. 쿵.


'....'


미간을 찌푸릴 정도로 주변 감각에 모든 걸 집중한다.

쿵. 쿵.. 쿵...


'됐다.'


나는 속으로 환호를 질렀다.

놈의 발자국 소리가 점차 멀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조금 더,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감각이 예민한 크루얼 베어가, 무슨 소리를 듣고 다시 되돌아올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된다.

나는 일 분정도 더 기다렸다.

발자국 소리가 아주 희미하게 들려올 때쯤.

스윽.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났다.


'슬슬 갔나보군. 그럼 가볼까.'


나는 눈 앞의 동굴로 향했다.

발자국 소리를 죽이고, 살금살금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어두웠다.

그리고 역한 냄새가 풍겼다.

누린내와 비린내가 섞인 괴이한 냄새.


'이 내부에 아세트가 있을거야. 놈이 돌아오기 전에 찾아야해.'


나는 어둠에 파묻힌 동굴 내부를 훑듯이 살폈다.

조금 들어가자 천당에 뻥 뚫린 공간이 나왔다.

한 가운데 호수가 있고, 양옆으로 길이 있어 도넛 형태의 돔 공간이었다.


'저건가?'


내가 들어선 곳의 끝에 우묵하게 파여 있는 공간이 보였다.

나는 저곳이 크루얼 베어가 동면을 취하는 곳이라는걸 알아차렸다.

과거에 아세트에 대해 알아보며, 동시에 크루얼 베어에 대해서 나름 공부했다.

어머니를 구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나에게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재빨리 그곳으로 향했다.

어두운 구덩이 속.

달빛에 비춰, 희미한 질량을 가진듯한 그 옅은 어둠속에 하트 모양의 잎을 가진 풀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아세트다.'


한 뿌리로도 고가의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는 약초.


'곰이 돌아오기 전에 얼른 캐가자.'


나는 미리 가져온 가방에서 호미를 꺼내곤 아세트를 향해 다가갔다.

아삭아삭.


'응?'


옆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풀을 캐먹는 듯한 소리.


"뭐지?"


나는 자연스레 소리가 들리는 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

털뭉치 같은 것이 손 끝에 잡힌다.

부드러운 감촉을 가진 그것이 소리쳤다.


"쁘이익! 쁘익!"


어둠속에 숨어 있던 놈은 가느다란 비명소리를 내질렀다.

동시에 후다닥, 땅을 박차며 구덩이 바깥으로 나갔다.

달빛에 모습을 드러낸건 새끼 곰이었다.


'크, 크루얼 베어의 자식인가?'


보통 새끼 곰이 어린아이만 하다면, 놈은 그 배는 컸다.

하지만 아직 어린놈이라 그런지 겁에 질린듯 보였다.

그러고보니 나에게 이 정보를 주었던, 전직 사냥꾼 출신인었던 용병에게 크루얼 베어의 새끼들은 아세트 초를 뜯어먹는다고 들었던 기억이 났다.

원래 엘프의 사역수 였던 시절, 온갖 영초만 먹고 자란 놈들이라 그랬다나 뭐라나.


'일단 겁이 많아 보이니, 얼른 약초만 캐서 이곳에서 나가야겠다.'


당장 급한건 아세트다.

난 호미로 얼른 약초를 캤다.

달칵, 달칵.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약초를 캐는건 무진장 어려운 일이었다.

더군다나 나는 약초 캐는 일 따위는 해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상관 없다.

내게는 재능이 있으니까.


[새로운 스킬을 습득하였습니다.]


역시.

스킬창을 보니 '풀 캐기'의 숙련도가 레벨이 9가 되어 있는게 보였다.

나는 다시 한 번 약초를 캐보았다.

이번에는 방금 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일이 진행되었다.


'좋아.'


그렇게 약초를 캐서 옆에 두고 있을 때였다.


"쁘이...삐이삐이."


화들짝.


"까, 깜짝이야."


갑작스레 들려온 소리에 옆을 쳐다봤다.

아까 도망쳤던 새끼 곰이 어느사이에 옆에 와있었다.

놈은 내 냄새를 맡다가 이내 캐서 옆에 놓았던 약초를 향해 달려들었다.

아삭아삭.

태평스레 약초를 캐먹는 녀석.


"야, 그러지마, 이녀석!"


나는 놈을 밀쳐도보고 호통도 쳐봤다.

하지만 요지부동.

놈은 어른 팔뚝만한 아세트 초에 코를 박고 쳐먹기만 바빴다.


"이런 제길, 그건 우리 어머니 드릴거란 말이다!"


죽일까?

잠시 고민했다.

방해가 되니 죽이는게 나을 것이다.

그러나 고개를 흔들었다.

마수라고는 하나 아직 새끼에 불과하다.

나는 과거에 부모를 잃어보았다.

때문에 알고 있다.

그 고통이, 그 슬픔이.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는 상실감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

금수라고는 하나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닐 터다.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다른 이의 자식을 죽인다?

그럴 수는 없었다.


"저리가, 녀석아!"


하는 수 없이 놈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밀었다.

그리고 놈이 파먹고 있는 약초를 제외한, 나머지 약초를 천으로 감싸 배낭 안에 집어 넣었다.

아삭아삭, 와자작.

놈이 약초를 캐먹는동안 나는 나머지 약초를 모두 챙겼다.

그 수는 서른 뿌리가 넘었다.

치료제를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양이 들어가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정도면 충분하리라.


'좋았어. 이제 가볼까.'


내가 배낭을 챙기고 밖으로 나가려 할 때였다.


"쁘익, 쁘이익!"


새끼 곰이 내 뒤를 쫄랑쫄랑 쫓아왔다.

들고 있던 아세트 초는 온데간데 없고, 내 배낭쪽에 코를 킁킁거리는게 약초 냄새를 맡은 듯 했다.


"안돼. 이건 내꺼야."


난 손사새를 치며 새끼 곰을 밀었다.

그리고 얼른 동굴 밖으로 달렸다.


"삐이익! 삐이익!"


이런 제기랄.

새끼 곰이 내 뒤를 필사적으로 쫓아왔다.

귀여운 울음 소리, 하지만 나는 공포를 느꼈다.


'크루얼 베어가 돌아오면 안되는데!'


크루얼 베어의 청각은 굉장히 뛰어나다.

괜히 내가 숨도 참은 것이 아니었다.

특히나 새끼의 울음소리는 멀리서도 정확히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하는 수 없지.'


녀석이 원하는건 아세트 초다.

그럼 하나를 던져주고 그걸 미끼 삼아 도망치는게 나을 것이다.

이녀석과 씨름하다가 어미가 돌아오면 큰일이니까.

배낭을 열고 아세트 초 하나를 집었다.


'....'


잠깐 고민 된다.

이 약초 하나면 꽤 큰 돈이 된다.

그런걸 이런 놈에게 그냥 줘도 될까?


'에이, 하는 수 없지. 크루얼 베어와 싸우는 거보다는 훨씬 나으니까.'


눈물을 삼키며 약초를 하나 집어 던졌다.


"삐삐! 삐익!"


놈은 얼른 약초를 받아 뜯어 먹기 시작했다.


'이때다!'


나는 그대로 동굴 바깥까지 도망갔다.

숨을 몰아쉬며 미친 듯이 달렸다.

행여나 크루얼 베어가 돌아올 지도 모른다는 공포때문이다.


'하지만 이쯤 까지 도망갔으면 안심이지.'


나는 숨을 고르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다행이다.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였다.


"삐이!"


...삐이?

나는 소리가 들려온 곳을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새끼 곰이 약초를 질겅질겅 씹으며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삐이! 삐이!"


배낭에 다시 코를 박는 녀석.


'나, 낭패다.'

"이, 일단 조용히! 조용히 해!"


그러나 내 바램에도 상관 없이 새끼 곰은 계속해서 울어재끼며 배낭 냄새를 맡고 있었다.

큰일이다.

이러다가 어미가 도착하기라도 하면....

쿵.

그러나 불안은 현실이 되었다.

쿵.

땅을 살짝 울리는, 들어본 바 있는 발자국소리다.

사삭.

수풀 사이로 거대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크루얼 베어였다.

처음에는 아무 말도 없었다.

놈은 나와 새끼 곰을 번갈아보았다.

주둥이를 벌린다.


"크워어어어!"


젠장, 좋게 넘어가긴 글렀군.

나는 칼을 뽑아 들었다.

쿵. 쿵.

크루얼 베어의 몸집은 3미터에 달한다. 성인 남성보다 머리 네 개는 더 크다는 얘기다.

그런 거구가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공포가 샘솟았다.

마수가 뿜어대는 압박감에 온몸이 경직된다.

하지만 움직여야 했다.


"크워!'


크루얼 베어의 앞발이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덩치에 비해 빠른 속도.

무시무시한 앞발에 한 번이라도 가격당하면 무사하지는 못할 것이다.

때문에 나는 뒤로 물러나며 그 공격을 피했다.

공격을 하고 난 다음에는 반드시 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나는 그 틈을 노려 크루얼 베어를 향해 달려들었다.

검을 거칠게 뿌린다.

수없이 베어보았던 참격이 크루얼 베어의 팔뚝을 베었다.

팍!

그러나 감촉이 좋지 못하다.

가죽이 두껍다.

이런 무딘 칼로는 도저히 벨 수 없을 만큼.


"워어어!"


놈이 포효했다.


2.


"허억, 헉, 헉!"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다.

숙련된 곰 사냥꾼조차도 꺼려한다는 크루얼 베어와 고작해야 열 세살 짜리 소년의 싸움.

도저히 승산이 보이지 않는 싸움이다.

하지만 나는 이겼다.


"크르르...크륵...."


크루얼 베어는 가래 끓는 소리를 내며, 피를 쏟았다.

놈은 충혈된 눈으로 나를 쏘아보며, 재차 움직이려 했다.

그러나 몸이 제 멋대로 움직이지 않는 듯 했다.

당연하다.

아무리 무딘 칼이라 해도 수십 번도 넘는 참격을 먹였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것이리라.


'마무리를 지어야 해.'


피에 젖은 검을 들고 곰을 향해 다가갔다.

내 상태도 정상은 아니었다.

복부에 두 번의 공격을 허용하고,

놈에게 매달렸다가 땅에 내려 찍힌 적도 있었다.

피를 쉴 세 없이 흘렸고,

숨을 쉬기 힘든 것으로 보아 갈비뼈도 부서진 듯 했다.

지금 마침표를 찍어야한다.

크루얼 베어는 마수.

이름처럼 잔인한 심성을 지녔다.


"크르륵...."


나는 크루얼 베어를 노려보며 검을 치켜 들었다.

미간을 노리며 내려 찍으면....

바로 그 순간이었다.


"삐이잉! 삐이!"


타다닥.

둥그런 새끼곰이 달려와 어미의 품에 코를 박았다.

막, 내려가려던 손이 멈췄다.


'....'


자식이 어미에게 매달리는 모습.

격렬한 싸움을 벌인 직후여서 일까?

마음이 급작스레 흔들렸다.


"후, 후우."


나는 검을 회수했다.

땅에 널부러진 배낭을 집어 들었다.

과거로 돌아 왔을 때,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자식 앞에서 어미를 죽일 수는 없었다.

그게 아무리 흉포한 마수라 할지라도.

나는 크루얼 베어 어미와 새끼를 뒤로 한 체 반대 편으로 걸었다.

이제 신속히 산맥에서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바로 그 때였다.


"어...."


눈 앞이 깜박거렸다.

흔들린다.

정신을 차려야지.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난 어느세 땅바닥에 누워 있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나....'


차갑다, 춥다, 싸늘하다.

형용할 수 없는 추위가 온 몸을 엄습해들어왔다.

이대로 정신을 잃는다면 틀림 없이 죽는다.


'정신을 차려야 해. 이런 곳에서, 이렇게 피를 흘린 체 쓰러진다면, 짐승들이 피 냄새를 맡고 몰려올거야.'


고생해서 얻은 약초도.

크루얼 베어를 쓰러트릴 수 있을만큼의 노력도.

모든 것이 수포가 되어 사라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죽고 싶지 않다.

죽고 싶지 않았다.

나는 배낭에 손을 뻗었다.

아세트 초라면?

아세트 초라면 어떻게 될지도 몰랐다.

그러나,

막 약초를 꺼내기도 전에.

의식이 꺼졌다.




3.


눈을 떴을 때, 나를 반긴 것은 낯선 천장이었다.


"정신이 들었나보군."


낯선 목소리.

나는 성급히 상체를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온 몸이 부서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으, 으윽!"

"아직 움직일 생각하지 말게. 자네는 복부에 두 개의 큰 상처가 났고, 머리를 심하게 부딪혔네. 그뿐만이 아니라 승냥이들에게 뜯어 먹히기 일보 직전이었지. 살아난것만 해도 기적이라고


할 수 있네."

"다, 당신이 살려주신건가요?"


나는 얼굴도 보지 못하는 상대를 향해 물었다.


"일단은 자두게. 다시 정신을 차릴 때 쯤이면 이야기 할 수 있을 걸세."


그 한 마디를 마지막으로 나는 다시 정신을 잃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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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귀향. +84 17.04.08 40,384 1,156 11쪽
20 귀환. 그리고 이별. +39 17.04.06 39,552 1,088 7쪽
19 치료 약을 얻다. +88 17.04.04 39,956 1,050 10쪽
18 마나 블레이드를 익히다. +18 17.04.04 38,613 1,016 10쪽
17 제자로 받아들여지다. +54 17.04.02 39,491 1,057 7쪽
16 소드마스터와 만나다. +40 17.04.01 39,578 1,119 10쪽
» 사투. +45 17.03.31 39,732 954 12쪽
14 크루얼 베어. +40 17.03.29 40,440 949 8쪽
13 산맥으로. +33 17.03.28 41,681 996 8쪽
12 2년 후. +61 17.03.27 42,788 1,023 9쪽
11 친구. +44 17.03.26 43,648 988 9쪽
10 성장.(2) +30 17.03.25 43,596 96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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