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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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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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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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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35화 채찍과 당근

DUMMY

335화 채찍과 당근


딱히 환영받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낭인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아무리 많아도 낭인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은 드물고 드물었으니 말이다.


하물며 그들을 바란 것은 조선이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청나라다.


그러니 조선에서 환대받을 것이라 기대할 정도로 신타로는 세상 물정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반대로 이렇게 적대 받을 일도 생각지 않기는 마찬가지니 신타로는 저도 모르게 낡은 칼자루를 쥐었다.


“젊은이, 서둘지 말게. 낭인들이 오가면 다이묘가 싫어함은 전국시대부터 있던 일이네.”


그런 신타로의 귀에 먼저 내렸던 노인, 미야모토 무사시가 말리는 말이 들려왔다.


이에 신타로는 자신이 너무 과히 반응하였다고 여기며 천천히 칼자루에서 손을 내렸다.


그러나 불안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니 신타로는 사방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합니까?”

“그야 윗사람들이 이야기할 때까지지.”


당연한 걸 묻는다고 하듯 대꾸하는 말에 신타로는 멍한 얼굴로 무사시를 보았다.


이에 무사시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명성이 있어도 그저 낭인 나부랑이라네.”


신타로가 예전에 들은 소문을 생각하면 그냥 낭인 나부랑이는 아닌듯 싶으나 차마 직접 묻지는 못하고 오묘한 시선으로 대답과 물음을 갈음할 따름이었다.


“비겨라! 시마가 당주, 시마 요스케님이 내리신다!”


그런 와중에 낭인들이 타고 온 것보다 큰 배가 포구로 들어서며 고함이 들렸다.


그 말에 무사시는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윗사람이 왔군.”



***



‘굉장하다.’


배에서 내려 조선을 보고 시마 요스케가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조선의 풍광이 어떻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조선 군병들이 생각 이상으로 강맹하고 정예하며 수가 많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병사들이 내게, 시마에 있었다면······.’


정녕 그랬다면 여기에 있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 야마우치를 이름하는 누군가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요스케는 의연하게 배에서 내렸다.


“나는 이번에 청에 초청을 받아 가는 이들을 이끌 자로서, 이름은 시마 요스케라고 한다! 그대들은 누구의 명을 받아 무슨 목적으로 이렇게 나와 있는가!”


그리고는 엄정한 조선군의 기세에 꺾이지 않고 의연하게 외치니 그중에서 나이 지긋한 장수가 하나 나와서 그에게 물었다.


“시마라는 이름은 처음 듣는데. 원숭이가 넘어진 후에 일어난 가문인가?”


상대가 원숭이라고 이르는 말에 요스케는 크게 놀랐다.


일본어 잘함은 물론이고 그 내용이 자신들을 잘 아는 듯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놀라는 것은 놀라는 것이고 요스케는 어린 나이에 맞지 않게 말을 계속 이었다.


“시마라는 이름은 칭한지 오래지 않으니 가문은 오래었으니 본래 우리는 쵸소카베를 이름하던 자들이었소!”

“하, 시코쿠 늙은이의 후손이었군.”

“노인은 누군데 말을 함부로 하는가!”


말을 하면서도 시마 요스케는 상대가 적잖이 높은 이라고 예상하였으니, 돌아오는 말은 그러한 것을 드러내듯 자부심이 가득하였다.


“나는 조선에서 외조 참판 겸 수어통행감찰 제조를 맡은 김충선으로, 옛 전란에 정의가 일본에 없음을 보고 조선에 몸을 의탁한 자다!”


요스케는 잘 몰랐으나 막부에서 안내 겸 감시 삼아 붙인 이들 가운데 조선 사정에 그나마 밝은 자가 다가와서 귀엣말로 그가 얼마나 높은 사람인지 알렸다.


“외조라고 하면 차기 조선왕이 될 조선 세자가 이끄는 곳이라고 합니다. 참판은 그 조직에서 두 번째니 조선왕이 바뀌면 바로 조선의 2인자가 될 자입니다.”

“허어, 높구나.”


이에 요스케는 한층 긴장하여 몸을 단단히 하니 곧장 김충선이 다시 으름장을 늘어놓았다.


“옛 이름은 이미 잊었으나, 그대들이 얼마나 전공이며 피에 굶주렸는지 잘 기억하고 있다!”


기세 좋게 외친 김충선은 보란 듯이 몇 걸음 더 나아와서 말을 던졌다.


“이렇게 말함은 그대들에게 경고하기 위함이다! 객으로서 우리는 접대하고 안내할 것이나, 그 와중에 조선 백성에게 해를 가한다면 우리는 그 순간 그대들을 죄인이며 적으로 대할 것이다!”

“으으음······.”


다소 강압적이지만 말 자체는 딱히 흠잡을 것이 없으니 요스케는 무어라 답하지 못하고 침음을 흘렸다.


“조선은 정의를 세우고자 전에 죄를 지은 청나라 사람조차 직접 벌한 일이 있으니, 그대들은 기억하여 함부로 하지 말라! 그대들이 그러겠노라 하면 우리는 그대들을 엄중히 귀하게 대할 것이니!”


요는 함부로 처신하지 말고 얌전히 굴라는 것이니, 요스케는 이것을 받아들임이 나은지 아니면 그냥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한번 맞대어 논함이 좋은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고민을 길게 할 수 없던 요스케는 대범함을 가장하여 외쳤다.


“그런 도적과 같은 일을 하기에는 시마라는 이름은, 그리고 쵸소카베라는 이름은 작지 않다! 어찌 스스로 욕보이는 일을 하겠는가! 그런 이가 있다면 이 시마 요스케, 직접 나서서 그러한 놈을 직접 벨 것이다!”

“좋은 말이다.”


이제껏 한껏 강경하던 김충선의 말이 누그러드니 요스케는 자신이 대답을 잘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어진 김충선의 말은 그 생각에 확신을 더하여 주었다.


“그저 안내하는 일을 맡았다고 하나 그대들은 객이니 어찌 박대하겠는가. 조촐하나마 자리를 마련하였으니 오와 열을 맞추어 따라오시오. 그대들 모두가 먹을 술과 고기가 있소.”



***



“캬, 죽이네.”


조선술을 벌컥벌컥 들이마신 신타로는 그간 배에서 먹은 것에 비하면 진수성찬이나 다름이 없는 음식들을 먹으며 감탄했다.


살벌한 분위기에 목숨의 위협을 느낀 것도 잠시, 이렇게 접대하여 주고 잘 곳도 준다고 하니 막부보다 오히려 더 좋은 사람들로 보였다.


아닌 게 아니라 막부에서 대접한 것은 이곳에, 조금 더 정확히는 더 멀리 청나라에 보내기 위한 수작이라고 하여도 무방했다.


심지어 그 대접이라는 것도 그저 시루 같은 잘 곳에 매끼 밥 한 덩이 내어주는 것이니 솔직히 좋은 대우는 아니었다.


그런데 조선에서 그들을 대접함이 막부보다 오히려 나음이 있으니 신타로는 아까까지 품었던 두려움이며 적대감이 눈 녹듯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쩝, 여기에 여자 하나만 있으면 딱이겠는데.”

“아서게. 그러다가 죽어.”

“으앗!?”


분명 옆에 있던 이들은 술이 약한지 한잔 들이키고 그대로 바닥에 누웠건만, 돌연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니 신타로는 기겁하며 펄쩍 뛰었다.


“오, 술이 많이 남았잖아? 쯧쯧, 무사라고 하는 것들이 그렇게 술이 약해서야 쓰나.”


그러나 목소리를 낸 장본인, 무사시는 그의 반응에 개의치 않고 다른 이들이 먹다 남긴 술병을 탐내어 손을 뻗었다.


“일본주가 최고지만 이것도 좋군. 으음, 역시 술은 이래야지.”


한껏 술을 탐한 무사시는 붉은 얼굴로 돌연 날카로운 눈빛으로 멀리 살피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게 말하여도 머저리는 어쩔 수 없나.”

“예?”

“그냥 혼잣말일세. 그보다 자네, 신타로라고 했지.”

“그, 그렇습니다.”


무사시가 묻는 말에 신타로는 술이 확 깨는 걸 느끼며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


이것이 무사시는 제법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낭인치고는 예의가 있군.”

“아유, 이 정도도 챙기지 못하면 진즉에 길거리에 나자빠지는 게 낭인 아닙니까.”

“그걸 여기까지 와서도 모르는 등신들이 있는데 자네라고 뭐 다르겠나 싶었지. 그래도 아니라는 걸 알아서 기쁘군.”


여러모로 신경 쓰이는 무사시의 말에 신타로는 입이 근질거렸지만 꾹 참았다.


이런 때에 많은 말은 경험상 좋은 꼴을 보기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멋지지 않나?”

“뭐가 말입니까?”

“조선으로 돌아섰다는 그자 말이야.”

“그, 글쎄요?”


그가 보기에는 결국 나라 등진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하나, 그리고 다음으로 드는 것은 멋지기보다는 무서운 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하나였다.


그렇기에 대답은 애매모호하여 되묻는 식이 되었으나 무사시는 그것만으로 충분한 듯 흥겹게 말을 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아주 멋져! 그자가 제 직책을 줄줄이 늘어놓았는데, 그게 무슨 직책인지 자네는 알겠냐?”

“저는 막부에서 주는 관직도 잘 모릅니다.”

“하하, 그렇겠지! 암, 그런 걸 아는 놈이 여기까지 오면 그도 이상한 노릇이지! 하하하!”


실컷 웃은 무사시는 아무리 취해도 이것만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듯 강렬하게 눈을 빛내며 진지하게 말했다.


“조선에서 저만한 직책이면 막부에서 세 솥발 소리 듣는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아무리 들은 게 없는 자라고 하나 도쿠가와 이에미츠를 지지하는 세 솥발에 대한 이야기는 신타로도 오며가며 몇 번 들은 기억이 있었다.


“그, 그렇게 높은 사람입니까?”

“그렇다네. 정말 아쉬워. 내가 한 십 년만 일찍 태어났으면 저 자리에 있었을지도 몰랐을 것을.”


무사시가 하는 말에 신타로는 무엇이라 말하기 어려움을 다시 느끼며 애먼 술잔만 매만졌다.


“술 떨어졌나? 조금 줄까?”

“괘, 괜찮습니다.”


마시던 술병을 내미는 모습에 신타로는 거절하고는 눈치를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늘 본 사람처럼 되고 싶으십니까?”

“그럼. 높아지고 싶지.”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나라를 등지고 전란을 겪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것을 충분하다면 얼마든지 할 것이야.”


살벌한 말에 신타로는 다시금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런 신타로를 보며 무사시는 슬며시 말을 건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겠지. 그리고 그런 짓, 시기와 명분은 기본이고 거기에 뭔가가 더 필요해.”

“그 뭔가가 뭡니까?”

“나야 모르지. 그래서 이제 물어보러 갈 생각이네.”

“무, 물어보러 간다고요?”


신타로는 제 귀를 의심하며 되물었다.


이에 무사시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그가 제대로 들었음을 확인해 주었다.


“선구자에게 묻는다. 젊은이, 내가 아는 한 그게 가장 좋은 성공 비결이라네.”

“어, 선구자가 되는 게 아니라 말입니까?”

“그건 내가 한번 해봤는데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더군.”


무사시는 그렇게 말하더니 어느새 술이 다 깨었는지 말짱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니 함께 좀 하지.”

“······예?”

“제자 하나 정도는 있어야 저쪽도 날 좀 달리 보지 않겠나.”



***



“놈들은 좀 어떠냐?”

“생각보다는 얌전합니다. 다만 몇 놈이 몰래 자리를 빠져나가길래 잡아두었습니다.”

“쯧, 쓰레기들을 모으니 결국 그런 게 나오는군.”


김충방이 이르는 말에 김충선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 그대로 그는 고민하지 않고 잡아둔 이들의 처분을 정했다.


“내일 저들의 수장, 시코쿠에서 온 그 어린놈에게 이르고 처형할 것이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자칫 전투가 벌어지면 훈련도감 사람들이야 어쨌든 구색을 맞추기 위해 불러온 장정들이 다칠 수 있습니다.”


김충방이 걱정스레 말하였으나 김충선은 요지부동이었다.


“걱정할 거 없다. 오늘 저들을 대접하며 떠보니 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직접 데리고 온 이들이지 어중이떠중이 전체가 아니다. 그리고 권위 세우는 일을 은근히 바라서 가는 길에 자신을 대장으로 대우하여 주길 바라더구나.”

“그거참 익숙한 짓거리군요.”


김충방이 옛 기억을, 조선으로 오기 전에 흔히 있던 일들을 떠올리며 말하니 김충선 역시 동감이라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는 일이다. 덕분에 내가 이리 내려와서 감독하는 것이기도 하고.”

“허면 조금 더 경계하여 남김없이 잡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도록 해라.”


선선히 고개를 끄덕여 허락하니 김충방은 곧장 일어나서 바깥으로 나갔다.


그러나 그는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곤란한 얼굴로 도로 돌아왔다.


“무슨 일이냐?”

“어, 웬 늙은이가 바깥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데요?”

“뭐?”


작가의말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kkatnip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여 주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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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 366화 승리로 이어질 패배 +2 23.10.06 236 16 14쪽
366 365화 선점 23.10.05 228 17 12쪽
365 364화 가야 할 곳은 +1 23.10.04 244 16 14쪽
364 363화 맞아떨어진 이해 +1 23.10.03 244 16 16쪽
363 362화 살기 위한 궁리 +2 23.10.02 236 17 12쪽
362 361화 버림돌 +1 23.10.01 234 18 13쪽
361 360화 지펴진 불길 +3 23.09.30 253 17 13쪽
360 359화 끌려가는 심리 +3 23.09.29 249 16 15쪽
359 358화 지식과 체감 +3 23.09.28 245 15 15쪽
358 357화 말은 언제나 쉽다 +1 23.09.27 257 21 14쪽
357 356화 북경 공방전 23.09.26 271 18 13쪽
356 355화 다시 오지 않을 지금 +2 23.09.25 274 18 12쪽
355 354화 때로는 알기에 괴롭다 +3 23.09.24 262 17 16쪽
354 353화 이리와 호랑이 +1 23.09.23 260 15 12쪽
353 352화 우물 안 개구리 +1 23.09.22 266 20 12쪽
352 351화 부족한 현실 +2 23.09.21 263 18 12쪽
351 350화 까마귀가 난다고 하니 +2 23.09.20 259 18 13쪽
350 349화 혀는 칼보다 위험하다 23.09.19 270 17 13쪽
349 348화 맡겨진 선택 +3 23.09.18 285 19 13쪽
348 347화 천하를 갈망하는 자들 +2 23.09.17 276 20 12쪽
347 346화 전쟁의 도리 +1 23.09.16 275 20 12쪽
346 345화 세상에서 가장 큰 전쟁 +4 23.09.15 298 22 12쪽
345 344화 훗날을 그리는 사람들 +1 23.09.14 273 19 12쪽
344 343화 이어받을 사람 +3 23.09.13 283 19 12쪽
343 342화 소란한 이웃들 +3 23.09.12 285 21 15쪽
342 341화 봄이 오기 전에 +5 23.09.11 290 18 12쪽
341 340화 가장 밝게 타오를 때 +2 23.09.10 277 21 12쪽
340 339화 모양새는 중요하다 +1 23.09.09 273 18 14쪽
339 338화 가운데 있는 자의 처신 +2 23.09.08 274 20 14쪽
338 337화 연줄을 만드는 방법 +6 23.09.07 292 2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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