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새글

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최근연재일 :
2024.07.07 21:00
연재수 :
631 회
조회수 :
349,390
추천수 :
16,067
글자수 :
3,722,848

작성
23.09.07 21:00
조회
292
추천
21
글자
16쪽

337화 연줄을 만드는 방법

DUMMY

337화 연줄을 만드는 방법


내친김에 술을 한 병 가져와 간략하게 술잔을 나눈 김충선은 미야모토 무사시와 신타로를 보낸 후 그를 뚱하니 보고 있는 김충방을 발견했다.


“왜 그러냐?”

“도무지 이해가 안 돼서 그럽니다.”


운을 떼니 잠시 동안 여러 의문이며 불만이 쌓였는지 한번 열리기 시작한 김충방의 입은 연이어서 말을 늘어놓았다.


“평소 그렇게 우리며 아들, 손주들에게 나서지 말라고 말한 것과 오늘 말한 것이 다르지 않습니까. 저치가 그렇게 믿음직스럽습니까? 솔직히 제가 보기에는 썩 믿음직하지 않습니다.”

“나도 안 믿는다.”

“······엥?”


단박에 방금 서로 이야기하던 모습이며 형제처럼 지내자는 말들을 간단히 없었던 일, 혹은 거짓부렁으로 치부하는 김충선의 대답에 김충방은 얼빠진 얼굴이 되었다.


“다만 흉내내어 보았을 뿐이다.”

“흉내요? 무엇을요?”

“조보에 있던 내용을, 성상께서 하신 말씀들을 흉내내었다. 더 정확히는 조보로 알려진 성상과 명나라 사람의 대담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만.”


기억을 더듬는가 싶더니 이내에 추억을 더듬기 시작한 김충선은 두 눈을 감은 채 그 추억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기억하냐?”

“무엇을 말입니까?”

“전란이 싫어서 귀부한 옛날을 말이다.”

“나는 그냥 따라왔을 뿐이라.”


퉁명스레 대꾸하는 말에도 김충선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나는 끝나던 전란을 다시 일으킨 원숭이 관백이 싫었어. 그래서 반발심에 조선에 투항했다. 그리고 전쟁을 끝내려고 싸웠지. 그런데 보람도 없이 말년까지 전쟁, 전쟁 그리고 다시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왜란 수년에 호란 수년, 반정은 그렇다치고 북방에서 반란도 있었지요. 특히나 힘든 건 북방 반란이었수다.”


북방 반란을 언급하니 김충선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힘들었지.”


당시 항왜들을 살피면 우습게도 전란이 싫어서 항왜가 된 김충선과 같은 자는 주류가 아니었다.


오히려 전란이 끝나는 걸 바라지 않고 조선과 벌이는 전쟁을 전국시대의 연장이며 제 밥벌이를 위해 비싸게 사줄 걸 기대하고 돌아선 이들이 주류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런 이들은 이괄이 주도하여 일으킨 북방 반란에 가담, 진압과 함께 모두 목이 달아났다.


김충선은 아마도 그때가 가장 회의를 느낀 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충성을 증명하기 위한 싸움을 벌여야 했던 그때만큼 힘들고 어려운 때가 없었다고 생각한 김충선은 천천히 눈을 떴다.


호란에서도 싸우고 힘겨워하던 차에 이제 물러나고자 하니 돌연 흐름이 변했다.


조선은 진정으로 전란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 모두가 태평하길 바라며 나아가고 있었다.


그러함을 깨달으니 김충선은 마치 그가 틀리지 않았다고 하늘이 말해주는 기분이었다.


“전란 싫어하고 유학을 숭상하여 귀부하였으나 한때 그 보람을 잃은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보람을 온전히 느끼니, 그것은 금상께서 밝고 곧은 길을 가려고 하시기 때문이다.”

“그야 뭐.”


전에는 잘 몰라도 지난 호란 이래 그렇게 하고 있음은 명백하니 김충방도 딱히 무어라 말할 것은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이 일이 금상께서 가시려는 길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여서 했다. 단지 그뿐이다.”

“정말 도움이 될까요?”

“그야 나도 모르지.”


확신 없는 대답에 김충방은 맥이 쫙 빠지는 걸 느끼며 투덜거렸다.


“에이씨, 난 또 무슨 천기에 눈을 떳느니 그런 말인 줄 알았네.”

“하하, 그런 거 나랑은 연관이 없다. 그렇지만 하지 않는 것보다 하면 도움이 될 일이라 여긴 것뿐이다.”

“이게요?”


김충방이 묻는 말에 김충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물며 그 대가가 별거없는 옛이야기며 동생으로 취급하여 주는 것이라면 어려운 일도 아니지.”


듣고 보니 돌아올 것을 생각하면 이 또한 큰 투자는 아니니 그럴듯한 말이었다.


그렇지만 귀찮은 연이며 책임이 생겼다는 건 확실하니 김충방은 입맛을 다시며 무사시와 신타로가 나간 길을 바라보았다.


‘가만, 그런데 이거······.’


그러던 중 문득 김충방은 오늘 본 것이며 들은 것들이 그가 말하였던 것처럼 김충선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다.


그렇게 생각하니 김충방은 저도 모르게 그러한 감정이며 의심을 가득히 얼굴에 드러내며 이리저리 김충선을 살폈다.


이러한 시선을 달갑게 여길 자는 드물고 김충선은 그 드문 부류에 들어가지 않았으니 자연스레 이어지는 말은 못마땅함이 담겨 있었다.


“뭐냐.”

“아니, 그 뭐라고 해야 하나? 아, 그래. 언행이 평상시랑 좀 뭐랄까, 결이 다르다고 해야 하나? 암튼 그런 느낌이 들어서 말입니다.”

“결이 다르다?”


김충방이 하는 말을 가만히 되뇌인 김충선은 일리가 있다고 여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입으로 소리를 내니 문득 그 이유로 적당한 말이 저도 모르게 떠오르니 김충선은 딱히 고민도 하지 않고 말을 입에 담았다.


“어쩌면 갈 때가 되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

“거 재수 없는 소리마시요. 이제 좀 전란이 온전히 가라앉아 평온이 왔거늘, 좀 즐기다가 가야지.”


김충방은 그렇게 말하고는 몸을 돌렸다.


“어디 가느냐?”

“잡으러 가야지. 원래 그러려고 했는데 저치들이랑 우리 장군님 이야기 듣느라 늦었습니다요.”

“어이쿠, 그러고 보니 그렇구나. 우리 조선 사람들이 다치면 큰일이다. 어서 가서 막고 험한 일을 하는 놈이 있거든 용서 없이 처리해라.”

“물론이지요.”



***



“어, 숙소는 이쪽입니다.”


김충선 앞에서 물러나와 돌아가던 중 무사시가 오던 길과 다른 방향으로 향하니 신타로는 당황했다.


그러나 무사시는 그저 눈길 한번 힐끗 향한 후 마저 가던 길로 걸어갔다.


“저, 저기요? 제 기억에는 분명히 이쪽에서 왔는데요?”


두 번째 말했으나 여전히 듣지 않고 계속 걸으니 신타로는 아예 앞서가서 막기로 결심하고 달음박질했다.


“어르신, 그쪽이 아니라니까요? 저쪽입니다, 저쪽.”


몸으로 막아서며 가리키니 그제야 무사시는 걸음을 멈추었다.


허나 신타로의 뜻이며 생각대로 된 것은 그것뿐이니, 이어진 말은 그가 전혀 생각지 못한 대답이었다.


“쯧쯧, 네놈은 말본새가 그게 뭐냐?”

“예?”


난데없는 호통에 신타로는 무슨 잘못을 했는가 싶었다.


그러다가 그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반박하고자 할 때에 과연 결투의 달인이라고 하듯 무사시는 추가타를 넣었다.


“저기니 어르신이니, 그게 스승에게 할 말이냐?”

“······네?”


연이어서 생각지도 못한 대답들로 얻어맞으니 신타로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무사시는 그런 사정을 전혀 봐주지 않았다.


“이놈아, 제자가 되었으면 마땅히 스승님, 그렇게 부르며 고해야지 할 것이나냐? 헌데 어르신이니 저기니 무슨 호칭이 그따구야. 니놈, 낭인이라고 그것도 못 배웠다고 할 생각이더냐?”


연이은 타박에 신타로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급히 물었다.


“아니, 그거야 알지만 제가 제자라니요?”

“어허, 이놈 보게? 이제는 스승으로 모신 일도 없었다고 하면서 도망할 생각이더냐?”


무사시가 이르는 말에 신타로는 무어라 말하기 어려움을 느끼며 입을 다물었다.


이에 무사시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말을 이었다.


“내가 한때의 방편으로 네놈을 제자라 칭하였지. 허나 그렇다고 아무나 고른 건 아니다. 그나마 싹수 있어 보이는 놈을 고른 거지.”

“그러면 진짜로 제자로 삼아 주실 생각이십니까?”

“왜, 싫으냐?”

“딱히 싫은 건 아닙니다만······.”


싫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게 막 좋아할 일인가 하면 딱히 그런 기분은 또 들지 않으니 신타로는 말끝을 흐리고는 눈치만 살폈다.


“쯧쯧, 이렇게 눈치가 없어서야. 아니면 욕심이 없는 거냐?”


고개를 흔든 무사시는 확실하게 해두겠다는 투로 말을 이었다.


“넌 이제 이 미야모토 무사시의 제자다. 그리고 청나라며 조선에도 그렇게 알려질 거니까, 열심히 발품이며 얼굴 좀 팔고 살아.”

“그게 제자 되는 거랑 무슨 상관입니까?”

“그야 제자라는 건 스승의 분신이지 않느냐. 아까 조선에 간 선배 말 못 들었냐? 나나 그 선배가 죽어도 너랑 그 동생뻘이라는 사람이 우리 이름이며 약속을 이어가자고 했지 않느냐.”


뒤늦게 그런 말이 오갔음을 기억하나 그 일이 그저 한때의 일이며 구색이라 치부했던 신타로였다.


그러다가 이제 그것이 그저 빈말이 아님을 일깨우니 신타로는 자신이 어떠한 상황에 처했는지 뒤늦게 알고 당황했다.


“저, 저는 말이죠. 그게, 그러니까······.”

“과분해? 준비가 안 됐어? 부족해? 다 필요 없어. 사람이 준비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니다. 해야 하니까 하는 거지.”


무사시는 그렇게 말하고는 신타로 옆을 지나쳐서 제가 가던 길을 마저 가기 시작했다.


그에 신타로는 한 박자 늦게 그가 어디로 향하는지 물었다.


“스, 스승님?”

“뭐냐.”

“그, 어디로 가십니까?”

“그야 간단하지. 시코쿠에서 오신 도련님을 보러 간다.”


무슨 뒷마당에 검술 연습하러 간다는 투로 대답하니 신타로는 그것이 순간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며 간단한 일이라고 착각하였다.


하지만 이내에 그것이 착각이라는 걸 깨달은 그는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그래도 됩니까?”

“안 될 게 무어냐. 나 무사시다. 미야모토 무사시, 전국에 내 이름 모르는 검객이 없고 다이묘가 없다. 부족하나 18석 땅에 저택도 받았던 놈이야.”


무사시는 자신감 넘치게 그리 말한 후 방금 그들이 있던 방향, 김충선과 이야기하였던 장소를 본 후 말을 이었다.


“크흠. 선배, 아니 형님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긴 하지만 그래도 시코쿠에서 밀려난 시마가 당주 정도는 예의 좀 갖추면 못 만날 것도 없지.”


무사시는 자신이 한 말을 증명하겠다는 듯이 당당한 걸음으로 다시 움직였다.


“그리고 이제 조선에 아주 유망한 연줄이 생겼는데 싫어하겠냐.”



***



“후우.”


밤이 깊어가는 와중에도 시마 가 당주 시마 요스케는 좀처럼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배에서 지낼 때만 하여도 딱히 실감이 없었다.


헌데 이렇게 쓰시마를 지나 조선에 이르니 그들이 지금껏 보던 건물 양식이며 사는 모습이 아예 다른 것을 보니 시코쿠는 물론이고 일본이 아님을 체감되었다.


그저 이성이 아니라 피부로 느끼게 되니 요스케는 마음이 싱숭생숭하여 좀처럼 진정할 수가 없었다.


답답함에 물만 벌컥벌컥 마시기를 몇 번이던가, 요스케는 물잔을 매만지다가 바깥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당주님,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무슨 일이냐?”

“검호로 이름 높은 미야모토 무사시 공이 찾아왔습니다.”

“음? 누가 찾아와?”


이름이야 들어는 보았다.


하지만 그 이름을 일본도 아니고 조선에서, 그것도 자신을 찾아왔다는 말로 듣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때문에 한순간 요스케는 바깥에 있는 가신이 자신에게 농이라도 하나 싶었으나 이어진 말에 그것이 아님을 알았다.


“고하여 이르길, 말년에 더 큰 꿈을 꾸고자 이번 원정에 참가하였다고 합니다. 이번에 대장으로 당주님을 모시게 되었으니 한번 인사를 올리고 싶어 무례를 무릅쓰고 찾았다고 합니다.”

“호오, 그래?”


이름 높은 검호가 자신을 존중하여 찾아왔다고 하니 요스케는 벌써부터 시코쿠에서 눈치만 보던 시절보다 나아진 것이 하나 있다고 여기며 달갑게 여겼다.


“늦은 시간이지만 그만한 인사면 이 정도는 허할 수 있지. 들여라!”

“예.”


대답이 돌아온 후 잠시 기다리니 문이 열리며 미야모토 무사시로 보이는 노인과 청년 하나가 들어서니 요스케는 자리를 권했다.


“앉으시오. 내가 시마가 당주 요스케요.”

“낭인으로 참가한 미야모토 무사시입니다. 이쪽은 연이 닿아 제자로 맡은 신타로라 합니다.”

“신타롭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두 사람이 깊이 고개를 숙이니 요스케는 마음이 즐거워지는 걸 느끼며 물었다.


“그래, 그대의 명성은 저 시코쿠에도 퍼져서 알고 있소. 그 유명한 검호가 이렇게 찾아오다니, 놀랍고 신기하여 묻지 않을 수가 없군.”

“말씀하시지요.”

“무슨 바람이 불어서 만 리 길을 나섰는가?”


만 리 길이라는 말에 무사시는 미소 짓더니 꾸밈없이 대답했다.


“더욱 높은 곳을 바라기 때문이지요. 사내가 태어나면 마땅히 위를 보아야 하는 법인데, 안타깝게도 저나 신타로 같은 이들은 일본에서 위를 보기에 한계가 있습니다.”


겉치레가 없는 말이나 오히려 요스케는 이런 진솔한 말이 마음에 들었다.


“마음에 드는군. 나 역시 시코쿠에서 나온 것은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함이네. 그대하고는 말이 잘 통하겠어.”

“당주께서 저를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또한 그 뜻이 크심을 보니 장차 제 형님보다 더 크게 되실 그릇으로 보이니 참으로 기쁩니다.”

“형님?”


무사시는 외견에서 보이듯 적은 나이가 아니건만 그 형이 여직 살아있다는 듯이 말하니 요스케는 호기심을 느껴 물었다.


“내 그대의 이야기는 많이 들었으나 형님이 어떠한 분인지는 잘 듣지 못하였소이다. 부끄러운 일이나 괜찮으면 이야기하여 줄 수 있겠소?”

“부끄러워하실 일이 아닙니다. 형님이라고 한들 혈연이 있는 것은 아니니 말입니다.”


가벼운 말로 요스케의 체면을 세워준 무사시는 이곳으로 오며 준비한 말들을 늘어놓았다.


“사실 어린 시절에 검을 휘두르며 얼굴을 몇 번 마주한 것이 전부이니 대단한 연은 아닙니다. 하지만 다행이도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기억해 주시니, 오늘 호형호제하며 인연을 다시 이었습니다.”

“참으로 마음이 대범하신 분이군.”

“그렇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음은 물론이고 이제는 이곳에서 높이 올라 크게 출세하여 저 같은 놈은 눈에도 차지 않으실 터이건만, 이런 저를 여전히 동생으로 대하여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무사시가 이르는 말을 가만히 듣던 요스케는 무언가 걸리는 걸 느끼며 입을 열었다.


“사람이 지위에 따라 대함이며 마음이 변해서야 대인이라고 하기 어렵지. 그런데 미야모토 공, 내가 지금 그 형님이라는 분이 이곳에서 출세하였다고 들은 거 같은데.”

“그리 말하였습니다.”

“그 이곳이라는 게 설마 조선이오?”


혹시나 하여 물으나 기대는 없는 물음이었다.


헌데 돌아오는 대답은 요스케가 상상한 것 이상이었다.


“그러합니다. 다시 만난 형님은 오늘 포구에서 우리를 맞이한 분이니, 외조 참판 및 수어통행감찰 제조를 맡은 김충선이라는 분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요스케는 크게 놀라서 물었다.


“조, 조선에 그런 연줄이 있다고?”

“연줄이라니, 그저 친분이 있을 뿐입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지만 친분이 곧 연줄이고 연줄은 곧 힘이니 요스케는 마른침을 삼키며 무사시를 빤히 바라보았다.


‘사실이라면 아주 큰 도움이 될 일이다.’


청나라에서 그들을 원하여 출발한 길이나 연이며 쓸 수 있는 창구 그리고 구명할 방도는 여럿 있음이 좋았다.


그런 와중에 무사시가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요스케로서는 실로 든든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노려 바로 말을 잇기에는 다소 민망하니 요스케는 고민하다가 돌려서 말했다.


“그러고 보니 그대는 검술로 유명하던데, 혹시 내 대련 상대를 맡아주지 않겠소?”

“저와 같은 자가 무슨 큰 도움이 될까 싶습니다.”

“내 아직 검술은 기본만 간신히 맛보아 부족함을 느끼던 참이오. 그대와 같은 이가 스승이라면 참으로 든든하겠다, 그렇게 생각해서 그러오.”


한번 빼는 말에 대련 상대에서 대번에 스승으로 격상하니 무사시는 내심 미소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당주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어찌 거절하겠습니까? 저 북쪽에 가는 날까지, 아니 원하신다면 그 이후에도 제가 성심을 다하여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고맙소. 내 가는 길에 크게 의지하리이다.”


몇 마디 의례적인 말을 더 나눈 후 무사시와 신타로는 자리에서 물러나왔다.


그러나 사람 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고 생각대로 되지 않음인가, 요스케는 가는 길이 아니라 출발도 하기 전인 바로 다음 날에 무사시에게 도움을 청하며 의지하게 되었다.


작가의말

[첨언 - 이괄의 난과 항왜]

이괄의 난에는 임진왜란에서 항복하여 조선에 살게 된 항왜 출신들도 얼마간 가담하였습니다.

 

기록된 숫자는 120명이라고 하나 여러 정황을 보아 그보다 많은 500명으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또한 토벌군 역시 항왜를 동원하였는데, 토벌군에서 동원한 숫자는 300명이라고 합니다.

 

이쪽 역시 더 있을 수 있겠지만 이괄의 난이 실패로 끝나고 패잔병들을 처리할 때에 김충선이 뒷감당을 우려하여 직접 나서서 항왜 패잔병들을 처리했다고 기록한 것을 보면 아마도 토벌군보다는 반란군에 더 많은 숫자의 항왜가 있었다고 추정됩니다.

 

이 당시 김충선은 직접 나서서 항왜들을 정리하고 마찬가지로 항왜 출신인 무장 서아지를 직접 베어서 충성을 증명하였습니다.

 

덕분에 조정에서 김충선 및 항왜들을 향한 의심의 시선은 줄었으나 이 일 자체가 김충선으로서는 마음 아픈 일이었는지 그는 공적으로 내려진 벼슬과 토지를 모두 사양했다고 합니다.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Ssoon, kkatnip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여 주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67 366화 승리로 이어질 패배 +2 23.10.06 236 16 14쪽
366 365화 선점 23.10.05 228 17 12쪽
365 364화 가야 할 곳은 +1 23.10.04 244 16 14쪽
364 363화 맞아떨어진 이해 +1 23.10.03 244 16 16쪽
363 362화 살기 위한 궁리 +2 23.10.02 237 17 12쪽
362 361화 버림돌 +1 23.10.01 234 18 13쪽
361 360화 지펴진 불길 +3 23.09.30 254 17 13쪽
360 359화 끌려가는 심리 +3 23.09.29 250 16 15쪽
359 358화 지식과 체감 +3 23.09.28 246 15 15쪽
358 357화 말은 언제나 쉽다 +1 23.09.27 257 21 14쪽
357 356화 북경 공방전 23.09.26 271 18 13쪽
356 355화 다시 오지 않을 지금 +2 23.09.25 275 18 12쪽
355 354화 때로는 알기에 괴롭다 +3 23.09.24 262 17 16쪽
354 353화 이리와 호랑이 +1 23.09.23 260 15 12쪽
353 352화 우물 안 개구리 +1 23.09.22 266 20 12쪽
352 351화 부족한 현실 +2 23.09.21 263 18 12쪽
351 350화 까마귀가 난다고 하니 +2 23.09.20 260 18 13쪽
350 349화 혀는 칼보다 위험하다 23.09.19 271 17 13쪽
349 348화 맡겨진 선택 +3 23.09.18 285 19 13쪽
348 347화 천하를 갈망하는 자들 +2 23.09.17 276 20 12쪽
347 346화 전쟁의 도리 +1 23.09.16 275 20 12쪽
346 345화 세상에서 가장 큰 전쟁 +4 23.09.15 299 22 12쪽
345 344화 훗날을 그리는 사람들 +1 23.09.14 274 19 12쪽
344 343화 이어받을 사람 +3 23.09.13 283 19 12쪽
343 342화 소란한 이웃들 +3 23.09.12 285 21 15쪽
342 341화 봄이 오기 전에 +5 23.09.11 291 18 12쪽
341 340화 가장 밝게 타오를 때 +2 23.09.10 277 21 12쪽
340 339화 모양새는 중요하다 +1 23.09.09 273 18 14쪽
339 338화 가운데 있는 자의 처신 +2 23.09.08 275 20 14쪽
» 337화 연줄을 만드는 방법 +6 23.09.07 293 21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