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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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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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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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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55화 다시 오지 않을 지금

DUMMY

355화 다시 오지 않을 지금


홍타이지는 북경 근방에 진을 치고 친왕들과 장수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는 근방 지리를 그려놓은 지도를 펼치고 한참을 가만히 생각에 잠겨있었는데, 그가 권위 있고 힘 있는 황제이며 지도자임을 드러내듯 누구도 군말이며 어떠한 종류의 불편한 기색 하나 드러내지 않고 기다렸다.


그렇게 영원할 거 같은 침묵이 이어졌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고 주장하듯 홍타이지가 입을 열었다.


“요토.”

“예, 한이시여.”


버일러 아이신기오로 요토가 부름에 따라 한발 나서며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가만히 그 모습을 본 홍타이지는 그가 공손함 속에 흥분을 숨기고 있음을 알고 웃었다.


“기뻐 보이는구나.”

“이제 곧 대청이 온전히 천명을 쥘 때가 가깝습니다. 또 그러한 일에 함께하는데 어찌 즐거움을 감추겠습니까.”


요토가 솔직하게 대답하는 말에 홍타이지는 웃는 얼굴로 있다가 이내에 진중한 얼굴이 되어 명령을 내렸다.


“전에 너는 저들을 기만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러니 아마도 우리 가운데 가장 지리에 능할 터, 팔기를 얼마간 내어주겠다.”


팔기를 내어준다는 말에 요토는 자신에게 맡겨질 일이 북경으로 달릴 선봉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곧 홍타이지의 말로 인해 현실이 되었다.


“사방을 휘저어서 저 천명의 상징을 고립시켜라. 그리고 언제든 저들을 위협하며 겁을 주어라. 지금 당장 시작하라.”

“위대하신 한의 뜻대로 될 것입니다.”


아쉬운 일이나 이것도 좋다고 여긴 요토는 공손히 대답하며 막사에서 물러났다.


요토가 명령을 행하기 위해 떠난 후 홍타이지는 고개를 돌려서 주변을 보고는 이번 일에 가장 중핵이 될 두 사람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지르가랑, 도르곤.”

“예, 한이시여.”

“말씀하옵소서.”


두 사람이 진중하게 대답하는 말을 들으며 홍타이지는 지도에, 조금 더 정확히는 북경이라고 적힌 글자에 시선을 주며 입을 움직였다.


“이상적인 것은 북경 함락 및 주 씨 놈을 포로로 잡은 것이다. 가능하겠느냐?”

“가능합니다.”

“어렵습니다.”


지르가랑과 도르곤이 각각 상반된 대답을 입에 담으니 두 사람은 서로 눈살을 찌푸리며 노려보았다.


“예친왕, 그게 무슨 약한 소리요?”

“정친왕, 나는 현실을 말했을 뿐이다.”


지르가랑이 못마땅함을 드러내며 하는 말하니 도르곤은 오히려 평정을 찾으며 냉정하게 대답했다.


이어서 도르곤이 쐐기를 박듯 말을 덧붙이니 지르가랑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그대의 말에는 추측이나 이 말이 생략된 거 같군. ‘뒤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라는 말이.”


북경을 얻는 것이야 불가능과 가능을 따지면 당연히 가능이었다.


이곳이 크고 방어할 설비가 잘 되어있다고 하나 여긴 산해관이 아니었다.


북쪽과 서쪽은 산맥이 있어 대군이 돌기 어렵다고 하나 그렇다고 아예 시도도 못 할 정도는 아니며, 남쪽과 동쪽에 이르러서는 너른 평지다.


구릉과 같은 게 없는 건 아니지만 하나 같이 완만하니 사실상 방해는 없다고 해도 좋았다.


“······그러나 얻으면 많은 게 바뀌지.”


차마 아니라고는 하지 못하고 다른 말로 대꾸하나 이미 그러한 말을 했다는 것 자체가 약세를 드러내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때문에 지르가랑의 말에는 그다지 힘이 없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은 듯, 지르가랑은 계속 말을 이었다.


“분명히 말해 북경을 얻는 순간 대세는 결정된다. 북경과 명나라 황제를 잡는 순간 대세는 기울어.”

“북경은 어찌어찌 얻어도 황제는 쉽지 않다. 이미 몇 년 전부터 태자가 남경에 거하고 있음을 모르는가?”


후계자가 북경에 없다는 말에 지르가랑은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그리고 명나라 놈들은 후계가 없는 황제가 잡히자 제 손으로 그 황제를 버렸다.”

“······오이라트와 싸우던 때에 있던 일 말인가?”

“그래.”


도르곤이 이르는 말에 지르가랑은 제가 하는 말에 더욱 약점이 생겼음을 알고 불편한 얼굴이 되었다.


그러자 더 나아가는 것을 막듯 홍타이지가 입을 열었다.


“그만. 현실 인식은 이만하면 충분하다. 역시 현실적인 최선을 노리는 것이 낫겠다.”


현실적인 최선이라는 말에 지르가랑과 도르곤은 고개를 끄덕였으나 다른 이들은 아직 듣지 못하였던지라 궁금함이 서린 얼굴로 홍타이지의 말을 기다렸다.


“미리 말해두지만 이번 원정은 길게 볼 것이다. 호오거가 전사했던 때보다 훨씬 더 길게 말이다.”


굳이 전사한 숙친왕 아이신기오로 호오거를 입에 담으니 자리한 사람들에게는 마치 얻기 전에는 이번에는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는 각오로 들렸다.


이는 기실 정답에 가까운 생각이기도 했다.


“화의를 주장하러 온 이에게 적당히 반응하며 저들이 우리가 화의를 원한다고 착각하길 기다렸다. 시간이 넉넉히 있다고 착각하도록 말이다.”


오늘을 위해 준비한 것이 하나둘이 아니니, 홍타이지는 이번은 진정 북경을 얻기 전에는 물러나지 않을 생각이었다.


“명나라에서 다시 반란이 거세어졌음을 듣고 기다렸다. 그들이 더욱 크던가, 아니면 그들을 쫓아 명나라 군사들이 북경에서 멀어지기를 말이다. 그리고 토벌군은 결국 멀리 가서 돌아오기 어렵다.”


아니, 더 정확히는 그는 북경으로 대표되는 북부 전체를 얻고자 했다.


“수군을 이용해서 남경을 묶었다. 그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아니, 못 한다.”


언제든 기회가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어느새 홍타이지는 세월이 무상하게 흘렀음을 자각했다.


“그리고 오늘 나는 낭보를 들었다.”


이제 오십줄을 바라보는 나이, 그가 얼마나 더 오래 살지는 모른다.


허나 한 가지는 확실하니, 오늘보다 더 강하고 단단하게 몸과 마음을 다하여 전쟁터에서 달릴 날은 다시 오지 않는다.


“또 다른 반란군이 남하를 시작했다.”


남하.


이 말에 사람들은 북경이 거의 고립되었음을 깨달았다.


“북경을 친다. 그러나 무리하지 않는다. 동시에 놈들에게 고립되었음과 두려움을 안긴다.”


홍타이지는 그렇게 말한 후 서늘한 눈으로 북경에서 시선을 옮겼다.


그가 시선을 준 곳은 예친왕 아이신기오로 다이샨이 이끄는 부대, 이제는 껍데기나 다름이 없게 보일 군세가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 군세는 절대 껍데기도 허수아비도 아니다.


북경을 완전히 고립하게 할 마지막, 그 최후의 조각을 완성하기 위한 준비물이었다.


“도르곤, 화포를 다룰 수 있는 인원은 모두 네게 맡긴다. 북경을 쳐라.”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지르가랑, 너는 함정을 준비해라.”


함정이라는 말에 지르가랑은 묘한 얼굴이 되었으나 이어진 말에 그는 곧 전모를 이해했다.


“북경의 희망을 사로잡을 함정이, 그것이 아니라면 모조리 묻어버릴 함정이 필요하다.”

“신명을 다하여 준비하겠나이다.”


두 사람이 하는 대답을 들은 홍타이지는 고개를 주억이며 지도에 손을 펼쳐서 올렸다.


그리고는 그대로 북경을 중심으로 지도를 쥐니 지도는 그대로 그의 손아귀에 말려들어 갔다.


“이제 대청이 천하를 쥘 것이다.”



***



“놈들이 움직입니다!”


부관이 헐레벌떡 달려와서 외치는 말에 북경 수비대 대장 오양은 안색을 굳히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직 동이 다 트지도 않은 새벽이지만 개의치 않았다.


‘본디 도적과 강도는 햇빛을 보기 싫어하는 법이지.’


일부러 저들을 깍아내려서 마음을 다진 오양은 빠르게 의관을 갖추고 성벽으로 향했다.


이윽고 성벽에 선 그는 동이 트는 것에 맞추어서 다가오는 청나라 군세를 눈에 담을 수 있었다.


“······공성이라. 응전을 준비하라.”

“예!”


부관이 씩씩하게 대답하자 오양은 그가 어련히 잘하겠거니 하면서 시선을 다가오는 적들에게 고정했다.


조금 더 다가온 그들을 보니 아무래도 정석대로 외성부터 차근히 공략할 생각인 것처럼 보였다.


‘할 수 있다. 우겸도 이곳에서 해냈다. 나도 할 수 있어.’


수성의 묘는 여전히 그들이 가지고 있으니 불리하지 않다고 자신을 다독인 오양은 애써 그때처럼 준비가 만전이 아니며 지원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머리에서 지웠다.


“북경 수비대는 들어라! 오랑캐들에게 지면 모두 빼앗기도 죽을 것이니, 죽을 각오로 싸워라! 그렇지 않으면 가족, 친구, 이웃 그리고 우리 자신도 빼앗길 것이다!”


빼앗길 것을 상기한 오양은 곧이어서 의지할 구석을 일러주었다.


“이 북경성은 그 방어력이 뛰어나니, 예전에 경태제께서 계실 무렵에도 저 몽골 놈들을 물리쳤다! 그때에 비하면 저들은 적고 부족하며, 북경은 더욱 강하고 단단하다! 겁먹을 거 없다!”


콰앙!


그가 말하는 것을 더 기다려 주기 싫다고 하듯 청나라에서 날린 화포가 성벽에 닿았다.


그러나 소리에 비해 위력이 크지 않음을 본 오양은 저들이 일부러 압박하기 위해 조금 멀리서부터 사격을 개시하였음을 눈치챘다.


그 증거라고 하듯 저들은 여전히 다가오고 있으니, 보통 자리를 잡으면 그대로 사격을 이어가야 할 화포 역시 그러하고 있다는 것이 증거였다.


물론 이쪽 눈을 속이겠다고 하듯 저들이 얼마간 대를 나누어 번갈아가며 쏘고 전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긴 하나 오양이 보기에 저것은 그리 대단치 않은 수작에 불과했다.


오히려 알았으면 이용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니 오양은 짐짓 호기롭게 외쳤다.


“보라! 북경성은 저들이 쏘는 화포에도 끄떡없다!”


오양이 외치는 말에 병사들은 저마다 포탄이 닿은 성벽을 살폈다.


그러나 잘 보이지 않으니 아리송할 때 몇몇 병사들이 장수들의 눈짓에 목소리를 높였다.


“성벽이 멀끔하다!”

“화포로 북경은 뚫리지 않는다!”

“와아아! 북경은 난공불락, 대명은 영원하다!”


눈치 좋은 장수들이 오양의 말에 호응하여 병사들에게 외치게 하니 잘 모르는 다른 병사들은 그런가보다 싶었다.


병사들 가운데 자신들이 있는 성이 안전하다는 말을 굳이 증거도 없는데 부정하고 싶은 별종은 없었으니, 곧 북경 성벽은 함성으로 가득 찼다.


“대명은 영원하다!”

“황제 폐하, 만세, 만만세!”

“북경은 무너지지 않는다!”


딱히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는 모를 함성들을 들으며 오양은 재차 소리쳤다.


“활과 화창을 준비하고 놈들이 달려들 경우에 대비하라! 오늘 우리는 승리를 얻는다!”


기세가 오른 것과 별개로 여전히 북경 수비대는 정예하다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으니 준비하는 손은 느리고 노리는 자세는 다소 엉성하였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이 자리를 잡으니 그래도 그만한 위용이 나오니 오양은 거기에 만족하며 저들이 더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화포라면 그럭저럭 항전할 수 있겠지만 굳이 먼저 쏴도 큰 피해는 기대하기 어려우니 그는 화약 낭비였다.


이제 북경은 비축한 것으로 버티고 버텨야 하니 오양은 가능하면 모든 자원을 아끼고 싶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오면······.’


저들이 조금만 다가오면 그대로 사격을 명하여 큰 피해를 주리라, 그렇게 생각한 순간 오양은 급히 외치는 소리에 기겁했다.


“제, 제독! 큰일입니다! 반대쪽에서 청나라 군세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뭐라고!?”



***



“예친왕 전하, 별동대가 예정된 위치에 도착했습니다.”


야밤을 틈타서 몰래 움직인 군세가 제 위치에 도착하였다는 말에 도르곤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정대로 진행하라고 일러라. 그리고 전방에 전해라. 이만 전진을 멈추고 세를 부풀리는 데 집중, 화포를 중점으로 공세를 거세게 하라고.”

“예, 전하.”


팔기가 명령에 공손하게 물러나니 도르곤은 북경을 바라보더니 나직이 중얼거렸다.


“어디, 어떻게 반응하는지 한번 볼까.”


작가의말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kkatnip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여 주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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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 366화 승리로 이어질 패배 +2 23.10.06 236 16 14쪽
366 365화 선점 23.10.05 228 17 12쪽
365 364화 가야 할 곳은 +1 23.10.04 244 16 14쪽
364 363화 맞아떨어진 이해 +1 23.10.03 244 16 16쪽
363 362화 살기 위한 궁리 +2 23.10.02 237 17 12쪽
362 361화 버림돌 +1 23.10.01 234 18 13쪽
361 360화 지펴진 불길 +3 23.09.30 254 17 13쪽
360 359화 끌려가는 심리 +3 23.09.29 249 16 15쪽
359 358화 지식과 체감 +3 23.09.28 246 15 15쪽
358 357화 말은 언제나 쉽다 +1 23.09.27 257 21 14쪽
357 356화 북경 공방전 23.09.26 271 18 13쪽
» 355화 다시 오지 않을 지금 +2 23.09.25 275 18 12쪽
355 354화 때로는 알기에 괴롭다 +3 23.09.24 262 17 16쪽
354 353화 이리와 호랑이 +1 23.09.23 260 15 12쪽
353 352화 우물 안 개구리 +1 23.09.22 266 20 12쪽
352 351화 부족한 현실 +2 23.09.21 263 18 12쪽
351 350화 까마귀가 난다고 하니 +2 23.09.20 260 18 13쪽
350 349화 혀는 칼보다 위험하다 23.09.19 270 17 13쪽
349 348화 맡겨진 선택 +3 23.09.18 285 19 13쪽
348 347화 천하를 갈망하는 자들 +2 23.09.17 276 20 12쪽
347 346화 전쟁의 도리 +1 23.09.16 275 20 12쪽
346 345화 세상에서 가장 큰 전쟁 +4 23.09.15 299 22 12쪽
345 344화 훗날을 그리는 사람들 +1 23.09.14 273 19 12쪽
344 343화 이어받을 사람 +3 23.09.13 283 19 12쪽
343 342화 소란한 이웃들 +3 23.09.12 285 21 15쪽
342 341화 봄이 오기 전에 +5 23.09.11 291 18 12쪽
341 340화 가장 밝게 타오를 때 +2 23.09.10 277 21 12쪽
340 339화 모양새는 중요하다 +1 23.09.09 273 18 14쪽
339 338화 가운데 있는 자의 처신 +2 23.09.08 275 20 14쪽
338 337화 연줄을 만드는 방법 +6 23.09.07 292 2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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