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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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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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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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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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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47화 천하를 갈망하는 자들

DUMMY

347화 천하를 갈망하는 자들


“예친왕 전하, 한께서 부르십니다.”

“금방 가마.”


말을 전하러 온 팔기에게 대답한 예친왕 아이신기오로 도르곤은 지도를 잠시 더 보다가 바깥으로 나섰다.


“예친왕 전하.”


바깥으로 나서자마자 그를 부르러 왔던 팔기와는 다른 목소리가 잡아 세웠다.


다른 목소리지만 목소리만으로 누군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목소리에 도르곤은 돌아보기도 전에 그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요토, 내게 무슨 일이지? 지금은 바쁘다. 급한 일이 아니라면 나중으로 하였으면 하는데.”

“하나만 묻고 돌아가겠습니다.”


여전히 버일러에 머무니 예를 갖추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나 한편으로 이만큼 요토가 어색하게 보일 수가 없으니 도르곤은 피식 웃었다.


“안 어울리는구나. 얼른 물어봐라. 한께 가기 전이지만 작은 시간은 내어주마.”

“허면 돌리지 않고 묻지요. 이번도 전처럼 할 것입니까?”


이번에도 전처럼 할 것인가.


돌리지 않고 묻는다고 한 것치고는 상당히 알기 어려울 정도로 암시투성이인 말이었으나 도르곤은 어렵지 않게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전처럼이라. 당장 모양은 그렇지만 결과는 다를 것이다.”


결과가 다를 거라는 말에 요토는 무엇이든 더 묻고 싶은 기색이 강했으나 도르곤은 더 어울릴 여유가 없다고 하듯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그대로 도르곤이 걸어가니 졸지에 혼자 남겨진 요토는 고민 어린 얼굴로 잠시 서 있더니 작게 중얼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그 다름이 과연 호오거에게 부끄럽지 않을지, 궁금하군.”



***



“부르셨습니까?”

“왔느, 으음.”


도르곤이 들어서자마자 홍타이지는 반기다 말고 얼굴을 찡그러트리며 이마를 짚었다.


“괜찮으십니까?”

“단순한 두통이다. 그보다 상황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오늘 심양에서 사자가 도착했는데, 회순왕과 지순왕이 출발하였다고 합니다.”

“그럼 남경은 더 걱정할 거 없겠군.”


회순왕 경중명과 지순왕 상가희가 예정대로 움직였다는 말에 홍타이지는 머릿속에서 변수를 하나 지웠다.


그러나 도르곤은 다소 불안하였는지 걱정을 드러냈다.


“바다는 위험한 곳입니다.”

“그렇지. 하지만 너는 내일 머리에 번개가 떨어지는 일이 두려우니 집에 있자고 말하느냐?”

“아닙니다.”

“네가 하는 걱정은 그와 비슷하다. 갑작스러운 비에 옷이 젖는 정도는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 이상 일이 벌어진다면 그건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다고 논한 홍타이지는 손가락을 하나 들어서 위를 가리키더니 담담하게 말을 덧붙였다.


“그렇다면 그것은 하늘이 정한 것이니, 우리가 어찌할 도리가 없는 일이지.”


홍타이지가 하는 말에 어딘가 달관함이 깃들어 있음을 안 도르곤은 이러한 반응이 좋은 것인이 나쁜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안타깝게도 도르곤은 그 대답을 얻기 어려웠으니, 홍타이지가 이어서 다른 것을 물었기 떄문이었다.


“여기서 멀더냐?”

“예?”

“머냐고 물었다.”


멀다니, 어디를 이름인지 알기 어려우니 도르곤은 쉬이 대답지 못했다.


이에 홍타이지는 이해한다는 얼굴로 말을 조금 더 늘렸다.


“호오거가 전사한 장소, 이곳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느냐.”

“······여기서는 거리가 조금 있습니다. 북경에서는 그리 멀지 않습니다.”


뒤늦게 홍타이지가 무엇을 묻는지 알게 된 도르곤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복잡함이 담긴 대답에 홍타이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직이 말했다.


“허면 녀석도 볼 수 있겠군.”

“가보시고자 하면 능히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호오거는 그곳이 아니라 여기에 있습니다.”


전사한 장소가 아니라 여기에 있다는 말에 홍타이지는 두 눈을 조금 크게 뜨더니 이내에 웃었다.


“하하하! 과연 그러하다. 녀석이라면 그런 곳에서 죽은 일을 따지는 게 아니라 진즉에 북경에서, 아니면 이곳에 함께 있어서 즐기겠지.”


기분 좋게 웃음을 터트린 홍타이지는 천천히 웃음을 가라앉혔다.


이윽고 즐거운 기분을 모두 음미하고 지금 필요한 자세, 냉정한 군략가로서 돌아온 홍타이지는 한쪽에 걸어둔 지도를 가리키며 물었다.


“대학사는 이곳에 없지만 이번 전쟁은 그가 짠 것이다. 그리고 그 구상은 너와 나만이 전모를 알고 있지.”

“한께서 미천한 소신을 이렇게 아끼시니 감읍할 따름입니다.”


도르곤이 겸양하니 홍타이지는 잠시 그를 보다가 달리 말하지 않고 본래 불러 묻고자 하던 것을 물었다.


“이 계획에서 좋은 점은 창을 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찌르는 것도 우리가 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너는 어디를, 아니 무엇을 생각하고 있느냐?”

“생각은 있으나 제가 생각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어째서?”

“결정권자는 한이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번 일은 한 곳을 정해 찌르는 것에서 끝날 수도, 아니면 더 크게 노릴 수도 있으니 의미가 없습니다.”


도르곤이 이르는 말에 홍타이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선언했다.


“네 말대로 나는 고작 하나에서 끝낼 생각이 없다. 적어도 이번 전쟁을 끝내면 국호에 대(大)를 붙일 나라는 우리만이 되어야 한다.”

“이번으로 그렇게 되리라고 저 역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네가 말이냐? 그건 거짓말이구나.”

“······.”


거짓말이라 단언하는 홍타이지의 말에 도르곤은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을 찬찬히 보던 홍타이지는 씩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너는 확신하지 않는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그때그때 최선을 취하지. 그것이 반드시 옳다고는 할 수 없으나 참으로 무서운 재능이다.”

“저의 재능은 오로지 대청의 영원불멸을 위해 있습니다.”

“안다. 그러니 다행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네가 전에 공언한 이래 나는 너를 가장 믿는다. 너는 노리지 않아. 그리고 탐내지 않지.”


투명한 눈빛,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감춤이 없는 말에 도르곤은 무어라 대답하기 어려워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홍타이지는 딱히 대답을 바란 것이 아닌 듯, 그대로 말을 이어갔다.


“전부터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지만 이제야 확신이 든다. 네가 있기에 대청은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아마도 이어가는 것이지 나아가는 것은 아니겠지. 그것은 내 역할이다.”


단언하여 역할을 정한 홍타이지는 지도에 눈을 주며 거기에 쓰인 지명을 강하게 노려보았다.


“이번으로 북경 그리고 금주를 얻겠다. 그것이면 대청은 대청으로 설 것이니, 나는 후일을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한께서 뜻하시는 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러한 대화가 오가고 날이 밝으니 홍타이지의 의지를 전하듯 행군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이들이 가는 곳은 북경.


천명을 겨룰 장소였다.



***



천명을 겨룬다고 하면 당연히 그 상대가 있는 법.


아직은 천명이, 중원 천하가 자신들에게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상대는 지금 혼란에 빠져있었다.


“홍승주가 보낸 것이 사실이냐?”


숭정제 주유검이 묻는 말에 북경 조정 신료들은 누구 하나 입을 쉬이 열지 못했다.


그들 역시 아는 것이 없기는 매한가지며, 함부로 나섰다가는 황제의 진노를 사게 될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왜 아무도 대답이 없어! 사실이냐고 묻지 않느냐!”


그러한 우려가 타당함을 드러내듯 곧장 주유검은 벌컥 화를 내었다.


그러나 이미 입을 다물기로 작정한 이들은 그저 시선을 피하기 급급하니 주유검은 울화통에 그대로 쓰러질 거 같았다.


“오양, 북경 수비대 대장 오양은 게 있는가! 없다면 당장 불러와라!”


북경 수비대 대장이라는 직책에 맞게 지금 이 자리에 있기보다는 군사 돌보는 일에 여념이 없던 오양은 부름에 재빨리 달려와서 예를 취하였다.


“신 오양, 황상의 부름을 받고 대령하였나이다.”

“왔는가? 상서 홍승주가 보낸 것이다. 읽어보라.”


주유검이 환관을 시켜 홍승주가 보낸 서신을 건네니 오양은 재빨리 내용을 눈으로 살폈다.


이윽고 내용을 모두 확인한 오양은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홍 상서가 막고 있는 자리에 있는 적이 전부가 아니라니, 허면 그들은 이 북경 혹은 산해관을 노릴 것입니다.”

“금주나 남경도 조심함이 옳다고 올렸는데, 그쪽은 어찌하여 언급하지 않는가?”


홍승주가 올린 내용 가운데서 오양이 언급하지 않은 부분을 주유검이 의아하게 여기며 물었다.


이에 오양은 침착하게 그가 생각한 바를 늘어놓았다.


“금주는 홍 상서가 알아서 방비할 것입니다. 작금 북방 방어선을 전에 잃은 병사들을 새로이 보충하며 재정비하였으니 금주는 그 범위에 들어가며 핵심에 가깝습니다. 허니 홍 상서가 이끄는 이들과 연계하기 쉽게 되어 있으니 섣부른 지령은 오히려 해롭습니다.”

“남경은?”

“······그곳은 양 총독을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잠시 주저함이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안 주유검은 자세히 캐어물었다.


“믿으라? 그를 의심하는 건 아니나 부족함이 있을 수도 있다.”

“그곳은 사실상 노리기 어려우며 돕기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지난 수년간 양 총독 스스로 군제를 정비하여 준비하였으니 어디서든 쉽게 노리기 어려운 곳입니다. 다소 도발이나 견제는 있을 수 있으나 급한 곳은 아닙니다.”


아무런 말도 대답하지 못하던 이들에 비해 오양은 그래도 말은 조리있게 하니 그 신빙성은 몰라도 시원함이 있음에 주유검은 조금 마음을 풀었다.


“산해관이 위험할까?”

“그럴 수도 있으나, 그곳은 난공불락이라 하기 걸맞은 곳입니다.”

“허면 가장 위험한 곳은 이곳이다?”

“······말씀드리기 대단히 송구하오나 그렇습니다.”


조심스럽게 말한 오양은 두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숙였다.


북경이 가장 위험하다고 말하였으니 어떠한 불호령이 떨어질지 모른다고 여긴 것이다.


허나 예상한 것과 달리 주유검은 화를 내지 않았다.


“북경이 위험하다라. 오 제독, 얼마나 버틸 수 있나?”


평온한 어조로 묻는 말에 오양은 제 귀를 의심하나 그와 별개로 입은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벼, 병량만 충분하다면 몇 년이고 버틸 수 있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좋다. 허면 홍승주에게 연락을 보내어 전하라. 저들을 물리치고 북경으로 오라고 말이다.”


전에 노상승이며 여러 사람을 독촉했던 것에 비하면 지금 주유검이 내리는 명령은 상당히 상식적이고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주유검이라고 배운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니, 북경이 안전하다면 요동하는 것보다 침착함이 여러모로 좋다는 걸 깨우쳤기 때문이었다.


“오양, 버틸 수 있겠지?”


버틸 수 있다고 못 한다고 하다니, 말이 이리저리 오가서 신용이 없음은 물론이고 수비대 대장이 괜히 사기를 떨군다고 책망받을 터였다.


여기서 아니라고 했다가는 목이 달아나지 않다라도 파직은 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후에 나설 이는 십중팔구 오양보다 못한 이가 될 터이니 오양은 이를 악물고 각오를 다졌다.


“무, 물론입니다!”

“허면 믿겠다. 이번 일에 그대들은-.”

“폐, 폐하! 큰일이 났습니다!”


무언가 독려하는 말을 하여 의연하게 넘기려고 하였는데 그걸 깨고 무례를 범하는 목소리에 주유검은 미간을 좁혔다.


“청나라 놈들이 접근하는 일이라면 이미 알고 있다.”

“그, 그게 아닙니다! 낙양, 낙양에서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낙양.


이 말에 주유검은 물론이고 저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는 이들이라면 하나 같이 얼굴을 굳혔다.


“자세히 고하라!”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물으니 이어서 들려온 말에 주유검은 저도 모르게 암담함과 어지러움을 느끼게 되었다.


“반란 수괴 이자성이 낙양에서 관중왕을 칭하고 백만에 이르는 군사를 움직였다고 합니다!”


작가의말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kkatnip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여 주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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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 366화 승리로 이어질 패배 +2 23.10.06 236 16 14쪽
366 365화 선점 23.10.05 228 17 12쪽
365 364화 가야 할 곳은 +1 23.10.04 244 16 14쪽
364 363화 맞아떨어진 이해 +1 23.10.03 244 16 16쪽
363 362화 살기 위한 궁리 +2 23.10.02 236 17 12쪽
362 361화 버림돌 +1 23.10.01 234 18 13쪽
361 360화 지펴진 불길 +3 23.09.30 253 17 13쪽
360 359화 끌려가는 심리 +3 23.09.29 249 16 15쪽
359 358화 지식과 체감 +3 23.09.28 245 15 15쪽
358 357화 말은 언제나 쉽다 +1 23.09.27 257 21 14쪽
357 356화 북경 공방전 23.09.26 271 18 13쪽
356 355화 다시 오지 않을 지금 +2 23.09.25 274 18 12쪽
355 354화 때로는 알기에 괴롭다 +3 23.09.24 262 17 16쪽
354 353화 이리와 호랑이 +1 23.09.23 260 15 12쪽
353 352화 우물 안 개구리 +1 23.09.22 266 20 12쪽
352 351화 부족한 현실 +2 23.09.21 263 18 12쪽
351 350화 까마귀가 난다고 하니 +2 23.09.20 259 18 13쪽
350 349화 혀는 칼보다 위험하다 23.09.19 270 17 13쪽
349 348화 맡겨진 선택 +3 23.09.18 285 19 13쪽
» 347화 천하를 갈망하는 자들 +2 23.09.17 276 20 12쪽
347 346화 전쟁의 도리 +1 23.09.16 275 20 12쪽
346 345화 세상에서 가장 큰 전쟁 +4 23.09.15 298 22 12쪽
345 344화 훗날을 그리는 사람들 +1 23.09.14 273 19 12쪽
344 343화 이어받을 사람 +3 23.09.13 283 19 12쪽
343 342화 소란한 이웃들 +3 23.09.12 285 21 15쪽
342 341화 봄이 오기 전에 +5 23.09.11 290 18 12쪽
341 340화 가장 밝게 타오를 때 +2 23.09.10 277 21 12쪽
340 339화 모양새는 중요하다 +1 23.09.09 273 18 14쪽
339 338화 가운데 있는 자의 처신 +2 23.09.08 274 20 14쪽
338 337화 연줄을 만드는 방법 +6 23.09.07 292 2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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