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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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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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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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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41화 봄이 오기 전에

DUMMY

341화 봄이 오기 전에


외정에 관여한다고는 하나 범문정은 군사에 자세하지 않다.


이런 말은 사실 그보다는 예친왕 도르곤과 논하는 게 더 나았다.


아니면 정친왕 지르갈랑이라던가 말이다.


그러나 홍타이지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 상황을 살피고 싶었고, 그런 면에서 범문정은 좋은 상대였다.


“세 곳, 산해관은 중원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며 금주는 벽이다. 그리고 북경은 그 안에 있는 과실이니,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대는 어디를 우선함이 낫다고 여기는가?”

“문과 벽은 나중에 주인이 바뀌면 쓸 것이니 굳이 부수려고 우선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과실은 누군가 먼저 따면 후에 도착한 이들은 다시 익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아니면 직접 일구어 열매를 맺도록 해야 하니 굳이 말하자면 저는 과실을 택하겠습니다.”


범문정이 하는 대답으로 머릿속에서 군대를 움직여 미래를 그린 홍타이지는 고개를 흔들었다.


“한번 따고 나면 다시 돌아와야 한다.”

“지키는 이들이 돌아오기 때문입니까?”

“과실은 가지러 간 사람만 먹을 것이 아니니, 가지고 돌아와 가족들에게 주어야 한다. 그리고 때로는 도적과 싸우는 동안 어린아이들에게 대신 시켜야 할 것인데, 이 아이들은 너무 어려서 문과 벽을 지나는 일을 하기 어려워하지.”


그렇게 말한 홍타이지는 눈을 침잠하며 서늘하게 말을 덧붙였다.


“문과 벽을 헐어야 한다. 아니면 열어줄 이들을 그곳에 두던가.”

“말씀드렸듯 허는 것은 아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열어줄 이들을 두는 것은 시도하여 볼 법합니다.”


그것이 쉽지 않아 2대에 걸쳐서 고생하고 있건만 범문정의 말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이에 홍타이지는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들이 돌아서겠는가?”

“주인이 그들을 돌아서게 할 것입니다.”

“호오.”


홍타이지는 크게 흥미가 이는 걸 느끼는 한편 냉정하게 판단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쉬운 일이 아니다.”

“시도하여 손해는 없는 일이지요. 돌아서지 않는다면 모두 치우고 우리 사람들을 두면 그만이니, 어찌하지 않겠습니까?”


범문정이 이르는 말은 군략이 아니라 계략에 가까운 일이니 이는 군사 다루는 것과 별개로 그가 자신있어하는 일 가운데 하나였다.


“야지에서 싸워 반드시 이기며 북경을 공격하면 반드시 함락하여 주십쇼. 그러한 보장만 하여주시면 소신, 전심을 다 하여 세 곳을 모두 얻는 방도를 내어 보이겠습니다.”

“세 곳을 일거에 얻는다?”


생각만 하여도 웃음이 나오는 말이며 즐거움이 가득하여지니 홍타이지는 그를 감추지 않고 드러내어 웃었다.


“흐흐흐, 흐하하하!!!”


크게 웃어 즐거움을 보인 홍타이지는 진중한 눈으로 입을 열었다.


“대학사, 대청은 진정 그 이름에 맞는 영토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걸 얻을 기회는 한정되어 있다.”


홍타이지가 이르는 말에 범문정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기다렸다.


아직은 대답할 때가 아니라고 여겼기 때문이니, 과연 홍타이지는 아주 잠깐 말을 쉬고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대라고 하여 언제나 옳고 대단하여 결과 내는 것을 아님을 안다. 허나 그대가 하는 것이 적어도 해가 되는 일이 없었으니, 나는 조급함에 괜한 일을 하는 것보다 그대에게 다시 한번 걸고자 한다. 그러니 하고자 하는 일은 모두 하고 쓰고자 하는 것들은 모두 가져다가 써라.”


신뢰가 있으니 그렇다고 하여 무한정한 용납은 아니니 범문정은 굳은 각오로 천천히 물었다.


“그것이 한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나?”


자신을 쓰겠다는 말에 홍타이지는 한층 더 기대가 높아지는 걸 느끼며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했다.


그러나 고민은 길지 않았으니, 홍타이지는 더할 나위 없이 진중하게 말했다.


“모든 것은 대청을 위해서. 이 말에 나 역시 포함된다.”

“한께서 이르신 것을 전심으로 따르겠습니다. 다이칭 구룬이여 영원하라!”


범문정은 곧장 바닥에 엎드려 외치니 홍타이지는 가슴이 뛰는 걸 느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르졸이여, 사랑하는 하르졸이여, 조금만 더 기다려다오. 내가 그대의 곁에 가는 것은 대명이라는 말을 지우고 대청이라는 말만 남긴 후여야 한다.’



***



‘이걸 어쩐다?’


명나라 병부시랑 진신갑은 고민 어린 얼굴로 탁자를 조용히 두드렸다.


근래 기류가 조금 달라졌음을 알고 확인차 보낸 시종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인데, 그 기다림이 적잖이 부담되었는지 진신갑은 이마에서 연신 땀을 송글송글 흘렸다.


“대인, 지금 돌아왔습니다.”


그러던 중 한 사람이 돌아와서 아뢰니 진신갑은 지체하지 않고 그를 안으로 들였다.


“어서 들어와라!”

“예, 대인.”


부름에 따라 시종이 들어와서 공손히 예를 취하니 진신갑은 불안함을 애써 내리누르며 물었다.


“어떻더냐?”

“만나지 못하였습니다.”

“그래? 허면 내달에 만나자고 청한 것은?”

“확답하지 않았습니다.”


시종이 이르는 말에 진신갑은 내리누르고 있던 불안함이 두 배가 되어서 튀어 오르려고 하는 걸 느꼈다.


그러나 아무리 심란하여도 그를 아랫사람 앞에서 드러내기란 차마 자존심이 용납지 않으니 진신갑은 빠르게 시종을 내어보냈다.


“수고하였다. 가서 쉬어라.”


시종이 예를 갖추고 물러나니 그가 물러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시종이 와서 다녀왔음을 알렸다.


“대인, 다녀왔습니다.”

“들어와라.”


안으로 들어온 시종은 방금 오간 시종과 비슷한 말을 입에 담았다.


“이르신 것을 전했는데, 이제 멀리 가니 어렵겠다고 하십니다.”

“그렇단 말이지. 알았다. 물러가라.”


두 번째 시종이 예를 갖추어 물러나니 진신갑은 이제 불안함을 억누르기 힘들었다.


그리고 세 번째, 네 번째 시종을 맞이하여 모두 비슷한 대답을 들었음을 확인한 진신갑은 이제 더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이놈들이 다시 일어날 생각이구나.’


그간 종종 찾아가서 친분을 쌓으려고 하던 중신들이며 친왕들이 하나 같이 진신갑과 만나기를 거절했다.


이는 다시 말해 그를 만날 이유가 없거나 만나면 곤란하여짐을 뜻하니 그럴 만한 이유는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전쟁.


어디가 되었든 청나라는 재차 명나라로 출병할 생각이었다.


심양에 머문 지 벌써 해를 넘기고 날로 세어도 일 년을 꼬박 넘기니 누군가는 그를 보며 청나라 사람이 아니었느냐고 조롱할지도 모른다.


또 그가 그간 화친을 청하는 일에 지지부진하던 이유 역시 거기에 있다며 비난할 것이다.


하지만 진신갑은 명나라 사람으로서 자부심이 있으며 지금까지 한 일이 헛되지 않았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명나라에서 화친 청함이 정녕 평화를 위해서 하였다고 믿는 사람은 화친을 맺기 위한 사자로 보내진 진신갑은 물론이요 그를 보낸 북경 조정에 아무도 없다고 자신했다.


심지어 황상인 숭정제 주유검조차 진정으로 평화를 바라서 보낸 게 아니었다.


이걸 진신갑은 그의 목을 걸고 자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런 이유가 없는 보냄은 아니니, 진신갑을 포함한 명나라 사절은 화친을 논하며 패배를 수습하고 재정비할 시간을 벌고자 함이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화친이 아니라 시간을 버는 것이니 진신갑은 자신 있게 대답할 것이며, 역으로 비난한 자를 비웃을 것이다.


방향은 다르다고 한들 그는 결국 일 년이 넘는 시간을 벌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러한 자부심과 별개로 다시 전쟁이 이는 순간 그는 목이 달려 있어도 아니 달린 셈이 될 터였다.


‘이대로 있으면 죽는다.’


전쟁이 다시 벌어지는 순간 구실이나마 되었던 화친은 그야말로 의미를 잃는다.


그러면 아예 선전포고 삼아서 그의 목을 벤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렇지 않다고 한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이미 감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옳을 터, 섣부른 짓은 곧 이 세상에서 마지막 날을 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허나 목숨을 아껴서 그저 웅크리고만 있다면 그때는 다른 의미로 목숨이 위험하다.


지금까지야 시간을 벌어주니 그저 두고 보나 좋게도 싫게도 구실은 화친.


전쟁이 터지는 순간 책임은 당연하게도 진신갑에게 돌아오지 않을 수 없으니 돌아가면 그를 책망하며 죄인으로 하고자 하는 소리가 나올 게 뻔했다.


그러니 가만히 있어도 기다리는 것은 파멸이니 무언가 해야 했다.


“끄응.”


움직여야 하나 방도가 보이지 않으니 진신갑은 저도 모르게 답답함에 앓는 소리를 입으로 내었다.


그렇게 낸 후에 스스로 놀라 화들짝 주변을 둘러본 후 가슴을 쓸어내린 진신갑은 돌연 머리를 스치는 생각에 웃음 지었다.


‘흐흐, 꼭 맞고 정확해야만 전할 이야기는 아니지.’


도움 되는 내용을 전하면 좋을 것이나,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고 여긴 진신갑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적당히 바삐 움직여 볼까.’


중요한 것은 진신갑이 대명을 위해서 분골쇄신하여 움직였다는 사실이 조정에, 더 정확히는 숭정제 주유검에게 전해지는 것이니 진신갑은 그를 위해 움직였다.


날을 들여서 시종들을 다시 보내어 사람들과 만나려고 노력하고, 청나라 황제에게도 알현을 요청하였다.


뿐만 아니라 그는 직접 걸음하여 친왕들이며 중신들과 만남을 가지려고 노력하였다.


그렇게 십 수일을 지낸 후 이 모든 시도가 멋지게 실패한 후에야 진신갑은 수많은 실패를 빛낼 하나의 성공을 위해 움직이니, 그가 향하는 곳은 심양에 있되 청나라 사람들이 없는 곳이었다.



***



“저하, 명나라 병부시랑 진신갑이 와서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이리 갑자기 말이냐? 무슨 연유로 만나고자 하는지, 물었느냐?”


바깥에서 사람이 찾았음을 알리는 박 내관의 목소리에 소현세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영 시원찮았다.


“다급한 듯 보이나 용건은 말하지 않고 그저 전하를 뵈어야겠다고 막무가내로 말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허어.”


이상한 일이나 한편으로 소현세자는 다른 것에 생각이 미쳤다.


‘이 자가 알았나?’


몇몇 눈치가 빠른 자들이라면 지금 심양 공기가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소현세자 역시 그들 가운데 하나였다.


이는 외조를 통해 오가는 물류며 사람들을 살피다 우연히 안 것이니, 지난날 양곡 거두지 못하였음을 빌미로 시작된 곡물 사 가는 일이 여전히 이어짐은 물론이고 근래에 그 양이 크게 늘었다.


이번 해에 청나라에 기근 들었다는 말을 소현세자는 들은 바가 없으니 이는 아무리 생각하여도 한 번 더 크게 움직이고자 함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소식이 더 그 생각을 굳게 했다.


‘곧 왜인들이 도착한다.’


1만이라는 숫자는 아무리 그래도 부담스러워서 일주일 정도 시일을 두고 3분지 1정도로 나누어 올라올 예정이나 그래봐야 3주, 지금 가장 먼저 도착한 이들이 의주에 도착하였다는 연락이 왔음을 생각하면 한 달이 되지 않아 청나라에 병사 1만이 생기는 셈이었다.


준비하여 나섬을 생각하면 아마도 눈이 녹는 것과 함께 진군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터였다.


혹은 계절을 기대하여 안심하고자 하는 마음을 노려 일찍 진군할 수도 있었다.


그러니 늦어도 봄, 어쩌면 더 일찍 청나라가 명나라를 상대로 다시 전쟁을 일으키리라는 건 확실했다.


그리고 청나라에서 이를 공공히 말하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가리는 분위기도 아니니 진신갑이 조금만 예민하고 섬세하여 사방을 살피고 귀 기울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면 알아채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긴 했다.


‘허면 용건은 대체로 알겠구나.’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진신갑이 찾은 이유를 어렵지 않게 짐작한 소현세자는 일단 말을 들어볼 생각으로 입을 열었다.


“안으로 뫼셔라.”


들이라는 말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안으로 들어선 진신갑은 예를 갖추어 인사를 올렸다.


“세자 저하,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나는 평안하나 그대는 어떨지 모르겠군.”


짐작은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법.


소현세자는 일단 한번 찔러볼 생각으로 가벼이 말을 던졌다.


그러나 이어진 반응은 여러모로 상상 이상이었다.


“세자 저하, 아신다면 가리지 않고 청하겠습니다. 부디 이 진신갑이에게 작은 아량을 베풀어 주십쇼!”


작가의말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kkatnip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여 주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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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 366화 승리로 이어질 패배 +2 23.10.06 236 16 14쪽
366 365화 선점 23.10.05 228 17 12쪽
365 364화 가야 할 곳은 +1 23.10.04 244 16 14쪽
364 363화 맞아떨어진 이해 +1 23.10.03 244 16 16쪽
363 362화 살기 위한 궁리 +2 23.10.02 237 17 12쪽
362 361화 버림돌 +1 23.10.01 234 18 13쪽
361 360화 지펴진 불길 +3 23.09.30 254 17 13쪽
360 359화 끌려가는 심리 +3 23.09.29 249 16 15쪽
359 358화 지식과 체감 +3 23.09.28 246 15 15쪽
358 357화 말은 언제나 쉽다 +1 23.09.27 257 21 14쪽
357 356화 북경 공방전 23.09.26 271 18 13쪽
356 355화 다시 오지 않을 지금 +2 23.09.25 274 18 12쪽
355 354화 때로는 알기에 괴롭다 +3 23.09.24 262 17 16쪽
354 353화 이리와 호랑이 +1 23.09.23 260 15 12쪽
353 352화 우물 안 개구리 +1 23.09.22 266 20 12쪽
352 351화 부족한 현실 +2 23.09.21 263 18 12쪽
351 350화 까마귀가 난다고 하니 +2 23.09.20 260 18 13쪽
350 349화 혀는 칼보다 위험하다 23.09.19 270 17 13쪽
349 348화 맡겨진 선택 +3 23.09.18 285 19 13쪽
348 347화 천하를 갈망하는 자들 +2 23.09.17 276 20 12쪽
347 346화 전쟁의 도리 +1 23.09.16 275 20 12쪽
346 345화 세상에서 가장 큰 전쟁 +4 23.09.15 299 22 12쪽
345 344화 훗날을 그리는 사람들 +1 23.09.14 273 19 12쪽
344 343화 이어받을 사람 +3 23.09.13 283 19 12쪽
343 342화 소란한 이웃들 +3 23.09.12 285 21 15쪽
» 341화 봄이 오기 전에 +5 23.09.11 291 18 12쪽
341 340화 가장 밝게 타오를 때 +2 23.09.10 277 21 12쪽
340 339화 모양새는 중요하다 +1 23.09.09 273 18 14쪽
339 338화 가운데 있는 자의 처신 +2 23.09.08 275 20 14쪽
338 337화 연줄을 만드는 방법 +6 23.09.07 292 2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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