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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요리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 조선의 국가권력급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국물요리
작품등록일 :
2024.02.16 12:03
최근연재일 :
2024.03.19 08:02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430
추천수 :
19
글자수 :
155,647

작성
24.02.16 12:10
조회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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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현실왕생

안녕하세요 초보작가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DUMMY

제1화 현실왕생(現實往生)



눈이 감긴다.

억지로 움직이자, 눈이 깜빡인다.


“······신장!”


올라오는 목소리가 꺼끌하다.

들리는 음성이 생경하기까지 한다.

하기사, 가슴이 베어졌으니 그럴 수 밖에.


그렇다해도 움직여야지.

죽지 않았다면, 끝까지 발버둥쳐야지.

놈을 죽여야 하니까.

신장, 그 놈을 반드시 쳐죽여야 하니까.


“신장! 어디 있느냐! 어디....... 크헉!”


한 서린 저주를 뱉자, 숨이 막혀왔다.

목소리도 갈라졌다.


“헉...... 헉.......”


날카로운 통증이 올라온다.

고통 때문에 가슴을 지혈했다.


‘얼마나 심한 것인가?’


지혈하던 손을 들어 확인했다.

헌데, 손이 깨끗하다. 붉게 물들었을 줄 알았건만.


“상처가......쿨럭! 커헉! 커헉!”


상처가 없다.

분명 찔렸는데, 분명 베였는데.


‘비가 내리던 그 날, 신장의 칼에 분명......’


꿈인가? 생시인가?

지독한 통증으로 보아, 생시는 맞을 터.

하지만, 다르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녹색 괴이도, 귀신같은 강자도, 신장도.

보이는 건 오직 흙바닥의 멍석과, 짚으로 둘러싸인 벽 뿐.


‘여, 여긴 어디인가?’


고통 때문에 머리가 더욱 멍청해진 듯하다.

간신히 고개를 내려 몸을 내려다보았다.


입고있는 옷은 삼베다.

짚으로 만들어진 처막과 바닥에 깔린 멍석이라니.


세가지를 합쳐보니, 한가지 결론이 나온다.


‘혹여, 상 중인가?’


아둔한 머리로 내린 결론이다.

이해할 수 없는 답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신장에게 칼을 맞고 눈을 뜨니, 상중이라고?”


중간 과정이 몽땅 사라졌다.

그나저나, 아까부터 목소리가 계속 거슬린다.

내 목소리가 아닌 거 같았으니까.


“쿨럭!”


다시 숨통이 조여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바로 뉘였다.

고통을 줄이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이랄까.


고개를 바로하니, 천장이 보인다.


“후우, 후우, 후우.”


숨을 고르며 생각을 정리했다.

머리가 여전히 혼란했기에.


‘일단 침착하자, 침착해!’


옛말에도 있지 않던가.

호환을 당해도 정신을 차리면 산다는.


나는 두방망이질 치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복잡한 머리도 비웠다.

그저, 가만히 내 안을 관조했다.


‘분명 가슴을 베였다.’


이건 확실하다.

게다가 그런 치명상이 하나도 아니었잖은가.

그 고통들이 아직도 생생했다.

그런 부상으로 살 수 있을 리 없겠지.


’허나, 살았다.‘


조심스럽게 두 손을 들어보았다.

들어올린 손에는 여전히 피가 묻어 있지 않다.


혹시나 싶어 손을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없다. 피가 없어......잠깐!’


세밀하게 살피는데, 뭔가 이상하다.

손이 하얗고, 길다.

내 손이...... 이리도 가냘펐던가.


굳은 살도 보이지 않는다.

오랬동안 칼과 활을 쥐었던 손이다.

절대 이럴 리 없다.


‘이상하다. 이상해.’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간신히 찾았던 평정이 다시 흔들린다.


“후우, 후우.”


숨을 고르며 머리를 비웠다.

그리고 몸을 다시 살폈다.


손에서 이상함을 찾아서 일까.

육신을 살피니, 더욱 이상하다.


‘길다. 그리고......얊다.’


키가 더 커진 느낌이다.

근육은 없어진 느낌이고.


모든 신경을 집중하였기에, 알 수 있었다.


“키가 커지다니, 이 나이에?”


그럴 리가.

이립(李苙)이 가까워 키가 컸다니.

그런 말은 금시초문이다.


혹여, 잘못 알았나 싶어, 몇번이고 확인했다.

허나, 몸을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이상함만 커질 뿐이다.

마치, 내 몸이 아닌 것 마냥.


‘앗! 이 몸은······ 혹여, 내 몸이 아닌 것인가?’


새로운 가능성에 눈이 뜨였다.

말도 안된다. 그게 가능한가.

번뜩 든 생각을 부정하는데...... 생각이 자꾸 그쪽으로 기운다.


‘불가능하지, 불가능해, 불가능이야, 그렇지만......’


죽었다. 근데 살았다.

이런 건 가능한가?


비웠던 머리가 다시 복잡해졌다.


“일단, 상황을 정리......가만, 목소리가 이상하다 느꼈는데 혹시.......”


목을 만지며 생각했다.

점점 내 육신이 아닐 수 있다는 증좌만 늘어난다.


‘......내 몸이 아니라면 한참 어린 신체였으면 좋겠구나.’


나는 평소 가지고 있던 아쉬움을 떠올렸다.

몸이 다 굳은 이후에 무예를 만나게 된 아쉬움이었다.

스승께서도 아쉬워하셨었지.


‘별 생각이 다드는구나.’


어처구니 없는 바램에 실소가 나왔다.

이게 다 상황파악이 안되서 그런 것이리라.


‘일단 밖에 나가자.’


나가서 게울가에 얼굴이라도 비추자.

그러면, 좀 더 명확해지겠지.


나는 생각을 정리하고 몸을 일으켰다.

억지로 일으키니, 다시 통증이 느껴졌다.


“크윽!”


아무래도 몸의 상태가 좋지 않은 듯하다.

나는 조심스레 움직여 밖으로 나갔다.


“음?”


처막의 짚을 헤치자, 눈 앞에 무덤이 보였다.

내가 입고 있는 옷은 삼베로 만든 상복이다.


생각은 자연스럽게 몸의 주인에게로 흘렀다.


‘삼년상인가?‘


이자가 만약 삼년상을 치르다가 죽은 것이라면······


‘내 혼백이 구천을 떠돌다가, 이 몸에 들어온 것인가?’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 몸이 내 몸이 아니라고.


나는 가만히 눈을 감고 명복을 빌어주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갔기를 바라오.”


나와는 다르게 극락으로 갔기를.


명복을 마치고 움직이려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무덤에 잡초가 무성했기에.

모른 척할 수 없어, 벌초를 시작했다.


내가 다시 걸음을 옮긴 건 한참이 지난 후였다.


본래는 개울가를 찾으려 했으나, 마음을 바꾸었다.

무덤 옆에 서니, 어렴풋이 마을이 보였기에.


‘이 몸이 내 것이 아니라면 알아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마을에 가면, 명정이 있겠지.

사람을 만나면 이 육신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테고.


그리고 무엇보다, 반드시 알아야 할 게 있다.


‘신장······!’


단서를 찾아야 한다. 원수에 대한.


놈의 이름을 외는 것만으로 피가 역류하는 거 같다.

속에서 올라오는 것이 신물인지, 피인지 분간이 안 간다.


‘어디 있는 거냐······!’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감정을 갈무리하지 못한 채 마을 초입에 도착했다.

장승 근처에 이르자, 사람들이 보였다.


‘어찌해야 하나?’


막상 사람들을 마주하니, 생각이 복잡해졌다.

붙잡고 ‘내가 누구냐고’ 물어봐야 하나.

그건 너무 이상하지 않나.


그런 생각에 머뭇거길 때, 지게를 진 한 사내가 아는 채했다.


“흠이 아니냐?”


“아, 네!”


“드디어 내려 온 것이냐?”


그 사내는 매우 살갑게 나를 대했다.

그나저나, 내 이름이 ‘흠’이었구나.


“어이구! 이 마른 거 봐라. 피죽도 못 얻어먹은 거 같구나.”


사내는 나를 주막으로 끌었다.

주막에 이르자, 그 곳의 많은 사람들이 나를 반겼다.

나는 주변 눈치를 보며, 분위기에 맞췄다.

사람들은 나를 이상하다 여기지 않았다.

그저 오랜만에 내려와서 겸연쩍어한다 여겼을 뿐.


“여기 국밥 하나 내주거라!”


사내가 대뜸 소리쳤다.

분위기에 휩쓸려 자리에 앉았다.


탁!


그러자, 주모가 기다렸다는 듯 고깃국을 앞에 놓았다.

나는 멍한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어여 오거라, 혼자 상치르니 힘들지?”

“삼년상이라니, 쯔쯔쯧.”

“요즘같이 험한 때 할만 한 건 아니다.”


나는 그 곳에서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단, 내 이름.


‘남흠이라 했던가?’


양양 남씨 14대 적손이라 했다.

나이는 열일곱.

지난 생에 무예를 처음 접했을 때보다 무려 7살이나 어리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스승이 가르친 모든 것은 내 머리에 남았다. 이제 익히기만 하면 돼!’


키도 지난 생보다 크다.

이제 잘먹기만 하면 문제는 없으리라.


어찌 무예를 익힐지 고민하는데, 들리는 말이 심상치 않았다.


“세상이 말세야, 말세.”

“풍문에 진보가 난리가 났다고 하더라고!”


진보?

처음 듣는 지명이다.

아마도 예안에서 가까운 고을일테지.


이 ‘남흠’이 사는 곳은 경상도 예안이라 했다.

예안이라면 안동의 진관으로, 안동은 대도호부가 있는 아주 큰 고을이다.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때, 주모가 말을 건다.


“식기 전에 들거라. 순이야 여기 찬 좀 더 내오거라.”


”네!“


주모가 부엌에서 일하는 순이를 부르며 이동했다.

나는 멍하니 고깃국을 바라봤다.


‘상중인 이에게 고깃국이라니, 내가 대왕도 아니고.’


어이가 없었다.

허나, 몸의 기력이 워낙 상했고, 배도 고파 유혹을 참기가 어려웠다.


“흠, 흠.”


주막에 모인 사람들이 나에게서 등을 돌렸다.

모른 척하겠다는 뜻일 터.

나는 그들의 마음 씀씀이에 고마움을 느꼈다.


“그럼 염치 불구하겠습니다.”


나는 허겁지겁 고깃국을 밀어넣었다.

게 눈 감추듯 한그릇을 비웠다.

이제 값을 치루려하는데, 주모가 손을 내젖는다.


“이미 값은 치뤘다.”


“네? 누가?”


이 아낙은 내 말에 답하지 않고 딴 소리를 했다.


“대장간 범이 아재가 들리라고 하더구나.”


그러더니 부뚜막으로 사라졌다.

나는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잘 먹었습니다.”


감사를 표하자, 주모 대신 순이라는 부엌떼기가 웃는다.


나는 순이의 배웅을 받으며, 대장간으로 향했다.

작은 마을이라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범이 아재?”


대장간에 도착해 그를 찾자, 한 사내가 나타났다.


“왔나?”


그는 경상도 특유의 억양으로 나를 반겼다.


“이기 받아라.”


범이아재는 내게 낫을 건넸다.


“이게 뭡니까?”


“니는 벌초도 안하나?”


나는 손에 들린 낫을 바라보았다.

칙칙한 묵빛이 도는 것이 빗말로도 상등품은 아니었다.

다만, 이를 만들어준 그의 마음이 고마울 뿐.


“철이 많이 들었을텐데요.”


값을 치루기 위해 주머니를 뒤지자, 그가 말린다.


“마, 됐다.”


그는 쑥쓰러운 듯 뒷통수를 긁었다.


“이제 고마 가라!”


나는 명백한 축객령에 할 수 없이 밖으로 나왔다.


“하아-”


알 수 없는 한숨이 나왔다.

이 많은 은혜를 어찌 갚을꼬.


‘좋은 사람들이다.’


하나같이 정많고, 인심이 후하다.

내 고향 동래처럼.


아련한 추억이 그리움으로 번졌다.

말없이 서서, 낫을 바라볼 때.


”꺄악!“


갑자기 비명이 들렸다.


“귀신이다!”

“이기 뭐꼬?!”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니, 주막 쪽이었다.


‘뭐지?’


왠지 예감이 좋지 않았다.

섬뜩한 무언가가 등을 훑었다.


‘진보에 난리가 났었다던가?’


주막에서 들었던 말이 가슴을 두방망이질 치게 했다.

나는 남흠의 몸으로 미친듯이 달렸다.


‘어라?’


어린 몸이라 여겼는데,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다급한 와중에도 육신의 성능에 짧게 감탄했다.


남흠의 몸은 어느새 주막에 도착했다.


“저, 저건!”


그 곳은 난장판이었다.


“이게 뭐야?”

“귀신이냐? 도깨비야?”

“사, 사람살려!”


사람들은 혼비백산하여 달아났다.

생전 처음보는 그것들에 의해.


“키에엑!”

“키엑!!”


허나, 나는 이것들을 알고있다.


녹색 피부에 왜소한 몸집.

거적때기로 사타구니만을 겨우 가린 저것들.


꿈에는 잊을까.

우리 동래를 쑥대밭으로 만든 것들일진데!

퍼렁 피를 가진 그것들이다.


‘괴이!’


저 씹어먹을 것들이 이곳, 예안에 나타났다.


“이 쳐죽일 것들!”


나는 시퍼런 낫을 들고 놈들에게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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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읍참괴이 24.02.27 3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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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남아일언 중천금 24.02.20 4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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