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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요리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 조선의 국가권력급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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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국물요리
작품등록일 :
2024.02.16 12:03
최근연재일 :
2024.03.19 08:02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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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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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글자수 :
155,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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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8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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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노적성해

안녕하세요 초보작가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DUMMY


제22화 노적성해 (露積成海)




나는 동학사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대웅전에 끌려갔다.


대웅전에는 참사대장과 유정스님이 계셨다.

고고한 선비와 현명한 스님은 상기된 표정이셨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원균을 비롯한 제2초의 인원 4명이 들어왔고, 5초장인 황진도 수하 3명을 이끌고 입장했다.


동학사의 대웅전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모두가 자리에 앉자, 참사대장이 드디어 입을 뗐다.


“지난 밤......크흠”


한 단어를 이야기하더니, 다시 목을 풀었다.

그는 스스로를 절제하는 듯했다.


올라오는 감정을 헛기침으로 풀더니, 길게 숨을 쉬었다.

그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그야말로 정열적이었다.

벅차오르는 거 같기도 했고.


“지난 밤, 초월문 ‘혹급 무색계 멸단의 만’ 이 소멸되었다.”


그는 감정을 숨기려 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말이 이어질수록 목소리의 떨림이 심해졌으니까.


대웅전에 모인 사람들이 그의 말을 이해하기도 전에, 참사대장은 품에서 동그란 패를 꺼냈다.

그것은 지난 밤, 황진이 꺼냈던 갈색 패와 같았다.

색이 은색이라는 것만 빼면.


“모두는 이 은호패를 보시오.”


참사대장은 은색 원형패를 모두가 볼 수 있게 들었다.

대웅전의 모두는 은호패에 집중했다.


이 패의 중앙에는 범이 한마리 음각되어 있었다.

마치, 살아있는 거 처럼 생동감이 넘쳤다.

그러나, 호랑이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가장자리가 빛난다?’


원형패의 가장자리에서 빛나는 붉은 빛.

마치 작은 보옥이 박혀있는 거 처럼 붉은 빛이 촘촘하게 박혀있었다.


그 빛은 참사검의 별빛과 비슷하면서 달랐다.

참사검의 빛이 신성한 느낌이라며, 은형패에서 나오는 붉은 빛은 불길하다고 할까.

빛이 어두워서 더 그런 듯했다.


‘하나가 빛나지 않는다?’


한참동안 은형패를 바라보니,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있었다.

빽빽한 붉은 빛이 한군데 빠져있었던 것이다.

마치 이가 빠진 거 처럼.


내가 눈치 챘을 때쯤, 참사대장도 손가락으로 그부분을 가리켰다.


“이 은호패의 흉성은 모두 108개. 그 중 하나가 어제 꺼졌소.”


대웅전에 모인 모두가 놀라움을 터뜨렸다.


“그게, 사실입니까?”

“대장님, 그게 뜻하는 바가 무엇이오?”

“혹여, 은호패가 망가진 건 아닌지요?”


황진의 5초에 비해 2초의 인원들이 더 크게 놀랐다.

놀라기는 커녕, 황진은 개구진 웃음마저 짓고 있다.

한참, 놀란 이들을 구경하던 황진이 입을 열었다.


“거, 사람들. 뭘 그리 놀라시나?!”


황진은 손바닥으로 무릎을 치며 거드름을 피웠다.


“너는 이게 무슨 뜻인줄 아느냐?”


원균이 삐족한 목소리로 5초장에게 물었다.

2초장은 황진의 태도가 거슬린 듯했다.


“하하!”


질문을 받은 황은 대답치 않고 웃음만 터뜨렸다.

그 모습에 원균의 얼굴이 붉어진 건 당연했고.


“황 검주는 그만하라. 그리고 원평중, 대답은 내가 대신해도 되겠소?”


둘을 지켜보던 참사대장이 엄중하게 말했다.

황진은 그러겠노라 답했지만, 입가의 미소는 지우지 않았다.


“......그러시지요.”


원균은 잠시 황진을 노려보다가 참사대장에게 답했다.

답을 들은 참사대장은 잠시 은호패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감회에 젖어들기 시작했다.


“임진년 이후......율곡 선생, 결국 이것이었소?”


혼자 망인을 부르는 모습이 애틋하기까지 했다.

그는 은호패에서 시선을 떼었다.

다시 고개를 든 그에게서 개인의 감정은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이 은호패의 주변에는 총 108개의 붉은 흉성이 떠있소.”


참사대장은 원형패의 주변을 손가락으로 훑었다.

나를 제외한 모두는 이미 아는 사실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흉성은 조선에 나타나는 초월문과 같소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나를 제외한 모든 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참사대장의 말을 지식으로 습득했다.


“나와 사명대사께서는 이 흉성의 밝음을 따져, 초월문이 나타나는 시기와 크기를 짐작할 수 있었소. 그것이 우리 지휘부의 가장 큰 일이지.”


그의 말에 사명대사 작게 고개를 숙였다.

참사대장은 마주 절을 한 후, 나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희망이 불타고 있었다.


“우리는!”


참사대장의 목구멍을 넘어오는 소리가 조금 젖었다.

그는 울컥하는 것을 넘기고는 목소리를 조금 낮췄다.


“우리는 그동안, 초월문을 봉인만 했소. 열리면 닫고, 열리면 닫을 뿐이었소. 이 땅에 재앙을 부르는 그 지옥문을 어찌하지 못했지.”


나도 언젠가 들은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숨박꼭질을 떠올렸다.

술래가 상대를 모두 잡으면 끝나는 숨박꼭질.


그러나, 참사대가 하는 건 끝이 없다.

초월문의 숫자는 닫아도, 닫아도 줄지 않았으니까.

조선에 나타나는 재앙은 여전히 108개.

참사대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 숨박꼭질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참사대장의 작은 고함이 내 상념을 깨웠다.


“흉성 하나가 빛을 잃었소.”


그는 은형패의 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참사대장은 빛을 잃은 별을 하염없이 보고, 가리키고, 보고, 가리켰다.

그는 빛을 잃은 흉성이 너무 좋고, 너무 마음에 드는 듯 했다.


그 때, 뭉뚱한 목소리가 분위기를 깼다.

원균이었다.


“그러니까......그게 무슨 뜻입니까?”


그는 머리를 긁쩍이고 있었다.

표정을 보니, 답답함을 오래 참았던 듯하다.

참사대장의 지위가 그보다 낮았다면, 필시 성을 냈을리라.


“아! 미안하오. 원평중. 서두가 길었소.”


이에 참사대장은 깔끔하게 사과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


“이 108개의 흉성과 108개의 초월문은 명운을 같이합니다. 서산대사가 이은 것이지요.”


나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지금까지 참사대장의 이야기로도 충분히 유추가 가능했으니까.

다만, 서산대사의 재주에는 조금 감탄했다.

천기를 읽은 재주도 놀랍고, 이런 기물을 만들어내는 능력도 놀라웠으니까.


서산대사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는 찰나, 원균의 경악이 터져나왔다.

한박자 내지, 두박자는 느린 경악이었다.


“그, 그럼! 초월문이 사라졌다는 말입니까?!”


그러나, 어느 누구도 원균을 타박하지 않았다.

참사대장은 오히려 그의 경악에 미소를 보였다.

그 현숙한 유정스님마저 표정을 감추지 못했으니.


“이런 씨부랄!”

“그카면, 찾은 깁니까? 개같은 기를 없앨 방법을?”


모두가 입을 열었다.

감탄사는 흉하고 질문은 거칠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 눈살을 찌푸리지 않는다.

그동안의 회한과 감상이 담겨있었으니까.


참사대장은 단호한 표정으로 답했다.


“모두의 말이 맞다. 초월문은 소멸했고, 소멸시킬 방법 또한 찾았다.”


그의 말에 대웅전이 다시 한번 더 시끄러워졌다.

내 우측의 불상이 불쌍할 지경이다.


“드디어!”

“맨날 헛질하는 거 같았는데!”


삼인검사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같은 감상을 털어놓았다.

참사대장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다가 바닥을 두드렸다.

모두가 조용해지자, 원균이 재차 물었다.


“그, 방법이 무엇입니까?”


“......그 이야기는 나보다......”


질문을 받은 그는 답하는 대신, 나를 보았다.


“......네가 직접 이야기해보거라. 남흠.”


그는 나에게 대답을 넘겼다.

모두의 이목이 순식간에 내게로 몰렸다.

갑작스런 상황에 조금 당황했다.

그러나, 입은 주저없이 이야기를 쏟어냈다.

동학사로 오는 내내, 이운룡과 황진에게 했던 이야기였으니까.


“회현의 한 마을, 깊은 곳에 감춰진 초월문에 당도하였습니다......”


나는 초월문에서 있었던 일을 상세히 고하기 시작했다.

거대 해골과 스스로 열리는 문, 그리고 갑자기 떨어진 종이까지. 하나도 빼먹지 않았다.


“허어-”

“뭐여? 집채만한 해골이 있었다고?!”


사람들은 내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참말이가? 그기 사실이냐꼬?”


믿지 못하는 이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황진이 나섰다.


“속고만 살았나? 뭔 의심이 그리 많아?”


제5초장은 내 말을 전적으로 믿었다.

말하는 나도 믿기 힘든 이야기였는데 말이다.

그렇게 길지 않은 이야기가 끝났다.


“잠깐만.”


모든 이야기를 들은 후, 원균이 손을 들었다.

그는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네놈 이야기를 들으니, 초월문 안에서 한나절은 넘게 있었던 거 같구나. 헌데......”


그는 비열한 표정으로 계속 말을 이었다.


“......황진의 말은 다르다. 네가 초월문에서 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겨우 한시진 정도였다지 않느냐?”


원균은 바닥을 내리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네놈이 거짓을 고하는 구나! 누구를 속이려 드느냐?!”


그의 호통은 당황스러웠으나, 그의 의문은 아니었다.


“저도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제 말에 거짓은 없습니다.”


초월문 안에서 보낸 시간과 초월문 밖에서 흐른 시간이 달랐다. 내 감각이 이상해진 것인가 싶었으나, 이야기를 들은 황진과 이운룡도 원균과 같은 감상을 늘어놓았다.


원균은 내 답을 듣고도, 한동안 나를 거짓말쟁이로 몰았다.

그를 막은 건, 유정스님이었다.


“준수석께서는 노여움을 푸시지요.”


“이보시오. 유정! 내가 진정하게 생겼소?”


“마음의 평화는 오직 스스로 찾는 것입니다. 이는 한낱 미물도 같은 법입니다.”


온화한 말투라서 듣기는 좋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뼈가 있는 말이었다.

지금 화를 추스리지 않으면 넌 짐승만도 못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과 같았으니.


‘그냥 정신차리라고 욕하는 게 낫지 않나?’


나는 힐끔 원균을 살폈다.

심기가 많이 상했을 거 같았으니까.


‘음, 못 알아 들었구나.’


원균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 표정의 변화는 없었다.

알아들었다면, 의외로 심계가 깊은 것이리라.

여하튼, 준수석이 입을 닫자 대웅전은 고요해졌다.


“초월문 자체가 불가해한 것이니, 서로 시간의 흐름이 다르다고 해도 납득하지 못할 것은 아닙니다.”


내 사수. 이운룡이 말했다.

내내 조용하던 그가 나를 두둔한 것이다.

그의 말에 참사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리 생각하네.”


유정스님 또한 끄덕이셨다.

이 자리의 모두가 끄덕이는데, 오직 원균만이 가로저었다. 내가 웬간히 마음에 안드는가 보다.


참사대장은 초월문의 소멸을 공식화 했다.


“나는 이 기쁜 사실을 분조를 이끌고 계신 세자 저하께 알릴 것이네.”


그는 동시에 황진과 원균에게 명령했다.


“자네들은 경상도와 전라도에 있는 사인검주들에게 이 사실을 전하게.”


“명을 받들겠습니다. 대장님!”


“뭐......그럽죠.”


두 사인검주는 서로 다르게 반응했다.

참사대장은 잠시 원균을 바라보았으나, 따로 입을 열지는 않았다. 그는 대신 시야를 나에게로 옮겼다.


“남흠!”


“네, 대장님!”


참사대장은 원형패를 내 앞에 들이밀었다.

나는 본의 아니게, 이 귀물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여기 하단에 유독 짙게 빛나는 8개의 별이 보이는가?”


참사대장의 손가락이 가르키는 곳을 보았다.


“네, 보입니다!”


“이것들이 다음에 열린 초월문이다.”


나는 그제야, 이들이 초월문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게되었다.


“사진검주 남흠은 들으라!”


사진검주라는 호칭이 나를 엄숙하게 만들었다.


“하명하소서!”


저절로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너는 내일, 날이 밝는데로 남도로 향하라!”


나는 고개를 들어 참사대장을 바라보았다.

그는 전율을 감추지 못하고 수염을 떨었다.


“그 곳에 있는 참사제일검! 이순신에게 합류하라!”


드디어 간다.

그 분에게로.


“네! 명을 받들겠습니다.”


내가 답하였음에도 참사대장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어깨를 잡았다.


참사대장의 감정이 전해져 양 어깨가 부들부들 떨렸다.

그가 짊어지고 있었던 짐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그는 내 눈을 바라보며 강요했다.


“가서, 초월문을 소멸하라. 다시는 이땅에 그것들이 나타나지 못하게!”


강요였지만, 내가 바라는 바이기도 했다.


“네! 꼭 그리......”


탕, 탕.


참사대장의 강압에 답하려는데, 누군가 바닥을 두드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황진이었다.

만면에 웃을 띤 그는 소리내지 않고 말했다.


“......”


그는 입모양만으로 내가 해야할 말을 일러주었다.

나는 황진을 향해 작게 끄덕이고, 대답을 기다리는 참사대장에게 고개를 돌렸다.


고고한 학자의 불같은 눈은 내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에, 나는 강한 어조로 답했다.


“이 땅에 안녕을!”


참사대장은 마주 끄덕이며 화답했다.


“이 땅에 안녕을.”



















재밌게 보셨으면 추천과 선작 부탁드리겠습니다 초보작가에게 아주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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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소참괴이 24.02.26 3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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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남아일언 중천금 24.02.21 44 1 12쪽
7 남아일언 중천금 24.02.20 4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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