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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요리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 조선의 국가권력급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국물요리
작품등록일 :
2024.02.16 12:03
최근연재일 :
2024.03.19 08:02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383
추천수 :
19
글자수 :
155,647

작성
24.02.27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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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읍참괴이

안녕하세요 초보작가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DUMMY


제13화 읍참괴이(泣斬怪異)



일주일이 지났다.


“아직이냐?”


“네......아직입니다.”


나는 여전히 별을 이루지 못했다.

이쯤되자, 이운룡도 답답함을 숨기지 못했다.


“어째서? 내가 별을 완성했을 정도인데?”


이운룡은 자신의 삼인검을 들어보였다

주작 7수를 완성하고 백호 3성을 완공했던 그의 검에 4번째 별이 반짝였다.

온전히 나와의 여정에서 업을 채운 것은 아니리라.

허나, 그만큼 열심히 적을 물리친 증좌이기는 했다.


“하아.”


이운룡은 동쪽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의 생각이 읽히는 듯 했다.


‘더 나아가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되겠지.’


갑천을 따라 올라온 지도 며칠이 지났다.

그동안 베어낸 소록귀와 중귀가 얼마인가.

아무 반응없이 괴이만 받아 처먹은 사진검이 원망스러웠다.


[웅, 웅, 웅.]


사진이 몸을 떤다.

내 눈빛이 상당히 불쾌했나보다. 아니면 내 마음을 읽었던지.

이운룡은 잠시 하늘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오늘은 이만 물러가자.”


아직 해가 떨어지지 않았지만, 철수를 정했다.

나는 아쉬움과 불만을 담아 사진검의 자루를 강하게 쥐었다.


“......네.”


허나, 어쩔 도리가 없다.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데, 몸에 힘이 쭉 빠진다.


터덜터덜. 돌아가는 발걸음에 힘이 없다.


‘괴이를 베면, 마를 기로 바꾼다고 하지 않았던가?’


소록귀 따위가 재로 화하는 것을 보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바로 알 수 있다.


‘사진은 확실히 기로 바꿔주고 있다.’


기는 업이 되어 쌓인다고 했다.

업이 쌓이면 공이 된다고도 했고.


‘그러면 별을 이룬다고 했잖은가? 그런데 왜?’


처음 별을 띄우는 것이, 나중보다 쉬울 터.

아무리 사진검이 특별하기로, 주작을 완성하고 백호 3성을 이룬 삼인검보다 더 많은 업이 필요할까.


‘만약 그렇다면 효울이 너무 좋지 않다.’


벌써 일주일이다.

다른 아이들은 어떠할까.

여전히 1성을 이루지 못했을까.


나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럴리가.’


이틀날부터 이운룡의 표정이 이상했다.

사흘째에는 아예 굳어져 버렸다.

그의 상식으로도 불가해였겠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갑천을 넘었다.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하겠구나.’


지난 일주일과 다른 일과였다.

점점 마을이 보인다.

그동안 거점으로 삼았던 그 마을이다.


“음?”


지척에 이른 마을의 풍경이 색다르다.

왠지 시끄럽달까.

이운룡마저 걸음을 멈추고 상황을 살폈다.

나도 자세를 낮추고 최악을 상정했다.


‘습격은 아니다.’


연기가 많이 올라와서 조금 긴장했지만, 화재와는 결이 다른 연기였다.


“외부에서 사람이 찾은 것일까요?”


내가 파악한 정황을 말했다.

이운룡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미소?‘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얼굴에 미소가 스친다.

함께하는 동안 못보던 표정이다.


“가자.”


마을로 이끄는 목소리도 밝다.

발걸음 또한 조금 더 빨라진 듯 하고.


“......네.”


나는 궁금했다.

무엇이 이 묵직한 사내를 들뜨게 했는지.


“오셨습니까요. 나으리.”

“오늘은 평소보다 이르십니다?”


마을 입구부터 소란스러웠다.

정승 앞에 놓인 평상에 사내 셋이 모여있었다.

이들은 분명 초병일텐데, 하라는 순찰은 하지 않고 고기를 뜯고 있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불호령이 떨어지겠구나.’


이운룡의 평소 성정을 알기에 그리 예상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그리 되었네.”


그는 짧게 답하고 서둘러 걸음을 옮기는 것이 아닌가.

이에 당황한 건 오히려 나였다.


“......”


나는 멀어지는 이운룡과 평상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멀뚱이 서있으니 사내 하나가 고기 한점을 들이민다.


“어린 도령님은 어째, 한입하십니겨?”


배가 고파, 걸음을 멈춘 것으로 오해한 듯 하다.


“......일 없네.”


이들의 무방비함을 질타해야하나.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사수의 뒤를 따랐다.


‘뭔가 이유가 있겠지.’



****



초가집에 도착했다.

마당에서 고기 굽는 냄새와 술 냄새가 진동했다.

십수명의 사람들이 모두 먹고 마시며 웃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인인가 싶을 때.


“하하하, 역시 운룡이었구만!”


한 거구의 사내가 우리를 반겼다.

그는 내 사수를 와락 끌어안았다.


‘제5초장 황진.’


눈이 부리부리하고, 유독 어깨가 넓은 그는 사인검주 황진이었다.

그렇다면 마당의 사내들은 모두 5초의 삼인검사이리라.


“검주께서 여기까지는 무슨......”


“이거, 이거.”


이운룡이 그의 방문에 놀라자, 황진이 짐짓 서운한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


“이봐, 운룡이! 섭섭하게 검주가 뭔가? 검주가!”


5초장은 사수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우리 사이에 너무 내외하는 거 아닌가?”


그는 어깨 동무를 하며 이마를 비볐다.

너무도 격이 없는 모습이었다.


사수는 잠시 황진에게 맞춰주다가, 어깨를 풀었다.


“......제5초장께서 예까지 어인 일이십니까?”


“쩝!”


친밀함을 내비치던 그는 아쉬운 표정으로 답했다.


“우리가 밖에 나돌 일이 초월문말고 또 있겠는가? 강원도 쪽에서 하나 관측되기에 다녀오는 길일세.”


“강원도요? 멀리 다녀오셨습니다.”


“그러니까 말이야. 그래도 제법 즐거웠네.”


“역시 용장이십니다. 전투가 즐거우셨다니요.”


“전투도 전투지만, 부수입이 있었거든.”


황진은 대원들이 먹고 있는 고기를 가리켰다.


“저거, 저게 다 부수입이지.”


“설마......”


“하하하.”


이운룡이 놀라자, 그는 만족스러워 했다.


“우리가 도착한 초월문에서 우거인(牛巨人)이 나왔네.”


“우거인이라면, 제법 강한 마물이 아닙니까?”


“그깟 놈들이 강해봤자지. 어차피 한주먹거리도 안돼!”


황진은 호탕하게 자신감을 비췄다.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한 삼인검사가 끼어들었다.


“형님께서 몇놈을 도축했네.”


끼어든 삼인검사는 이운룡에게 평어를 구사했다.

아마도 선배이거나 동기이리라.


황진은 그 삼인검사의 말에 턱을 긁었다.


“재가 되서 타오르는데, 뭔가 아깝더라고.”


뻘쭘한 표정으로 이운룡의 눈치를 봤다.

내 사수는 헛웃음을 지었다.


“향이라도 맡으셨습니까?”


“사인검이 어떤 물건인데? 냄새가 남겠나?”


“배가 고프셨나 봅니다?”


“배......도 고프긴 했던 거 같기도 하고, 대가리가 소라서 그랬던 거 같기도 해.”


아무리 소대가리라지만, 퍼렁피가 흐르는 것들인데.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하하.”


그러나 이운룡은 웃었다.

이 사내의 웃는 모습을 처음 보는 거 같다.


황진은 내 사수의 웃음에 조금 민망했던지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저놈들은 사람을 잡아먹는데, 우리라고 못할 게 뭔가?”


그의 말에 대원들이 화답했다.


“옳소!”


5초의 삼인검사들은 우거인의 고기가 제법 마음에 든 듯했다.


황진은 두 팔을 크게 벌리며 우거인을 묘사했다.


“놈들 덩치 알지? 어깨가 떡 벌어지고 키가 10척은 넘잖아? 몇놈 잡았더니, 온동네에 다 퍼줘도 남더라고.”


“하하.”


이운룡은 다시 웃음을 지었고,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러니까, 이들이 먹고 있는게......괴이라는 거지?’


소대가리를 한 괴이라고 했나?

널찍한 돌판에 기름이 지글거리는게, 제법 먹음직스럽게 보이기는 했다.


“행님! 어서오이소! 내가 다 꿉어놨다 아이닙까!”

“너는 말이여, 그라서 안되는 거여, 고기가 먼저냐? 술이 먼저지.”


한 사내가 사발 두개를 들고 5초장과 사수에게 다가갔다.


“크아!! 그래, 이맛이지!”


황진은 단숨에 들이키고 호탕하게 웃었다.


‘이운룡도 먹을까?’


이미 숙소로 돌아오기는 했으나, 평소 그의 성정이라면 먹지 않을 것이리라.

나는 알 수 없는 기대감을 가지고 사수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먹네.’


이운룡도 5초장처럼 잔을 비웠다.

왠지 마음이 허탈해진다.


‘그나저나......형님이라고?’


나는 좀처럼 문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평소와 다른 모습이 이어졌으니까.


문턱을 넘기가 왠지 힘들었다.


‘웃는 이운룡, 술먹는 이운룡, 게다가 검주를 형님이라고 부르는 대원이라니.’


사수의 변화도 변화지만, 가장 충격적인 건 호칭이었다.


“형님, 그만 운룡 형님 좀 놔주시죠?”

“누가보면 애첩인 줄 알겠소? 하하하.”


애첩?

나는 선넘는 농에 식은땀을 흘렸다.


“예끼! 이놈아! 내 눈이 옹이구멍인 줄 아느냐?”


그런데, 그 농을 황진이 받는다?

게다가 이운룡도 웃을 뿐이고?


나는 넘으려던 자세 그대로 다시 굳었다.

그때,


“니는 뭐꼬?”


“으악!”


갑자기 들어온 물음에 깜짝 놀랐다.


“뭔데? 와 나 보고 놀라는데?”

“그걸 몰라서 묻냐?”

“나도 아침마다 네 면상보고 놀란다.”

“뭐라능교? 그라는 행님은 뭐 우딴데?”


삼인검사들끼리도 선배 대신 형님이라 칭하는 듯했다.


“남흠, 뭐하느냐? 들어오거라.”


삼인검사들의 소란에 사수가 나를 발견한 듯하다.

순식간에 모든 이의 이목이 내게 집중되었다.


“아따! 니가 그 뭐시여...... 거시기냐?”

“백의종군! 무식하고로, 그기도 모르나?”

“뭐해? 들어와, 시장하지 않아?”


사내들이 저마다 손짓하며 나를 불렀다.


’왜일까?‘


정겹다.

이유를 알 수 없으나, 그들의 모습이 느리게 보여진다.

마치 꿈 꾸는 거 같다.


‘꿈이라.’


이승을 꿈이라 자각하니, 진짜 꿈이 겹쳐졌다.


동래읍성.


그 곳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쩌면 악몽으로 기억될 순간이지만, 왜인지 가슴이 몽글몽글해진다.


붕대를 감아주던 돌쇠와 눈을 잃은 고기잡이 김씨가 있었다. 또 화살을 날라주던 이 선주의 어린 아들도 있었고.


그들 모두 다 동래에 살던 내 이웃이자, 벗들이다.

뿌연 잔상이 흐뭇하다.


“어린 놈이 추억이 많구나!”


내 사라진 초점이 농섞인 목소리에 맞춰졌다.

눈을 깜빡이며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황진 검주.’


제5초장은 어느새 내 앞에 서 있었다.


“야! 운룡!”


그는 피식 웃더니, 내 사수를 찾는다.


“애를 얼마나 갈궜으면, 이렇게 얼어있어?”


검주가 이운룡을 타박했다.

분명 웃음이 섞이기는 했지만, 질타는 질타다.


“아,아닙니다. 이운룡 검사는 제게 잘......”


놀라서 반박하는데, 커다란 손이 내 뒷목을 잡았다.


“으윽!”


“내가 운룡이, 자네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말이야.”


내 고개는 어느새, 황진의 겨드랑이 사이에 끼어버렸다.


“다~ 너같은 놈만 있으면 재미없잖아? 안그래?”


5초장의 말에 대원들이 대답했다.


“그렇죠.“

“운룡 형님이 사람이 좋기는 한데, 너무 뻣뻣해.”

“그라믄, 저 얼라가 새끼 운룡이가?”


그들은 웃으며 내 사수를 놀렸다.

놀라운 건, 이운룡의 대응이었다.


“나보다 더 낫습니다.”


놀림에 반응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반응했다.

이런건 무시할 줄 알았는데 말이다.

게다가, 뭐라고?


‘나......보다 낫다고?’


그의 후한 평가에 황진의 움직임이 멈칫했다.


“진짜?”


5초장의 놀람이 전해진다.


“별도 없이, 중귀를 베었습니다. 그것도 일격에.”


이운룡은 담담한 목소리로 답하고 고기 한점을 집어먹었다.

괴이의 사체라고 부정할 줄 알았더니, 아무 말없이 씹는다.


나는 오늘 그의 모습에 여러번 놀랐다.


놀란 이유는 다르지만, 다른 이들의 반응도 생각보다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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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미궁초출 24.03.01 28 0 13쪽
16 검주황진 24.02.29 33 0 12쪽
15 검주황진 24.02.28 69 0 11쪽
» 읍참괴이 24.02.27 34 0 11쪽
13 소참괴이 24.02.26 38 0 12쪽
12 초월유별 24.02.25 40 0 11쪽
11 시심즉검 24.02.24 42 0 11쪽
10 시심즉검 +2 24.02.23 46 1 12쪽
9 백의종군 24.02.22 48 1 12쪽
8 남아일언 중천금 24.02.21 44 1 12쪽
7 남아일언 중천금 24.02.20 42 1 12쪽
6 남장여인 24.02.19 5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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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험시방극 24.02.17 7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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