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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요리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 조선의 국가권력급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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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국물요리
작품등록일 :
2024.02.16 12:03
최근연재일 :
2024.03.19 08:02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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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7
추천수 :
19
글자수 :
155,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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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0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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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남아일언 중천금

안녕하세요 초보작가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DUMMY


제6화 남아일언 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





주은찬이 나를 데려간 곳은 방앗간이었다.


“키에엑!”


우리는 소록귀를 참살(斬殺)했다.


소녀는 좁은 길목에 자리했다.

나는 사방을 뛰어다니며, 놈들을 몰아넣었고.


서걱-


그러면, 주은찬이 도망쳐 나오는 놈들을 베었다.

이번에는 한 칼에 세마리가 베인다.

여인이라고 무시할 수 없는 검기(劍技)가 아닌가.


“조, 조금만 천천히!”


가만히 서서 칼질하는 주은찬이 앓는 소리를 했다.

정작 바삐 뛰어다니는 나는 조용한데.


“말할 시간에 한놈이라도 더 베시게!”


소녀를 면박 주고 방앗간 내부를 휘저었다.


폐허가 된 지 한참이 지난 곳이었는데, 과연 소록귀가 드글드글했다.


잠들어있던 놈들은 혼비백산하여 날뛰었다.

개중에는 덤벼드는 놈들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놀라 도망쳤다.

나는 닭을 몰 듯, 그것들을 주은찬에게 몰아주었다.

뒷열의 괴이를 열심히 베어가면서.


서걱-


“키엑!”


적들은 빠르게 줄어갔다.

도끼로 소록귀의 대가리를 깨고, 낫으로 멱을 땄다.

주은찬은 긴칼로 놈들을 도륙했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주변은 온통 괴이의 사체로 즐비해졌다.


“후아!”


정신없이 칼을 휘두르던 주은찬이 주저앉았다.

앉자마자 다친 다리를 주물렀다.


“......”


나는 주은찬에게 주려던 도끼를 회수했다.

소록귀 귀를 베라고 시키려 했는데, 저러고 있느니 마음이 편치 않다.


‘조금 쉬라고 해두지, 뭐.’


나는 주은찬을 쉬게 하고, 홀로 소록귀의 귀를 베었다.


‘지금까지 스물 다섯을 모았던가?’


처음 위기에 빠진 주은찬을 도울 때, 모은 것이다.

여기에 스물 다섯을 더하면, 내 몫은 끝이다.

이제 문제는 주은찬.


‘백을 모아야 하나, 아니면 쉰개만 모으면 되는가.’


원균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자의 말이 참일까? 거짓일까?’


심정적으로는 거짓일 것이라 여겨졌으나, 마냥 무시하기에는 그의 권위가 걸린다.

원균은 스스로 참사준수석이자, 제2초의 사인검주라고 밝혔으니까.

들고 있던 참사검이나, 입고 있던 옷으로 보아도 분명 그는 검주이리라.


“참일까? 거짓일까?”


“무슨 혼잣말을 그리 하는가?”


누워있던 주은찬이 일어나서 물었다.


생각이 너무 깊었던 것일까.

나도 모르게 생각이 입밖으로 나왔다.


“원균 검주가 했던 말이 떠올랐을 뿐이네.”


“원균 검주? 자네가 그분과 독대라도 했다는 말인가?”


나는 하던 동작을 멈추고 허리를 폈다.


“나는 사실 소록귀의 귀 쉰개를 이미 베었네.”


이어서 원균과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잠자코 듣던 주은찬이 귀 백개라는 말에 크게 놀랐다.


“그럼, 쉰개를 베는게 끝이 아니라는 건가?”


“글쌔.......”


소녀의 말에 확답할 수 없었다.

원균의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으니까.

나는 지금껏 모아온 귀의 수를 셈한 후 말했다.


“여기 있는 것들을 모두 챙기면, 우리 둘 모두 귀때기 쉰개는 챙길 수 있을 걸세.”


소녀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다친 다리를 주물럭거리는 모양새가 사뭇 심각해보인다.


“저기...... 아, 아닐세.”


주은찬은 나를 향해 입을 열다가 머뭇거렸다.

아마도 도와달라는 말을 하고 싶었겠지.

나는 잠시 멈췄던 작업을 다시 이었다.

한동안 소록귀의 귀 베이는 소리만 울렸다.


‘그냥 통과만 하면 될까?’


묵묵히 작업을 이어가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원균의 말이 거짓이라해도, 내가 무리없이 통과한다면 그의 부정을 고발할 수 있을까?’


나는 이후의 상황을 상상해보았다.

이대로 쉰개의 귀를 더 가지고 동학사로 가는 상황을 말이다.

그리된다면, 분명 통과일 터.


‘통과한 후에, 사실은 원균이 쉰개를 더 가져오라고 했다고 하면 누가 내 말에 귀를 기우릴까?’


나를 지켜보았던 검주가 있으니, 그와 협력한다면 문제를 삼을 수는 있으리라.

허나, 그 파장이 크지는 않을 거 같았다.

왜냐하면, 어찌되었든 ‘나’는 합격했으니 말이다.


‘원균을 제대로 몰아부칠 수 있을까?’


내가 그를 향해 대거리를 하다면?

원균 검주를 향해 수험생인 내가 덤벼든다?


‘사람들이 가만히 지켜볼까?’


명분은 있을까? 사람들이 내 반항을 이해할까?


‘아니, 예의가 도망간 놈이라 손가락질 하겠지.’


모양새가 과히 좋지 않으리라.


‘어차피 통인데, 등수에 목메는 저열한 인사로 비춰질지도 모른다.’


그래서는 아니된다.

그렇게 흘러간다면 나만 모자란 놈이 될테니까.


‘파장을 키워야 해, 그리고 명분도 챙겨야 하고.’


그러려면 어찌해야 하는가.

고민은 길지 않았다.


나는 주은찬에게 지금까지 모아온 모든 귀를 넘겼다.


“이, 이게 다 뭔가? 왜 다 주는 건가?”


“모두 다 합치면, 아흔이 조금 안될 걸세.”


“이, 이걸 다 주면, 자네는 어찌할 생각인가? 도로 가져가시게.”


주은찬은 강경하게 반대했다.

그냥 거저 받는 것은 싫다는 듯이.


“이렇게 합격하면 내가 부끄러워서 아니되네!”


주은찬은 완강했다.

나는 이마를 긁었다.


“내가 이러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네.”


주은찬은 뾰루퉁한 얼굴로 턱짓했다.

어서 더 말해보라는 투다.


“자네를 더 엎고 다니는 것도 좀 불편하네.”


“그, 그거야......”


소녀의 부상을 언급하자, 말이 궁했는지 입을 열다가 만다.

나는 그 모습을 보다가 잠시 미소지었다.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네.”


“더 큰 이유?”


“이건, 그냥 주는 것은 아니고 뇌물일세.”


“뇌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자네가 나를 좀 도와주겠는가?”


주은찬은 불안한 눈빛으로 내 이야기를 들었다.


****


나는 소록귀의 소굴을 다시 덮쳤다.

소녀가 일러준 곳이었다.


“은찬이는 잘 도착했을까?”


소록귀의 귀를 챙기는데,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다.

아마도 지금쯤이면 동학사에 도착했으리라.


‘아닌가? 다리를 다쳐서 조금 더 걸렸으려나?’


나는 마흔여섯개째 귀를 보자기에 넣었다.

남은 소록귀의 사체는 열 대여섯쯤?

이것들을 마무리하면, 통과는 무리없겠지.


서걱-


네개를 더 챙기고 나머지는 내버려두었다.

이제 돌아가볼까.


‘원균의 뻔뻔한 낯짝을 깨부수러!‘


나는 보자기를 들처메고 동학사로 향했다.


산을 벗어나자, 수험생들이 보였다.


“그거 이리 주시게!”

“무슨 소리인가? 이걸 왜 내달라고 하는가?”


분위기를 보아하니, 시험도 막바지에 이른 듯했다.


“나 먼저 가겠네!”

“어, 어느틈에!”


몇몇은 달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백개를 모은 자는 없는 거 같다.’


내가 여유를 부리는 이유다.

쉰개와 백개는 부피에서부터 차이가 났다.

딱 봐도 전부 쉰개정도 크기일 뿐이었다.


달리는 사람들 사이를 걸었다.

출발할 때와 마찬가지로.

그렇게 동학사에 도착하자, 참사대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남흠은 불통이네!”


참사대장은 나를 보며 불합격을 통보했다.

주변에는 나와같이, 불합격 통보를 받은 자들로 가득했다.


“조금만 더 빨리 뛰었으면!”

“아아! 이럴 수 없습니다!”


개중에는 울음을 터뜨리는 자도 있었다.

나는 그들을 물끄러미 보다가, 참사대장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의 있습니다!”


고고한 학같은 자태의 참사대장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내 말에 미간을 잠시 찌푸렸다.


“무엇이 불만인가?”


거센 항의에도 그는 고고한 자태를 무너뜨리지 않았다.

평정심을 유지하는 모습이란, 선비의 표본과도 같았다.


“내가 본래 장원입니다!”


“장원?”


그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 때, 이를 지켜보던 원균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저, 저, 저 놈이! 이 분이 누구인 줄 알고 거짓을 입에 올리는가!”


불같이 화를 내는 모습이 마치 멧돼지 같았다.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참사대장만을 바라보았다.


“저 자가 내게 소록귀의 귀를 50개 더 베어오라 했습니다!”


손가락으로 원균을 가리키며 말했다.

참사대장은 나와 원균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다시 내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니까, 참사준수석이 너에게 소록귀 50을 더 베라했다는 것이냐?”


“그렇소!”


나는 당당하게 소리쳤다.

원균은 그에 나보다 더 목소리를 높였다.

저잣거리 왈패마냥 목소리로 찍어누르려는 속셈이겠지.


“이놈이! 내가 언제 그랬느냐? 어?! 이 놈이 생사람을 잡는구나!”


원균은 나를 손가락질하며 마구 비난했다.


“감히 네가 나를 모욕하느냐? 나는 참사준수석 원균이다! 세치 혀를 잘라주랴?”


스르릉-


원균은 참사검을 검집에서 반쯤 뽑으며 소리쳤다.

주변에 있던 참사대원들이 그런 그를 말렸다.


“이거 놔! 저 새끼를 베어버릴테니까!”


그는 육중한 몸을 마구 비틀었다.

과연, 사인검주는 맞는 듯했다.

그를 막는 대원들이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갔다.


절 내부가 소란스러워지자, 참사대장이 손을 들었다.


“그만!”


서슬퍼렇게 날뛰던 원균도 난동을 멈춰야했다.

대웅전 앞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이제 모든 이들의 이목은 참사대장에게로 쏠렸다.

그는 원균을 한번 바라본 후, 내게로 시선을 옮겼다.


“참사준수석 원평중 검주가 너를 속였다?”


그리고는 내게 물었다.

말 속에 은은한 분노가 느껴졌다.

아마도 내가 참사대의 검주를 모욕했다 여겼을테지.


나는 그의 분노를 정면에서 받았다.


“그렇습니다!”


“네 이놈!!”


참사대장은 노기를 숨기지 않았다.


“네가 지금 무슨짓을 하는지 아느냐? 네가 한 말에 책임을 질 수 있겠느냐?!”


나는 그의 기세에 조금 위축되고 말았다.

그저 글 읽는 선비로 밖에 보이지 않았건만, 이런 기세라니.


‘허나, 여기서 물러설 수 없다.’


나는 참사대장의 뒤에 서있는 한명의 검주를 보았다.

그는 앞서 원균이 거짓을 이야기할 때, 그 상황을 모두 지켜보았던 그 검주였다.


‘웃고 있다.’


그 검주는 지금 상황이 기꺼운지, 웃고 있었다.

나는 참사대장의 분노를 온전히 당해내고 있는데 말이다.

그가 조금은 괘씸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 검주에게서 시선을 떼고 말했다.


“증좌가 있습니다!”


“증좌?!”


증좌라는 말에 참사대장보다 원균이 먼저 나섰다.

표정이 가관이다. 찢어진 눈을 흡 뜨고 코에서는 누런 콧물이 흘러내렸다.

그를 보는 내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증좌? 증좌가 있다고?“

“뭐, 뭐야.... 설마?”

“에이, 이 사람아! 저 말을 믿는가?”


원균의 반응 덕분일까?

이쯤부터 사람들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침착한 참사대장의 표정에도 변화가 생겼다.


참사대장은 눈두덩이를 누르며 내게 물었다.

굉장히 피로해보였다.


“그 증좌라는 것이 무엇이냐?”


그의 물음에 나 대신, 주은찬이 나섰다.


“저도 백개를 베었습니다!”


합격자가 쉬고 있던 곳에서 소녀가 손을 번쩍 들었다.


“제가 똑똑히 들었습니다! 원균 검주가 남흠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을요!”


주은찬의 말에 대웅전 장내가 벌컥 뒤집혔다.


“진짜야?”

“검주가 수험생을 속였다고?”

“검주가 뭐하러 수험생을 속인단 말인가?”

“속일 이유가 없지 않은가?”

“허나, 저 아이가 들었다고 하지 않는가?”


주은찬의 등장에 여론이 반으로 갈렸다.

절반은 검주가 속이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속일 이유가 없지 않은가?”

“대관절 검주가 속여서 얻는 이득이 무언가?”


그들은 원균이 나를 속일 이유가 없다는 것을 근거로 삼았다.

나머지 반은 주은찬의 말을 믿었다.


“그러면, 저 수험생은 무엇하러 그런 소리를 한단 말인가?”

“저 아이는 실재로 백개를 베어왔네! 내가 안그래도 그것을 이상하게 여겼었지!”


그들은 주은찬이 거짓을 이야기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더군다나, 주은찬은 소록귀의 귀 백개를 베어왔었다. 그런 정황들이 이들 여론에 힘을 실어주었다.


“조용히 하라!”


들끓는 여론을 참사대장이 침묵시켰다.

사람들은 찝찝한 표정으로 입을 닫았다.




재밌게 보셨으면 추천과 선작 부탁드리겠습니다 초보작가에게 아주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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