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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요리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 조선의 국가권력급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국물요리
작품등록일 :
2024.02.16 12:03
최근연재일 :
2024.03.19 08:02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405
추천수 :
19
글자수 :
155,647

작성
24.03.06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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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미궁초출

안녕하세요 초보작가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DUMMY

제20화 미궁초출 (迷宮抄出)





“크윽!”


나는 땅을 구르듯 몸을 날렸다.


서걱-


외자했던 상투가 베였다.

그 감각에 목덜미가 서늘해졌다.

조금만 늦었으면 상투가 아니라 목이 베었을테니까.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후두둑-


잘린 머리가 얼굴을 때렸다.

놀란 눈으로 앞을 가린 검은 머리를 보았다.

팔에 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헉, 헉, 헉.”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몸은 성했으니 다행은 다행이리라.


나는 무사히 암석 너머에 도착했다.

거친 호흡을 가다듬는데, 바닥에 떨어진 머리 뭉치가 보였다.

저것이 내 목이 될 수 있었다니.

그리 생각되니 괜히 목을 메만지게 되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자, 머리카락이 거슬렸다.


‘이왕지사 이리된 거, 거슬리는 건 자르자.’


눈을 가리는 앞머리를 사진으로 베었다.


[웅, 웅, 웅]


사진이 마치,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라는 공자님 말씀으로 꾸짖는 듯 하다.


‘어차피 이 육체를 주신 분이 내 부모도 아니지 않냐?’


선을 넘는 항변으로 내 행동을 정당화했다.


[웅!]


사진의 떨림이 갑자기 멈췄다.

그에 왠지 양심이 찔린다.


‘머, 머리는 다시 자란다.’


그리 달래며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옆으로 이동했다.

열걸음정도 더 움직이자.


“찾았다!”


그제야 보였다.

거대한 해골이 꽁꽁 감춰두었던 그 상자가.


“찾았다!”


거적때기에 숨겨져 있던 검은상자가 보인다.

나는 거리와 각도를 쟀다.


‘조금 멀다.’


뒤춤에 낫자루를 어루만지며 머리로 궤적을 그렸다.


‘놈이 움직이는 바람에......’


거대한 해골이 정면을 보고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놈이 낫을 휘두른 탓에 방향이 틀어졌다.

그래서 나와 상자 사이에 거대한 오른팔뼈가 들어왔다.


‘일단 옆으로 가보자.’


나는 더 옆으로 걸음을 옮겼다.


‘안돼. 이제는 각이 너무 없어.’


놈의 팔을 피하려면, 상자와 거의 수평을 이뤄야 했다.

이래서는 각이 나오지 않는다.

나는 최선의 위치를 찾기 위해 좌우로 계속 움직였다.

그 때, 동굴 쪽에서 괴성이 울린다.


크아아아악!


“젠장!”


나는 선택을 강요받았다.


‘이대로 던지느냐? 아니면 앞으로 뛰어들어서 각을 만드느냐?’


낫을 쥔 손에 땀이 흘렀다.

이마의 땀은 닦지도 못하고 내버려두었다.

허전해진 머리카락이 다리를 무겁게 만든다.


“후우-, 후우-”


숨을 몰아쉬며 어깨를 돌렸다.


‘들어가야 해!’


사실 답은 처음부터 나와있었다.

두려움에 망설였을 뿐.


나는 낫과 검을 쥔 두 손으로 빰을 때렸다.


짝! 짝!


제자리에서 뜀뛰며, 몸도 가볍게 했다.


“후, 후!”


정신을 다잡고, 자세를 잡았다.

사진검을 역수로 쥐어 공격에 대비했다.


“간다! 으아아압!”


기합과 함께 놈의 간격으로 뛰어들었다.


“......!”


20척 해골의 푸른 불꽃이 한순간 크게 일렁였다.

동시에 거대한 낫이 내 우측을 노리고 날아든다.


-!


나는 역수로 쥔 사짐검을 비스듬히 세웠다.

머리로 날아드는 공격을 빗겨낼 생각이었으니까.


“......!”


그런데, 거대 해골의 푸른 불꽃에 이채가 띈다.

나는 반사적으로 깨달았다.


‘궤도가 변한다!’


놈은 머리를 노렸었는데, 이제는 아니다.

비어있는 허리를 향해 낫을 휘둘렀다.

나는 서둘러 사진을 옆으로 세웠다.

그순간.


쩌쩡!


쇠붙이와 쇠붙이가 부딪혔다.

귀가 찢어지는 굉음이 터진다.


차가가가가각-


낫은 계속 베어왔고,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버텼다.

사진검이 낫에 갈리며 불꽃이 튀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허리가 갈렸으리라.


“으......악!”


다행히 베이지 않았다.

하지만, 엄청난 충격이 뒤따랐다.

날카롭게 선 날이 지나간 후, 자루가 내 몸을 강타했기에.


자루에 부딪힌 까닭에, 두발이 공중에 떴다.

충격에 정신이 날아갈 뻔 했다.

게다가 등도 베이고 말았다.

낫의 형태가 ‘ㄱ’자 라서.


[웅! 웅!]


사진도 충격에 울음을 터뜨렸다.

참사검도 놀랐겠지.


“버틴다!”


내 몸은 낫에 걸려 공중을 날고 있었다.

충격에 날아간 초점을 간신히 찾자.

푸른불꽃이 정면에 보인다.

거죽도 없는 해골이거만, 왠지 놈이 표정이 잡힐 듯하다.


놈은 나를 비웃고 있었다.


으득!


나는 입술을 소리날 정도로 깨물고 정신을 집중했다.


‘기회는 온다!’


이 놈만큼 크지 않지만, 내게도 낫이 있다.

나는 낫을 쥔 왼손을 머리 뒤로 넘겼다.


-!


거대한 해골의 휘두름이 끝났다.

순간적으로 운동이 멈춘 것이다.

내 몸도 공중에 정지했다.


중력에서 몸이 자유하다.

거대한 해골에 의해 하늘 높은 곳까지 올라왔으니까.

이 위치에서 보니, 검은 상자가 더욱 잘보인다.


“제발!”


나는 왼손에 들린 낫을 던졌다.

거대한 낫이 다시 움직이기 전에, 작은 낫을 움직였다.


휘리릭-


내 낫이 빙글빙글 돌며 날아갔다.


빙글.


놈의 낫도 빙글 돌아 다시 벨 준비를 마쳤다.

검은 상자를 향해 날아가는 내 낫과 나를 베기 위한 놈의 낫.

같은 낫이지만, 크기도 목표도 다른다.


거대한 해골의 낫이 나를 다시 베어왔다.


-!


이번에는 두손으로 사진을 잡고 방어했다.

방어한 덕에 베이진 않았다.

다만, 충격에 튕겨나갈 뿐.


“크악!”


나는 순간적으로 바닥을 보았다.

이 높이에서 땅에 처박히면 어찌될까.

아찔한 상상에 몸을 웅크렸다.


이대로 죽는 건가 싶은 그때.


번쩍!


사진의 별이 마구 번쩍였다.


번쩍! 번쩍! 번쩍! 번쩍!......


경황이 없어 몇번이나 반짝였는지 세지 못했다.

그래도 10번은 족히 넘었으리라.


번쩍이는 빛을 마지막으로 땅에 처박혔다.


쿠콰콰쾅!


내 몸은 물수제비처럼 바닥을 튕기며 뒹굴었다.


투쾅!


“커헉!”


나는 겨우 벽에 부딪히고 나서야 멈출 수 있었다.


“으으으윽!”


온몸이 부서질 거 같았다.

고통이 온몸에서 몰려왔으니까.

성한 곳이 있기는 한 것인가.

아니, 그전에 살 수 있을까.


금방이라도 의식이 날아갈 거 같았다.

억지로 눈을 떴다.

여기서 의식을 잃으면 죽을 거 같았기에.


간신히 뜬 눈에 거적때기를 입은 해골이 보였다.


“......?!”


소리가 울리지 않았으나, 비명이 들리는 거 같다.

놈의 눈두덩이에 빛나던 푸른불꽃이 꺼져가고 있었으니까.

그 후.


터터텅, 터텅, 투쾅!


거대한 뼈다귀가 스스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허무는 해골 뒤로, 검은 상자가 보인다.

그 상자 한가운데 꽂힌 낫도 같이.


거대한 해골의 거대한 낫도 쓰러졌다.

내가 던진 낫은 여전히 꼿꼿한데.


나는 그를 보며 미소지었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


****


나는 꿈을 꾸었다.

이번에도 꿈이라는 것을 바로 알았다.

스승을 만났으니까.


“미련한 놈.”


제주사람 이희준.

그는 나를 보자마자 대뜸 욕부터 했다.

나는 휘두르던 검을 내려놓았다.


“왜 또 뿔이 나신 겁니까?”


그는 내 물음에 답도 없이,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한참을 기다려도 스승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그의 곁에 앉았다.


황령산의 중턱.

이 곳에서 보는 풍경을 스승은 참 좋아했다.


“이야!”


옆에 앉으니, 과연 스승이 좋아할 만하다 싶다.

이런 장관이라면, 대답하지 않을 만하지.

고개를 끄덕이며 스승과 한동안 동래를 구경했다.


“칼질은 무과에 없다.”


한참을 조용하던 스승이 침묵을 깼다.

나는 손에 들린 환도를 바라보았다.

보통의 것보다 꽤 긴, 왜인이 다루는 카타나(打刀)와 같은 길이였다.


스승은 거듭 덤덤한 목소리로 꾸짖었다.


“이럴 시간에 활이나 연습하라 했잖느냐?”


그에 나는 농을 섞어 답했다.


“이 노인네가 조식으로 노망을 자셨나?”


“뭐라고? 노망?”


“그럼 노망이 아니면 뭐요? 내게 검술을 가르친 이가 누구인데......!”


“이 놈이!”


스승의 절묘한 주먹이 내 이마를 때렸다.


딱!


“으윽!”


환갑도 지난 노인네가 힘이 장사다.

덩치는 나보다 훨씬 작은데.


이마를 붙잡고 있는데, 스승이 벌떡 일어났다.

나는 두 팔을 들어 방어자세를 취했다.

이어질 스승의 공격이 분간이 되지 않았으니까.


“......”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주먹은 날아오지 않았다.

그저 자조섞인 그의 목소리만 날아올 뿐.


“......먹고 사는데, 검술은 필요없다.”


그러나, 그 자조는 주먹보다 더 매서웠다.

돌아 선 스승의 옆모습에서 슬픔이 느껴졌으니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옆에 섰다.

이리 보니 참 작다.

그의 옆모습을 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허나, 필요한 거 아닙니까.”


스승은 젊을 적 왜구와 싸웠다.

술만 먹으면, 자신을 포함한 4인이 1000 여명의 왜구를 무찔렀다며 허풍을 늘어 놓았다.

그러면서도 왜인들의 검에 대해서는 혀를 내둘렀다.


제주사람 이희준은 그래서 검에 평생을 바쳤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검을 배웠고.


그러니, 그가 나의 스승이다.

나는 답없는 스승을 대신 말을 이었다.


“모두가 먹고 사는 것에 메달리면......”


그를 위로하기 위해서.


“......한명쯤은 꿈을 꾸어도 되지 않겠습니까?”


“꿈은 무슨, 허망한 걱정이지.”


그 후로 더이상 대화는 없었다.

그저 한참동안 같은 곳을 바라보았을 뿐.


스승과 보던 바다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점점 멀어지더니, 이제는 검게 변했다.


‘이제 일어날 시간인가.’


깨기 싫어 괜히 고약한 늙은이를 불렀다.


“......스, 스승님.”


그리고 천천히 눈이 떴다.

눈을 깜빡이자, 동굴의 천장이 보였다.

서서히 정신을 차리는데, 갑자기 기침이 올라온다.


“쿨럭!”


숨통을 막고 있던 피가 목구멍에서 튀어나왔다.


“카악, 퉤!”


고개를 돌려 가래와 피를 동시에 뱉었다.


“하아, 하아”


숨을 고르며, 시야를 정돈했다.


‘얼마나 정신을 놓았던 거지? 으윽!’


팔과 다리를 움직이는데, 고통이 몰려온다.

나는 다시 몸을 바로하고 천장을 보았다.

움직이지 않자, 더없이 고요하다.


’더이상 괴성은 들리지 않는구나.‘


차가운 바닥에 누웠있자, 마음에 화평이 든다.

감각도 점차 회복되었고.


나는 눈동자를 굴리며, 주변을 살폈다.


멀지 않은 곳에 거대한 해골이 쓰러져있다.

본래 자연의 인과대로.


‘저 놈은 결국 죽었구나......죽었다는게......맞나?’


그 모습을 죽었다고 표현해야 옳은지, 조금 고민했다.


손과 발을 움직이며 상한 곳을 찾았다.

다행히 떨어져 나간 곳은 없는 듯하다.

그저 미칠듯이 아플 뿐.


“으윽!”


나는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어찌 살아있는 것인가?”


나는 내가 떨어진 높이를 가늠해보았다.

적어도 십장 높이는 되었을 거 같다.

그 높이에서 떨어졌다. 그것도 그냥 떨어진 게 아니라, 날파리처럼 낫에 맞아 땅에 처박혔다.

보통이라면 절대 살 수 없는 충격이리라.


“별이 빛났었는데...... 그 덕인가?”


놈의 낫에 당하는 순간, 번쩍이던 사진검을 떠올렸다.

아무래도 별이 번쩍일 때마다 육체가 강해지는 것은 맞는 듯하다.


[웅, 웅, 웅]


상념에 빠져있자, 바닥에 떨어졌던 사진이 울었다.

내가 정신을 잃었을 때 떨어뜨렸겠지.


나는 사진을 얼른 주웠다.

그리고 고마운 마음을 담아 어루만졌다.


“네 덕에 살았다. 고맙다.”


그러자, 울음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나는 또다른 무기를 챙기기 위해 움직였다.

낫을 회수해야 했다.


선반 근처로 향하자, 쓰러진 해골이 보인다.


“정말 엄청나게 크구나.”


멀쩡히 서있을 때도 크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니 그 크기가 확연하게 다가왔다.

두개골만 해도 3척이 넘어 보였으니까.

잠시 뼈를 감상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나저나, 낫은 어찌 꺼낸단 말인가?’


낫은 선반 위에 꽂혀있었다.

대충 보아도 높이가 상당하다.

한 13척쯤 될까?

던질 때는 다급하여 생각치 못했는데, 회수하려니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어림도 없겠지만, 일단 뛰어나 보자......!’


혹시나 싶은 마음에 가볍게 땅을 찼다.





재밌게 보셨으면 추천과 선작 부탁드리겠습니다 초보작가에게 아주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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