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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요리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 조선의 국가권력급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국물요리
작품등록일 :
2024.02.16 12:03
최근연재일 :
2024.03.19 08:02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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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
추천수 :
19
글자수 :
155,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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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5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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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소녀지사

안녕하세요 초보작가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DUMMY

소녀지사(少女之史)




주변이 정리되었다.

안전이 확인되자, 배가 떴다.

횃불을 밝힌 어선이 내 주위로 몰려왔다.

물에 젖은 대원들이 하나, 둘, 배에 올랐다.


“다들 몇이나 베었는지, 보고하라.”


배에 오르자 마자, 검주께서 명하셨다.


“제1초 선임검사 정운, 어인 서른 둘을 베었습니다.”


“제1초 을미5기 나대용, 어인 스물......쯤? 베었나?”


“무속 정유8기 주은찬, 어인 마흔 여섯을 베었습니다!”


나대용이라는 자가 우물거리자, 주은찬이 치고 나왔다.

여인 특유의 고음이 어스름한 새벽을 앞당기는 듯했다.


“오! 뭐야? 진짜야?”

“정유8기면 이번에 들어온 신입이 아닌가?”

“안 그래도 내가 봤지. 몸놀림이 야무지더라고.”


선배들은 감탄을 터뜨렸다.

검주는 잠시 주은찬과 눈을 맞췄다.


“장하다. 다음!”


그 이후로도 보고는 계속되었다.

가만히 보니, 옆에서 보고를 받아적는 이가 있었다.

그나저나, 나는 몇이나 베었더라.


‘다섯인가? 여섯인가?’


다른 이들과 비교하니 조촐하기 짝이 없다.


“무속 정유8기 한명련, 어인 스물 셋을 베었습니다.”


어린 것이라 욕하던 한명련도 스물을 넘게 베었다.

순서가 다가올수록 목이 탄다.


“다음!”


“......”


다들 말없이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다 하나, 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나는 그제야 퍼뜩 소리 질렀다.


“.....무속 정유......아니, 무속 백의종군 남흠, 어인 다섯을 베었.....습니다.”


보고하는 목소리가 점점 잦아들었다.

초라한 전공에 고개를 들기 어렵다.


“푸핫!”


안그래도 부끄러운데, 웃음소리마저 들리다니.


‘저 어린 놈이!’


익숙한 한명련의 비웃음에 이가 갈렸다.

허나, 결과가 명백하니 별수 있나.

눈을 감고 모욕을 감수하는데, 검주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너는 왜 웃는 것이냐?”


“네, 네네?”


비웃던 한명련이 놀라 답했다.


“나! 사인검주 이순신은 어인 열셋을 베었다.”


검주는 스스로의 전공을 고했다.

그리고 다시 한명련을 바라보았다.


“내 것도 우습더냐?”


“아, 아닙니다.”


어린 놈은 불호령에 반사적으로 부복했다.

고개를 조아리고 몸을 떠는 것이, 겁을 제대로 먹은 듯했다.

검주께서는 잠시 그를 보며 한마디 더했다.


”남흠은 내 명에 따라 초월문을 지킨 것이다. 용맹이 부족한 것이 아니란 뜻이다.“


한명련은 답도 못하고 그저 몸을 떨었다.

제일검은 어린 것에게서 시선을 돌려 모두에게 말했다.


“사사로이 전공을 탐하지 말라. 더욱이 전공으로 전우를 평가하지 말라. 이는 서로의 마음에 삿된 것을 품게 하니, 부정한 것이다!”


“네! 검주!”


모두의 답을 들은 그 분께서 다시 한명련에게 시선을 돌렸다.


“본인이 전공을 확인함은 오로지 너희를 독려하기 위함이다. 비난을 위함이 아니다. 알겠느냐?”


“네! 네! 알겠습니다요! 제가 감히 어르신의 심기를 거슬렀습니다. 죽여주십시요!”


한명련은 다소 과하게 몸을 낮췄다.

나는 그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고, 이운룡은 가만히 명련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알았으면 되었다. 그만 일어나거라.”


검주의 명에 떨어졌음에도 어린 놈은 한동안 고개를 들지 않았다. 마치 벼락이 지나가길 바라는 아이처럼.


모두의 보고가 종이에 적혔다.

검주는 그를 확인 후, 나를 바라보셨다.


“진입할 수 있느냐?”


초월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느냐 물으시는 거겠지.


“네, 지금도 공명하고 있습니다.”


나는 답하며 사진검을 들었다.


[웅, 웅, 웅]


그분께서 사진의 울림을 보며 물었다.


“몇이나 들어갈 수 있느냐?”


나는 눈을 감고 사진에 집중했다.


“둘, 아니......셋. 세명이 진입할 수 있을 듯 합니다.”


“확실하냐?”


“확실합니다.”


진입 가능한 수를 확인한 검주는 잠시 생각에 잠기셨다.

분명, 누굴 보낼지 고민하시는 거겠지.

그런데.


[웅, 웅.]


사진의 울음이 심상치 않다.

다시 눈을 감고 사진에 집중했다.


‘뭐?’


나는 눈을 깜빡이며 의문을 표시했다.

사진의 요구가 조금은 놀라웠으니까.

다시 눈을 감고 사진의 의도를 되살폈다.


“하아-”


사진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곤란한 건 나다.


나는 눈치를 살피며, 참사제일검을 불렀다.


“저......검주님.”


그분이 날카로운 눈매로 나를 돌아보았다.

생각이 잠겨있던 까닭인지, 눈매가 한층 더 매서웠다.


“그것이......사진이 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검주는 작게 고개를 갸웃하셨다.


“원하는 사람? 초월문에 진입할 사람을 검이 직접 지목했다는 뜻이더냐?”


“네, 황망하게도 그렇습니다.”


“호오-”


그분은 드물게 감정을 드러냈다.

사진을 보는 눈에 호기심이 가득하다.

검주는 이채를 띤 눈으로 사진의 의견을 물으셨다.


“그래, 그게 누구냐?”


“그것이......”


나는 잠시 주변을 돌아보다가, 정운 선임검사를 지목했다.

검주는 사진의 선택에 작게 감탄했다.


“음, 정운. 실로 괜찮은 인사가 아닌......“


그러나, 말을 끝까지 잇지는 못했다.

내가 그도 선택했으니까.

바로 참사제일검 이순신을.


“뭐여? 검주님을 뽑았다고?”

“쇠붙이 주제에 감히?”


1초의 대원들이 당황하여 손가락질했다.


[웅! 웅! 웅!]


그에 반항하듯 사진도 거세게 울었다.

이 상황을 정리한 건 역시 검주님이셨다.


“그만!”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심지여 사진도 침묵했다.

이녀석...... 왠지 괘씸하다.


모두가 조용한 가운데, 이목이 검주께로 쏠렸다.

그분은 무언가를 궁리하기 시작하셨다.


“이운룡.”


“네! 검주님.”


“자네가 우리 1초를 이끌고 복귀하게.”


“네?......네! 알겠습니다.”


검주는 1초를 내 사수에게 맡기며 몇가지를 더 말씀하셨다.


“다음에는 합포와 적진포에 초월문이 나타날 것이네. 감시를 게을리하지 마시게.”


“네! 이 땅에 안녕을.”


“이 땅에 안녕을.”


이운룡의 답에 검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를 돌아보며 물으셨다.


“이제 어찌하면 되느냐?”


어느새 정운도 곁에 다가왔다.

두 사람의 눈빛이 한층 더 뜨겁게 느껴졌다.


“일단 바다에 뛰어들어, 초월문에 들어가면 될 거 같습니다.”


정확하지는 않다.

나도 한 번 들어갔을 뿐이고, 더욱이 다른 사람과 함께 들어가는 것은 처음이니까.


“그런가.”


검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1초 대원들을 불렀다.


“나대용!”


“네! 검주님.”


“너는 한산도 말고 여수로 가라. 거기서 군선을......”


그분은 대원 한명, 한명을 따로 불러 해야할 일을 당부했다.

실로 꼼꼼하고, 철저한 분이 아닌가.

그렇게 모든 지시가 끝났다.


나와 정운, 검주님이 탄 배만 남기고 모든 배가 돌아갔다.


“이 땅에 안녕을!”


멀어지는 배 위에서 대원들이 예를 올렸다.

이에, 검주께서 화답했다.


“이 땅에 안녕을.”


그 후, 나를 돌아보시며 말씀하셨다.


“가자!”


“넵!”


나와 검주, 그리고 정운은 바다로 뛰어들었다.


****


초월문을 넘었다는 확신이 든다.

속이 매스껍고, 감각이 흔들렸으니까.

이 놈의 감각은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어떻게 들어왔더라?’


초월문에 들어오게 된 과정을 떠올려보았다.

분명 내가 먼저 진입했다.


‘아닌가?’


진입하려다가 멈췄던 거 같다.

마치, 닫히는 방문을 잡은 거 처럼.

그 사이 검주와 정운이 들어가고, 내가 진입했던 거 같다.


‘크게 중요한 사실은 아니다.’


어쨌든 초월문에 제대로 진입했으니까.

그보다 중요한 건, 한시라도 빨리 감각을 되찾는 일이다.


‘적이 근방에 있을 지 모른다.’


지난 번 초월문에서는 거대 해골을 만났었다.

그 놈이 움직이지 못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큰 낭패를 당했으리라.


감각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다하는데, 누군가 나를 부른다.


“남흠, 괜찮나?”


이명과 함께 어설프게 말소리가 들린다.

가만 보니, 내 몸도 흔들리고 있다.


“정신 차리거라. 언제까지 넋을 놓을 셈이냐?”


점점 목소리가 또렷해졌다.


“저, 정운 선배?”


눈을 수백번 깜짝이자, 형체가 보였다.


“그래, 맞다. 이제 좀 정신을 차렸느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의문을 담았다.


“초월문을 넘을 때 어려움이 있지 않으셨습니까?”


몸을 꼼지락거리며 물었다.

아직은 희미한 정운의 고개가 좌우로 흔들렸다.


“전혀, 검은 공간을 벗어나 균열을 통해 조심히 착지했다. 허나......”


정운은 말꼬리를 흐렸다.


“너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떨어지더구나.”


“네?”


나만, 이런 상태에 빠졌다는 것인가.


“너는 왜 몸을 가누지 못한 것이냐?”


“그건......오히려 제가 묻고 싶은......혹여 검주께서도 멀쩡히 도착하셨습니까?”


“당연하다. 너만 이렇다.”


정운의 목소리에 황당함마저 실렸다.


‘뭐지?’


이상하다.

솔직히 말하면 억울하다.


‘이 괴로운 걸, 나만 겪는단 말인가?’


머리를 부여잡는데, 신경질이 뻗쳤다.

분을 삭히는데, 정운의 뒤에서 묵직한 음성이 들렸다.


검주님이셨다.


“네 손에 들린 그것은 무엇이냐?”


나는 그분의 말씀에 손을 움직여보았다.

하지만 아직 정상이 아니라서 어느 손에 무엇이 들린지 알 수 없었다.

시각과 촉각으로 확인이 불가하여, 입으로 물었다.


“그것이 혹시 두루마리처럼 생겼습니까?”


“그렇다. 네가 몰래 지니고 있던 것이냐?”


“그런 것이 아니오라, 이건 초월문을 넘어오며 습득하게 된 것인 듯합니다.”


“뭐라?”


정운과 검주님이 동시에 반응했다.

나는 그들에게 지난 초월문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후, 정운이 물었다.


“허면, 이 권축장에 언문이 쓰여있다는 것이냐?”


“지난 번과 같다면, 그럴 겁니다.”


정운과의 대화를 듣던 검주께서 내게 의견을 물었다.


“혹, 내가 보아도 되겠느냐?”


“네, 그러시지요.”


어느 손에 들린지 알 수 없어 두 팔을 모두 움직였다.

희미한 시야에 검주의 손이 내 왼손으로 향하는 게 보인다.


권축장이 펼쳐지는 소리가 들리고, 두 사람의 침음성이 뒤따랐다.


“흐음.“


그 사이, 나는 감각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조금 회복된 시야에 검주님의 표정이 들어왔다.

미간을 찌푸리고 두루마리에 집중하고 계셨다.


그 사이 나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여,여기는......”


분명 초월문 안이리라.

나는 막연하게, 지난 번 동굴같은 환경을 상상했었다.

그런데, 막상 확인해 본 풍경은 전혀 달랐다.


“푸, 푸른하늘. 초록색 벌판......”


보기 좋은 청운이었다.

대지는 널찍하였고.

낮은 구릉이 간간히 있었지만, 거슬리지 않았다.

풍경에 흥미를 더할 뿐.

멀리 보이는 숲은 척보기에도 울창했다.


“여, 여기가 초월문 안이라고?”


씹어먹을 괴이새끼들이 기어나올 곳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장소다.

나는 멍청히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런 나를 향해 검주께서 말을 거셨다.


“이전에는 분명 언문이 쓰여 있었다고?”


검주께서 두루마리를 정운에게 넘기며 물었다.

나는 퍼뜩 놀라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이상하구나, 그렇지 않으냐? 정운.”


“네, 그렇습니다.”


두 사람은 고개를 갸웃했다.

검주께서는 내 눈을 확인하셨다.


“시야는 돌아왔느냐?”


“어느정도 돌아왔습니다.”


“그래? 그럼 남흠이, 네가 직접 확인해보거라. 정운, 권축창을 이리 가져오거라!”


“네, 검주님!”


그는 내 시야가 돌아온 걸 확인하시고, 정운에게 두루마리를 돌려받으셨다.

나는 두 손으로 검주께서 내리는 권축창을 받았다.


검주께서는 내게 권축장을 건네며 한마디를 던지셨다.


“나와 정운의 눈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네?”


나는 놀라 반문하며, 서둘러 종이를 폈다.




재밌게 보셨으면 추천과 선작 부탁드리겠습니다 초보작가에게 아주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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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미궁초출 24.03.02 3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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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검주황진 24.02.28 70 0 11쪽
14 읍참괴이 24.02.27 34 0 11쪽
13 소참괴이 24.02.26 3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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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시심즉검 24.02.24 43 0 11쪽
10 시심즉검 +2 24.02.23 47 1 12쪽
9 백의종군 24.02.22 48 1 12쪽
8 남아일언 중천금 24.02.21 44 1 12쪽
7 남아일언 중천금 24.02.20 4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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