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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요리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 조선의 국가권력급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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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국물요리
작품등록일 :
2024.02.16 12:03
최근연재일 :
2024.03.19 08:02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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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글자수 :
155,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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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1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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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한산명월

안녕하세요 초보작가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DUMMY


제24화 한산명월 (閑山明月)




우리는 금새 참사대의 본거지를 찾았다.

천연 방파제 안에 위치하여 앞바다가 매우 잔잔했다.

본거지는 단출했다.

커다란 정자와 숙소로 보이는 기와집 한채가 전부였으니까.


“아니, 이게 누구요. 이운룡 선배가 아니오?”


“자네 아직 살아있었나?”


“찬물에도 위아래가 있는 법인데, 제가 먼저 갈 수 있겠습니까?”


“그럼 평생 사시게나. 하하”


제1초 대원은 이운룡을 알아보고 반겼다.

인사를 나눈 대원은 우리를 돌아보았다.


“이 아이들은 뭡니까?”


“이번에 새로이 대원이 된 삼인검사일세.”


이운룡의 소개에 우리는 검을 세웠다.


“이 땅에 안녕을!”


“이 땅에 안녕을.”


1초의 삼인검사는 우리의 인사를 받았다.


“흠, 이 놈이 그놈인가 봅네요? 백의종군한다는.”


검을 내린 그는 나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운룡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근데, 정운 선검은 안계신가? 검주님도 안보이시는 거 같군.”


“에효-”


내 사수가 제1초장을 찾자, 그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무슨 일인가? 왜 한숨부터 쉬어?”


그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보름도 전에 출항하시어, 여지껏 바다에 계십니다.”


“......허면, 지금 바다를 순시 중인겐가?”


“네네, 간간히 장계를 보내실 뿐입니다.”


“장계?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이운룡의 물음에 제1초의 삼인검사는 자세히 답했다.

동학사에서 한산도로 오자마자, 이순신 검주는 바다로 나갔다고 했다.

한산도 본거지에는 4명의 삼인검사만을 남겨둔 채로.

남겨진 이들의 역할은 장계를 동학사로 보내는 것이었다.

바다에 나가계신 검주께서는 매일 삼인검사 1명을 한산도로 보낸다고 하셨다.


“그럼 검주께서는 매일 장계를 작성하시여 이곳에 보낸다는 건가?”


“그럽습죠. 그럼 저희는 그걸 가지고 동학사로 달리는 겁니다.”


“호오.”


이운룡은 감탄한 얼굴로 탄성을 내뱉었다.

나는 궁금한 것이 생겨 조심스럽게 물었다.


“외람되오나, 무슨 내용을 올리시는 겁니까?”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내게로 향했다.


“동향이지. 현재 남도의 동향 말이다. 그리고 동학사에 있는 은호패의 반응을 묻기도 하시고.”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순신 검주는 초월문이 어디서 준동할 지 미리 파악하려 하시는구나.’


황진이 들고 있던 고동색 원형패를 떠올렸다.

그와 같은 걸, 이순신 검주께서도 지니고 계실 터.

황진이 사용하던 걸 떠올려보면, 그 물건은 초월문의 발동을 알려줄 것이었다.

그러나, 붉은 흉성이 떠있던 은호패만큼 정밀한 건 아니겠지.

그에 이순신 검주께서는 자신이 직접 본 것을 알리고, 은호패의 반응을 살피신 것이리라.

그를 통해, 초월문의 발생을 사전에 파악하려고 말이다.


“덕분에, 저희들만 죽어나갑니다요.”


이운룡과 대화하는 삼인검사는 엄살을 부렸다.

아마도 이들은 동학사까지 전력을 다해 뛰었겠지.

삼인검사라면 하루만에 동학사까지 왕복이 가능할 터.

이들은 돌아가며 매일 왕복했을 것이다.

정보는 시간이 생명이니까.


“제일검께서는 언제 돌아오시는가?”


이운룡은 삼인검사를 달래며 물었다.

제1초의 대원은 손가락으로 셈한 후 답했다.


“오늘이나, 내일 쯤 도착하실 겁니다.”


“그렇구만.”


우리는 1초 대원의 인도에 따라 숙소로 이동했다.

식사를 하고 여장을 풀자,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배가 들어옵니다. 검주님이에요!”


그들의 외침에 나와 이운룡은 밖으로 나왔다.

부둣가에는 참사대 뿐 아니라 일반 백성도 있었다.

어린아이는 고사리같은 손으로 바다를 가리켰다.

수염이 긴 노인은 그를 보며 소리없이 웃었고.


나는 아이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 곳은 마치 둑처럼 튀어나온 땅자락이었다.

그 뒤로 천천히 군선 한척이 나타났다.


일반적인 것보다 훨씬 큰 배였다.

하얀 돛이 3개나 되었으니까.

보통은 2개다.

동래에서도 자주 본 군선이기에 잘 안다.


판옥선.


함포가 24문이 넘으리라.

오랜만에 본 군선이 반갑다.

동시에 더 특별해보이기도 한다.

바로 참사제일검이 타고 계셨기에.


자세히 보면, 높이 솟은 누각에 붉은 인형이 보였다.

가까워질수록 그 분의 모습이 뚜렸해진다.

나는 커지는 군선보다, 또렸해지는 제일검의 모습에 더 눈을 빼앗겼다.


배는 어느새 정박했다.

검주님을 필두로, 삼인검사들이 배에서 내렸다.


“장군님!”

“배 타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요.”


기다리던 사람들이 그에게로 몰려갔다.

초록 괴이가 아니라, 백성들이.

하얀 옷에 검은 때가 묻은 조선의 백성들 말이다.


“허 노인은 왜 나와있는가?”


검주께서 한 노인을 지목했다.

자신의 이름이 불린 노인은 거듭 고개만 조아릴 뿐, 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옆에 서있던 작은 소녀가 대신 입을 연다.


“할아방은 매일 여서 기다렸어요!”


소녀는 노인의 손녀겠지.

그 아이는 할아버지가 자랑스럽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그에 제일검께서는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네가 고생이 많구나.”


“아니어요!”


소녀는 씩씩하게 답했다.

검주께서는 한동안 사람들과 일일이 인사했다.


“다들 바쁠 터인데, 어서 돌아들 가게.”


사람들은 제일검이 해산을 명하자, 그제서야 자리를 떴다.

나와 이운룡은 그 분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볼 따름이었다.


“자네는 이운룡이 아닌가?”


걸음을 옮기던 제일검께서 내 사수를 발견했다.

그 옆에 나도 보시곤 눈짓으로 아는 체를 하신다.


“이 땅에 안녕을!”


이운룡은 바로 예를 취했다.

나도 얼결에 따라 자세를 잡았다.


“이 아이 때문에 고생한 것인가?”


제일검이 나를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내 사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품에 손을 넣었다.


“그것도 제 임무입니다만, 참사대장께서 전하라는 명이 있었습니다.”


이운룡은 참사대장의 서신을 제일검에게 전했다.

그분은 서신을 받으며 수하들을 향해 물었다.


“오늘 올라 간 김응함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나?”


뒤에 서있던 정운이 잠시 주변을 살핀 후 답했다.


“네, 아직 도착하지 못하였습니다.”


“흐음. 전투가 없어서인가? 발전이 없군.”


참사제일검은 수하들을 작은 목소리로 긴장시켰다.

제1초의 검사들의 자세가 단번에 반듯해졌다.

그를 보는 나도 저절로 허리가 쭉 펴졌다.


“흐음.”


모두를 긴장시킨 그분은 참사대장의 서신을 읽었다.

표정의 변화가 없으셔서, 감정을 읽기가 힘들었다.


“과연.”


짧은 감상을 끝으로 서신을 접었다.

제일검께서는 잠시 나를 바라보셨다.

그러다가 정운을 불렀다.


“모두 돌아가 쉬게 하라.”


“넵. 이 땅에 안녕을!”


“이 땅에 안녕을.”


명을 받은 정운은 삼인검사를 해산시켰다.

그리고 내 사수를 불렀다.


“운룡 검사.”


“네, 검주님!”


“자네도 들어가 쉬게. 나중에 따로 부를 테니.”


“네. 뜻대로 하소서.이 땅에 안녕을!”


“이 땅에 안녕을.”


이운룡은 그대로 등을 돌려 사라졌다.

나는 당황하여 그의 뒷모습을 쫓았다.


“남흠.”


그 때, 그분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검주님!”


“너는 나를 따라오라.”


“네? 네,넵!”


갑작스런 명에 얼른 고개를 숙여 답했다.

바닥을 향한 시선에 그 분의 발이 보였다.

나는 제일검의 발이 움직인 후에 고개를 들었다.



****



나는 그분을 따라 방에 들어갔다.

아마도 참사제일검이 사용하시는 숙소겠지.

살짝 둘러본 방은 매우 정갈했고, 깔끔했다.

어찌보면 황량하다고 할 정도로 물건이 없었다.


갑주를 벗으신 그는 상석에 자리하셨다.

나는 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서애의 말이 사실이냐?”


그는 대뜸 물었다.

더욱이 서애라는 호칭도 낯설어 답하기까지 조금 오래 걸렸다.


‘서애는 참사대장 류성룡의 호였지.’


퍼뜩 떠오른 사실에 얼른 답했다.


“네. 검주님. 모두 사실입니다.”


“초월문으로 진입했다라, 그건 사진검이 가진 능력이더냐?”


“그런 것으로 사료됩니다.”


나는 처음 초월문에 진입하기까지.

사진검이 보여줬던 반응과 초월문의 반응을 설명했다.


“초월문과 공명하는 검이라.”


참사제일검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네게서 느껴지는 기세가 남다르다. 혹 이것도 사진검의 능력 덕분이냐?”


“......”


나는 금시초문이라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다른 대원들보다 강하다는 말씀이신가?’


얼른 생각나는 것이 없어 침묵했다.

검주께서는 크게 궁금했던 것은 아닌지, 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


“초월문에는 너만 출입이 가능한 것이냐?”


“......”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질문이고, 생각하지 못했던 의문이다. 대답이 곤궁하여 고개만 갸웃하는데, 사진검이 울었다.


[웅, 웅, 웅.]


나는 잠시동안 사진의 울음을 해석했다.


“......다른 사람도 출입이 가능할 거 같습니다.”


“과연.“


검주께서는 짐작하셨는지, 별로 놀라지 않았다.

놀란 건 나뿐이었다.


‘출입이 가능하다고?’


[웅.]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했었기에 더욱 놀랐다.

내 궁금증이 풀렸음에도 사진은 거듭 울었다.

그 울음을 해석하니, 더욱 놀랍다.

앞서의 초월문도 다른 이와 함께 들어갈 수 있었던 듯 했으니까.


‘하기사, 그 거대한 해골을 혼자 쓰러뜨리는 게 가당키나 한가?’


그 초월문은 가장 약한 것이라 했다.

그런데, 초장부터 말도 안되는 괴물이 나타났었다.

나는 당시를 회상하며 가슴을 쓸었다.


“이제 하문해도 되겠느냐?”


상념에 빠져있는 나를 검주가 깨우셨다.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 기다리신 듯하다.


“죄송합니다. 사진의 울음이 심상치 않아서.”


“됐다. 괘념치 마라.”


손을 들어 진정시키셨다.

잠시 숨을 고른 그분은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서애는 너를 내게 보내며, 이리 적었다.”


검주께서 나를 잠시 살피셨다.

그 후, 말씀을 이었다.


“역전의 한수.”


“여, 역전......”


내 되물음에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 후 말씀은 현재 전황에 대한 것이었다.

초월문이 나타난 이후, 우리는 단 한번도 승기를 잡은 적이 없다고 했다.

마물의 수는 계속 늘었고, 우리는 초월문의 흔적을 계속 쫓기만 했으니까.

그래서 참사대의 목표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흘러갔다고 하셨다.


“이런 식으로는 피해를 완전히 막을 수 없다.”


검주께서 드물게 감정을 비추셨다.

조금의 슬픔과 큰 분노가 느껴졌다.


‘이 분의 말씀이 옳다. 초월문을 모조리 소멸시키지 않는 한, 피해는 불가피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난 초월문의 발동을 미리 파악하고자 했다.”


내 짐작대로다.

검주께서 동학사와 연락한 것도, 지금껏 순찰을 강행하신 것도, 모두 그를 위한 것이리라.


나는 그 성과에 대해 궁금해졌다.


“그럼, 다음에 열릴 초월문을 알아내셨습니까?”


“후보지를 좁힐 수 있었지만, 완전치는 않았다.”


“어디, 어디입니까?”


“적진포, 옥포 그리고 합포다.”


지명을 듣는데, 위치가 그려지지 않았다.

이 곳 지리에 익숙치 않았기에.

그래서 위치를 그리기 보다, 검주님의 심기에 집중했다.


‘더 하실 말씀이 있으실 거 같은데.’


말씀을 마무리하는 어투가 아니었다.

어쩌면 지금부터 하시는 이야기가 진짜 하고자 하신 말일지도 모른다.


잠시 입을 닫았던 검주께서 내게 하문했다.


“내가 후보지를 왜 더 줄이지 못했는지 궁금하지 않느냐?”


“......”


나는 잠깐 얼어붙었다.

검주의 눈빛이 한없이 매서워졌기에.

그는 낮은 목소리로 은밀하게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한 적이 없는 것이다.”


참사제일검의 눈빛에 알 수 없는 불길이 넘실거렸다.







재밌게 보셨으면 추천과 선작 부탁드리겠습니다 초보작가에게 아주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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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미궁초출 24.03.02 35 0 13쪽
17 미궁초출 24.03.01 29 0 13쪽
16 검주황진 24.02.29 34 0 12쪽
15 검주황진 24.02.28 70 0 11쪽
14 읍참괴이 24.02.27 34 0 11쪽
13 소참괴이 24.02.26 39 0 12쪽
12 초월유별 24.02.25 41 0 11쪽
11 시심즉검 24.02.24 43 0 11쪽
10 시심즉검 +2 24.02.23 47 1 12쪽
9 백의종군 24.02.22 48 1 12쪽
8 남아일언 중천금 24.02.21 44 1 12쪽
7 남아일언 중천금 24.02.20 43 1 12쪽
6 남장여인 24.02.19 51 2 11쪽
5 험시방극 +2 24.02.18 53 2 12쪽
4 험시방극 24.02.17 7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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