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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요리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 조선의 국가권력급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국물요리
작품등록일 :
2024.02.16 12:03
최근연재일 :
2024.03.19 08:02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404
추천수 :
19
글자수 :
155,647

작성
24.03.09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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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노적성해

안녕하세요 초보작가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DUMMY


제23화 노적성해





나는 한산도로 향했다.

동학사에서 가기에는 꽤 먼 길이다.


“어여, 가자!”


사수인 이운룡이 앞장 섰다.


“네. 선배님.”


처음 참사대장에게 명 받을 때, 이 길을 어찌 혼자 가나 싶었다.

그런데, 다행히 동행이 있었다.


첫번째는 내 사수인 이윤룡.

그는 이번 한산도 행을 자청했다.

나로서는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반푼이 놈아! 네놈 대가리는 왜 오랑케 꼴이 된거냐?”


두번째 동행은 한명련이었다.

이 녀석도 이번에 주작 1성에 올랐다.

가진 재주가 확실히 뛰어나달까.

한명련은 이틀만에 주작 1성을 완성했다고 한다.


나는 이 녀석의 빈정거림을 어른스럽게 받아주었다.


“내가 원한 바가 아니다. 목 대신 상투를 내놨다.”


“크하하, 그래서 이리 된 것이냐? 이제는 반푼이가 아니라 오푼이로구나! 오랑케와 반푼이를 합쳐서! 오푼이!”


손가락질하며 아침부터 신났다.

껄껄 웃던 한명련이 갑자기 손바닥을 쳤다.


“아! 반푼이나 오푼이나 둘 다 절반이란 뜻이구나!”


이 어린 놈은 엄청난 것을 깨달았다는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잠시 멈춘 웃음을 다시 시작했다.


“네 놈은 진짜 반푼이가 운명인가 보구나! 오랑케가 되어도 절반 뿐이니 말이다.”


좋은 소리도 3번이면 족하다더니.

진짜 옛말에 틀린 말이 없다.

점잖게 사는 것이 이리도 힘든가.


사진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그 때, 주은찬이 움직였다.

소녀의 손바닥이 한명련의 등을 때렸다.


철썩!


찰진 소리가 새벽공기를 울린다.

한명련의 표정이 꽤 볼만하다.


”그만해라. 아침부터 채신머리 없이 굴지 말고!“


“아오! 이 선머슴같은 게!”


한명련은 몸을 비틀었다.

맞은 부위가 손에 잘 닿지 않는지, 꼴뚜기마냥 몸을 마구 뒤튼다.


“하하.”


나와 이운룡은 그 꼴을 보며 작게 웃었다.


“히히.”


주은찬도 개구지게 웃는다.

한명련 만이 눈을 세모지게 뜰 뿐.


이렇게 나를 포한한 4명은 남도로 향했다.


“전라도 지역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하다.”


이운룡은 금산을 지날 때쯤, 전황을 설명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경상좌도.

특히 동래와 울산 등지는 완전히 마물의 손에 넘어갔다고 했다.


“다행히 진주목사께서 방어에 성공하시어, 남강 서쪽지역은 안전한 편이다.”


경상좌도를 제외하면, 수혹급 초월문이 열린 충청도 일부와 경기 남부의 피해가 크다고 했다.


“초월문을 넘어온 마물들은 그 곳에 터를 잡는 습성이 있더군.”


이런 습성은 일장일단이 있다고 했다.

터를 잡고 요새화하여 소탕이 어렵다운 것이 단점이요.

놈들이 영역을 잘 벗어나지 않기에, 피해가 확산되지 않는 것은 장점이라했다.


“하여, 큰 초월문이 열린 지역을 제외하면, 일반 백성은 마물을 구경하기 쉽지 않다.”


말을 마친 이운룡이 작게 한숨을 쉬고 뒷말을 붙였다.


“초월문만 열리지만 않는다면.”


나는 그의 말에 예안을 떠올렸다.


“그렇다고 해도, 마물이나 초월문에 대해 사람들이 너무 무지합니다.”


예안은 그야말로 평화로웠다.

괴이가 출몰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처럼.

만약 괴이나 초월문에 대해 미리 알았다면 어땠을까.

그랬어도 속수무책으로 당했을까.


나는 오는 길에 와룡에 들러 경고했었다.

내 경고에 사람들은 나름대로 대비를 했다.

그 같은 기억이 떠올랐기에, 말에 조금 원망을 섞었다.


이운룡은 잠시 말을 혀끝에 굴리다가 입을 열었다.


“기본적으로 말을 전할 사람이 없다. 마물을 만난 이들은 거의 모두 죽으니까.”


사수의 이어지는 이야기는 참담했다.

초월문이 열리는 곳의 생존율은 무에 가깝다고 했으니까.

지난 밤 회현의 마을은 천운이라 했다.

마침, 그 근처에 참사대가 주둔하고 있었으니.


“그리고 우리 조선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왕래가 잦지도 않지.”


“그렇다고는 해도, 임진년 이후 5년이나 지났습니다. 제가 살던 안동의 예안은 무지해도 너무 무지했습니다.”


“......사실......”


이운룡은 내 말에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가만히 그의 말을 기다렸다.


“조정에서 소문을 통제하고 있다.”


“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누가, 무엇을 통제해?

내가 놀라는 와중에도, 사수는 말을 계속했다.


“헛된 소문에 사람들이 현혹될 수 있기에......”


말하는 이운룡도 납득되지 않는 눈치다.

이런 재앙을 숨기다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거늘.


어이가 없어 넋이 나갈 지경이다.

그때, 내 어깨를 누군가 쳤다.


“뭐야? 너. 말하는 게 속세랑 5년은 연을 끊은 사람같다?”


한명련이 핀잔을 주었다.

그의 말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 그게 아니라......”


당황하여 말까지 더듬었다.

한명련은 내 표정을 보더니 피식 웃는다.


“우리 황해도에서는 우리 마을이 처음이었다. 초월문이 나타난 거 말이야.”


이번에는 어린 놈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참담했던 순간을 덤덤하게 풀었다.


“간신히 살아서 다음 마을로 갔다. 그 후에 마구 경고했지. 퍼렁 피의 마물들이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한명련은 사람들에게 괴이에 대해서 설명했다고 한다.


“설명이 아니야! 경고였어! 죽기 싫으면 대비하라고!”


그는 배에 난 흉터를 보여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침울해했다.


“아무도 믿지 않았어. 내말을..... 초월문이 그 마을을 덮칠 때까지.....”


내 눈매는 저절로 가늘어졌다.

이상했으니까.


“명나라 황제도 우리 임금의 말을 믿지 않는다잖아!”


한명련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당시가 떠오른 듯 매우 억울해보였다.


“명련이 말이 맞아. 사람들이 이상할 정도로 초월문과 마물에 대해 믿질 않아.“


주은찬도 어린 놈의 말에 동의했다.

소녀의 표정을 보니, 그녀도 한명련과 비슷한 경험이 있어보였다.

나는 그들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와룡 사람들은 내 말을 믿던데......’


뭔가 이상하고 찜찜했다.

사람들이 괴이에 대해 믿지 않는다니.

명이 우리 임금의 말도 안 믿는다는 건 왜인가.

게다가 조정이 소문을 통제한다는 건 또 무슨 소리고.


‘도대체 왜?’


머리가 어지러웠다.

뭔가 거대한 의지가 나를 내리 누르는 듯했다.


혼란스러워 머리를 쥐어뜯고 있을 때, 이운룡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큰 고을 위주로는 사람들이 대비를 하고 있다.”


사수는 변명하듯 설명했다.


“후미진 산골 마을이라면......”


그는 나를 보며 말끝을 흐렸다.

아마도 내가 살던 예안을 떠올렸기 때문일테지.


“......평생 모르고 사는 것이 행복할지도.”


이운룡은 내 어깨를 툭 치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건가.’


어쩌면 그의 말이 옳을지도 모른다.

이 같은 지옥을 굳이 알 필요는 없을테니까.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재앙을 맞이한 자들은 어찌하란 말인가.


‘예안에 나타난 건 겨우 소록귀였다.’


소록귀는 하찮은 괴이다.

작은 연장만 있으면, 어린애도 죽일 수 있다.

그럼에도 모두가 당했다.


‘동래가 당했던 것은 놀랐기 때문이다.’


처음보는 생물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 작은 것들이 사람을 뜯어먹고 있었다.

그 모습에 사람들은 혼비백산하여 도망쳤다.


공포.

그리고 혼돈.


예안도 마찬가지다.

공포심에 사람들이 평정을 잃었다.

그 까닭에 저항다운 저항 한번 못하......


“잠깐......”


갑자기 어떤 가능성이 뇌리를 강타했다.


“뭐냐? 오푼이. 다리가 아픈거냐?”


걸음을 멈추자, 한명련이 돌아본다.

나는 그에 답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팔에 소름이 돋고, 등골에 전율이 흘렸기에.


“이건...... 놈의 수법......이다.”


신장.

놈이 언제나 입에 달고 다니던 말이 있다.


‘사람을 통제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공포‘ 라고 했던가?’


공포에 빠진 인간은 이성을 잃기에, 짐승과 다름 없다고 했었다.

아니, 짐승보다 약하다고 했던가.


‘짐승은 강한 이빨과 발톱이 있지만, 인간은 없으니까.’


그 상태의 인간은 너무도 연약하여 손가락으로도 죽일 수 있다고 했었다.


‘놈의 말대로다.’


나는 예안과 지난 밤의 회현을 떠올렸다.

소록귀와 백골.

분명 생김새가 두렵기는 했다.

그러나.


‘둘 다...... 인간보다 강한 건 아니다.’


작은 몽둥이.

그것 하나라면 능히 재압할 수 있으리라.

어른 열이 모였다면, 어쩌면, 그랬다면!

작은 담에 의지하여 버텼을지 모른다.

참사대가 도착할 때까지.


‘신장! 네 놈이냐!’


생각은 자연스럽게 그 개새끼로 흘렸다.

지독한 악의가 느껴졌으니까.


하찮은 것들에게 농락당해 죽어갔다.

사람의 심리가 불안하여,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였으니까.


그런 생각이 드니, 죽어간 이들이 원통하다.

귀한 목숨이 너무도 하찮게 사그라들다니.


알았다면, 미리 알았다면.

지켰을 지 모른다.

자신을, 자신의 처를, 자신의 자식을.


‘정보를 차단하여 대비치 못하게 한 것......잠깐!‘


그러고보니......조정이 소문을 통제한다고!


나는 이운룡을 처다보았다.

같이 걷던 이들이 모두 나를 보고 있다.

갑자기 걸음을 멈춘 나를 이상한 눈으로.

이운룡의 눈에도 의아함이 깃들었다.


“설마......조정에 놈의 끄나풀이?”


나는 고개를 돌려 북쪽을 바라보았다.


****


우리는 거제현에 도착했다.

그 곳에서 뱃사람을 만나, 한산도로 향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이라기에 작은 줄 알았는데, 실재로 보니 제법 컸다. 척보기에는 절영도와 비슷해보일 정도다.


“장군님께서 입도하시고는 섬에 사람이 늘었습니다.”


배를 보는 어부가 내 생각을 읽은 듯 답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데, 한명련은 고개를 갸웃한다.


“장군님?”


그는 어부가 이야기한 장군이 누군지 의아해 보였다.


“아차차, 장군이 아니라 하셨는데......”


배를 보는 그는 자신의 실수를 탓했다.

그러면서도 입을 멈추지 않는다.

조용히 가는 게 쉬은 인사가 아닌 모양이다.


“저희같은 천것이 뭘 알겠습니까? 그냥 칼차고 갑주를 걸치면 다 장군님으로 보일 뿐이죠.”


“아아! 참사대를 보고 착각한 모양이구만.”


그제야 한명련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두 사람을 내버려두고 한산도를 바라보았다.

보면 볼수록 절묘한 섬이다.


’저 산에 오르면, 바다가 전부 다 시야에 들어오겠구나.‘


한산이라는 섬은 중앙에 높은 산이 있었다.

혹여, 한산이라는 지명이 ‘큰 뫼’에서 온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다.


거제와 육지를 연계할 수 있다면, 공격과 방어가 용이하리라.

주변을 보며 적의 예상진로를 그려보고 있었다.

이운룡도 잠시 주변을 돌아보다가, 어부에게 물었다.


“지금 저 섬에는 몇이나 살고 있나?”


“순전히 먹고 살려고 들어간 자들만 200명은 넘을 겁니다.”


“200이라......”


“저 곳만큼 안전한 곳도 없으니까요.”


그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사이, 배는 한산도에 도착했다.

이운룡은 뱃삯으로 쌀 조금과 육포를 건넸다.

어부는 감사를 표한 후, 다시 돌아갔다.


“가자.”


“네!”


이운룡과 우리는 해변을 따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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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미궁초출 24.03.05 32 0 11쪽
19 미궁초출 24.03.04 3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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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읍참괴이 24.02.27 34 0 11쪽
13 소참괴이 24.02.26 3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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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백의종군 24.02.22 48 1 12쪽
8 남아일언 중천금 24.02.21 44 1 12쪽
7 남아일언 중천금 24.02.20 4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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