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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요리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 조선의 국가권력급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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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국물요리
작품등록일 :
2024.02.16 12:03
최근연재일 :
2024.03.19 08:02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385
추천수 :
19
글자수 :
155,647

작성
24.02.24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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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시심즉검

안녕하세요 초보작가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DUMMY


제10화 시심즉검



‘......사진......참사검?!’


참사대장이 손에 쥔 검을 흔들었다.


“받아라.”


그의 재촉에 두 손을 들어올렸다.


“......”


참사대장이 천천히 검을 내려놓았다.

네 마리의 용이 깃들었다는 참사검을.


검에서 느껴지는 감촉이 예사롭지 않다.


‘차갑다. 그러나, 쇠붙이 특유의 그것이 아니야.‘


이건 감정의 온도다.

지금 이녀석은 슬픈 것이다. 나처럼.


어찌 한낱 기물따위가 비애(悲哀)를 느끼는가.

이해할 수 없지만, 명백히 존재하고 있다.


후두둑, 후둑.


비가 그쳤다.

그리고, 주변이 잠시 소란스러워 졌다.


“우, 울음이 멈췄다?!”


사진검이 비에 맞춰 울음을 그쳤으니까.

사람들은 놀라 내 손에 든 검을 바라보았다.


검의 행태에 가장 놀란사람은 참사대장인 듯했다.


“5년 전 그날부터........”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검을 뽑은 자는 아무도 없다.”


그의 눈에 놀람과 기대감이 공존했다.

나는 다시 시야를 검으로 돌렸다.


‘당연하지.’


검이 손에 닿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이 참사검은 누구도 뽑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걸.

검에게서 강한 인과의 고리가 느껴졌으니까.


나는 오른손으로 자루를 쥐고, 왼손으로 검집을 잡았다.

모든 부위가 손에 달라붙는다. 마치 오래된 애검처럼.

눈 높이에 들려진 자태 또한 부서질 듯 곱다.


’보여봐라, 너의 실체를!‘


[우웅]


내 속마음에 응하든, 사진참사검이 답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칼을 빼내었다.


스르릉-


은빛 검신이 드러나고.


사아아악-


이 세상에 빛을 뿌렸다.

마치 소리가 난다고 착각할 만큼 강렬했다.


그럼에도 눈이 부시진 않는 건, 이 검이 원했기 때문이겠지.


’내가 온전히 저를 바라보기를.’


검신이 드러난다.

그 위에 그려진 별자리가 하나씩 번쩍거리며.


‘주작 7성.......’


남방 7수부터 역으로 별자리가 드러났다.


남방을 지나 서방, 백호로.


서방을 지나 북방, 현무로.


북방을 지나 동방, 청룡으로.


그리고 하늘의 중심인 북두칠성이 청룡의 위에 빛났다.


순백의 찬란한 빛무리.


아름다운 빛에 홀려 있을 때, 앞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건강정 곤원령 일월상 강전형(乾降精 坤援靈 日月象 岡澶形), 휘뢰전 운현좌 추산악 현참정(撝雷電 運玄坐 推山惡 玄斬貞).......”


별자리 반대면에 쓰여진 글을 참사대장이 읽었다.


“......사진참사검(四辰斬邪劍).”


검에 쓰여진 29자.

글귀를 모두 읊은 그가 두 눈을 지긋이 감았다.


번쩍이던 빛도 이득고 잠잠해졌다.


[우우웅]


용의 울음같던 진동도 사그라들었다.

사방에 고요가 불어왔다.


모두가 숨마저 죽이고 있을 때, 참사대장이 감았던 눈을 떴다.


“오늘!”


그리고 그가 선언했다.


“사진검주(四辰劍主)가 탄생했다.”



****


대웅전의 자리는 파하였다.


모두가 각자의 위치로 향했다.

나는 뒷간에 가는 척,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았다.


‘다리가 저리다.’


솔직히 말하면 끊어질 거 같았다.

지금까지, 계속 죄인처럼 꿇고있었으니까.


참사검마저 함부로 바닥에 놓고 다리를 주물렀다.


‘머리가 핑도는 거 같구나.‘


피가 갑자기 돌아서인지, 두통마저 일었다.

한참을 주무르고 있는데, 누군가 나를 찾았다.


“여기있었구만.”


“누구......으윽!”


나를 찾은 이는 1초 소속의 삼인검사였다.

얼른 일어나려 했으나, 실패했다.

아직 다리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탓이다.


그 까닭에 볼썽사납게 주저앉자있는데, 그가 웃으며 다가왔다.


“괜찮네, 괜찮아.”


그는 다가와 발치에 앉았다.

그리고 내 장딴지를 주물렀다.

갑작스런 행동에 감짝 놀랐다.


“이러실 필요는... 아앗!”


“근육이 놀란 모양이군, 그럴만도 하지.....”


그가 내 발목을 돌리며 말했다.

천천히 다리가 풀리는 것을 느꼈다.

이제야 그가 나를 찾은 이유가 궁금했다.

내가 질문을 하려는데, 그의 입이 더 빨랐다.


“참사제일검께서 자네를 찾으시네.”


“검주님께서......요?”


“그렇네. 다리도 적당히 풀린 거 같으니, 따라오게.”


“네. 알겠습니다.”


나는 공손히 답하고 순순히 뒤를 따랐다.

앞서 걷던 그는 작은 별채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안에 기별을 넣었다.


“검주님. 흠이를 데려왔습니다.”


“들라해라.”


별채 안에서 답이 나왔고, 삼인검사는 몸을 비켜섰다.


나는 눈치를 살폈다.

따로 죄 지은 건 아니다.

다만, 참사제일검의 분위기가 워낙 묵직한 까닭이지.


머뭇거리자, 삼인검사가 재촉했다.


“들어가시게.”


“.....네.”


드르륵.


별채 안 상석에는 참사제일검이 앉아계셨다.

그 앞에는 백의 한벌이 놓여있었고.


“앉거라.”


“네.”


그분의 위압감에 목소리가 저절로 떨렸다.

눈치를 보며 자리에 앉는데, 어쩔 수 없이 무릎을 꿇었다.


“사진검주.”


참사제일검은 내가 앉자, 말씀하셨다.


“네?”


내 물음에 그분께서 앞에 놓은 백의를 가리킨다.


“본래, 삼인검사가 되면 갑주 한벌이 주어진다.”


그분의 말씀이 갑작스러워 머리가 따라가지 못했다.

그저 최대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었다.


‘푸른 두정갑을 말씀하시는 건가?’


예안에서도 그렇고, 이곳에서도 그렇고.

삼인검사들은 푸른 두정갑을 두르고 있었다.


“허나, 네 것은 없다.”


나는 당황하여 고개를 들었다.

왜? 내 것이 없지.

나는 당당히 합격.....


‘아! 내가 삼인검사가 아닌 사진검주가 되어서인가?’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푸른 두정갑은 삼인검사를 위한 것.

나는 사인검이 아닌 사진검을 받았으니, 그들을 위한 것을 내 것이라 할 수 없으리라.


나는 내가 사진검주로 선언되자, 나보다 더 기뻐하던 이회를 떠올렸다.

그가 내가 받아었어야 할 삼인검을 수여받게 되었으니까.


사진검에 기뻐했는데, 이런 결여가 발생할 줄은 몰랐다.


“그러니, 너는 백의를 입고 종군하라.”


백의종군.

이순신 검주께서 내게 백의종군을 명하셨다.

어찌 감히 거부할 수 있을까.


“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나는 순순히 고개를 숙였다.

백의종군은 이회가 주장하던 것인데, 내가 하게 되었다.

운명이란 참으로 얄궂다.


‘손수 준비하신 것인가?’


받아든 백의는 빳빳하게 풀이 먹여져 있었다.

자세히 보니 새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관리가 잘 되어있어서 티가 심하지 않았다.


백의를 살펴볼 때, 검주께서 다시 입을 여셨다.


“그것이 사진인가?”


“네, 그렇습니다.”


나는 황급히 백의를 내려놓고 사진검을 들어 보였다.

검주께서는 나와 사진검을 번갈아바라보았다.


"네 주제에 맞지 않는 검이다. 그걸 아느냐?"


"네! 알고 있습니다"


꾸짖는 어투가 아니었으나, 내 고개는 저절로 숙여졌다.


“사진검주라는 자리도 네 주제에 맞지 않는 과분한 자리다. 그것도 아느냐?”


“네......알고 있습니다.”


묵직한 무게감에 저절로 목소리가 낮아졌다.


“남보다 못하다 하여 모자른 것이 아니고 남보다 특별하다 하여 뛰어난 것도 아니다.”


백의와 사진검.

못받은 두정갑과 삼인검에 빗대어 말씀하시는 거겠지.


“주제 맞지 않는 검과 주제에 맞지 않는 자리다. 앞으로 어찌할 생각이더냐?”


주제에 맞지 않다라......

그분의 말씀에 머리가 차게 식었다.


“......”


할 말이 곤궁하여 입을 다물었다.

한참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자, 참사제일검께서 먼저 입을 여셨다.


“적을 가벼이 여기지 않고 태산처럼 움직이겠느냐?”


나는 고개를 들어 그분을 바라보았다.

눈빛을 마주하자, 작은 깨달음이 따랐다.


‘이는 묻는 것이 아니다. 지침이다.’


참사제일검께서 하신 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질문으로 위장한 조언이었다. 혹은 덕담.

금과옥조와 같은 말씀이시니 반드시 가슴에 새겨야 하리라.


“네, 어떤 작은 적이라 해도 가벼이 여기지 않겠나이다!”


답하자, 바로 다음 말씀이 이어졌다.


“싸움이 일어나면 물러서지 않겠느냐!”


“죽어도 물러서지 않겠나이다!”


전투에 임함은 언제나 임전무퇴다.

퇴각은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전술과 전략이 정하는 것일 뿐.

나는 오직 죽기 살기로 싸워야지.


“작은 승리에 취해 위무를 소홀히 하지 않고 언제나 준비하여 항상 처음과 끝이 같게 유지할 수 있겠느냐!”


“식음을 전폐하고 수면을 이룰 수 없다해도 저를 갈고 닦는데 소홀하지 않겠습니다!”


신장을 죽이기 위해 살 것이다.

누이의 복수를 할 것이다.

그 삶 속에 휴식이란 있을 수 없다.

죽음마저 초월하고 온 내가 아니던가.


“......”


내 답이 끝나자, 그분의 깊은 눈동자에 작은 파문이 일었다.

그리고 작은 미소가 걸렸다.


“앞으로 그와 같이 정진하라. 내 너를 지켜보겠다.”


참사제일검의 말에 가슴이 붕 떴다.

인정을 받은 거 같았기에.

올라가는 입꼬리를 잡아내리며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나와 제1초는 이제부터 한산도로 향한다.”


그분께서 하시던 말씀을 멈추고 밖에 있는 사람을 불렀다.


“정운!”


“넵! 검주님!”


밖에 있던 삼인검사의 이름이 정운인 듯했다.

정운은 여태까지 대기하고 있었는지, 검주의 말에 바로 호응하여 안으로 들어왔다.


“남흠에게 한산도로 오는 길을 일러주게.”


“한산도...... 네, 명을 받들겠습니다.“


참사제일검은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일어나라는 거겠지?’


나는 정운과 그분을 번갈아 보았다.

정운의 눈빛도 일어서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에 엉거주춤 어설프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선 채로 인사를 올렸다.


”그럼 부디 다시 뵐때까지 옥체 보존하시고....“


먼 길 떠난다기에 우려와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을 담고 있었다.

그런데, 정운이 내 옆구리를 툭 쳤다.


”......“


그리곤 내 귀에 작게 속삭였다.

‘우리 참사대의 인사는 그게 아니네’ 라는 말과 함께.

나는 정운의 말을 모두 듣고, 두 눈을 부릅떴다.


‘진짜 참사대의 일원이 된 거 같구나.’


예안에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그들은 사명감 가득한 목소리로 이 말을 외쳤더랬다.


나는 사진참사검을 들어 두 손으로 쥐었다.

그리고 그날의 그들처럼 참사제일검에게 예를 취했다.


“이 땅에 안녕을!”


참사제일검은 마주 검을 들어올리며 답했다.


“이 땅에 안녕을.”


그분과 인사를 나누었다.

처음해보는 동작이라 조금은 어색했지만, 왠지 모르게 가슴이 뿌듯해졌다.


군례 후 별채를 나오자, 정운이 길을 알려주었다.


“한산도는 남해에 있는 섬일세.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지”


그의 설명을 들으며 머리로 지도를 그렸다.

설명을 마친 정운에게 마찬가지로 군례를 올렸다.


정운이 떠나고 긴 숨을 내뱉었다.


“후우”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하루가 지났다.

정신을 차려보니 손에 검이 들려있는 거 같다.


’달이 밝구나.‘


어제와 오늘이 같지 않음은 달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은 유독 색다르게 느껴진다.

아마도 사진참사검 때문이겠지.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검.

내 주제에 맞지 않는 검.

참사를 위한 최강의 검.


내 손에 들린 사진참사검.


“주제에 맞지 않는 검이라 하셨던가?”


맞다.

그 분의 말씀이 옳다.


사진검은 내 주제에 맞지 않는다.


“하지만......”


참사제일검의 말씀은 이제 과거의 일이 될 것이다.


“앞으로는 다르리라.”


나는 사진참사검을 품에 안고 맹세했다.




재밌게 보셨으면 추천과 선작 부탁드리겠습니다 초보작가에게 아주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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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검주황진 24.02.29 33 0 12쪽
15 검주황진 24.02.28 69 0 11쪽
14 읍참괴이 24.02.27 34 0 11쪽
13 소참괴이 24.02.26 3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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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남아일언 중천금 24.02.21 44 1 12쪽
7 남아일언 중천금 24.02.20 4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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