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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요리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 조선의 국가권력급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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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국물요리
작품등록일 :
2024.02.16 12:03
최근연재일 :
2024.03.19 08:02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398
추천수 :
19
글자수 :
155,647

작성
24.03.04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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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미궁초출

안녕하세요 초보작가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DUMMY


제18화 미궁초출(迷宮抄出)






나는 낡은 종이를 주워 읽기 시작했다.


----------------------------


루칸력 11년 XX월 XX일.


드디어 반역자가 본색을 드러냈다.

놈이 수도 루칸을 향해 진격한 것이다.

무역도시 아덴으로 수도를 옮기자고 할 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그의 역심을!

수도를 다시 루칸으로 옮겼지만, 너무 많은 세력을 빼앗기도 말았다.

이제 우리 왕은 어쩐단 말인가?

내게 한없는 은혜를 내린 나의 왕을.

왕을 지켜야 한다.

내 몸과 마음을 바쳐서라도 왕을 구해야 한다.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내가 이 길을 선택하는 것은?

결국,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던 흑마법사가 되어야 하는구나.

어쩌면 보통의 흑마법사보다 더 흉한 존재가 될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제 영혼을 가장 소중한 상자에 담을 테니까.


----------------------------


나는 세 번째 종이를 읽고 이전에 습득했던 두 번째 종이를 다시 읽었다.

그러다, 마지막 문장에 눈이 꽂혔다.


‘영혼을······ 상자에 담았다고?’


이건 무슨 개똥같은......


“하아! 받아들이자, 받아들여!”


이해 못할 상황을 꾸짖으려다가, 못난 내 두뇌를 혼냈다.

방금 다짐하지 않았던가.

이해하지 않고 다 받아들이기로.


도저히! 절대! 불가능한 행위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있다. 그럴 수 있어.

두 뺨을 때리며, 되뇌였다.


허나, 생각은 끊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영혼을 상자에 담았을까? 그리고 영혼을 담을 수 있는 상자라는 건 도대체 어떤 것인가?’


궁금한 것이 계속 생겨났다.

내 머리는 복잡한 상태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네 번째 방에 입장했다.

이번 방도 입구가 닫히고 출구가 열렸다.

거듭 같은 방식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런 방이 몇 개나 있는 것인가?’


출구에 가까이 다가가자, 역시나 위에서 해골들이 쏟아졌다. 대충 세어도 스물이 넘는다.


⸻!


검을 휘둘렀다.

답답한 마음이 조금 가신다.

육신이 강해졌다는 게, 더욱 확실히 다가왔다.

휘두르는 데로 부서지고, 찌르는 데로 박살이 났으니까.

사진검과 나는 한 몸이 되어 움직였다.


⸻!


호흡을 서너 번 쉬는 동안, 스물의 해골이 사라졌다.

시꺼먼 재가 사방에서 흩날린다.


‘이런 전능감(全能感)이라니.’


핏줄을 타고 희열이 흘렀다.

전투의 흥분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하아, 하아.”


숨을 몰아쉬며, 진정시키려 했지만, 고양된 감정은 쉬이 진정되지 않았다.

그에 나는 괜히 사진으로 공중을 베었다.


쉬익, 쉬익!


바람 가르는 소리가 흥겹기까지 하다.


“확실히 육신은 강해졌다. 이유가 뭐지?”


검을 휘두르며, 생각했다.

그러자, 사진의 별자리가 번쩍였던 것이 떠올랐다.


“설마......”


나는 휘두르던 사진검을 세웠다.

그리고 검신의 별을 살펴보았다.


미약한 확신에 사로잡힐 즈음, 뒤편의 문이 열렸다.


쿠쿠쿠쿵-


해골이 모두 사라지자, 열린 것이다.

또한, 낡은 종이도 바닥에 떨어졌다.


이런 조화라니,


‘신기하지 않다. 당연한 일이다. 괴이를 잡았더니, 육중한 돌문이 열렸을 뿐이다. 이 일에 무엇이 문제인가?’


나는 천천히 걸어 바닥의 종이를 주웠다.


‘이번엔 뭐라 적혀있을까?’


남의 일기라서일까.

이름 모를 그가 남긴 글이 이제는 조금 기대되었다.


----------------------------

루칸력 13년 XX월 XX일.


모두가 돌아섰다.

이제는 사람들이 우리를 마왕군이라 칭했다.

빛나던 왕은 우매한 민초에 의해 마왕이 되었다.

그가 마왕이라니.

말도 되지 않는다.

그는 누구보다 백성을 사랑했다.

아니, 아니다. 그는 마왕이다.


롬;ㅗㅓㅏㅣㄹㅇㅁㄴ;ㅗㄹ


내가 사랑하는 그다.

그가 마왕이 아니라면 누가 마왕인가?


ㄹ어마ㅣ;ㄹㅇ머ㅣㅏ;


모두 죽이리라.

모두!

살아있는 모든 것이 혐오스럽다.

증오한다. 숨 쉬는 것들을.

이들을 모두 언데드(undead)로 만들리라.

----------------------------


중간에 휘갈겨진 낙서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뜻을 알 수 없는 글귀에서 강한 염(念)이 느껴졌으니까.


‘기질이 변했어.’


낙서를 기준으로 아래의 필체가 명백하게 거칠다.


내용도 변했다.

위의 내용은 왕에 대한 걱정이다.

그러나, 아래의 글은 그저 증오를 표출할 뿐이었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종이를 내려보았다.

그러다 한 단어에 눈이 박혔다.


‘언데드······.’


무슨 뜻일까?

알 수 없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나는 어두운 방에 우두커니 서서 그 단어를 되뇌었다.

되뇌이면 일수록 혀끝이 윗니에 닿고, 소리가 파열되어 유쾌하지 않았다.


여태 조용하던 사진이 기척을 냈다.


[웅, 웅, 웅]


사진의 울림이 미묘하다.


‘이놈이! 이제야 반응하느냐?’


괘씸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마냥 무시할수도 없다.

이제는 화낼 기력도 없다.


“후우-“


나는 검자루에 손을 올리고 사진의 울림에 집중했다.

이 귀물 또한 불길함을 느꼈을까.

사진검의 울림이 경고를 하는 거 같았다.


나는 검자루를 어루만지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다섯 번째 방에 도착했다.

공간이 이전보다 확연히 넓어졌다.


쿠쿠쿠쿵-


이번에도 뒷문이 닫히고, 앞문이 열린다.

거듭 보아온 장면이라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나는 네 번째 획득한 종이의 내용을 생각할 뿐이었다.


출구 쪽으로 점차 다가갔다.

해골을 부르기 위해서.

그러다,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이상한 소리가 들렸으니까.

그 소리는 출구 너머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그어어어어.


희미했다.

처음에는 바람 소리인 줄 알았으나, 아니다.


‘짐승? 혹은 사람······ 아니, 괴이인가?’


나는 무의식적으로 해골 괴이를 떠올렸다.


‘뼈다귀들이······ 소리를 내었던가?’


지금까지 상대했지만, 소리를 낸 놈은 없다.

애초에 발성 기관이 없는데 어찌 소리를 내겠는가.


‘그렇다면, 이 앞에서 울부짖는 저것은 뭐란 말인가?’


앞쪽의 것을 유추하니, 뒤에 남겨둔 것이 생각났다.


흑의를 두른 거대한 해골.

십 수장을 낫으로 베어버린 그놈이 떠올랐다.


내 이마에 한줄기 땀이 흘렀다.


‘이대로 나아가도 되는 것인가?’


육신이 강해지기는 했으나......

나는 뒤춤의 낫을 뽑아 버릇처럼 돌렸다.


[웅, 웅, 웅]


사진검 또한 이상을 알아차린 듯하다.

한번 울더니, 계속 운다.

뭐라고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지금은 협력할 때였으니까.


‘일단 뒷문을 열자.’


전진이 우려된다면, 퇴로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일 터.

손무의 36계를 떠올리며 출구로 다가갔다.

해골이 쏟아지길 기다리며.


터턱, 털썩, 터터턱, 턱.


출구에 다가가자, 역시나 해골들이 쏟아졌다.

이번에 나타난 괴이의 수는 마흔이 넘었다.


‘음? 갑옷?’


수도 많았지만, 이전에 못 보던 것들이 있었다.

활을 든 해골이나, 갑옷을 입은 놈같은.


해골 궁수들이 화살을 쏘았다.


쉬익-


“윽!”


나는 조잡한 화살을 쳐냈다.


‘병종이 다양하다.’


창을 든 해골도 있고, 도끼나 칼을 든 해골도 있었다.

방금 활을 쏜 해골 궁수도 있었고.


그중 갑옷을 입은 한 해골이 유독 눈에 띄였다.

놈은 마치 장군처럼 굴었으니까.


척, 척, 척.


“진법을 구사하는가?”


나는 놀라서 소리쳤다.

일선에 창을 든 해골이 열을 맞춰 전진했다.

도끼나 칼 따위를 든 해골이 그 뒤를 받쳤고.

마지막은 궁수였다.


활을 든 해골들은 쉴 새 없이 살을 날렸다.


쉬익, 쉬익.


나는 화살을 피하며, 갑옷 입은 해골을 보았다.


‘푸른 불꽃?’


놈은 다른 해골과 달랐다.

눈구멍에 푸른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으니까.


‘낫을 든 거대한 놈과 같은 청염이다.’


맨 처음 보았던 그 거대한 놈과 같다.

푸른 불꽃에 신비한 힘이 있는 걸까.

나는 이것이 ‘언데드’ 인가 싶었다.


그 사이, 창진(槍陣)이 지척에 닿았다.


채챙, 챙.


나는 사진으로 창날을 쳐냈다.

그 후, 안으로 파고드는데 화살이 날아온다.


“윽!”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나자, 창진이 다시 형태를 갖췄다.


척, 척, 척.


느리지만 확실하게 조여온다.

대열의 뒤에서 갑옷 입은 해골이 연신 턱을 덜거덕거린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꼴이 괴상하기 짝이 없다.


‘저놈이다.’


이 무지(無智)한 것들이 전열을 이룬 건.

눈구멍의 푸른 불꽃이 내 생각에 확신을 준다.

그렇다면 저놈을 먼저 처리해야 할 터.

더 구석에 몰리기 전에 승부를 봐야 했다.


쉬익, 쉬익.


조잡한 화살이 자꾸 날아왔다.

몇 대 맞는다고 큰일이 날 거 같지는 않다.

다만, 나 스스로를 치료할 수단이 없다는 게 문제다.


덜그럭! 덜그럭!


내가 구석에 몰릴수록 갑옷 입은 놈의 턱이 격렬해졌다.

이제는 아예 앞으로 나올 태세다.

나는 놈을 보며 낫자루에 손을 올렸다.


덜그럭, 터턱, 터덕! 탁탁! 타타탁!


놈이 더 활발히 움직이며 앞으로 나온다.


‘지금이다!’


나는 허리춤의 낫을 뽑아 단숨에 던졌다.


휘리릭!


낫이 빙글빙글 돌며 날아갔다.


퍽!


내가 던진 낫이 괴이의 이마 정중앙에 꽂혔다.


떨꺽!


내 힘이 강해진 덕에 낫의 위력도 올라갔다.

덕분에, 갑옷 입은 해골의 두개골이 목뼈와 분리되었다.

놈의 두개골은 공중을 날았고, 눈두덩이의 푸른 불꽃은 힘을 잃었다.


그러자, 진군하던 대열에 균열이 생겼다.


삐거덕, 삐걱! 삐걱! 삐걱!


지금껏 일정한 속도와 대형을 유지하던 것들이 막무가내로 덤벼들기 시작했다.

도끼를 든 해골이 전열의 창병을 타고 넘기 시작했다.

마치, 식욕을 억눌렀던 아귀처럼 막무가내로 돌격한다.


나는 덤벼오는 해골을 단숨에 베었다.


⸻!


작전 성공이다.

나는 무너지는 대열로 뛰어들어 사진검을 휘둘렀다.

일정한 간격으로 날아오던 화살도 이제는 난사될 뿐이다.


티팅, 팅!


구멍이 숭숭 난 뼈다귀지만, 놈들의 뒤에 숨었다.

몇 겹씩 겹쳐있기에 뼈와 뼈 사이의 틈은 작았다.

난사로는 이 틈을 노리기 힘들 터.

만약, 정교한 사격이 가능했다면 위험했겠지만.


⸺!


이놈들에게 그런 정교함이 있을리가 만무하리라.


이다음은 쉬웠다.


나는 닭장에 나타난 승냥이처럼 날뛰었다.

눈먼 창이 간간이 위협적이기는 했으나, 피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절반 정도 쓸어버렸을 때, 기류가 바뀌었다.


덜그덕! 더덕! 더더덕! 덕덕!


마구 덤비던 것들이 거리를 벌리기 시작한 것이다.

의미 없이 날아오던 화살도 멈췄다.

시선을 돌려보니, 갑옷 입은 해골이 자신의 두개골을 목에 끼우고 있었다.

낫이 그대로 박혀있는 두개골을.


“하! 대가리를 찾은 것이냐?”


나는 그 꼴에 실소를 뱉었다.

갑옷 입은 해골은 빠르게 전열을 가다듬었다.

벌어졌던 틈을 메꾸고 순서가 바뀐 병종의 차례를 다시 세웠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위태로우리라.


“하압!”


그렇기에 나는 몸을 날렸다.

갑옷 괴이는 나를 향해 손가락질 했다.


따닥! 탁!탁!탁!


턱을 빠르게 움직였고, 해골들도 바삐 행동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보다 내가 더 빨랐다.

나는 크게 뛰어 사진을 휘둘렀다.


⸻⸻⸺!


참사검이 위에서 아래로 베어졌다.

놈은 그대로 갑옷째 두 동강 났다.


화르르르륵-


푸른 불꽃을 뽐내던 놈은 검은 재가 되어 타올랐다.

나는 놈을 버려두고, 사진을 크게 휘둘러 공간을 확보했다.


검세는 상단세로 변했다.

다리는 한쪽을 올려 금계독립세(金鷄獨立勢)를 만들었다.

그리고 크게 숨을 들이켰다.


“하압!”


숨과 함께 기합을 뱉으며 크게 뛰었다.

사방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렇게 모두 베고, 예닐곱 정도 남았을까.


또다시 사진이 번쩍하고 빛을 뿜었다.

이번이 세번째였다.






재밌게 보셨으면 추천과 선작 부탁드리겠습니다 초보작가에게 아주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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