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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요리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 조선의 국가권력급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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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국물요리
작품등록일 :
2024.02.16 12:03
최근연재일 :
2024.03.19 08:02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391
추천수 :
19
글자수 :
155,647

작성
24.02.23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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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시심즉검

안녕하세요 초보작가입니다 잘부탁드립니다




DUMMY


제9화 시심즉검(是心卽劍)



나는 류성룡에 의해 끌려왔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정신이 들고나니, 덜컥 그런 생각이 들었다.

허락도 없이 절 내를 활보한 것은 둘째치고, 허락도 없이 참사대의 물건을 함부로 탐하다니.

당장 경을 쳐도 할 말이 없으리라.


털썩.


푸른 두정갑을 입은 참사대원들이 나를 무릎 꿇렸다.

이들은 삼인검의 소유자인 삼인검사다.

나보다 손위인 선배인.


그들은 굳은 얼굴로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그들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어?’


돌린 시야에 걸린 건, 이회다.

이번 시험에서 열세번째로 합격했던 그 자 말이다.

그는 물에 빠진 생쥐같았다.


‘설마 밤새 여기 있었던 것인가?’


바닥에 쓰여졌던 백의종군이라는 글자도 비에 젖어 흐릿해진 상태였다.

이회는 푸르게 변한 입술로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네놈이 감히 참사대의 귀물을 탐내!”


이회를 놀란 눈으로 보는데, 정수리에 불호령이 떨어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넙대대한 면상이 보인다.

두번 보기도 싫은 원균이었다.


“이 놈이! 감히 나를 보며 인상을 써!”


나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나보다.

원균이 더욱 성을 내며 소리쳤다.

지은 죄가 있어 가만 있으려 했으나, 그것도 상대 나름이지.

저자에게 고개를 숙이긴 싫다.

오기를 담아 두눈 부릅뜨고 노려보았다.


“어허! 그래도 이놈이!”


원균은 손을 들어 나를 내리치려 했다.

그 때, 다른 한분이 막아섰다.


“준수석은 근신 중이 아닌가?”


막아서신 분은 이순신 검주셨다.

그분께서는 엄중한 목소리로 원균을 나무랬다.

이에 원균은 당황하여 소리친다.


“아, 아직 결론이 난 것은 아니외다!”


“허면, 파면을 받아들이겠다는 소리신가?”


“파, 파면이라니!”


원균이 크게 놀라 소리쳤다.

그 반면, 참사제일검께서는 낮은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참사대장께서 파면과 근신 중 택일하라 하지 않았나!”


소리의 크기는 참사제일검이 작았으나, 그 박력은 아니었다.

작은 목소리였으나, 이 자리에 있던 모두는 그분의 기세에 숨을 죽여야 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긴장되어 침을 꿀꺽 삼켰다.


“이, 이보시게! 제1초장, 내가 이래뵈도......”


“원균! 네가 감히 참사대장의 명을 거부하는가!”


차원이 다른 불호령이 떨어졌다.

내게 향한 것이 아님에도 순간 심장이 덜컹했다.


“어, 으음.....”


원균은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어버버거리며 뒷걸음질 칠 뿐.


그 꼴을 지켜보던 그분께서 제2초에 명을 내렸다.


“원전 선검은 제2초장을 모셔라!”


“네, 넵! 이 땅에 안녕을!”


명을 받은 그는 황급히 원균을 데리고 사라졌다.

한바탕 소동이 끝난 대웅전 앞마당에는 침묵만이 흘렀다.


“남흠!”


침묵을 깬 분은 다시 이순신 검주셨다.


“네!”


나는 자세를 바로하고 그 분 앞에 나아갔다.


“네가 간 밤에 한 짓은 연유를 떠나 중죄다! 이를 아느냐!”


엄숙한 표정과 굳은 목소리였다.

한마디 말씀에 온 몸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간 밤에 꿈을 꾸어 정신이......”


“변명치 마라! 내 묻는 것은 네 죄의 경중이니!”


나는 나오던 말을 황급히 삼키고 고개를 조아렸다.

서슬퍼런 질책에 목이 탔다.

허나, 조금은 억울한 심정도 들었다.


“알고 한 것은 아니니, 그 점을 헤아려 주십시오!”


최대한 마음을 숨기고 검주님의 자비를 구했다.

말을 마치고 검주님의 불호령을 기다리는데, 한참이 지나도록 말씀이 없으셨다.


나는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눈 앞에 참사대장이 나타났다.

손에 그 ‘검’을 들고서.


[웅, 웅, 웅.]


여태까지 검은 울고 있었다.

울음소리가 구슬프게 들린다.

무엇이 서러워 저리 우는가.


그 한 서린 울음에 속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 치솟았다.

그 순간.


번쩍!


콰르르르릉!


하늘에서 번개가 쳤다.

뒤이어 천둥이 울렸고.


“뭐고? 이기 뭔일이고?!”

“오늘 누구 한놈 뒈지것네!”


사방에서 놀라 떠들었다.

주변을 돌아본 것이 아니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분위기로 보아 동학사의 전원이 모인 듯했다.


“......”


그러나, 내 눈과 마음은 오직 검을 향했다.

알 수 없었다. 내가 이러는 이유를.

말로 설명할 수 있는 형태의 것이 아니었다.

감정? 끌림? 직감?


‘모르겠다. 이게 무엇인지.’


그런 것들보다 좀더 원초적인 것이 느껴진달까.

굳이 표현하자면.


‘운명.....이겠지.’


그래, 나는 저 검에서 운명을 느꼈다.


알 수 없는 운명에 전율하는데, 참사대장이 나를 불렀다.


“남흠!”


“......네, 하명하소서.”


고개를 들어 참사대장을 보니, 그의 얼굴은 평온했다.

화가 났을 것이라 여겼는데.


참사대장은 한동안 내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만 보았다.

고개를 든 목이 아파올 때 쯤,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너는 용을 아느냐?“


“.......”


참사대장의 질문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한참 동안 입을 다물고 있기에 무슨 말을 하려나 했었는데.


“방금의 풍운조화(風雲造化)는 용이 일으킨 것이다.”


용이라니.

나는 참사대장의 말에 잠시 얼이 빠졌다.


‘학자가 미신을?’


사대부의 입에서 진지하게 나올 이야기는 아니다.

분명, 신기한 기상(氣象)이기는 했지.

허나, 어찌 미신을 입에 담는단 말인가.

성리를 연구하는 학자가.


“내 말이 믿기지 않느냐?”


참사대장은 내 속을 들여다본 듯 물었다.

나는 그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믿기지 않을지도 모르지. 허나, 사실이다.”


나는 참사대장의 눈을 바라보았다.

농담인지, 미신에 미친 자인지, 그의 눈을 보며 가늠하고자 했다.


‘맑다.’


그러나, 그에게서 어떠한 광증도 엿볼 수 없었다.

오히려 청아한 기운과 현기만을 느꼈을 뿐.

강직하고 맑은 두 눈에 형언할 수 없는 기운이 흘렀다.

나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현기이리라.


나와 그가 가만 있자, 곁에 있던 사명대사가 입을 열었다.

참사대장이 들고 있는 검을 가리키면서,


“이 검은 서산대사께서 직접 벼른 것, 그 귀물이 어찌 자네에게······.”


서산대사?

참사대를 조직했다던 고승이 아닌가.

그가 직접 만든 것이라고? 이 검이?!


사명대사의 말에 놀라고 있을 때, 참사대장이 더욱 놀라운 이야기를 했다.


“이 검을 벼를 때, 그 자리에는 율곡 선생도 있었습니다.”


율곡 선생?!

더욱 커진 이름에 몸둘 바를 몰랐다.


‘내, 내가 그리 귀한 걸......‘


율곡 선생과 서산대사는 참사대를 조직한 분들이라 했다.

그런 두분이 벼른 검이라면, 그 가치를 무엇으로 메딜 수 있을까.

그제야 나는 내 죄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었다.


죄의 무게를 알아챘을 때 쯤, 참사대장이 다시 나를 불렀다.


“남흠!”


“네! 대장님!”


“내, 너에게 용을 아느냐 물었다!”


나는 바싹 마르는 입술을 적히며 답했다.

다시 돌고 돌아 용이었다.

그놈의 용은 왜 자꾸 묻는지 모르겠으나, 성심껏 답했다.


“민간에 떠도는 미신쯤은 압니다.”


불안한 마음을 숨기고 최대한 공손하게 답했다.


“미신이라······”


대장은 내가 한 ‘미신’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그는 미신이라는 단어를 곱씹으며, 손에 들린 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작지만, 명확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검이 바로 용이다.”


나는 순간 당황하고 말았다.


‘뭐지?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것이지?’


검이 용이라니.

이런 황당한 말이 어디있는가.


‘혹여 나를 놀리는 것일까?’


내 아무리 죄를 지었다 한들, 이건 너무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삐뚫어지는 입가를 억지로 내리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여전히 현기로 가득했다.


‘진짜 용인가?’


저 고고한 선비가 이런 자리에서 저런 표정으로 농을 던진다?

그 편이 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면, 저게 진짜 용이라고?’


검은 내 생각의 흐름과 상관없이 여전히 울고 있었다.


[웅, 웅, 웅.]


가만 듣고 보니, 용울음 같기도 했다.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지만.


나는 억지로 수긍하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내 말을 믿지 못하는 듯 하구만.”


그는 헛웃음을 지으며 검을 쓸었다.


“사인검은 경인년에 만들어졌네.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이지.”


나도 알고 있다.

12년에 한번, 범의 해에 만들어지는 검.

그것이 바로 사인검이리라.


참사대장은 들고 있던 검을 내게 내밀며 말했다.


“이 용은 지금으로부터 5년 전에 만들어졌네.”


“5년 전?”


5년 전은 임진년이다.

조선이 세워진지 200년이 되는 해.

죽어도 잊을 수 없는 해다.


‘임진년....... 어찌 잊으리, 임진년을.’


조선에 초월문이 열린 해라 했던가.

그러나, 나만큼 깊게 엵힌 사람도 없을 터.

왜냐하면,


‘임진년은 내가 전생에 죽은 해니까.’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참사대장은 검에서, 나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임진년....그리고 그 해 진월, 진일, 진시.”


임진년 5월 5일.

그날은......


“그 날이 왜?”


나도 모르게 거친 질문이 튀어 나왔다.

몸에 흐르는 피가 갑자기 차가워진듯, 얼어붙었다.


‘그날을 어찌 잊을까?’


그해 한달 전, 임진년 4월부터 싸움이 계속되었다.

부산포와 동래읍성에 괴이가 계속 출몰하였기에.

나는 죽을 힘을 다해 싸웠다.


시집 간 큰 누이를 본가로 불러들였다.

자형이 전사하여 그나마 안전한 우리집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나는 친애하는 세 누이를 남겨두고 동래읍성으로 향했다.

그렇게 한달이 넘는 시간동안 악전고투를 이어갔다.


그리고 그날,

참사대장이 언급한 5월 5일이 왔다.


류서애는 가늘게 뜬 눈으로 기억을 떠올렸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새벽.”


그의 말에 의해 내 두 눈이 그날의 동래를 그렸다.


‘그래,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이었지.’


차가운 비가 내 몸을 타고 흘렀다.

추악한 퍼렁피를 씻기면서.


“홀린 듯 나는 일어나 대장간으로 갔다.”


나는 필사의 각오로 적들을 상대했다.


“그 곳에서 율곡 선생이 말씀하셨지”


동래를 둘러싼 적들이 아가리를 함부러 놀렸다.


“드디어,”


세 누이가,


“부족한 한가지를 채울 방도를 찾았다고.”


신장과 함께 우리 집에 있다고.


“대장간에는 율곡선생 뿐 아니라, 서산대사도 있었네. 또한 전설의 장인 태귀련과 이무생도 함께 했지.”


우리집에는 신장이 있었다.

수많은 괴이들과 함께.


특히나 강한 7명의 상대들.

신장을 그들을 7귀창이라 불렀다.

하나같이 수준을 알 수 없는 괴물들이었다.


“그들은 아무말없이 검 한자루를 벼렸네.”


신장은 온갖 말로 나를 유린했다.


“나는 그 과정을 홀린 듯 지켜보았지. 네 사람이 자신의 혼과 백을 한자루의 검에 담는 과정을 말이야.”


나는 놈의 개같은 짓거리를 지켜봐야만 했다. 놈은 한참동안 농락한 후, 한자루의 칼을 내 심장에 박아넣었다.


참사대장은 말을 끊으며 검을 들어올렸다.


“이것이 네 사람이 벼려낸 용이다.”


그것이 나에게 벌어진 비극이다.


쿠르르릉-


천둥이 울렸다.

차가운 비가 다시 내렸다.


내 피만큼 차게 식은 비가,

그날을 떠올리게 하는 비가,

눈물처럼 언 비가.


나를 슬프게 했다.


“임진년(壬辰年).”


내가 죽은 해다.


“용의 달(辰月).”


큰 누이가 능욕을 당한 달이다.


“용의 날(辰日).”


내 둘째 누이가 망가진 날이다.


“용의 시(辰時).”


우리 막내가, 사랑하는 우리 막내가!


“으아아아아아!!.”


[쿠오오오오오!]


검이 울었다.

내 비통한 외침에 맞춰 용음을 토해냈다.


그는 손에 들린 검을 내밀었다.

나처럼 한맺힌 절규를 내뿜는 그 검을!


“이 검이 바로, 네개의 용이 만나는 천기에 벼려진 최강의 참사검!”


나는 피맺힌 고통을 토했고.


“사진참사검(四辰斬邪劍)!!”


참사대장은 나에게 검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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